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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94화 (584/1,404)

#594화 반쪽짜리 봉인 (3)

우리가 지하에서 살아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지하에 있는 봉인당한 마물을 제거했다는 말이었다.

그걸 알기 때문에 고대 드워프 왕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 봉인된 마물을 해결해 주다니 정말 고맙구나. 』

대전사 칼룬이 따로 이야기를 안 한 건가?

하긴 생각해 보면 NPC끼리 귓속말을 하는 기능은 없을 것 같고.

지금껏 칼룬은 바로 옆에 있었으니까, 고대 드워프 왕은 듣지못했을 것이다.

힘들게 잡은 녀석이 가짜라는 것을.

그걸 바로 잡기 위해 대전사 칼룬이 고대 드워프 왕에게 말을 올렸다.

『 사실, 말씀하신 마물과는 다른 마물이 있었습니다. 』

『 그것이 무슨 소리더냐? 』

고대 드워프 왕의 당황하는 모습.

아예 까맣게 모른다는 표정에 눈을 가늘게 뜨고 고대 드워프 왕을 계속 살폈다.

저게 연기라면 정말 상을 줘도 모자라겠는데.

이어 대전사 칼룬이 지하의 거대한 뱀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 고대 드워프 왕의 표정이 시커멓게 죽어 버렸다.

『 설마 벌써 봉인을 무시할 만큼 힘을 모았단 말인가!? 』

고대 드워프 왕은 우리가 잡은 거대 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도 없어 보였다.

원래 봉인 안에 있어야 했던 녀석이 사라졌다는 것에만 관심을 보일 뿐.

그리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이미 잡은 녀석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주호> 설마 퀘스트를 못 깼다고 우기진 않겠죠?

<불멸> 확실히 지금 저 표정을 보면 당장 뭔가를 더 부탁할 생각 같기도 해. 보통은 여기서 추가로 더 퀘스트를 주더라고.

<주호> 그건 안 돼죠.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불멸>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주호> 배 째라고 해야죠.

정체도 모르는 네임드가 봉인을 깨부수고 나가든.

도망을 가든 당장은 중요한 일은 아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일은 이전에 받은 퀘스트가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는가 안 되는가였다.

특히 르아 카르테와 저 황금의 해머.

두 개의 봉인이 모두 걸린 일이다 보니 이쪽은 확실하게 처리가 되어야 했다.

이야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말려들어 가기 전에 일단 선수를 쳤다.

“일단 우리 할 일은 다 한 것 같은데요?”

그 말에 고대 드워프 왕과 대전사 칼룬이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정산은 똑바로 해야지.

고대 드워프 왕이 했던 부탁은 지하에 있는 마물을 잡아달라는 것이었다.

그게 정체가 뭐든.

우리는 일단 잡았으니까.

고대 드워프 왕이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 흠흠, 그게 말일세……. 』

“보상부터.”

『 내가 말했던 것은 그 마물이 아닌……. 』

“줄 건 주고, 받아 가시죠? 아마추어도 아닌데.”

<불멸> 오! 많이 늘었는데?

<주호> 누구 옆에서 매일 보고 배우니까요.

<불멸> 크큭, 내가 좀 잘 가르치지.

재중이 형이 맘에 들었다는 눈빛을 교환하고는 고대 드워프 왕에게 말했다.

“보상 안 주시면 앞으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입니다.”

재중이 형 말은 보상은 확실히 주고 난 뒤에 다른 부탁을 하라는 뜻이었다.

잠시 멈칫한 고대 드워프 왕이 곧 한숨을 쉬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 흐음, 알겠네. 어차피 고대의 마물을 잡기 위해선 자네들의 도움이 필요하니까. 』

고대 드워프 왕의 말이 끝나자 바로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 메인 퀘스트 완료 : 고대 드워프 왕의 시험. 》

- 고대의 마물 제거.

- 퀘스트 보상

고대의 불씨 활성화.

『 잠시 기다리게나. 』

그리고 고대 드워프 왕과 대전사 칼룬이 돌아다니며 무언가 조작을 하자 주변에 있던 용광로들이 서서히 기운을 회복하면서 하나둘씩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용광로에서는 붉은 불과 검은 불이 동시에 타오르면서 서로 춤을 추듯이 섞여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고.

전보다 훨씬 화끈하게 주변 공기가 변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바닥에서도 더욱 강력한 용암을 흘러내렸고.

그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본 고대 드워프 왕이 우리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 지하 무덤의 용혈과 암흑혈의 기운을 먹어치우던 마물이 사라져 이제 고대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게 되었네. 』

《 드워프 지하 무덤의 고대의 불씨를 최초로 활성화시켰습니다. 》

《 원정대 포인트 100000p 획득! 》

퀘스트가 완료되면서 순식간에 포인트가 추가되었다.

무려 10만 포인트나.

이로써 기존 포인트와 합치면 25만이 넘어가는 포인트를 한 번에 모을 수 있었다.

<주호> 이대로 쉬어도 1등 하는 것 아닐까요?

<불멸> 아직은 몰라. 이제 시작이니까.

그런 대화를 하던 중 고대 드워프 왕이 기뻐하는 모습과 함께 의외의 선물을 주었다.

『 드디어 염원하던 일들을 할 수 있겠군. 그리고 그대들에게 고대의 불씨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겠네. 』

《 고대 드워프 왕에게서 드워프 지하 무덤의 용광로 사용 권리를 넘겨받았습니다. 》

꽤 좋은데?

설마 하니 직접 사용할 수 있게 해 줄 줄이야.

그리고 단순히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 고대 드워프 왕의 무덤이 활성화됩니다. 》

《 무덤의 지상 층에 드워프들의 새 왕국이 건설됩니다. 》

드워프들의 새 왕국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

“형, 이건?”

“흠, 괜히 10만 포인트나 준 게 아니었어. 설마 봉인을 처리한 것이 새 왕국을 여는 열쇠였다니. 아마도 전에 우리가 봤던 지하 왕국이 임시 피난처 같은 개념이었다면 이번이 진짜 왕국이 아닐까?”

재중이 형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5분 뒤 드워프의 왕국 시스템 업데이트를 위한 긴급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고객님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

역시.

점검인가.

또 밖에서는 난리가 나겠는데.

아니나 다를까.

채팅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 하, 요즘 잠잠하다 했더니 또 점검이야?

- 이번에도 우리 서버만 하네. 진짜 나긴 난 서버다.

- 새 지역 열린 지 얼마나 됐다고 다 찾아냈나 봐.

- 그런데 드워프 왕국? 그거 용의 지대에 있지 않았나? 또 생겨?

-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뭐가 변하긴 하나 봄.

- 위치가 어딘데?

- 당연히 모르지.

- 이거 또 주호네 작품 아냐?

- 에이, 이번에도 그럴까.

- 아니. 맞을 듯. 얼마 전에 개떼처럼 쫓겨 나왔잖아. 해원 쪽 유저들.

- 그렇네. 들어 보니까 주호 쪽 연합 애들 남았다고 하던데.

- 그럼 위치가 지하 무덤인가?

- 다시 접속해 보면 알겠지.

유저들은 우리가 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걸 본 재중이 형이 씨익 웃었다.

“사람들 꽤 예리한데?”

나도 그 말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고.

매번 우리가 점검을 만들어 내니 이젠 알아서 우리라고 생각해 버린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5분.

“나머지도 받아야죠.”

접속이 풀리고 나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바로 인벤에서 거대 뱀을 잡고 나온 아이템도 꺼냈다.

『 봉인의 핵 / 용혈과 암흑혈이 섞여 있는 핵 』

그걸 보자마자 고대 드워프 왕의 눈이 확 커졌다.

『 봉인의 핵이 그대로 남아 있었군. 』

정확히 말하자면 그 거대 뱀이 먹어치운 거였다.

그리고 고대 드워프 왕이 딱 우리가 기다리던 그 말을 해주었다.

『 봉인의 핵만 있다면 영웅의 무기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 』

그리고 나와 이쁜소녀를 번갈아 보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봉인의 핵이 하나밖에 없구나. 봉인의 핵 하나로는 둘 다 한꺼번에 활성화시키지 못한다. 』

“하나만 선택하라는 건가요?”

내 말에 고대 드워프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의 서브 퀘스트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니.

이거 참.

난감한데?

바로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이 뭔가를 빠르게 물었다.

“봉인의 핵을 다시 얻을 수 있습니까?”

그 말에 고대 드워프 왕이 역시 긍정의 표시를 했다.

다만 이번에 조건이 붙었고.

『 봉인의 핵은 다른 개체에게서 또 얻을 수 있다. 』

재중이 형이 그 말에 바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결국 봉인을 빠져나간 녀석을 잡으라는 건가…….”

“어떻게 하죠?”

“흐음, 어쩐다? 너부터 할래? 아님 소녀부터? 시간 없다. 빨리 결정해야 해.”

곧장 재중이 형의 시선이 이쁜소녀에게 가서 닿자 이쁜소녀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오빠 꺼 먼저 해 주세요!”

“괜찮겠어?”

“네!”

그런데 그때 내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해머 먼저 하죠.”

“네?”

“르아 카르테는 지금 수준으로도 충분히 좋아. 아마 더 좋아지더라도 옵션 한두 개가 늘어나는 정도일 수도 있고. 반대로 네 해머는 숨겨진 옵션이 있으니까.”

굳이 하나를 풀어야 한다면 지금은 해머 쪽이 우선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럼 그렇게 해. 어차피 더 고민할 시간도 없어.”

재중이 형이 이쁜소녀에게 신호를 하자 이쁜소녀가 머뭇거리다가 황금의 해머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고대 드워프 왕에게 보여 주었다.

“이걸로 해 주세요.”

황금의 해머와 봉인의 핵을 받아간 고대 드워프 왕이 말했다.

『 작업을 하려면 하루의 시간이 걸린다. 하겠는가? 』

하루?

단 하루라는 말에 뭔가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내 표정을 본 재중이 형이 피식 웃어 보였다.

“고대 드워프 왕이라 능력이 좋은가 봐.”

“확실히 저 때는 그냥 왕이긴 했죠.”

어쨌거나 시간이 줄어서 다행이려나?

예전처럼 일주일씩이나 잡혀 있었다가는 답도 없었다.

“다시 접속해 보면 시간이 다 흘러가 있을까요?”

“그러면 좋긴 하겠네.”

어차피 점검 시간이라 굳이 멍 때리면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는데.

『 그럼 각인을 위해 그대의 피가 필요하구나. 』

나 때와 똑같네.

그렇게 이쁜소녀가 해머를 잡고 각인을 한 뒤 엔느를 바라봤다.

엔느는 우리와 사정이 다르니까.

“아시다시피 무기가 하나뿐이라.”

나누기 어렵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했더니 엔느가 괜찮다는 듯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처음 약속대로, 암흑혈만 가질 수 있으면 돼요.”

주변에 널린 것이 암흑혈이라 딱히 주거나 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주변에서 가져가면 되니까.

그럼에도 역시 궁금한 점 하나.

“으음, 그게 왜 필요한지 물어봐도 될까요?”

우리와는 전혀 다른 뭔가가 있어.

그게 좋은 방향인지 나쁜 방향인지는 아직 전혀 알 수 없었다.

내 물음에 엔느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노코멘트 할게요. 영업 비밀 하나씩은 다 있잖아요?”

“뭐 그렇다면 할 수 없죠.”

대체 암흑혈로 뭘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약속은 약속이라.

그리고 딱 여기까지다.

엔느와의 연합은.

“덕분에 미로를 잘 빠져나왔습니다.”

“저도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최고의 패를 잡았었어요.”

“너무 띄워 주시네요.”

“그럼, 다음에 봐요.”

그리고는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암흑혈을 주워서 인벤에 넣고는 바로 사라져 버렸다.

우리도 암흑혈을 주워 올렸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파편이었다.

『 암흑혈의 파편 / 용도 알 수 없음. 』

나중에 제작 재료로 쓰이려나?

그리고 접속이 끊기면서 VRS를 나오니 상쾌한 바람에 몸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흐음.

VRS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처음에 르아 카르테가 반응을 했던 것은 아마도 그 봉인의 핵 때문이었나?

그때는 영웅의 무기가 두 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르아 카르테는 자신의 완성을 위해 봉인의 핵을 찾아냈던 것 같았다.

그러자 곧장 다른 생각으로 이어졌다.

르아 카르테가 있으면 두 번째 봉인의 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주변으로 가기만 해도 반응을 할 테니.

일단 거대 뱀을 다시 잡는다고 봉인의 핵을 또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결국은 잡아야겠지만.

그리고 게시판을 바라보는데 역시 우리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손을 멈칫했다.

고대 드워프 왕이 경계할 정도의 네임드가 빠져나갔다는데…….

아무 일도 없어?

게시판을 쭉 훑어봤지만 특별한 전조 같은 것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곧장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승호> 형,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재중> 뭐가?

<승호> 그 정도로 강한 네임드가 봉인을 뚫고 나갔다는데 아무 일도 없잖아요.

<재중> 아, 나도 그건 이상하더라. 너무 조용해.

역시 재중이 형도 이상함을 느꼈구나.

그리고 재중이 형이 말을 이었다.

<재중> 만약에 내 생각이 맞다면…… 아마 이때까지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승호> 네?

<재중> 이 녀석. 굉장히 지능적인 놈일 수도 있어.

<승호> 설마…… 모습을 숨겼다는 건가요?

<재중> 아직 정확하게는 모르지.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다.

지금껏 나왔던 네임드는 하나같이 호전적이고 유저들만 보면 죽이지 못해 날뛰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완전히 반대였다.

정말 정체를 알 수가 없네.

크기도.

형체도.

아무 것도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승호> 역시 고대 드워프 왕에게 물어봐야 할까요.

<재중> 그게 제일 빠르겠지.

* * * * *

역시 새 왕국이 업데이트 되는 패치라 점검이 오래 걸렸다.

거의 꼬박 하루가 지난 뒤 접속을 하자 이전과 같은 용광로에 접속이 되었다.

그리고 이미 들어와 있던 이쁜소녀가 고대 드워프 왕과 함께 황금빛 해머를 손에 쥐고 있었다.

설마 그사이 완성된 건가?

내 시선을 느낀 이쁜소녀가 뒤를 돌아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헤헷, 들어오니까 다 되어 있어요!”

“좋네.”

“이거 봐요! 완전 좋아요!”

그러면서 이쁜소녀가 내게 황금빛 해머의 옵션을 보여 주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옵션들이 다 보였다.

그런데 그중 한 가지 옵션을 보고는 깜짝 놀라 해머를 놓칠 뻔했다.

- 모든 공격 광역 판정.

대체 뭐야?

이 해머는.

완전 미쳤잖아?!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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