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79화 (569/1,404)

#579화 고대 드워프 왕 (1)

《 드워프 지하 무덤의 미로 중 한 곳을 공략하셨습니다! 》

《 원정대 포인트 500p 획득! 》

입구가 열리면서 갑자기 나온 시스템 메시지에 순간 멍한 기분이 들었다.

이쁜소녀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봤고.

“오빠, 여기도 미로였어요?”

“아, 나도 잘 모르겠네.”

공략?

그냥 공동 중 하나인 것 아니었나?

아니, 그보다는 대체 여기서 뭘 했길래 공략을 했다는 거지?

여기서 한 거라고는 적 길드원들을 죽인 것밖에는.

그 생각을 하자마자 뭔가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설마……?

단순히 공동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왜 미로가 나오다가 갑자기 다시 공동이 나왔을까.

굳이 중간에 쉬어 가는 장소를 줄 필요가 있었나?

안 그래도 미로마다 유저들을 못 죽여서 난리였는데.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답은 하나다.

“하, 이거 참.”

“왜요?”

“아무래도 여기, 이 공동이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네? 무슨 말이에요?”

“여기를 클리어하는 조건. 어쩌면 유저들을 서로 죽여야 하는지도…….”

내 추측에 이쁜소녀의 눈이 더없이 크게 커졌다.

그리고 뭔가 생각났는지 내게 말했다.

“아, 어쩐지. 우리가 공동에 들어왔는데 다짜고짜 공격부터 해서 이상했어요. 처음에는 우리도 숫자가 많았는데 들어오자마자 습격당해서 영문도 모르고 많이 죽었거든요.”

그 말에 옆에 있던 엔느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엔느를 포함해서 지금 여기 남은 유저들 모두 포인트를 받은 모양.

그리고 엔느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로는 랜덤이니까요. 아마도 운이 좋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이 공동으로 왔겠죠. 그렇게 계속 묶여 있다가 조건을 찾았을 거고. 유저들을 죽여야 나갈 수 있는 미로. 그게 이 미로의 공략 방법이에요.”

아니나 다를까.

추가적으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우리의 추측을 확신으로 바꾸는 그런 메시지가.

《 학살의 공동 안에 존재하는 유저가 일정 숫자 이하가 되었습니다! 》

《 다음 미로로 가는 문이 열립니다! 》

역시.

생각했던 대로.

그리고 추가적으로 시스템 메시지가 더 나왔다.

《 적대적인 유저 학살 수에 따른 추가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

《 원정대 포인트 3250p 획득! 》

《 연속으로 기준 숫자 이상의 유저들을 학살하셨습니다! 》

《 추가 원정대 포인트 1000p 획득! 》

하, 이 미로에서 유저를 많이 죽은 것도 포인트로 치는 건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추가 포인트가 올라가는 것을 바라봤다.

기존 11500포인트에서 공략으로 얻은 500포인트를 포함한 4750포인트가 상승해 총 16250포인트가 되었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유저들에게 포인트가 지급됐고.

“어?! 원정대 포인트가?”

“세 명 죽였다고 포인트 주는데?”

“나도 올랐어.”

“와, 여기 골 때리네. 유저를 죽여야 포인트를 줘?”

이제 다른 유저들도 전부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여기가 평범한 공동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엔느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까 그 녀석들. 단순히 이 미로의 공략만을 위해 버티고 있던 게 아니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떠오르는 게 있었다.

“설마 계속 여기 버티면서 유저들을 죽여 왔던 건가요?”

“네, 아마 그럴 거예요. 처음에는 몰랐겠지만 포인트가 들어온다는 걸 알고부터는 계속 기다리고 있었을 거예요. 이 공동으로 새로운 유저들이 들어오기를.”

“확실히 그러면 이 미로가 알려지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네요.”

분명히 미로들의 정보가 게시판을 통해 계속 나돌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 미로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만약 알았다고 하면 우리가 아무런 준비 없이 그렇게 들어왔을 리는 없을 테니까.

이쁜소녀와 함께 살아남은 유저들도 마찬가지고.

엔느 역시 동의를 했다.

“여기를 알리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알리지 않는 이상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다가 다른 유저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죽이기만 하면 포인트가 나오는데 굳이 알릴 필요는 없었겠죠. 오히려 다른 유저들이 몰라야 방심하고 들어올 테니.”

“그러다 우리가 들어와서 완전히 망한 거군요.”

“네, 제대로 임자 만난 거죠. 은신으로 후방을 싹 쓸어버리는 유저라니……. 완전 예상 밖이었을 거예요.”

많은 쪽수로 찍어 눌러 유저들을 학살해 계속 포인트를 얻으려는 계획은 내가 들어옴으로 해서 완전히 망해 버렸다.

“그리고 선택의 여지도 없었겠죠. 일정 수 이상으로 유저가 줄어들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가는 입구가 열리지 않으니까요.”

“자기들끼리 죽이면…… 아니지. 이건 안 되겠네요.”

우리야 적 길드원들을 싹 죽여 버려서 기준 이하로 내려갔지만 이 녀석들은 기준 자체를 모르니까.

마냥 앉아서 다른 유저가 들어오면 죽이는 것을 반복했겠지.

차라리 처음부터 적은 규모로 넘어왔다면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갔을 텐데.

너무 많은 쪽수가 오히려 녀석들의 발목을 잡은 셈이었다.

엔느가 새로 열린 입구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흐음, 어쩔까나. 재밌을 것 같은데에…….”

재밌을 것 같다라…….

뭔가를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해 보이는 그런 꽤 짓궂은 표정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런 엔느가 날 돌아보면서 말을 꺼냈다.

“주호 님, 시스템 메시지에 나오는 포인트. 과연 이 미로에서만 적용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 말에 나와 이쁜소녀의 시선이 바로 시스템 메시지로 옮겨갔다.

당연히 미로에서 적용될 거라…….

아니지.

조금 이야기가 달라.

단순히 이 미로 안에서만 죽이는 걸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오빠, 이건?!”

이쁜소녀 역시 시스템 메시지를 보자마자 표정을 굳혔고.

“그래, 이건 문제가 좀 심각해질 것 같다.”

원정대 포인트는 공을 세우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정보를 얻어 내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을지도.

같은 유저들을 죽이면 포인트가 오르니까.

생각해 보면 예전 공지에서 적대적인 세력을 죽이면 기여도를 얻는다는 부분이 있었다.

설마 그게 이걸 뜻하는 거였나?

엔느가 우리를 향해 묘한 눈빛을 하며 말을 꺼냈다.

“아직 유저들이 미로를 통과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서로 죽이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그 전에 미로에서 먼저 죽으니까. 하지만 이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확실히 대혼란이겠군요.”

언제 뒤통수를 쳐도 이상하지 않은.

그리고 이 미로는 그 사실을 유저들에게 알게 해주는 미로일 테고.

고대 드워프 왕, 이 녀석.

쉽게 미로를 돌파하는 꼴을 두고 보진 않겠다는 건가.

생각 이상으로 고약한 기질이 있는데?

아마, 이게 알려지는 순간부터 미로 공략의 속도가 대폭 줄어들 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느는 재밌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호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흐음, 제 결정에 그대로 하시겠다는 말인가요?”

“네에, 전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지만. 이왕이면?”

아닌 것 같은데?

잠시 봐온 것뿐이지만.

이제 어느 정도 엔느의 성향을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이쪽이 정답이겠지.

“대혼란이라……. 뭐, 꽤 재밌을 것 같네요.”

“그럴 줄 알았어요. 역시 우리 서로 통하는 게 있다니까요?”

내 대답과 함께 입술로 단검을 쓸어 넘기며 환하게 웃는 엔느를 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냥 유저를 대놓고 죽이고 싶은 거잖아!

그것도 시스템을 이용해 아주 합법적으로.

현 시스템이 그렇다고 하면 적어도 이 미로 안에서는 누구를 학살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포인트를 주는데 멍하니 죽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고.

“하지만 지금은 안 돼요.”

내 말을 들은 엔느가 바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길드 사람들 때문인가요?”

“뭐, 그렇죠.”

이걸 유저들에게 알리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반대로 지금 떨어져 있는 우리 쪽 사람들이 휩쓸릴 수도 있었고.

적어도.

챠밍과 우리 편 사람들을 찾아내고 난 뒤에.

“그리고 꼭 이 공동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알게 되지 않을까요.”

“으음, 그렇겠네요. 이런 상황에서도 서로 죽이는 사람들은 나올 테니까요.”

“네, 알려지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일단은 이대로 가죠.”

“하아, 아쉽다아.”

아쉽다는 말과 함께 엔느도 이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다른 유저들의 진행 속도를 확 줄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역시 우리 팀이 마음에 걸렸다.

일단 우리 쪽 연합 사람들에게 경고를 해 주었다.

<카이저> 허, 그런 미로도 있는 거냐.

<주호> 네, 공동이 나오면 조심하세요.

<카이저> 알았다. 우린 숫자가 많으니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

사장님과 연합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으니 확실히 저쪽은 괜찮겠지.

챠밍과 재중이 형 쪽으로도 연락을 해서 알려 주었다.

<챠밍> 네, 조심할게요. 전사 오빠랑 같이 있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돼요. 오빠도 조심해요.

<주호> 그래, 최대한 빨리 다시 보자.

<방패전사> 우리도 힘내서 곧 따라가마.

<주호> 네, 챠밍 좀 잘 부탁해요.

<방패전사> 흐흐, 챠밍만 걱정하는 거야?

<주호> 아, 진짜. 아니라니까요.

<방패전사> 알았다. 알았어. 좀 있다가 보자.

그리고 재중이 형은 단 한 마디만을 보내왔다.

<불멸> 재밌겠네.

역시 재중이 형은 재중이 형인가.

<불멸> 아, 그리고 나르샤하고 막내별은 중간에 만났다.

<주호> 잘 됐네요.

<불멸> 생각 외로 겹치는 미로가 많더라니까. 지금 여기도 유저들로 바글바글해.

<주호> 결국 여기가 문제겠네요.

<불멸> 그렇지. 아무래도 내 생각에 거기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주호> 그런가요?

<불멸> 보스를 만나기 전에 숫자를 줄인다. 뻔히 있는 스토리지.

<주호> 으음, 안 그래도 입구가 하나밖에 안 나와서 고민하던 중이었어요.

<불멸> 확실하네.

<주호> 먼저 넘어갈까요?

<불멸> 네 선택이기는 한데…… 너 거기 계속 기다리고 있으면 끝없이 싸워야 할 거다. 네 말대로 포인트를 얻는다면 좋은 기회이기는 해도,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계속 들이칠지 모르니까.

<주호> 다시 연락드릴게요.

선택권은 내게 넘어온 건가.

이건 확인해 봐야겠어.

남들은 모르겠지만.

나에겐 확신에 가까운 확인 방법이 존재하니까.

바로 하나밖에 열리지 않은 입구 앞에 섰다.

그러자 갑자기 손에 들고 있는 르아 카르테가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큭.

이 정도 반응이면.

예전에 드래곤 슬레이어를 찾았을 때와 거의 흡사한데?

누가 볼까 인벤에 르아 카르테를 집어넣고는 바로 엔느를 불렀다.

“어떻게 생각해요?”

“남느냐, 전진하느냐죠?”

“네, 남으면 계속 여기서 싸워야 할 테고, 넘어가면 보스전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나를 엔느가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보스전이라고 어떻게 확신해요?”

음, 이 여자 진짜 눈치 하나는 끝내주네.

여긴 준비해 둔 말로.

“형이 보통 이런 코스에서 숫자를 줄이는 곳이 마지막이라고 하던데요.”

“아, 보통은 그렇죠. 불멸 님이 그렇다면 거의 확실하겠네요.”

“되게 믿으시네요?”

“같이 프로 생활 지켜봤으면, 당연한 거죠.”

어쨌든 납득했다니까 문제는 없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황룡과 미르 길드.

그리고 남아 있는 유저들을 바라보다가 결정을 했다.

역시 남아서 우리 팀을 기다리는 게 낫겠어.

적어도 네임드를 공략하려면 지금 구성으로는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엔느에게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공동의 천정이 무너지면서 돌이 무작위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우왁! 무너진다!”

“다들 움직여!”

“입구로 넘어가!”

칫, 선택의 여지를 안 주는군.

엔느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여기를 공략했기 때문에 무너지는 것 같아요.”

확실히 전의 미로도 공략이 끝나면 밀려 나갔지.

휴, 할 수 없나.

“그럼 넘어가죠. 소녀는 내 뒤에 바싹 붙어.”

“네!”

바로 이쁜소녀와 엔느를 데리고 입구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눈앞의 시야가 확 변하면서 예전에 많이 봤던 그런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드워프 지하 왕국?

아니야.

조금 달라.

이쪽이 더 크고 웅장했다.

하지만 웅장함과는 정반대로 완전히 폐허로 변해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살피며 입구로 계속 들어서는데 갑자기 옆에서 뭔가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이건…….

네임드인가?

아냐.

너무 작아.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꽤 익숙한 실루엣이 우리를 향해 계속 다가왔다.

붉은 경갑과 단발을 하고 있는 해원의 비서.

그것도 피투성이에 갑옷이 모조리 부서진 상태로.

“역시 도착하셨네요?”

“리사?!”

왜 이런 모습이지?

일단 해원은 어디 있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저 멀리서 뭔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아아아!!!

왕국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굉음에 순간 몸 전체의 감각이 날카롭게 반응했다.

이건 최소 드래곤급.

아냐, 그 이상일 지도.

“당신, 대체 뭘 건드린 겁니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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