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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83화 (573/1,404)

#583화 고대 드워프 왕 (5)

은신을 파악했다라…….

기존에 유저들은 은신으로 접근하면 전혀 내 모습을 파악조차 하지 못 했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보란 듯이 은신을 간파하고 막아내 버렸다.

확실히 다른 유저들하고는 클래스가 달라.

설마 은신이 간파당할 줄은 생각도 못 했기에 잠시 당황했지만 잠시 숨을 들이켜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럴 때일수록 평정을 유지해야 해.

그렇게 은신으로 사라졌던 내 모습이 표면으로 드러나자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초월 길드 유저들이 접근했다.

무너진 폐허 사이의 어둠 속에 몸을 숨기며.

심지어 미르 길드를 공격하고 있던 유저들까지 건물 사이로 발을 빼고는 아예 미르 길드를 무시하면서 내게 붙었다.

역시.

이 녀석들.

미르 길드는 안중에도 없어.

재중이 형이 이야기해 준 대로 이 녀석들의 목표는 오직 나였다.

시선을 돌려 아까 내 공격을 막아 낸 유저를 바라보았다.

일어서기는 했는데 아직 비틀거리는 모습.

온전히 막지는 못한다 이건가?

뭔가 간파할 수단이 있기는 한데 완벽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이건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는데?

정말 이 녀석만 막은 건지.

아니면 다른 녀석들도 막을 수 있는 건지.

만약 초월 길드의 다른 유저들도 막을 수 있다고 하면 은신은 완전히 간파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 은신은 폐기하는 편이 나았다.

반대로 다른 녀석들이 막지 못하는 경우.

이 녀석만 주의하면 될 테고.

일단 완전한 포위가 되기 전에 이 상황을 벗어난다.

【 백스탭! 】

내가 스킬로 몸을 흘리듯 뒤로 몸을 빼내자 주위를 포위하러 왔던 녀석들의 움직임도 내 움직임에 따라 쭉 따라 움직였다.

역시.

목표는 나군.

순간 건물들 틈 사이로 뭔가가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 완전한 사각지대.

건물들 사이로 자신의 몸을 숨긴 채 정확하게 나를 노리고 화살을 쐈다.

이런 화살은 포착하는 것이 조금만 늦으면 움직일 틈도 없이 바로 꿰뚫린다.

바로 르아 카르테를 휘둘러 날아오는 화살의 끝을 쳐내자, 묵직한 충격이 자르르 팔을 떨리게 했다.

생각 이상의 충격에 바로 쓴웃음을 지었다.

완전히 차징한 화살.

이건 백스탭으로 이 자리에 나타날 거라고 예상하고 미리부터 차징을 하고 기다렸던 것이다.

화살 소리가 거의 안 났던 이유도 여기 있었고.

달리면서 화살을 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활대 역시 흔들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화살이 많이 흔들리니까 당연히 소리도 커지게 되고.

이런 흔들림을 최소로 할 수 있어야 진짜 제대로 된 궁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리를 죽일 수 있는 다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스탠딩 자세.

처음부터 이 자리를 노리고 쐈다면 이 한 방에 대한 설명이 되었다.

심지어 그것도 한 발이 아닌 세 발이 연속으로 날아왔다.

각기 다른 건물들의 사각지대에서.

【 더블 샷! 】

【 더블 샷! 】

【 더블 샷! 】

이 녀석들, 진짜 몸을 숨기는 데는 최적화되어 있잖아?

빠르게 몸을 회전시키며 르아 카르테와 하이딩 블레이드로 연속으로 화살들을 쳐내자 몸이 주르륵 뒤로 밀렸다.

이번 역시 완전히 차징한 화살들이었고.

너무 정확하게 급소를 노리고 와서 바로 쳐낼 수밖에 없었는데, 더블 샷으로 숨겨진 화살까지 동시에 쳐내자 몸이 충격으로 들썩거렸다.

역시 이건 쳐내기 까다로워.

문제는 무기의 종류.

《 회복 불가에 저항합니다! 》

《 회복 불가에 저항합니다! 》

《 회복 불가에 저항합니다! 》

.

.

《 저항 실패! 》

《 일정 시간 동안 회복 불가에 걸립니다! 》

커스 롱보우인가?

아주 골고루 하는군.

아마 더블 샷 중 하나가 억지로 대미지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이래서 더블 샷이 까다롭다니까.

정확하게 쳐냈는데도 불구하고 시스템상의 확률은 뜰 수도 있으니.

당분간 물약 회복은 무리겠네.

회복 스킬은 챠밍에게 있는데, 챠밍이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막내별 역시 없는 것은 마찬가지.

그때.

또 각기 다른 건물들에서 마법을 영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 네 방향?

【 바인드! 】

【 바인드! 】

【 바인드! 】

【 바인드! 】

정확하게 내가 화살을 쳐내고 밀려 나간 자리로 연속해서 바인드가 올라오자 바로 인상을 굳혔다.

내가 화살을 쳐내서 이리 밀릴 거라고 예측한 건가?

아무리 낮은 랭크의 스킬이라지만 한 번이라도 걸리면 잠시 멈칫하는 순간이 온다.

곧장 점프를 해 몸을 뒤집은 뒤 르아 카르테와 하이딩 블레이드로 바닥을 길게 그어 냈다.

그러자 바인드들이 동시에 터져나가며 마법이 파훼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마법으로 날 묶으려고 하다니 너무 쉽게…….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이번엔 화살 다발이 쏟아져 날아왔다.

【 멀티 샷! 】

【 멀티 샷! 】

【 멀티 샷! 】

.

.

그것도 하나, 하나가 전부 뇌전으로 차징이 되어 있었다.

라이덴 석궁?

대체 라이덴을 얼마나 잡아 댄 거야?

물론 너무 구형 무기라 화살의 위력은 약하지만 진짜 문제는 저 뇌전에 있었다.

한 발이라도 맞으면 움직임이 둔화될 테니.

촤악 퍼져 나가듯 내 주변으로 잔뜩 쏟아지는 수십 발의 화살을 보고는 결국 하이딩 블레이드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발루딘을 꺼내 스킬을 시전했다.

【 오러 블레이드! 】

하위의 스킬을 전부 씹어 버릴 수 있는 오러 블레이드를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에 걸고는 날아오는 뇌전 화살들을 전부 쳐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오러 블레이드에 닿은 뇌전 화살들은 터지듯이 뇌전이 꺼지면서 힘을 잃었고.

쳐내면서 팽팽하게 머리를 돌렸다.

아무리 봐도 이건 내 움직임을 제한하려는 것 같은데…….

지금껏 날아온 공격들 모두 위력 자체는 그렇게 강하진 않았다.

대신 전부 움직임을 둔화시키기 위한 스킬들만 날리는 중이었고.

그사이 또 다른 마법이 연속해서 날아왔다.

각기 네 곳의 방향에서 압박을 하듯.

【 아쿠아 토네이도! 】

【 아쿠아 토네이도! 】

【 아쿠아 토네이도! 】

【 아쿠아 토네이도! 】

이 새끼들.

철저하게 내 움직임만 막으려는 건가?

왜?

무엇 때문에?

마치 이 자리를 못 벗어나게 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하는 것 같은데…….

토네이도에 몸이 떠 잠시 제어를 잃자 다시 한 번 화살들이 쏟아졌다.

이번에도 멀티 샷과 동시에 더블 샷이 섞인 뇌전 화살들.

그걸 쳐내면서 토네이도에 몸이 휩쓸리자 또다시 몸이 균형을 잃었다.

내가 움직이려는 방향으로만 쏟아지는 집중포화에 혀를 찼다.

젠장.

이게 대체 뭐하자는 짓이지.

정말 작정하고 디버프 위주의 견제가 계속 들어오자 몸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느려졌다.

이래서는 민첩이 높아도 빠져나갈 수가 없어.

그렇다고 제대로 덤벼드는 것도 아니고.

근접 위주로 덤벼올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아예 접근 자체를 하지 않았다.

설마…….

오러 블레이드 때문에?

사실상 오러 블레이드 자체가 근접전에서는 깡패나 마찬가지.

혹은 내 무기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보를 입수한 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근접전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화살들의 견제가 이루어지는 사이 갑자기 주변 공기가 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견제를 하는 와중에 다른 마법이 완성되었는지 이번엔 아예 광역기가 쏟아졌다.

【 토네이도! 】

【 익스플로전! 】

【 본 레인! 】

.

.

그리고 근접 계열들 역시 폐허 건물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일제히 내게 스킬을 날렸다.

【 진(眞) 비월참 】

【 진(眞) 비월참 】

【 진(眞) 비월참 】

.

.

이 한 방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마력을 아끼고 나를 묶어 두려고 했던 거였나?

내 주변으로 수도 없이 날아오는 스킬들을 보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정말 해보자는 거지?

곧장 이쪽도 스킬을 시전했다.

【 데스 버스트! 】

전부 다 막을 필요는 없어!

피해를 최소한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치고 나간다!

곧장 데스 버스트가 시전되면서 내 앞쪽 방향에 있던 스킬들만을 녹여 버리고 지나갔다.

지금!

【 헤이스트! 】

【 대쉬! 】

그리고 몸의 가속을 올려 데스 버스트가 찢고 나가는 폭발 속으로 그대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내 뒤편으로 수도 없이 많은 스킬들이 동시에 터지면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콰콰앙!

쾅쾅!

쿠아아앙!

저 위력이면 드래곤도 울고 가겠네.

후폭풍이 밀려오며 몸에 타격을 주자 체력바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데스 버스트가 정면의 스킬들을 씹어 먹으면서 터트리는 충격 역시 몸에 피해를 줬고.

젠장.

체력이……!

이렇게 어렵게 빠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미친 듯이 떨어지더니 어느 순간 체력이 거의 바닥에 가깝게 내려갔다.

할 수 없나.

【 수룡화! 】

바로 수룡화를 해 변신을 하자 체력이 쭉 차올랐다.

그런데도 체력은 계속 깎여 내려갔다.

조금만 더!

【 스케일 미러! 】

동시에 스케일 미러를 써서 들어오는 충격을 완화시켰다.

그렇게 하고도 충격이 연속으로 들어오자 결국 목걸이까지 옵션이 발휘되었다.

《 황금의 아물렛 효과가 적용됩니다. 》

칫. 이건 아껴 둘 생각이었는데.

물약으로 회복을 못 하니까 자동으로 황금의 아물렛이 작동된 것 같았다.

다행히 스킬들의 힘을 빌려 겨우 녀석들의 포위를 완전히 뚫고 나올 수 있었다.

폭발의 끝으로 밀려 나오자마자 그 상태로 하이딩 블레이드를 꺼내서 은신을 걸었다.

【 은신! 】

적어도 멀리 있을 때는 나를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폭발에 눈이 팔려서인지 아직 내가 빠져나온 것을 확인도 못 한 것 같았다.

저쪽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이쪽도 똑같이 갚아 준다.

일단 마법사부터.

대략적인 위치는 아까 다 확인해 뒀어.

디버프가 워낙 많이 걸려서 쫓아가지 못했을 뿐.

기척을 죽이고 페허 건물 사이에 숨어든 뒤 한 명을 찾아냈다.

그 마법사 녀석은 폭발 광경을 바라보면서 혼자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고.

이전의 경우가 있어서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다가갔다.

내가 접근하는데 갑자기 그 녀석이 뭔가를 보고는 깜짝 놀란 듯 스킬을 영창해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 블링크! 】

그리고는 멀리 떨어져서 외쳤다.

“주호가 아직 살아 있다!”

그 외침에 감각에 걸리는 초월 쪽 유저들이 전부 진형을 바꾸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 마법사들로 추정되는 유저들은 전부 블링크를 썼는지 감각에서 순간 다 사라져 버렸다.

뭐지?

대체 무슨 수로 이걸 알아채는 거야?

멀리 있을 때는 모르지만 가까이 가면 안다고?

그런데 순간 바닥에서 뭔가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설마…….

고개를 내려서 확인을 해보자 바닥에 아주 얇게 하르들이 뿌려져 있었다.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하…….

은신을 잡아내려고 엔느가 했던 방법을 그대로 베껴 온 건가.

이러니 접근만 하면 눈치를 채지.

마치 네임드 보스를 잡는 것처럼 만반의 준비를 해서 온 모양이었다.

그때 이쁜소녀와 엔느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이쁜소녀> 오빠 죽은 줄 알았어요!

<엔느> 다행히 살아 있네요.

이렇게 된 이상.

미르 길드를 최대한 이용해야겠어.

<주호> 엔느, 시선을 좀 끌어 줄 수 있어요?

<엔느> 미르 길드원들을 소모하라는 거죠?

역시 척하면 바로 알아듣네.

<엔느> 휴, 어쩔 수 없죠. 이 정도까지 당신을 묶을 수 있을 줄이야.

<주호> 정면 승부를 안 해 오니까 좀 힘들죠. 생각보다 원거리 스킬이 적어서. 거기다 은신 걸고 접근하면 귀신같이 튀더라고요.

정면에서 붙었다면 이미 몇 명은 쓰러뜨렸을 텐데…….

좀처럼 붙어 주려고 하질 않으니.

어쩐다?

다시 위치는 파악되지만 접근하면 이번에도 똑같이 도망가 버릴 것이다.

<엔느> 그럼 시선을 분산시키도록 미르 길드원들 밀어 넣을게요.

<주호> 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엔느> 휴, 방법이 없잖아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죠.

황룡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시선을 최대한 분산시키는 것뿐.

일단 숫자는 우리 쪽이 많으니.

<주호> 소녀는 최대한 참고 기다려. 곧 기회가 올 거야.

<이쁜소녀> 네. 기다릴게요.

그렇게 은신을 하고서 미르 길드원들과 초월 길드원들이 붙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전과 다르게 미르 길드원들이 시선을 끌어 주니 한결 움직이기는 편해졌다.

다만 이 상태가 오래갈 것 같지는 않았다.

미르 길드원들이 형편없이 밀려 나갔으니.

지금 뭔가를 해야 해.

그때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흐음.

저건 될까?

생각을 마치자마자 바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은신을 한 상태로 점프를 해 폐허 건물들 사이의 부서진 벽들을 밟고 뛰어 올라갔다.

한 건물의 지붕에 다다르자 아래에 미르 길드원들과 초월 길드원들이 싸우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거기다 폐허의 어둠 속에 녹아 있는 마법사들도.

너희들이 그런 식으로 알아챈다면.

나도 방법이 없진 않지.

바로 오러 블레이드를 르아 카르테와 하이딩 블레이드에 걸고 지붕에서 점프했다.

정확하게는 목표한 마법사의 머리 위로.

그렇게 떨어져 내리며 낙하하는 힘과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을 그대로 담은 채 두 개의 검으로 마법사의 머리와 등을 내려찍었다.

푸아악!!

“커억!! 어떻게……?!”

“머리 좋은 니들이 직접 찾아봐.”

그대로 경직이 걸린 마법사의 목을 연거푸 갈아 넣으면서 부족했던 체력과 마력을 채워 넣었다.

당하면서도 얼이 빠진 것 같은 그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십 년 묵은 한이 싹 풀리는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쁘지 않네.

바닥에 깔린 하르로 위치를 알아챈다면.

그냥 그 하르를 안 밟으면 그만 아닌가.

마지막으로 목을 그어 죽음의 빛으로 만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눈을 내리깔았다.

당한 만큼은 돌려줘야겠지.

이제부터는.

반격의 시작이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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