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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91화 (581/1,404)

#591화 왕의 시험 (6)

지금까지는 두 개의 블레이드 중 하나는 반드시 르아 카르테를 넣었다.

현재 르아 카르테가 가진 최대의 장점.

마력 흡수 옵션이 내게 필요했기 때문에.

내가 보유하고 쓰고 있는 스킬들의 대부분이 엄청난 마력을 잡아먹는 스킬들이다.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스킬은 오러 블레이드.

그리고 또 하나는 발루딘의 용병왕의 분노.

두 개는 동시에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마력을 많이 잡아먹었다.

아마 르아 카르테가 없었다면 시도조차 못 해볼 조합이었겠지.

오러 블레이드와 용병왕의 분노를 동시에 쓰는 조합이 현재 내게는 가장 강력한 조합이었다.

그런데 드래곤 슬레이어가 진화하면서 이런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빼더라도...

진(眞) 드래곤 슬레이어의 옵션이라면 오히려 대미지를 더 뽑아낼 수도 있어!

르아 카르테 자체는 대미지가 엄청나게 나오는 무기가 아니니까.

다른 네임드 무기들에서 필요한 옵션들을 이리저리 짜깁기 한 결과물이 르아 카르테였다.

물론 그 옵션들 하나, 하나가 굉장한 것들이지만.

르아 카르테의 문제는 확실한 한 방이 없다는 사실.

메인이라 할 만한 옵션이 없어서 대미지를 크게 올려주지는 못 했다.

마력 흡수, 체력 흡수 같은 옵션들은 전투를 길게 가져갈 수 있게 도와주는 옵션이지 딜을 올려주는 옵션은 아니다.

관통 확률과 치명타 대미지를 올려주는 옵션이 있지만 이것도 드래곤 슬레이어에 비하면 많이 모자라는 편이었고.

특히 관통 확률은 35% 와 80%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났다.

반대로 드래곤 슬레이어는 드래곤과 악마형에 대한 피해, 체력 감소, 관통 확률.

모든 옵션들이 지금 저 네임드에게 통용되는 옵션들이다.

단순 딜량만 따지고 보면 드래곤 슬레이어가 압도적.

이런 이유로 드래곤 슬레이어와 발루딘을 처음으로 조합에 넣었다.

얼마나 자주 녀석을 다운 시킬 수 있을지 모르는 이상은.

이 한 번에 모든 딜을 다 꽂아 넣어야 해!

비록 그 시간이 너무나 짧더라도.

전사 형에게 튀어 나오는 방향을 완전히 읽혀 치명타를 허용한 네임드가 잠시 부들거리면서 그 자리에서 다운되자 나와 재중이 형을 비롯한 모두가 달려들었다.

“각자 알아서 퍼부어!”

재중이 형이 크게 외치자 다들 녀석의 커다란 덩치 곳곳에 달라붙어서 딜을 넣었다.

특히 녀석의 머리 부분에 집중적으로.

다른 곳에 딜을 넣는 것보다는 확실히 이쪽이 대미지가 클 테니까.

그때 전사 형이 급하게 물었다.

“어글은 어떻게 합니까?!”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이 녀석, 일어나면 다시 터널로 들어가 버릴 거야.”

“만약에 안 들어가면요?”

전사 형의 그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딜을 넣었다.

“네가 있는데 뭔 걱정이냐.”

“하아, 역시 그렇죠. 몸으로 때우는 건.”

전사 형의 푸념과는 별개로 정말 열심히 공격을 했다.

그래, 어차피 어글은 전사 형이 잡아줄 터.

최대치로 간다.

【 용병왕의 분노! 】

가자!

녀석의 머리 부분에 달라붙자마자 용병와의 분노를 시전해 딜을 끌어올렸다.

연속 공격만 성공한다면 용병왕의 분노는 더 없이 강력한 아군이 되어준다.

거기다 두 개의 블레이드를 휘두르는 속도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스킬을 추가했고.

【 헤이스트! 】

그 상태로 드래곤 슬레이어와 발루딘을 휘두르자 단 한 번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란 용의 현태를 한 네임드의 머리 비늘에 바로 생채기가 났다.

그리고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정확하게 같은 자리를 연속으로 그어내자 머리 비늘이 점점 깊게 패여나가기 시작했다.

파각!

파각!

녀석의 방어를 깨 부셔줄 오러 블레이드는 없지만 그만큼 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워주었다.

거기다 관통 확률이 도합 100%가 넘어갔다.

발루딘에서 40%.

진(眞) 드래곤 슬레이어에서 80%.

100%가 넘어가면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이건 무조건 관통이 통하지 않을까?

아니, 이건 확신을 할 순 없었다.

전에 대전사 칼룬이 관통에 저항하는 것을 보면.

새 지역에서는 관통에 저항하는 녀석들이 분명히 있을 테고.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네임드 역시 관통에 저항할 확률이 존재했다.

그런 우려와는 다르게 관통이 계속 들어가는지 녀석의 거대한 몸이 통째로 들썩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정확하게는 내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휘두를 때 마다.

그러자 레비아탄 배틀 액스로 내려치다가 이쁜소녀가 깜짝 놀라 외쳤다.

“꺄악! 일어나려나 봐요!”

“아니야. 집중해!”

“네넵!”

이건 일어나려는 게 아니라 드래곤 슬레이어의 대미지가 그대로 박히고 있다는 뜻이었다.

특히 크리티컬 시 확률적으로 체력을 깎는 옵션.

이 녀석이 발동했을 확률이 있었다.

관통으로 녀석의 방어를 깨 부신 덕분에.

녀석이 드래곤과 악마형이라고 생각해보면 이번 한 번으로 5%인가?

그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녀석의 몸 전체에 갑자기 상처가 벌어지더니 곳곳에서 출혈이 시작되었다.

심지어 우리가 공격하지 않았던 부위까지.

이거 잘 하면 승산이 있겠는데?

드래고 슬레이어와 발루딘을 휘두를 때마다 대미지가 추가 누적되는데 그게 전부 관통으로 들어가니 크리티컬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들썩임.

총 두 번의 큰 움직임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로써 10퍼.

녀석의 총 체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녀석의 총 체력은 상관없지.

그때 녀석이 몸을 뒤집으면서 일어나려고 하자 재중이 형이 외쳤다.

“다들 떨어져! 전사만 대기!”

“네!”

“알았어요!”

재중이 형이 신호하자 다들 네임드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과연 녀석이 나를 볼까?

아니면...

정말 재중이 형 말대로 다시 터널로 들어가 버리는?

전사 형이 녀석 앞에 혼자 버티면서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아, 난 이럴 때가 제일 떨리더라.”

그리고 얼마 뒤 녀석이 거대한 몸 전체를 발광하면서 주변 바닥을 한꺼번에 초토화 시켰다.

“큭! 내가 제일 못 때렸다고! 화풀이는 다른데서 해!”

아니나 다를까.

전사 형의 말을 듣기라도 하는 듯 녀석 머리가 곧장 내게로 돌아갔다.

역시 지금 준 대미지가 있으니.

나를 돌아보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러자 전사 형이 바로 녀석의 머리 앞에 붙어 녀석의 시선을 끌었다.

【 징벌의 사슬! 】

스킬로 만들어진 사슬이 곧장 날아가 녀석의 머리에 감겼는데 이때 의외의 상황이 일어났다.

녀석의 거대한 고개가 움직이자 징벌의 사슬이 통째로 끊기면서 파괴되어 버렸다.

“이게 안 돼?!”

지금껏 어글 스킬을 부셔버리는 네임드는 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전사 형이 굉장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바로 연이어 다른 스킬들을 꺼내들었다.

“안된다면 이건 어떠냐!”

【 오우거의 외침! 】

광역 어글 스킬.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녀석이 전사 형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와, 이 새끼 봐라?!”

【 싸이클롭스의 외침! 】

전사 형이 아예 어글 스킬이란 스킬을 다 꺼내 쓰기 시작했다.

범위는 좁지만 광역 스턴도 겸하는 싸이클롭스의 외침을 쓰자 아주 잠시지만 녀석이 멈추는 것 같기도 했다.

“됐나?”

하지만 그것도 정말 잠시.

거기다 어글 역시 전사 형에게 전혀 넘어가지도 않고 내게 고개를 돌렸다.

할 수 없다는 듯 전사 형이 마지막까지 아껴둔 스킬을 꺼내들었다.

【 데스나이트 피어! 】

그러자 녀석이 움찔하더니 겨우 내게서 시선을 떼고 전사 형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본 전사 형이 바로 식은땀을 흘렸다.

“이거 참, 어글 관리를 어떻게 하라고...”

전사 형이 가진 어글 스킬이 이번 한 번에 다 털려버렸다.

녀석의 고개가 돌아가 전사 형을 공격하자 바로 전사 형이 추가로 스킬을 몸에 더 둘렀다.

【 오러 블레이드! 】

【 아쿠아 아머! 】

【 포스 쉴드! 】

【 헤이스트! 】

전사 형은 듀라한을 잡고 나온 오러 블레이드를 쓰는데 듀라한의 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러에 들어가는 마력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 덕분에 여러 가지 스킬을 동시에 돌릴 여력이 남게 되었고.

물론 소모가 적다고는 하지만 저렇게는 오래 못 버티지.

다 전사 형이 나를 믿고 있기 때문에 스킬로 도배를 하는 것이다.

전사 형이 정면에서 녀석과 붙자 막내별이 뛰어들었다.

“할 일은 해야죠.”

각종 방어스킬을 둘둘 말고 싸우는데다가 수룡갑까지 입고 있어 정면에서 버티는 일을 충실히 실행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출렁거리자 막내별이 곧장 힐을 넣어주면서 전사 형의 체력을 보조해주었다.

힐을 받은 전사 형이 바로 막내별에게 말했다.

“힐은 정말 저 죽기 전에 최소한으로! 지금 어글 넘어가면 정말 답 없습니다! 다시 못 뺏어 와요!”

“네, 잘 알고 있어요!”

전사 형이나 막내별이나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단 한 방을 빗겨 맞아도 체력이 출렁거리니.

그렇게 전사 형이 어글을 끌어주자 바로 발루딘을 집어넣고 르아 카르테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틈을 보다 녀석의 거대한 몸 주변을 돌면서 르아 카르테로 마력을 서서히 뽑아냈다.

그 뒤 어느 정도 마력이 모이자 전사 형에게 마력을 보내주었다.

【 마력 전이! 】

“오! 땡큐!”

마력이 충분히 들어오자 전사 형이 부담 없이 계속 녀석에게 달라붙었다.

그 상태로 안정적으로 딜을 박아 넣자 재중이 형이 쭉 지켜보다가 다시 오더를 내렸다.

“어글 충분히 쌓였다. 이 정도면 충분해. 나르샤, 챠밍은 막내별 주변을 돌면서 딜 넣어.”

“접수!”

“네!”

“큰 기술은 안 돼. 최대한 천천히.”

재중이 형의 오더에 둘 다 고개를 끄덕인 후 딜을 넣기 시작했다.

“주호는 딜 그만. 전사 어글 스킬 쿨 돌아올 때까지 멈춰.”

“알았어요.”

혹시라도 내게 어글이 돌아오게 되면 정말 그때부터는 난장판이 되어버린다.

딜로 계속 어글을 잡아놓을 수야 있지만 문제는 내 쪽의 방어가 너무 약하다는 점.

전사 형처럼 방어스킬을 둘둘 감고 싸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라지 쉴드도 없었다.

거기다 탱킹을 하기에는 체력 자체가 너무 부족하니까.

어느 정도는 탱킹이 가능하겠지만 메인으로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지.

혹시 모를 최악의 스킬이라도 나오면 정말 답도 없고.

“엔느는 전사 보조 좀 해주고.”

“와, 어려운 건 나만 시키네요.”

그러더니 갑자기 데스나이트 쉴드와 블레이드를 들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탱도 보는 건가요?”

어차피 공격을 못하기에 빠져나와 재중이 형 옆에 서서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설마 탱을 하기 위한 아이템까지 다 가지고 다녔을 줄은.

강화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되어 있었다.

마치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 예상이라도 한 듯.

“위험한 순간을 포착하는 건 수준급이라. 전사가 쓰러지더라도 잠시 정도는 시간을 벌어줄 거야. 여차하면 나도 나서면 되고.”

전사 형이 패턴을 알아내는 동안 재중이 형과 엔느도 구경만 한 것은 아니었다.

혹시나 탱을 하게 될 순간까지도 대비한 모양.

“의외로 녀석의 공격은 단순해. 커다란 뱀을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쉬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사 형은 죽을상을 쓰면서 녀석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앞에 난 전사 형 몸만 한 거대한 이빨들이 수시로 전사 형을 노렸고 용암을 빨아들인 듯 확연히 달궈진 뿔에서는 연신 화염이 쏟아지는데다가 입을 크게 벌리고 정체 모를 검은 브레스까지 뿜어내었다.

거기다 몸을 뒤집으면서 대지에 충격을 일으켜 순간 스턴을 걸기도 했고.

추가로 심심하면 몸 전체를 감싼 수많은 비늘들이 열리면서 화염을 뿜어내 우리를 떨어뜨려놓았다.

죄다 용암을 빨아들인 녀석이 쓰는 거라 스치기만 해도 체력이 줄줄 세어나갔다.

맞아가면서 공격할 수준은 아득히 넘어갔고.

“나도 슬슬 들어간다. 소녀도 따라와.”

“네!”

재중이 형이 듀라한 스피어를 들고 나서자 이쁜소녀 역시 따라 나섰다.

흐음, 졸지에 할 일이 없어졌네.

딜이 너무 세서 딜을 못 하는 경우라...

이건 어글 스킬이 안 먹히니 방법이 없었다.

그때 가만히 서 있던 대전사 칼룬이 보였다.

전투가 시작되고 도움을 줄 것 같았던 칼룬은 오히려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우리가 싸우던 모습만을 보고 있어서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안 도와주려면 왜 따라나선 거지?

대전사 칼룬의 스탯은 엄청나다.

수룡화를 쓴 나를 모든 부분에서 능가할 정도로.

그런 칼룬이 도와줬다면 훨씬 쉽게 공략을 했을 텐데...

아쉬운 마음에 칼룬에게 물으려다가 자세히 보니 칼룬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뭔가 정신이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칼룬?”

『 아! 네, 주호 님 말씀하시지요. 』

“저 녀석 함께 잡아야 하는 것 아니었나요?”

최대한 말을 돌려서 했다.

왜 도움을 주지 않느냐고.

분명히 고대 드워프 왕이 지하의 저 녀석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지금 대전사 칼룬의 태도는 그와 많이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표정이 굳어 있던 칼룬에게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정말.

의외의 말이.

『 저 녀석은... 』

저 녀석은?

그리고 뒷말을 듣고는 이번에는 내 쪽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 제가 알고 있던 원래 여기 봉인되어 있어야 할 고대 마물이 아닙니다. 』

뭐?

지금 잘못 들은 건가?

뒤이어 대전사 칼룬이 하늘이 무너져라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 이미 진짜 고대 마물은... 이곳을 빠져나갔습니다. 바깥세상을 무너뜨리러. 』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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