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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93화 (583/1,404)
  • #593화 반쪽짜리 봉인 (2)

    막상 휘두른 이쁜소녀가 더 놀랄 정도의 엄청난 효과.

    빠른 속도로 공동을 주파하던 거대한 뱀 형태의 몬스터를 그 자리에서 주저앉게 만들어 버렸다.

    재중이 형도 그걸 보고는 바로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장난 아니잖아?!”

    챠밍 역시 깜짝 놀랐고.

    “정말 멈춰 세웠어요!”

    사실 이 공동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안 놀란 사람이 없었다.

    단독으로 저 커다란 녀석을 눌러 버리다니.

    대체 저 무기.

    정체가 뭐지?

    봉인이 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이쁜소녀를 바라보자 몸에 경직이라도 일어났는지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충격파?

    아마도 이 정도의 위력이 나올 거라는 이쁜소녀가 생각을 못 해서 그런지 폭발에 같이 휩쓸린 것 같았다.

    “이잉! 저 못 움직여요……!”

    낑낑대면서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고는 달려가려다가 재중이 형이 외치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일단 달려들어! 소녀는 회복하고.”

    설마 이 정도까지 완벽하게 제압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모두 멍하게 있다가 뒤늦게 재중이 형의 외침이 우리를 깨웠다.

    그래, 지금 이렇게 멍 때릴 때가 아니지.

    곧장 거대한 뱀 몬스터에 접근해 녀석을 살폈는데 마치 처음에 스킬 다발을 날렸을 때와 똑같이 완전히 침묵해 있었다.

    그걸 확인한 후 르아 카르테를 집어넣고 다시 발루딘과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 들고는 녀석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헤집었다.

    파각!

    카가각!

    파가각!

    두 개의 블레이드에 비늘이 갈리면서 나는 소리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검은 비늘이 박살 나면서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방어력이 상당히 낮아져 있어?

    원래라면 이 정도까지 칼이 잘 들어가진 않을 텐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녀석의 몸을 타고 흐르는 뇌전이 뭔가 추가 효과를 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재중이 형도 그걸 알았는지 듀라한 스피어로 열심히 공격을 하다가 막내별을 불렀다.

    “막내별! 방어력 좀 더 깎아 봐!”

    “넵!”

    그러자 바로 검은 구름들이 주변으로 생성되면서 녀석의 몸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 블랙 클라우드! 】

    예전에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잡아서 얻은 스킬들 중에 하나.

    검은 구름 안에 들어간 상대의 방어력을 대폭 낮추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처럼 대놓고 딜을 퍼부을 때는 이쪽이 훨씬 좋지.

    그렇게 방어력이 더 낮아지자 전사 형, 나르샤 누나, 엔느의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는지 거대한 뱀의 옆구리가 사정없이 찢기고 터져 나갔다.

    그사이 챠밍이 모아 둔 마력을 바닥까지 긁어모아 가진 마법을 퍼붓는 모습이 보였다.

    챠밍의 앞에서 돌아가는 마법진만 무려 세 개.

    그것도 하나같이 네임드를 잡고 나온 마법들이었다.

    【 트리플 캐스팅! 】

    【 헬 라이팅! 】

    【 아쿠아 브레스! 】

    【 기가 라이트닝! 】

    지금처럼 몬스터가 대놓고 멈춰 있는 경우 자체가 잘 없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개체에 쓰다가 빗나가 버리면 스킬의 쿨과 마력이 모두 날아가 버리니까.

    다른 스킬들이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지만 저렇게 큰 마법을 중첩해서 쓰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이쁜소녀가 완벽하게 녀석을 멈춰 세워, 챠밍이 온전히 스킬을 날릴 시간을 벌어 주었다.

    곧 최강의 마법 세 가지가 동시에 쏟아지면서 거대한 녀석의 몸통을 통째로 녹이고 터트리면서 지져 버렸다.

    콰아앙!

    파아악!

    치지직!!

    더없이 화려한 이펙트와 강력한 폭발에 순간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역시 한 방 위력은 챠밍이 최강이야.

    이런 위력은 다른 유저들이 무슨 짓을 해서도 절대 낼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사이 이쁜소녀가 황금빛 영웅의 해머를 바닥에 끌면서 내 옆으로 달려왔다.

    아무리 봐도 저 해머.

    너무 무거워 보여.

    “괜찮아?”

    “네! 이제 몸이 움직여요.”

    그러면서 이쁜소녀가 제 자리에서 팔짝팔짝 뛰었다.

    팔팔한 것을 보니 특별히 문제는 없어 보이네.

    “상태는?”

    “아! 마력이랑 체력이 잔뜩 떨어졌어요.”

    으음?

    체력이야 폭발에 당했다고 하면 빠지는 게 당연한 거고.

    마력이 빠져?

    혹시 뭔가 스킬이 써진 건가?

    지금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네.

    “한 번 더 해볼래?”

    “네!”

    저 이상한 해머의 정체를 알려면 역시 공격이지.

    그렇게 이쁜소녀가 다시 온몸을 비틀어 황금색 해머를 크게 휘두르자 깜짝 놀란 모두가 잠시 공격을 멈추고 떨어졌다.

    퍽!

    응?

    반응이 이상한데?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조용한 타격음 정도만 들렸다.

    이쁜소녀도 휘두르면서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는데 그 긴장감이 무색하게 정말 아무 폭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무거운 해머가 비늘에 가서 툭 친 것 정도의 효과?

    “에?!”

    “응?”

    “어?”

    우리 팀의 반응도 마찬가지.

    당연히 이전과 같은 강력한 뭔가가 나올 것 같았는데...

    다시 한 번 이쁜소녀가 영웅의 해머를 휘둘러서 녀석의 옆구리를 쳤으나 이번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는 몇 번 더 휘둘러보고 이쁜소녀가 나를 보면서 울상을 지었다.

    “힝! 오빠, 이거 이상해요.”

    “나도 잘 모르겠네…….”

    바로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 쪽을 보자 재중이 형 역시 어깨를 으쓱하면서 옵션을 잘 모르겠다는 표시를 했다.

    그렇게 의아함을 표시하는 동안 다시 녀석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떨어져! 일어난다!”

    전사 형의 외침에 다들 녀석에게서 멀리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전사 형이 바로 챠밍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챠밍의 한 방이 가장 강할 테니.

    일어나자마자 챠밍을 볼…….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녀석의 머리가 챠밍이 아닌 이쁜소녀에게로 돌아갔다.

    설마.

    그 한 방이 그렇게 강했던 건가?

    의외의 상황에 잠시 당황했지만, 전사 형이 다시 달려와 녀석의 머리를 돌려세웠다.

    【 데스나이트 피어! 】

    “으차! 둘 다 떨어져!”

    “으앙, 살았다아!”

    이쁜소녀가 먼저 떨어져 나가고 전사 형이 녀석을 맡자 다시 원래의 레이드 상태로 돌아갔다.

    그리고 대전사 칼룬이 달려와 어글을 가져갔고.

    제대로 어글이 잡힐 때까지 기다려야겠는데…….

    그 사이 재중이 형이 이쁜소녀에게 가서 뭔가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마력이나 체력 등 상태도 동시에 물어보고.

    그걸 다 듣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쁜소녀에게 말했다.

    “최대한 많이 휘둘러 봐.”

    “네!”

    그리고 재중이 형의 호위를 받으면서 이쁜소녀가 계속 해머를 휘둘러 녀석의 몸체를 때렸다.

    그렇게 이쁜소녀가 한참을 때려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재중이 형이 그만하라고 손을 들려는 그때.

    콰아앙!!

    파지지직!!

    예의 그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서 거대한 뱀이 다시 한 번 전기구이가 되어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이번에는 미리 긴장하고 있어서인지 이쁜소녀가 바로 폭발을 피한 다음, 기뻐하면서 팔짝팔짝 뛰었다.

    “우앙! 됐당!”

    그 폭발을 본 재중이 형의 표정은 더없이 복잡해졌다.

    잠시 생각을 하던 재중이 형이 결국 답을 찾아내었다.

    “아놔, 이제 알겠네.”

    뜻밖의 폭발에 공격하는 것도 잊은 나와 이쁜소녀가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우리 팀도 궁금하긴 마찬가지.

    “저거 확률형 무기야.”

    “네? 그게 무슨?”

    “저 강력한 한 방. 확률적으로 터진다고.”

    그 말을 듣고는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같은 건가요?”

    “빙고.”

    드래곤 슬레이어에도 분명히 비슷한 옵션이 있었다.

    크리티컬 적용 시 일정 확률로 전체 체력을 깎아 내는.

    “드래곤 슬레이어야 네 녀석이 안 쓰면 거의 못 터트리니까 보통 사람들이 쓰기에는 이쪽이 훨씬 나을 거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일단 크리티컬을 먹여야 하고 거기서 다시 확률을 따져야 했다.

    이 크리티컬을 먹이는 부분에서 대다수의 유저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옵션 자체가 거의 안 터지는 옵션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고.

    “살펴보니까 딱히 소녀가 크리티컬을 넣은 게 아닌데도 터지더라고.”

    드래곤 슬레이어와 확연히 다른 점.

    크리티컬을 넣을 필요가 없다.

    그냥 대놓고 갈기기만 해도 터지는.

    사기 중에 사기.

    그것도 저런 네임드급의 몬스터를 한 방에 다운시킬 강력함까지 가지고 있었고.

    전사 형도 뜨악한 얼굴로 그 해머를 바라봤다.

    “완전 밸붕이군요.”

    반면에 재중이 형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지금 쓰라고 내놓은 무기는 아닌 것 같은데? 주호가 칼룬을 1:1로 눌러 버리지 않았으면 이 무기도 없었어. 아마 한참 뒤에나 나와야 하는 무기였을 거다. 여기 난이도도 그렇고.”

    이 모든 것이 내가 대전사 칼룬을 눌러 버리면서 나온 결과였다.

    설사 최하층에 왔더라도 허탕을 치거나 저 영웅의 무기를 얻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고.

    재중이 형이 이쁜소녀를 보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요, 복덩이 같으니라고. 너만 있으면 문제없겠다, 여긴.”

    그 말에 이쁜소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완전히 주목받는 상황이라 더 그런 것 같았고.

    “그렇다고 해도 확률이 너무 낮아. 방금 이백여 대를 때려도 한 방 터질까 말까라서 아마 0.5%도 안 나올 거야. 어쩌면 그보다 확률이 더 낮을 수도 있고.”

    “엄청나게 많이 때려야 한다는 말이죠?”

    “그렇지.”

    저 무거운 해머를 그렇게 많이 휘두르려면 휘두르는 사람이 먼저 지치겠는데?

    이쁜소녀를 보자 굳게 각오를 한 듯 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저 할 수 있어요!”

    그 활기차고 또렷한 눈빛에 다들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러니 안 좋아할 수가 있나.

    재중이 형도 웃으면서 말했다.

    “자자, 지금부터는 이쁜소녀에게 공격 찬스 전부 몰아준다. 아무 걸림돌 없이 싸울 수 있게.”

    그 뒤로는 전사 형과 재중이 형, 엔느 할 것 없이 이쁜소녀가 프리로 딜을 할 수 있게 완전히 붙어서 도와주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

    마력 소모.

    【 마력 전이! 】

    이쁜소녀는 마력이 높은 편이 아니라서 금방 소모되었는데 부족분을 내가 바로 채워 주자 아무 문제없이 한 방을 터트릴 수 있었다.

    지금 확인해 본 결과, 다른 사람들은 마력이 부족해서 저걸 제대로 못 쓸 것이다.

    이쁜소녀도 그걸 아는지 내게 고마워했고.

    “오빠! 고마워요!”

    “그래, 열심히 치기만 해다오. 뒤는 다 우리가 봐준다.”

    헤이스트까지 써 가며 신나게 휘두르는 이쁜소녀 덕분에 수시로 거대 뱀이 다운되자 난이도가 한없이 바닥으로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사기네.

    주변에서 서포트가 들어가면 저 해머는 진짜 사기에 가까웠다.

    이곳 한정일지 다른 곳에서도 먹힐지는 봉인을 더 풀어 봐야 알겠고.

    저게 진짜 르아 카르테와 맞먹는 무기라면.

    아마 밖에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내 쪽에서는 체력을 계속 갉아 나갔고, 이쁜소녀는 다운을 수시로 시키면서 녀석을 완전히 말려 버렸다.

    얼마 뒤.

    제대로 반항도 못 해본 거대 뱀이 완전히 쓰러지면서 수도 없이 많은 검은 비늘을 떨어뜨렸다.

    《 드워프 지하 무덤의 (가짜) 봉인 파수꾼을 최초로 처치하셨습니다! 》

    《 원정대 포인트 73500p 획득! 》

    《 진짜 봉인 파수꾼에 대한 정보 획득! 》

    《 원정대 포인트 50000p 획득! 》

    거대 뱀을 잡자 그동안 받아야 했던 포인트가 한 번에 들어왔다.

    완전히 잡고 난 뒤에야 이 녀석이 가짜 봉인 파수꾼이라는 명칭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전사 칼룬이 말했던 이미 빠져나간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만으로도 무려 5만 포인트를 받아 냈다.

    다들 시스템 메시지를 받았는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사 형이 쓰러져 사라져가는 거대 뱀을 바라보다가 포인트를 다시 확인하고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녀석이 7만인데…… 정보만으로 5만을 준다고? 대체 얼마나 굉장한 녀석이 빠져나갔다는 거지?”

    “그러게요.”

    정말 쉽지 않겠는데.

    그리고 거대 뱀이 쓰러진 자리에는 한 가지 아이템 말고는 다른 아이템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 봉인의 핵 / 용혈과 암흑혈이 섞여 있는 핵 』

    이 거대한 녀석이 품고 있던 핵심인 것 같았다.

    고대 드워프 왕이 말했던.

    주변에 떨어져 있는 꽤 다수의 검은 비늘을 모두 줍고 난 뒤 재중이 형을 보면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아이템이나 스킬은 없네요.”

    “이벤트 몹…… 뭐 그런 건가?”

    “나름 기대했는데.”

    재중이 형도 같은 표정을 짓다가 이내 표정을 풀어 버렸다.

    “저 비늘이 뭔가를 해 주겠지.”

    그리고는 재중이 형이 대전사 칼룬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 이제 나갈 방법은?”

    그러자 대전사 칼룬이 품에서 뭔가의 크리스탈을 꺼내 들었다.

    『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

    이 녀석.

    처음부터 나갈 방법을 가지고 있었잖아?

    크리스탈을 사용해 단체로 텔레포트가 되자 이전의 그 용광로가 가득한 장소로 돌아왔다.

    역시 여긴가.

    그리고 고대 드워프 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어서 오시게. 』

    전과 다르게 환하게 반기는 것 같은 그 표정에서 왠지 모를 가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놈도 뭔가 꿍꿍이가 있어.

    우리에게 다 말하지 않은.

    일단.

    받을 것부터 다 받아 낸다.

    그리고.

    확인해 봐야겠지.

    밖에 어떤 미친 네임드가 돌아다니고 있는 가를.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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