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9화 저주받은 지하 무덤 (3)
1도 예상하지 못한 경쟁자들의 등장.
다른 경로로 유일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줄은 몰랐다.
그것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재중이 형에게 연락이 왔다.
<불멸> 초월? 걔들하고 같이 떨어진 거냐?
<주호> 네. 생각보다 사정이 안 좋네요.
현재 내 주위엔 팀도 팀이지만, 우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길드나 연합도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주위 유저들이 알았음에도 접근하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해원조차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는데도.
그렇다는 말은 이곳엔 길드와 연합, 그리고 팀을 포함한 ‘우리’에게 우호적인 유저가 없다는 말이 된다.
반면, 저쪽은 뭉치는 모양새고.
그리고 초월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주호> 형, 아무래도 초월과 해원 쪽에서 이쪽을 떠본 것 같아요.
<불멸> 유일 아이템에 대해서 정보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주호> 네. 일부러 고대 드워프 왕이라는 단어를 언급해서.
<불멸> 리사라고 했나? 꽤 머리를 굴리는데.
지하 무덤 입구를 내가 열었다.
이 모습은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유저가 지켜봤고.
그것을 본 유저들은 나에게 유일 아이템에 대한 기가 막힌 정보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정보가 있나 떠봤을 확률이 높았다.
나와 대화를 하면서 그에 대한 확답은 하나도 주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눈치를 채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을 터.
해원은 몰라도 그 리사라는 여자는 눈치가 꽤 빨라 보였으니까.
<불멸> 해원 쪽 유저들 대부분 죽거나 떨어졌다는 말도 거짓말이겠군.
<주호> 네, 아마도.
흩어진 것은 진실이겠으나, 다 죽었다는 말은 무리가 있다.
그리고 거의 확신에 찬 의심.
<주호> 처음부터 초월과 함께할 생각이겠죠. 우리가 아니라.
<불멸> 바깥에서부터 미리 손을 잡았다는 거군.
<주호> 네, 떨어지자마자 저와 접촉하면서 동시에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초월 길드와 접촉한다는 것은 말이 안 돼요.
어느 정도 시간이 있었다면 또 모를까.
나와 동시에 접촉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
<불멸> 초월 길드가 한자리에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네게 접속한 거겠군.
<주호> 네, 유저들을 살려내는 과정에서 제 존재가 노출됐을 테니 결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죠.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말이 없던 재중이 형이 다른 말을 꺼냈다.
<불멸> 흠, 확실히 초월 길드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네게 접근하지도 않았을 테지.
재중이 형 말이 맞다.
해원이나 리사가 죽을 위험을 각오하고 접촉했다고 보기에는 꽤 무리수가 있었다.
‘고대 드워프 왕’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든 생각은 그 자리에서 해원을 죽이려는 것이었으니.
이건 해원이나 리사도 충분히 예상했을 터.
마지막에 보험이라는 말을 하는 것만 봐도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왜 그 자리에서 싸움을 걸어오지 않은 걸까?
자신들 세력이 크다고 생각했다면 내게 정보를 얻는 순간 주저 없이 달려들었을 텐데…….
그걸 재중이 형에게 말했더니 좀 더 다른 의견이 나왔다.
<주호> 이건 좀 이상하죠?
<불멸> 그치, 이상은 해도 혼자 떨어졌다는 걸 모르면?
<주호> 제가 가진 힘을 모른다는 거네요.
<불멸> 당분간은. 하지만 곧 알게 될 거야. 혼자 다니는 것을 보면.
흐음.
이건 좀 문제가 되겠는데.
<불멸> 최대한 빨리 만나야겠다. 단순히 해원만 정보를 알고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 여유가 있어.
재중이 형은 걱정이 되는지 빨리, 라는 단어를 썼다.
그만큼 상황이 불편했다.
해원만 정보를 가진 것이 아닌.
다른 유저들 역시 정보를 얻었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만약 내가 정말 혼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순간 잠재적 경쟁자들이 나를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 확률이 아주 높다.
곧장 고개를 돌려 세 개의 출구를 바라보았다.
선택지는.
일단, 해원 쪽이 아닌 유저들과 뭉쳐 정체불명의 몬스터를 잡아낸 뒤, 그 인원들을 데리고 다니는 방법.
내 덕에 살아난 유저는 수없이 많으니까.
다만, 계속 경쟁자들에게 노출될 위험도 존재했다.
거기다 불특정 다수에게 등을 맡기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높아…….
다른 하나는 혼자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가는 방법.
이쪽은 혼자 활동하기에 노출될 위험이 극히 적다.
처음 오는 던전에서 솔로 플레이라…….
어느 쪽이든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곧장 고개를 저었다.
어찌 됐든 이대로 있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알 수 없는 몬스터에 의해 폭발이 일어난 방향의 반대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혼란스러워하는 수많은 유저 사이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감각을 활성화시키면서 주변의 상황을 몸 전체로 읽어내기 시작했다.
우왕좌왕하는 유저들에게서 나오는 숨과 외침.
그리고 그들이 움직이면서 나는 갑옷 소리와 바닥의 진동.
유저들의 움직임에서 오는 공기의 흐름.
모든 감각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순간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그중 특히 신경 쓰는 것은 발의 진동.
내가 움직이는 방향은 현재 유저들의 움직임과는 전혀 상반되는 움직임이다.
당연히 발걸음이 점점 멀어져야 정상인데 몇몇 발자국에서 나는 진동이 정확하게 나와 동일한 방향으로 찍히는 게 계속 느껴졌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인가?
추격자가 붙었어!
혹은 나를 지켜보던 누군가일 수 있고.
<주호> 형, 뒤를 밟히는 중이에요.
<불멸> 이 녀석들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데.
<주호> 일단, 추격부터 떼어낼게요.
<불멸> 우리도 이제 움직인다. 조심해라.
재중이 형은 다른 공동에서 우리 쪽 사람들과 만난 것 같다.
하긴, 지금 저곳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당장은 나부터.
점점 속도를 올리면서 유저들 사이를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시선을 교란했다.
당연하게도 따라붙던 유저들 역시 분주하게 속도를 올리는 것이 감각에 걸렸고.
어느 쪽 길드인지는 모르겠지만.
특이할 정도로 발걸음이 가벼운 것을 봐서는 나를 따라잡기 위해 보냈을 확률이 아주 높다.
이제 확실하네.
단순히 나를 정찰하기 위해서 움직인 녀석들이 아니야.
어느 정도 교란에 성공했다고 판단한 순간 주저 없이 하이딩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 은신! 】
그리고 내 몸이 유저들 틈 사이로 사라지듯 완벽하게 모습을 감추었다.
동시에 발걸음을 완전히 늦추면서 기척 자체를 싹 없애버렸고.
그와 함께 나를 추격하던 유저들에게서 한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라져?!”
“이 새끼. 눈치 쩌네.”
“젠장, 설마 이렇게 바로 움직일 줄은.”
“바로 보고해. 놓쳤다고.”
“또 왕창 깨지겠군.”
그렇게 기척을 숨긴 상태에서 거동이 이상한 녀석 몇몇을 포착해냈다.
역시.
해원의 길드원인가?
천상 길드의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유저 다수가 나를 따라붙었다.
일단, 확실한 것은 나처럼 감각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기척을 숨긴 게 억울할 정도로.
아니야.
혹시 이 정도 기척을 느낄 수 있는 녀석이 있을지도 몰라.
최대한 안정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초월 길드 마크를 달고 있는 유저 한 명이 매서운 눈으로 내가 사라진 방향을 보는 중이었다.
처음 보는 유저인데…….
저쪽도 프로겠지.
그 녀석도 잠시 멈추더니 곧 유저들 사이로 모습을 감춰 버렸다.
바로 시야를 감춘 건가?
아마 내 쪽이 지켜보고 있다고 판단한 건지 나와 마찬가지로 유저들 사이로 숨어버리는 선택을 했다.
판단이 빠르네.
해원의 길드원들이 몸을 숨길 생각을 하지 않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역시 움직임이나 판단 수준이 완전히 달라.
그리고 녀석의 발자국이 내가 있던 곳에서 점점 멀리 떨어지더니 곧 유저들의 흔적 사이로 완전히 멀어져 버렸다.
저 녀석을 따라가는 것은 무리겠고.
그러면서 아직도 모습을 숨기지 않고 있는 해원의 길드원들을 바라보았다.
인사를 왔는데 그냥 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저쪽이 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싸움이 시작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게 추격을 붙인 것 자체가 이미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니까.
<주호> 형, 그쪽에 해원의 길드원이 있으면 바로 치세요.
<불멸> 시작할 생각이냐?
<주호> 나중에 한꺼번에 붙으면 부담되니까 지금부터 숫자를 좀 줄여놓으려고요.
<불멸> 알았다. 이쪽도 시작하지. 연합 사람들에게도 말해두마. 위험하면 빠지고.
이걸로 오케이.
혹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우리 쪽 사람들이 당하면 곤란하니까 미리 말은 해두었다.
곧장 은신한 상태를 유지하며 가장 가까이 있던 해원의 길드원 중 하나의 뒤를 잡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내가 뒤를 잡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전혀 반응을 못 하는 눈치였고.
연기가 아니라면 정말 모르는 거겠지.
한 번에 한 놈씩 확실하게 간다.
【 오러 블레이드! 】
바로 오러를 끌어올려 르아 카르테와 하이딩 블레이드에 오러를 입혔다.
그리고 그대로 녀석의 뒤를 잡았다.
과연 얼마나 눈치를 채지 못할까?
어느 정도까지 행동까지 가능한가를 알아내기 위해 녀석의 뒤에 서서 르아 카르테와 하이딩 블레이드의 날을 녀석의 목에 가져다 댔다.
당장에라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지 옆에 있던 다른 천상 길드원들과 내가 도망간 것에 대해서만 우쭐대는 말을 해댔다.
“크크큭, 나한테 쫄아서 그렇다니까.”
“븅신, 쫄기는. 그런데 진짜 이 녀석 어떻게 알아챈 거지?”
“몰라, 눈치가 빠른 갑지. 근처에 가지도 않았는데.”
“해원이 또 발악하는 거 아냐?”
“지겹다. 지겨워.”
“어휴, 그 새끼도 진짜 돈만 안 주면. 그냥 확!”
“그런데 초월 길드 녀석은 어디로 간 거야?”
“없어? 그놈들도 완전 지들 맘대로라니까.”
“초월 말고 다른 길드도 있잖아. 걔들은 왜 일 안 하냐? 우리만 뺑이치는데.”
“몰라. 신경 꺼.”
역시 초월 외에도 다른 길드도 있었군.
말단 길드원들까지 알고 있는 것을 봐서는 무덤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이야기가 끝난 상태였다.
재중이 형과 한 이야기가 완전히 들어맞았다.
잠시 기다리다가 더 이상 필요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자 녀석들에게 한마디를 했다.
“헬로우. 시드니?”
“헉!”
“뭐야?!”
허공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다들 깜짝 놀란 듯 눈이 커졌다.
특히 자기의 목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린 녀석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목을 크게 움츠렸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데?
주저 없이 르아 카르테와 하이딩 블레이드의 날카로운 날로 녀석의 목을 크게 그어냈다.
스르륵!
촤아악!
저항조차 없는 완벽한 그어짐은 소리조차 아름다울 정도.
“커컥!”
멍하게 서 있던 녀석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음의 빛으로 녹아 사라져 버렸다.
완전한 무방비 상태의 크리티컬.
특히 하이딩 블레이드에는 은신 시 크리티컬 대미지가 100% 추가되는 옵션이 있다.
마지막 총 대미지에서 두 배가 뻥튀기되는 거라 위력이 화끈하게 올라갈 것이다.
동시에 마력 흡수가 작용해 오러를 쓰면서 빠져나간 마력이 빠르게 차올랐고.
거기다 관통까지 들어가면서 방어력을 무시.
이것만으로 체력이 낮은 경갑 유저들은 충분하지.
“주호!!”
“주호다!”
“미친! 바로 뒤에!”
“잡아!”
“놓치지 마!”
“공격해!”
그래도 아주 맹탕은 아니었네.
같은 편이 죽든 말든 공격하라고 하는 걸 보면.
하지만.
이미 늦었어.
【 은신! 】
크리티컬이 터지면 하이딩 블레이드의 옵션에 따라 바로 은신의 쿨타임이 초기화된다.
그럼 이렇게 다시 은신을 쓸 수 있다는 소리고.
내 모습이 눈앞에서 바로 사라지자 다들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은신?!”
“뭐야? 다시 쓸 수 있어?!”
“광역! 아! 마법사가 없…….”
“젠장! 일단 튀어!”
반응을 보니 은신을 쓴다는 것 자체는 알고 있었던 모양.
그런데도 도망을 안 가고 있다니.
어지간히 정신이 없는 놈들이네.
아마 한번 나타나면 은신을 다시 쓰지 못한다고 생각한 건가?
뭐 아무튼 좋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어떤 방향에서 공격하는지도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한 놈이 살기 위해 확 뛰어나가는 것이 보였다.
곧장 도망가려던 녀석을 따라잡아 앞서나간 후 뒤로 돌았다.
그리고 정확하게 녀석의 향해 르아 카르테와 하이딩 블레이드의 날을 일자로 들어 올렸다.
푸욱!
푸욱!
“컥!”
가만히 있는 두 개의 검날에 달려들어 목을 들이민 녀석의 최후는 어떨까.
그렇게 아무 반항도 못 한 채 바로 목이 관통되면서 죽음의 빛으로 사라져 버렸다.
손맛이 괜찮은데?
그리곤 모습이 드러난 내게 벌벌 떨고 있는 천상 길드 녀석들을 보면서 씨익 웃어 보였다.
“다들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