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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99화 (589/1,404)

#599화 반쪽짜리 봉인 (8)

“저주요?”

쿵!

이쁜소녀가 깜짝 놀라 등에 메고 있던 황금색 해머를 앞으로 내려놓았다.

“응, 저주가 걸려 있네. 몰랐어? 토르 주변에 검은 기운이 득실득실 달라붙어 있는걸.”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아스티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것도 아스티아의 능력인가?

아니면 퀘스트의 일환?

그리고 이어서 나온 아스티아의 말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네가 들고 있는 그거, 가짜야.”

“네?”

“예?”

“음?”

“가짜?”

무슨 소리지?

영웅의 해머인 토르가 가짜라고?

이렇게 성능이 좋은 무기가?

“응, 가짜. 비슷하게 잘 만들기는 했는데. 누구 솜씨이려나?”

그러면서 아스티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직접 만들진 못했을 테고. 누구한테 받았어?”

그 말에 바로 머릿속에 한 녀석이 떠올랐다.

“고대 드워프 왕.”

“헤에, 역시 그 녀석인가? 하긴 이렇게 비슷하게 만들려면 그 녀석밖에는 없겠다.”

그 말을 들은 전사 형이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꺼냈다.

“흐음, 그러고 보면 정말 이상하긴 했습니다. 토르를 그냥 넘겨줄 때부터. 영웅의 무기를 시험도 없이 그냥 덥석 넘겨주는 것도 그렇고.”

전사 형은 그 부분이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때 남은 의문점들.

단순히 지하 무덤을 내려왔다고 영웅의 무기를 준다?

뭔가 조건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때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영웅의 동료라 준다는 말에 혹해서.

아니나 다를까.

아스티아도 같은 말을 했다.

“저주 걸린 가짜니까 준 거야. 없어져도 괜찮은.”

전사 형이 곧장 아스티아에게 물었다.

“혹시 무슨 저주입니까?”

이건 전사 형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궁금했다.

그렇게 한참 궁금해하는 도중 아스티아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공짜로?”

흠.

이 이상의 정보는 공짜가 아니라는 건가?

그런데 시스템 메시지가 뜨지 않는 것을 봐서는 친밀도가 낮아서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결국 내가 아스티아에게 물어보았다.

“뭐 원하는 거라도 있나요?”

그러자 아스티아가 바로 대답을 했다.

처음부터 원하는 것이 있었다는 듯.

“보증된 신분증이면 돼.”

“신분증요?”

무슨 말이지?

“응, 너희가 가지고 있는 그 신분증. 내겐 보이는걸?”

그러면서 우리 머리 위를 흘깃 바라보았다.

길드 마크가 보인다는 거려나?

NPC들이 모험가들을 보면서 바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이게 보이나요?”

“응, 나도 그것처럼 모험가의 신분증이 필요해. 지나가던 모험가들이 자꾸 길드 없으면 자기네 길드로 와 달라고 귀찮게 해서 말이야. 확 죽여 버릴까 하다가 아직은 구경할 게 많이 남아서 참았거든.”

아스티아가 다른 NPC들과 다른 점.

바로 유저처럼 아이디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유저들이 아스티아의 외모만 보고 포섭하려고 했는 걸지도.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된다면 괜찮겠지. 어차피 우리 길드 정보는 너하고 우리 팀밖에 모르니까.”

신화 길드는 딱 우리 팀만으로 만들어진 소수의 길드였다.

만약 아스티아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다른 곳으로 정보가 나갈 일은 없다는 뜻이었고.

“한번 해 보죠.”

《 길드장 주호가 아스티아에게 길드 가입 신청을 보냈습니다. 》

“헤에, 이런 식이야?”

그러자 아주 자연스럽게 아스티아가 길드 가입을 했다.

《 용마족 아스티아가 『 신화 』 길드에 가입했습니다. 》

하.

이게 정말 되네.

서버 최초로 NPC가 유저들의 길드에 들어온 사건이었다.

그것도 무려 310짜리 NPC가.

아스티아가 길드에 가입되자 정보 확인이 가능해졌다.

* * *

이름 : 아스티아

레벨 : 310

【근력 ?】 【민첩 ?】 【체력 ?】

【지력 ?】 【마력 ?】

잔여 스탯 : ?

* * *

이건 별 의미가 없네.

모든 정보가 물음표로 되어 있어 나를 실망케 했다.

310 정도의 네임드면 어느 정도로 강한가 궁금했는데.

우리 팀도 모두 확인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다들 궁금했나 봐.

반면 냅다 달려가 거울을 보던 아스티아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좋아. 좋아. 이제 날파리들이 귀찮게 안 하겠어.”

아스티아가 신화의 길드 마크가 마음에 들었는지 한껏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아스티아에게 말했다.

“저기, 아스티아.”

“왜?”

“그 길드 마크를 달고 아무나 막 죽이면 안 됩니다.”

“응? 안 돼?”

“네, 일종의 혈맹이나 가족 같은 관계라.”

“아~! 내가 죽이면 그쪽 길드 전체와 싸워야 한다는 거네?”

“네, 그런 거죠. 상황에 따라서 한 길드만 상대하는 게 아니라 연합된 수십 개의 길드와 싸워야 할 수도 있어요.”

내 말에 아스티아가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와, 재밌겠다아!”

“하아…….”

갑자기 머리가 아프려고 하네.

내가 한숨을 쉬자 아스티아가 다시 웃어 보였다.

“알아, 나도. 이미 대격전을 겪어 봤는걸.”

“그건 정말 다행이네요.”

사실 아스티아가 있으면 전 서버를 대상으로 싸워도 질 것 같진 않지만.

하마터면 전 서버에 피바람이 불 뻔했다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아마 그 상황이 일어나면 신화 길드가 학살자 길드로 남았을지도.

원하는 것을 얻자 아스티아가 내게 말을 해 주었다.

“저 무기로 공격을 하면 생명력을 빨아들여.”

체력 흡수 같은 개념인가?

토르에 그런 옵션은 없었는데?

전사 형을 비롯해 우리 팀 모두가 궁금한 표정으로 아스티아의 뒷말을 기다렸다.

그러자 아스티아가 설명을 이어갔다.

“정확히 말하면 마족의 근원, 원천 마력.”

원천 마력?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단어인데?

그때 챠밍이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혹시 토르로 당신의 원천 마력을 흡수하려고 한 건가요? 고대 드워프 왕이?”

“헤, 똑똑한 애가 있네?”

“고대 드워프 왕이 당신이 봉인 안에 없다는 사실에 엄청 당황했었거든요.”

챠밍의 질문은 핵심을 찌르는 말이었다.

고대 드워프 왕이 왜 이쁜소녀에게 가짜 토르를 주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었다.

“응, 맞아. 이 토르는 원천 마력을 흡수하는 저주를 걸어서 준 거야. 고대 드워프 왕은 봉인 안으로 못 들어오니까.”

그때 궁금한 점이 생겨서 물어봤다.

“고대 드워프 왕 휘하에 대전사 칼룬이라는 녀석이 있는데 왜 그 녀석에게 시키지 않은 겁니까?”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이 저주는 발동되고 나면 사용자는 반드시 죽어. 제물로 같이 써야 하거든.”

제물이라는 말에 이쁜소녀가 움찔했다.

재중이 형도 어이가 없는지 싸늘한 눈빛으로 혀를 찼다.

“하, 이것들 봐라? 제물?”

만약 이쁜소녀가 토르로 아스티아를 건드리기라도 했다면 분명히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말.

유저에게 한두 번 죽는 것이야 별문제가 없지만.

그 과정에서 무슨 페널티가 생길지 모른다.

특히 죽으면 날아가는 토르까지 생각해 보면 더 그렇고.

“확실히 이상하긴 했어요. 대전사 칼룬이 있는데 굳이 이쁜소녀에게 가짜 토르를 넘겨준 것이.”

실제로 대전사 칼룬 쪽이 레벨과 능력치가 더 높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쁜소녀에게 넘겨주는 것을 보고는 유저만 쓸 수 있다고 착각했었다.

알고 보니 대전사 칼룬을 살려 놓기 위해 일부러 이쁜소녀에게 준 거였어.

그때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생각났다.

“왜 내게 주지 않았을까요?”

영웅이라 주려고 했다면 내 쪽이 더 자연스러웠을 텐데…….

내 의문은 아스티아가 바로 풀어주었다.

“네가 가지고 있는 탐식이 바로 눈치챘을 거야. 가짜라는 걸. 거기다 저주까지 걸려 있으니.”

“진짜 용의주도하네요. 대체 그렇게까지 해서 고대 드워프 왕이 얻으려는 게 뭐죠?”

이건 진짜 궁금했다.

애초에 고대의 불씨는 우리가 아니더라도 살렸을지도 모른다.

다 우리의 환심을 사기 위한 연기였을 테니.

그러면 그런 연기까지 해서 얻고 싶은 것.

이게 중요하다.

그리고 아스티아는 정답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고위 마족의 신체.”

“네?”

신체라는 말에 다들 눈이 확 커졌다.

“고대 드워프 왕은 부활하고 싶은 거야. 마족으로.”

마족으로 부활한다고?

“아마 꽤 높은 마족으로 부활할걸? 굳이 내 봉인지 위에 무덤까지 만들어 가면서 용혈과 암흑혈을 빨아들였으니.”

뭐?

아스티아의 말에 모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전사 형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이 용혈과 암흑혈을 흡수하고 있던 게 아닙니까? 고대 드워프 왕이 말하기는…….”

“그 바보가 그래? 꽤 재밌네.”

“……아니군요.”

아스티아의 당당한 표정에서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아, 그리고 부활할 신체는 저 소녀의 몸이야.”

아스티아가 이쁜소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이쁜소녀가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저요?”

“응, 제물이랬잖아.”

그 말에 전사 형이 화를 냈다.

“어디 변태 같은 새끼가!”

드워프 노인이 어린 소녀의 몸으로 부활한다는 말에는 나 역시 좀 화가 났는데 옆에서 막내별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좀 의외의 말을 했다.

“그러면 그거 초상권 침해 아니에요?!”

막내별도 엉뚱하긴 하네.

그런데 그때 바로 퀘스트가 떴다.

《 메인 퀘스트 : 고대 드워프 왕의 부활 저지. 》

- 고대 드워프 왕의 부활을 막아라.

- 혹은 부활한 고대 드워프 왕 처치.

- 퀘스트 보상.

『 레릭 왕국 통치권. 』

여기서 메인이라고?

아스티아와 토르 때문에 핵심 컨텐츠에 직접적으로 닿은 모양이었다.

메인 퀘스트 내용은 단순하고 심플한데…….

보상만은 굉장했다.

무려 레릭 왕국이 보상.

이건 주력 도시 하나를 통째로 얻을 수 있는 최초의 퀘스트였다.

유적지나 거점하고는 스케일이 달라.

“이건 정말 안 할 수가 없겠네요.”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문제가 하나 생겼다.

고대 드워프 왕에게 르아 카르테의 수리를 맡겨야 하는데…….

어쩐다.

특히 봉인의 핵이 내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고대 드워프 왕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봉인의 핵은 원래 아스티아에게 있어야 하니까.

내 고민을 말했더니 재중이 형이 잠시 고민하다가 답변을 해주었다.

“꼭 그 왕일 필요가 있나.”

“네?”

“그놈 말고 다른 왕도 있잖아.”

“아……!”

“그리고 고대 드워프 왕이 살아나면 가장 짜증 나는 건 지금의 드워프 왕일걸?”

“정말 그렇겠네요.”

완전히 고쳐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우선 황실 비공정을 불러내 용의 지대에 있는 옛 드워프 지하 도시를 찾아갔다.

“워프가 있으니 완전 좋네요.”

먼 거리를 단체로 이동이 가능하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었다.

『 오! 오랜만이군. 잘 지냈는가? 』

재중이 형 말처럼 르아 카르테와 봉인의 핵을 보여 주자 온전히 수리가 가능했다.

『 이건 봉인의 핵이군! 』

그리고 카르바할이 전혀 모르는 것으로 봐서는 이쪽과 저쪽은 연락이 전혀 안 되는 모양이었다.

『 내 살아생전 완전한 영웅의 무기를 고쳐 낼 수 있다니. 그럼 나와 일주일을 함께하게나. 』

그래도 능력은 좀 딸리는 모양이고.

뭐 어떤가. 할 수만 있으면 됐지.

“형, 어쩔 수 없이 여기 묶여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 고생해라.”

“아스티아는요?”

“여기 있지 뭐. 여차하면 슥.”

드워프 왕이 다른 짓을 하면 목을 날려 버린다는 건가?

고맙긴 하네.

* * * * *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꽤 빠르게 지나갔다.

그사이 많은 일들이 벌어졌고.

『 완성되었네. 』

그리고 완전한 르아 카르테를 받아들고 옵션을 확인하자마자 깜짝 놀라 버렸다.

“하, 이건?”

『 탐식이 가진 모든 것이라네. 』

이건 좀 미쳤는데?

설마 이런 것까지 가능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제 이걸 검이라 부를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주호> 형, 완성됐어요.

<불멸> 좋냐?

<주호> 네, 오랜만에 네임드들 한번 털어야 할 것 같아요.

진짜 르아 카르테를 보여 주기 위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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