#600화 최강의 유저? (1)
아스티아와 함께 구 드워프 왕국 지하에 머물면서 지난 일주일 동안 많은 일들이 생겼다.
우선 신 드워프 왕국인 레릭 왕국으로 많은 유저들이 몰려들어 드워프 무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냥터도 많은데 굳이 드워프 무덤을 파는 이유는 딱 하나.
암흑혈의 파편.
유저들 사이에서 ‘더럽게 안 나오는데 더럽게 비싸다’라는 한마디 말로 정의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레릭 왕국에서 만들 수 있는 무기나 방어구 중 암흑혈의 파편이 안 들어가는 물건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위 아이템들.
일반 보급형 아이템들은 굳이 암흑혈의 파편이 없어도 그만이었지만 암흑혈의 파편을 넣고 안 넣고는 성능 차이가 너무 심했다.
그러다 보니 상위 유저들을 중심으로 너도나도 암흑혈의 파편을 구했고 결국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가격이 워낙 높으니까 굳이 힘들게 다른 사냥터를 찾지 않고 이 드워프 지하 무덤을 캘 수밖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하니까.
다른 사냥터에서도 암흑혈의 파편을 구할 수 없냐라고 하면 이건 이야기가 좀 달랐다.
레릭 왕국 바깥에서도 암흑혈의 파편을 구했다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수는 극소수여서 그렇게까지 관심을 끌진 않았다.
우리가 본 바로는 지하 무덤 아래에 암흑혈의 큰 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주로 지하 무덤에서만 암흑혈을 구할 수 있는 것 같았고.
아마 다른 암흑혈의 본체를 찾으면 거기서도 많이 나오긴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암흑혈이 있는 곳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 굳이 힘들게 다른 사냥터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드워프 지하 무덤 자체가 던전 형식이니까.
효율로 보면 이쪽이 일반 필드보다는 수십 배는 위였다.
또 다른 이유를 꼽자면 물약.
레릭 왕국에서 멀면 멀수록 물약 보급이 힘들어서, 멀리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유저들이 속출했다.
귀족들이나 작위가 있는 유저들이 주둔지라도 만들어 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현재 그렇게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사냥터가 발견되지 않아, 결국 유저들의 관심은 지하 무덤에 집중되어 있었다.
현재 유저들에게 알려진 암흑혈의 파편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딱 두 가지.
하나는 지하 무덤에서 나오는 몬스터의 사냥.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암흑혈의 파편이 리젠 되는 무덤 자리를 차지하는 것.
유저들이 쓸 수 있는 사냥터는 한정적인데 몰려드는 유저는 점점 많아지자 결국은 사달이 났다.
“야! 너희만 사냥하냐!”
“저리 꺼져! 여기서 더 들어오면 죽는다.”
“5층 자리 너희가 전세 냈냐고 …발것들아!”
“억울하면 싸워 보시던가?”
“큭, 내가 언제 너희들 싹 밀어 버린다!”
“어이구, 꼭 그래 주시죠. 별것도 아닌 것들이.”
“뭐?! 그냥 뚫어!”
그렇게 이어지는 전투들의 결과는 역시나 똑같았다.
지키고 있던 길드들이 대부분은 이기면서 영상이 끝났다.
지금 암흑혈이 나오는 몇 안 되는 자리는 거의 백이면 백.
모두 통제를 하는 중이었다.
이름 있는 상위 길드들을 중심으로.
영상을 끄고는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상황이 개판이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묶여 있었기에 주로 한 일은 이렇게 영상을 보거나 심심하다고 칭얼거리는 아스티아와 놀아 주는 정도가 끝.
그런데 그 놀아 준다는 정도가 엄청나게 고강도였다.
최하층에서 올라가기 전.
마지막으로 대련을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
가는 허리에 두 손을 얻고 당당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아스티아가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듯 목을 까딱거렸다.
“칫, 당대의 용사는 너무 약해. 조금만 놀면 퍼지잖아.”
정확하게는 난 바닥에 뻗어 있었고.
“저도 나름 최선을 다했어요.”
지금 쓸 수 있는 감각을 풀로 돌리면서 대련을 했는데도 스탯의 격차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근력과 체력이 약한 탓에 한 번 부딪히면 손이 떨려서 검을 놓칠 지경이니.
힘이 못 받쳐 주는 데다가 체력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스탯 차이가 너무 심해서.
심지어 레벨 차이까지 나다 보니 추가로 대미지가 더 들어오는 기분까지 들었다.
최대한 빗겨 쳐도 두세 번만 부딪히면 상황은 비슷했다.
반격은 꿈도 못 꾸고.
그래도 한 가지 얻은 점이라면 저 무지막지한 파워에 맞서 어떻게 힘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익혔다.
스피드에 눈이 서서히 적응해 간다는 점도 큰 소득이었다.
점점 올라가는 스탯에 몸이 적응할 시간을 가진 것도 나쁘지 않았고.
일상생활에서는 이렇게 빠른 몸과 강한 힘을 써 볼 일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로스트 스카이에 들어오면 이토록 다른 신체에 적응을 해야 한다.
스탯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이 격차는 점점 심해지는 중이고.
그걸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낮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RTP가 정말 중요했다.
특히 민첩.
이 스탯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 컨트롤을 할 수 있냐, 없냐에서 일류와 이류가 결정되어진다.
아직은 여유가 있어…….
한계점까지 민첩을 올리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감각이 밀려서 민첩을 못 따라가는 일은 없었다.
아스티아와의 싸움에도 마찬가지.
적어도 아스티아급의 네임드와 만나더라도.
싸워 볼 수는 있겠어.
물론 부담스럽겠지만 아예 못 한다와 해볼 수 있다는 큰 차이점이었다.
일단 대련은 이것으로 마지막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일주일의 성과가 나쁘지 않았는지 그간 조금씩 어긋나던 밸런스가 거의 맞아 들어갔다.
딱 내게 맞춘 옷인 듯.
이 정도면 되려나.
제대로 된 르아 카르테를 쓰면.
어쩌면 해볼 수 있을지도 몰라.
이 마지막 대련은 그걸 확인하기 위한 대련이었다.
<주호> 끝났어요. 올라갈게요.
<불멸> 볼일은 다 끝났냐?
<주호> 네, 어느 정도는요.
<불멸> 바로 길드 건물로 와.
<주호> 자리 비워도 괜찮아요?
<불멸> 뭐 당분간. 너무 오래 비우는 것은 좋지 않겠지.
그런 이야기를 나눈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쪽도 그렇게 사정이 좋아 보이진 않네.
“이제 올라가는 거야?”
“네, 여기서 볼일은 이제 끝났으니까요. 올라가죠.”
“하, 지겨웠어.”
지겹다고 투덜대면서도 계속 붙어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내게 원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처음에는 조금만 있다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정말 일주일 동안 내 옆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드워프 왕 카르바할과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했는데 이것도 기우에 불과했고.
의외로 카르바할은 아스티아를 전혀 못 알아봤다.
거기다 유저라고 생각하는지 행동도 딱 우리에게 하는 그 정도밖에는 보여주지 않았고.
확실히 이상하기는 해.
규격 외의 NPC라 어떻게 튈지 전혀 가늠이 안 되었다.
적어도 내게 적의는 없는 건 확실한데.
만약 적의가 있었다면 이미 목이 수십 번은 날아갔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꽤 마음을 놓아 버렸다.
날 죽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부터.
그리고 더 이상은 메시지를 보내도 결계를 치지 않았다.
재밌게도 아스티아와도 귓속말이 가능했으니까.
<주호> 들려요?
<아스티아> 이거 재밌네?
왜 유저들이 가능한 기능을 NPC도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하기는 하네.
나중에 아스티아가 어딘가 멀리 가더라도 이러면 연락이 가능해진다.
다른 NPC와는 파격적으로 다른 시스템.
잘하면 이걸로 재밌는 그림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그때 카르바할이 나를 불렀다.
『 암흑핵과 용혈이 조합한 봉인의 핵을 찾았으니 고대 드워프 왕을 만나 봤겠구나. 』
“그렇죠.”
카르바할이 봉인의 핵을 보고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웃긴 일이지.
우리를 경계 밖으로 갈 수 있도록 퀘스트를 준 자가 카르바할인데.
『 그럼 레릭 왕국에 같이 가 줄 수 있겠는가? 』
《 메인 퀘스트 : 카르바할의 부탁. 》
- 레릭 왕국에 카르바할이 무사히 도착.
- 고대 드워프 왕과 만날 때까지 생존.
- 시간제한 / 10일.
- 퀘스트 보상
『 카르바할의 신뢰 』
흐음.
이건 꽤…….
설마 여기서 메인 퀘스트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봉인의 핵을 보여 줄 때부터 조짐이 이상하더니.
그동안은 르아 카르테를 고친다고 아무 말이 없다가 이제야 퀘스트를 주었다.
보상은 카르바할의 신뢰.
지금도 호감은 최고지만…….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건가.
일단 나쁘지는 않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퀘스트 내용이 문제였다.
무사히 도착?
가는 도중에 문제라도 생긴다는 건가?
시간제한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너무 늦게 도착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방법이 없진 않지.
“그럼 같이 올라가시죠.”
그렇게 지하 왕국 최하층에서 올라오자마자 페가수스를 꺼내 들었다.
황실 비공정은 이미 우리 팀이 타고 가 버렸기에 다 같이 이동하려면 페가수스밖에는 안 되었다.
그걸 본 아스티아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게 아직도 살아 있었어?”
“알아요?”
“응, 대격전 때 주력 이동 수단이었어.”
생각보다 개체 수가 많았구나.
그럼 혹시 더 구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어디 사는지는 알아요?”
“난 잘 몰라. 아는 녀석들이 있었는데 지금쯤 다 죽었겠지.”
“그래요?”
하긴 아스티아가 예전 사람이니까 어지간한 사람들은 생명이 다해서 죽었을지도.
아니, 꼭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혹시 종족이 어떻게 돼요?”
“엘프. 걔들도 거의 멸종했을 텐데?”
엘프?
멸종은 아니지 않나?
“나중에 한번 들려 봐야겠네요.”
“살아 있어?”
“네, 아마도요.”
“그럼, 나도 같이 가. 받아 내야 할 것도 있으니까.”
“생각보다 뿌린 게 많으신가 봅니다.”
내 말에 아스티아가 무표정으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의외네.
뭔가 이야기해 줄 것 같더니.
이건 나중에 알 수 있으려나.
“일단 타시죠?”
그런데 아스티아가 가까이 가자 페가수스가 바로 날개를 크게 벌려 아스티아를 경계했다.
“보다시피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라서.”
그리고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내가 얘들 죄다 멸종시켰거든.”
아스티아의 그 천진한 말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어째 갈수록 문제가 생길 것 같은 나쁜 예감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보아하니 엘프 쪽에 가더라도 정상적인 진행이 힘들어 보였다.
그때 아스티아의 눈이 보랏빛으로 번쩍이자 페가수스가 순한 양으로 다시 변해 버렸다.
“뭘 하신 거죠?”
“아, 나를 엘프로 보게 만들어놨어.”
설마 환각인가?
“능력이 많으시네요.”
“응, 오래 살면 이것저것 익히게 돼. 너도 봉인되어서 200년 정도 썩어 봐.”
“전 사양하죠.”
그때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봉인지 안에 있던 그 거대한 뱀은 뭡니까?”
“아, 그 녀석? 덩치가 너무 커서 놔두고 나왔는데. 잘 살고 있으려나?”
말하는 투를 보니까 애완동물쯤 되어 보였다.
하긴 아스티아 정도면 그 거대 뱀은 그냥 눌러 버리겠지.
이쪽은 스케일이 너무 달라서 뭐 어떻게 할 말이 없네.
환각 스킬 덕분에 아무 문제 없이 아스티아가 올라타고 카르바할이 페가수스에 손을 얹자 바로 스킬을 썼다.
【 워프! 】
그렇게 옮겨온 곳은 레릭 왕궁의 한복판의 광장.
굳이 힘들게 걸어 올 필요가 있나.
페가수스라는 좋은 이동수단이 있는데.
주변을 보자 이미 일주일이나 지나 수많은 유저들이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한다고 북적거렸다.
“헤에, 꽤 많네?”
“제일 핫한 곳이니까요.”
왕국 한가운데 페가수스를 타고 나타났는데 드워프 왕인 카르바할까지 옆에 있자 유저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게 몰렸다.
카르바할이야 드워프니까 드워프 왕국에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아스티아라고? 누구지? 신화 길드?”
“저런 이름은 없었는데?”
“새로 포섭한 건가?”
“누군지 아는 사람 있어?”
“아니, 모르지. 랭킹에도 없는데?”
“주호가 새로 키우는 유저인가?”
“와, 부럽네.”
신화 길드가 워낙 유명하기에 길드원이 우리 팀밖에 없다는 것은 공공연히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간첩일 정도로.
현재 자리가 많이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신화 길드에 넣어 달라고 부탁하는 유저들이 하루에 수백은 가볍게 넘어갔다.
조금 더 잘 아는 사람들은 신화 길드가 최강 길드에서 떨어져 나온 것을 알아서 대부분 사장님에게 부탁을 하는 편이었고.
그런 와중에 처음 보는 아스티아가 떡하니 신화 길드의 마크를 달고 있으니 유저들의 관심이 폭증할 수밖에.
아무 일 없이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그때 재중이 형에게 연락이 왔다.
<불멸> 왔냐?
<주호> 네, 방금 도착했어요.
<불멸> 여기 일이 터져서 네가 좀 와 줘야겠다.
<주호> 몇 층이에요?
<불멸> 7층.
요즘 힘들다더니 역시 사냥터에서 문제가 생겼구나.
르아 카르테도 중요한데 일단은 이쪽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아마도 지금 전투를 하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 나는 고대 드워프 왕에게 먼저 가겠다. 』
“아뇨, 같이 가죠. 어차피 가는 길이라.”
분명히 퀘스트에 ‘무사히’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냥 보내면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
그래서 카르바할까지 포함한 세 명이서 같이 지하 무덤으로 내려갔다.
이전에는 함정으로 뚝 떨어졌다면 지금은 1층부터 유저들이 빽빽하게 사냥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별다른 제지 없이 5층까지 내려갔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겨 버렸다.
갑자기 이상하게 주변 유저들이 몰리더니 입구 자체를 틀어막아 버렸다.
“주호 님, 여기서부터는 더 못 들어갑니다.”
“절 압니까?”
“신화 길드의 주호 님을 모르는 사람이야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 길 비키시죠. 제가 좀 바빠서.”
그런데 오히려 더 블록을 쌓으면서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길을 막아섰다.
대략 80명 정도 되나?
길드 한 개 인원이 통째로 길을 막아?
“지금 해보자는 겁니까?”
뭔가 틀어졌어.
날 안다면 이 정도까지 억지로 막아 세울 리가 없는데.
<주호> 형, 여기 5층에서부터 막아 세우는데요.
<불멸> 칫, 이쪽은 쪽수가 부족한데. 알아서 뚫고 와야겠다. 좀 일찍 오면 더 좋고. 애들이 많이 상했어.
어지간해서는 약한 소리를 하는 형이 아닌데 지금은 좀 상황이 안 좋아 보였다.
뭔지 모르지만 아예 작정을 한 건가?
바로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을 꺼내 들었다.
일주일이 지나는 사이에 다들 장비가 바뀌어 있는 것을 보면 레벨도 상당히 올랐겠고.
뚫으려면 상당히 오래 걸리겠는데.
상대방도 그런 내 모습에 긴장을 하다가 문득 내 옆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쟨 뭐야?”
“몰라, 신화 길드? 처음 보는 앤데?”
“새로 들였나?”
“장비도 제대로 안 차고 왔잖아. 쩔해 주려고 데려온 것 같아.”
“하, 저년 계 탔네. 랭킹 1위가 밀어주고.”
아무리 봐도 초보 같은데 이런 곳에 따라오니 상대방도 어이가 없을 수밖에.
심지어 아스티아는 맨손이었다.
“야, 이년아. 초보는 초보존 가서 놀아. 어르신들 노는데 끼지 말고.”
“이년?”
“뭘로 주호를 꼬신지 모르겠…….”
촤아악!
그렇게 말하려던 유저가 순간 몸이 반으로 갈리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죽어 버렸다.
“어?”
“뭐야?”
그리고 신형이 사라졌던 아스티아가 모습을 드러내 어리둥절하게 서 있던 옆 유저의 머리를 잡고는 그대로 팔을 휘둘러 벽에다 뭉개 버렸다.
푸아악!
딱 한 놈에 한 방.
순식간에 두 명의 유저를 없애 버린 아스티아가 나를 보면서 무표정하게 말했다.
“귀찮으니까 그냥 다 죽여도 되지?”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