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화 학살의 무덤 (3)
자기 키만 한 푸른색의 레비아탄 배틀 액스를 든 이쁜소녀가 물약을 인벤에 꾹꾹 눌러 담고는 나를 보면서 매섭게 눈을 번쩍였다.
아주 제대로 불이 붙었구나.
“준비 됐어?”
“네, 당한 만큼 돌려 줄 거예요.”
솔직히 나도 독기가 가득 차 있는 이쁜소녀는 상대하기 무서울 정도인데.
거기다 지킬 것 없이 날뛰는 이쁜소녀가 얼마나 무서운지.
녀석들은 아직 잘 모른다.
그리고 그만큼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그때.
엔느 역시 장비를 교체하면서 나를 따라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입고 있던 로브를 벗어 버리고 드레이크 경갑 장비로 바꾸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심지어 단검 두 개를 드는 모습은 처음 봐서 그런지 굉장히 생소했다.
마법사 스타일이 아니었나?
“설마 같이 가시려고요?”
“그럼, 절 두고 가실 생각이었나요?”
“전투는…… 아, 실례했네요.”
이 사람.
프로게이머였지.
브랜디슈 단검을 꺼내든 엔느가 눈을 서늘하게 뜨더니 단검의 날을 혀로 샤악 핥으면서 적 길드원들을 바라보았다.
“요즘 스트레스가 쌓여서. 오랜만에 손맛 좀 보려고요.”
확실히 이 사람도 정상은 아니야…….
그런 나에게 엔느가 한 마디를 더 했다.
뭔가를 몽롱하게 느끼는 그런 표정으로.
“단검으로 살을 베어 내면 손바닥에 짜르르한 느낌이 드는데 그게 또 그렇게 감촉이 좋거든요. 한번 해보실래요?”
“……정중히 사양하죠.”
“참 좋은데. 아쉽네요.”
확실히 단검이 손에 오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검날과 폼멜이 바로 붙어 있으니까.
예전에 몇 번 써 봐서 잘 알기는 하는데 저렇게 저걸 즐길 정도는 아니지.
던지는 용도 정도로는 모르겠지만.
단검을 들면 몸이 가벼워서 공속이 빨리지긴 해도 문제는 간격.
만약 재중이 형과 싸울 때 단검을 들었다가는 접근도 못 해보고 패퇴할 것이다.
“혹시 원래 암살자 스타일이세요?”
“그냥, 다 하는 편이에요. 그때 기분 따라서.”
확실히 재중이 형만 봐도 거의 모든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뤘다.
물론 형만큼은 안 되더라도 이 사람 역시 저 단검들을 잘 다루겠지.
일부러 단검을 꺼내든 것만 봐도 단검에 그만큼 자신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프로게이머를 실력으로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었다.
아마 손발을 다 묶고 싸우라고 해도 일반인 정도는 그냥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
그 정도 핸디캡은 줘야 게임이 될 테니.
엔느가 장비를 갈아입자 황룡이 잠시 라인에서 빠져서 우리에게 왔다.
“나갈 생각이냐?”
“네, 손 좀 풀고 와도 되겠죠?”
“……살살하도록.”
황룡이 빠르게 무표정으로 바꿨지만.
이미 난 봤다.
안색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변했다가 나와 이쁜소녀가 바라보고 있으니 금세 표정을 바꾼 것을.
싱글벙글 웃는 엔느를 보면서 그저 한숨을 쉬었다.
왜 이렇게 불안할까.
“마법사들을 먼저 쓸어야 해요. 우린 숫자가 적으니까. 화력은 좀 취약하거든요.”
“그렇게 하죠.”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었으니.
아마 기본적인 실력에서는 미르 길드가 앞설 것이다.
하지만 저쪽은 숫자가 많기 때문에 광역기로 계속 때려 버리면 실력은 둘째 치고 게임 자체가 되지 않는다.
눈먼 광역기만큼 무서운 것도 없으니까.
‘아무나 맞아라’ 하면서 갈겨버리는 광역기가 두려운 건 아군이나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기세가 기울면 정말 미친 척 하고 그렇게 나설 테니 미리 싹을 잘라놔야 했다.
“먼저 가서 좀 휘저어 놓을게요.”
적이 미르 길드로 좁혀졌기에 적 길드 연합의 배치가 완전히 고정이 되어 버렸다.
근접 유저들은 미르 길드 정면.
그리고 궁수와 마법 계열은 후위로.
이걸 헤집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중앙을 뚫어 버리던가 혹은 아무도 모르게 후방으로 넘어가 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아니라면 완전히 난전이 되어 엉망이 되어야 하는데 난전으로 들어가면 미르 길드가 굉장히 난처해진다.
저쪽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기에.
“혼자 가능…… 아, 이번엔 제가 실례.”
엔느가 말을 했다가 내가 인벤에서 하이딩 블레이드를 꺼내는 것을 보고는 바로 웃음을 보였다.
“후방에서 마법사들을 쓸어 놓으면 균열이 생길 거예요. 그럼 들어오시면 됩니다. 황룡 님에게도 알려 두시고요.”
“후훗, 좋아요.”
“소녀는 같이 있다가 신호하면 들어오고.”
“네!”
그럼, 가 볼까.
르아 카르테와 하이딩 블레이드에 오러부터 덧씌웠다.
【 오러 블레이드! 】
그리고 바로 은신까지.
【 은신! 】
내 모습이 사라지자 일단 엔느와 이쁜소녀는 미르 길드를 도와 최전선에 합류했다.
저쪽은 일단 어떻게든 버틸 거고.
사실 은신으로 전부 다 죽일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 문제.
정말 오랜 시간이 있다면 느긋하게 하나씩 찾아 죽여도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그렇게 하기 전에 미르 쪽과 적 연합이 전면전으로 붙어 버리면 이쪽의 피해가 속출하게 되겠지.
아직 미르 길드의 전력이 깎이면 곤란해.
그리고 화력만으로 치면 하이딩 블레이드와 발루딘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단순 비교만 해 봐도 같은 시간 내 죽일 수 있는 숫자는 발루딘이 월등하다.
거기다 은신은 마력을 많이 소모하니까.
할 수 있는 최대한 마법사를 줄여놓고.
바로 화력전으로 들어가야 해.
【 헤이스트! 】
【 대쉬! 】
은신을 한 상태로 적 길드원들의 위로 크게 점프를 하자 스킬의 힘으로 몸이 쭉 뻗어나갔다.
그리고 떨어지려는 순간 바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날려 밟고는 다시 세 번을 도약하자 아예 적 연합의 후방까지 넘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공중으로 넘어가도 아무도 나의 이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바로 옆에 내가 착지했음에도 마법사들의 시선은 여전히 전방을 향해 있었다.
“아, 진짜. 그냥 빨리 끝내지. 왜 이렇게 질질 끄는 거야.”
“그러게, 그냥 광역기로 싹 쓸면 끝나는데.”
“간부 형이 우리 편 죽는다고 쏘지 말라잖아. 좀 기다려 봐.”
“좀 죽으면 어때. 어차피 죽을 거.”
“어차피 쟤들 그냥 몸빵하려고 나온 거 아냐?”
“크크크큭, 그 말 들으면 애들 난리 날 걸?”
“솔직히 주호도 같이 죽일 수 있으면 이득 아닌가? 아까 진짜 개놀람. 그 새끼 대체 정체가 뭐야? 탱커는 파워에서 밀리고, 민첩은 따라갈 수도 없고. 스킬 한 번 썼다 하면 싹 녹아 버리잖아.”
“어, 진짜 근접이 그 정도 위력을 무슨 수로 내는 거지? 달리는 거 보니까 민첩 거의 올인 같던데.”
“아니, 애초에 다른 스탯이 높다고 해도 그런 위력이 나올 수가 있어?”
“정말 주호하고 한번 이야기라도 해 보고 싶다. 어떻게…….”
뒤에서 대기하던 마법사들은 아까 전에 있었던 일로 바쁘게 토론 아닌 토론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나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법사 유저의 뒤로 가 한마디 했다.
“나랑 이야기해서 뭐 할 건데?”
“헉!”
“뭐야?!”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서 말소리가 들려오자 마법사들의 목이 순간 다 움츠려 들었다.
이건 뭐 다 거북이들도 아니고.
“겁은 많아 가지고. 목을 그렇게 집어넣으면 베기가 힘들잖아. 쫙 안 펴?!”
그리고는 르아 카르테와 하이딩 블레이드로 날 보고 싶다는 마법사의 목을 베어 넘기자 단 한 방에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주……!”
“주호다!”
“어떻게 여기!”
그렇게 놀라는 사이 이미 내 몸은 녀석들에게 달려들어 모조리 목을 날려 버렸다.
일반적인 마법사들의 속도로는 절대 날 빠져나가지 못하니까.
순식간에 여섯의 목을 날리고는 곧장 은신을 걸었다.
【 은신! 】
몇 개의 드랍템이 눈에 걸렸지만 지금은 일단 죽이는 것부터.
내가 후방에서 나타났다는 소리가 들리자 순식간에 적 연합의 웅성거림이 느껴졌다.
“대체 어디야?”
“주호 어디에 있어?”
“안 보이잖아!”
최대한 근접 녀석들과 부딪히지 않으면서 마법사 무리가 모여 있는 곳으로만 이동했다.
두리번거리면서 한눈을 파는 마법사의 목을 따는 일은 내게는 너무 쉬운 일이었다.
샤아악!
촤아악!
“커억!”
“주……!”
“여기……!”
비명을 지르다 말고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지는 마법사들.
그것도 한둘도 아니고 볏짚처럼 우스스 썰려 나가 사방에서 죽음의 빛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젠장, 이러다 마법사들 다 죽겠어!”
“힐러 보호해! 힐러들 죽으면 진짜 끝난다!”
“전방에 탱커들 빨리 빼 와!”
“미친, 주호 한 놈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야!”
“아까 죽였어야 했는데.”
전쟁에서 보급은 필수였다.
그리고 그 보급에 해당하는 물약만큼이나 중요한 건 힐러의 유무인데, 지금 그 힐러 라인이 내 손에 싹 다 녹아내리고 있었다.
오죽하면 전방에서 한참 싸우고 있는 탱커를 빼 오라는 말까지 나올까.
이대로 가면 숫자가 아무리 많다고 한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 연합은 괴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난 그 시간조차 줄 생각이 없었고.
눈에 보이는 마법사와 힐러를 싹 녹이자 어느 순간부터 마법사 한 명에 탱커와 딜러들 수십이 달라붙어 방어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무작정 탱과 딜러를 빼 오다 보니 이미 전방의 라인은 무너진 지 오래였고.
이쯤 하면 됐으려나.
거의 대다수의 마법사와 힐러를 녹여 버려서 그런지 이제는 더 녹일 만한 녀석들도 보이지 않았다.
하나하나 다 찾아다니면서 죽이기에는 효율이 나지 않기도 하고.
바로 미르 길드 쪽으로 이동해 은신을 풀었다.
그런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미르 길드 쪽 유저들에게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 역시 주호!”
“세상에, 저 많은 쪽수가 힘도 못 쓰잖아.”
“캬, 부럽다. 진짜.”
“이미 무너졌어. 우리가 이긴다.”
“쓸어버려!”
확실히 적의 보급을 끊어 버렸으니 저렇게 좋아할 수밖에.
엔느와 이쁜소녀도 바로 달려오더니 한껏 미소 지었다.
“이제부터 학살하러 가 보죠. 쟤들 힐도 안 돼요, 이제.”
하이딩 블레이드에서 발루딘으로 무기를 체인지하고 먼저 앞장서자 이쁜소녀와 엔느가 내 뒤를 바싹 따라 달렸다.
이미 진영이 붕괴되어서 녀석들 사이로 파고드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먼저 르아 카르테와 발루딘으로 라지 쉴드의 곳곳을 빠르게 치면서 몸의 균형을 깨 버리자, 뒤에서 이쁜소녀가 온몸을 비틀며 레비아탄 배틀 액스를 풀 스윙으로 휘둘렀다. 그 일격에 방패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콰앙!
라지 쉴드가 바로 우그러들 정도의 엄청난 위력.
그동안 참고 있던 한을 내뿜기라도 한 듯 한 방에 혼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무너진 사이로 엔느가 파고들어 목 양쪽에 단검을 박아 넣더니 사선으로 회전하면서 목을 싹 긁어내며 점프해 빠져나왔다.
“커억!”
완벽한 콤비네이션.
내가 속도로 흔들고 이쁜소녀가 무너뜨리면 엔느가 급소를 찍어서 마무리.
속도, 궤적, 파괴력이 모인 셋의 합격에 중심조차 잡지 못하고 적 유저들이 차곡차곡 쓰러져 갔다.
엔느가 갑자기 옆을 보면서 외쳤다.
“옆에 화살!”
그런 우리의 전진에 궁수 부대가 모여 수십 발의 화살을 날리자 내가 바로 튀어나가려는데 오히려 이쁜소녀가 먼저 그 화살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오빠, 이건 제가 할게요!”
그리고는 배틀 액스를 크게 휘둘러 화살을 우르르 쳐내더니 몸을 빠르게 회전하면서 다시 한 번 아래에서 위로 배틀 액스를 휘둘러 연달아 날아오던 화살을 죄다 쳐내 버렸다.
하, 연습을 많이 한 모양이네.
적어도 날아오는 화살의 궤적을 한꺼번에 눈에 넣을 수 있어야 저런 묘기가 가능했다.
그리고 곧장 궁수 부대로 달려들어 궁수들을 배틀 액스의 거대한 날로 통째로 날려 버렸다.
“이야압!!!”
주변 공기가 갈릴 정도의 파괴력 있는 스윙.
최대치로 힘이 실린 배틀 액스를 몸 전체의 무게 중심을 옮겨 가며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
한번 열기가 오르니까 할 수 있는 움직임이 대폭 좋아진 것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엔느가 보더니 바로 감탄을 했다.
마치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쟤도 평범한 소녀는 아니네요?”
“좀 그렇죠.”
그런 엔느의 끈적한 시선에 이쁜소녀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이쁜소녀를 따라다니진 않겠지?
엔느는 말할 것도 없었고.
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유저의 검날을 짧은 단검으로도 아슬아슬하게 스치면서 막아 내더니 그대로 단검을 검날에 긁으면서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곤 양쪽 무릎을 베어 녀석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놓더니 굽혀진 녀석의 무릎을 밟고 점프해 두 단검으로 턱과 목을 사선으로 찍어 올리면서 완전히 죽음의 빛으로 만들어버렸다.
대단하네.
빠른 것도 빠른 건데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붙는 순간부터 그 동작들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움직인 것처럼.
죽은 유저를 보고는 아쉽다는 듯 단검을 혀로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고는 순간 흠칫했다.
설마 꿈에 나오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유저에서 유저로 옮겨 다니며 발루딘으로 계속 추가 대미지 스택을 쌓아 갔다.
어느 순간부터는 한 방 치기만 해도 유저가 무릎을 풀썩 꿇을 정도가 되어 더 이상의 스택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였고.
이어 이쁜소녀와 엔느가 따라붙어 마무리하기를 반복했다.
우리가 적진을 휘저어 놓자 자연스럽게 미르 길드 쪽도 힘을 받아 힐이 없는 적들을 차례대로 눕혀 갔다.
한번 밀리기 시작하자 300에 달했던 적 유저들이 죽어 나가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살려 줘!”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밀릴 리가…….”
“말도 안 돼! 우리가 몇 배는 많았는데.”
“하, 전멸…….”
살려 달라는 놈도 있었지만 미르 길드 유저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마지막 남은 녀석들의 목까지 싹 따내었다.
전투에 완전히 이기고 더 이상 적이 없자 황룡이 내게 다가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면서 내 등을 팡팡 쳤다.
“당신 진짜 물건이군요.”
“하하…….”
“할 수만 있다면 이쪽 길드로…….”
“그건 사양하죠.”
“언제라도 문은 열려 있다고 해 두죠, 그럼.”
그냥 해본 소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엄청 기분은 좋아보였다.
황룡이 길드 정리를 위해 멀어지자 엔느가 내게 와서 슬쩍 말했다.
“요즘 매번 깨져서 이렇게 대승이 없었거든요. 황룡 님이 당신 정말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요.”
“하하…….”
이건 그냥 웃을 수밖에.
“드랍템은 황룡 님이 확실히 챙겨 주실 거예요. 이런 걸로 속일 만큼 돈이 없는 분도 아니고.”
“그건 마음에 드네요.”
안 그래도 주우러 다녀야 하나 걱정했는데 사장님과 비슷한 스타일로 보였다.
그리고 걱정되던 것 중 하나.
“생각 외로 배신은 안 하던데요?”
“우리가 너무 압도적으로 이기니까. 그럴 수도 있죠.”
“좀 더 지켜봐야겠네요.”
“아뇨, 여기서 저들과는 떨어져야 해요. 위험부담을 안고 갈 필요는 없으니까.”
엔느의 말에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어차피 우리 편에 서지 않았으니 더 이상 책임질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공동 한쪽이 부르르 떨리더니 입구가 하나 열리기 시작했다.
설마…….
또 다른 적?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