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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67화 (557/1,404)

#567화 저주받은 지하 무덤 (1)

우르르릉!!

무너질 것이라 1도 생각하지 않았던 바닥이 무너지면서 수없이 많은 유저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으아악!!”

“떠, 떨어진다!”

“뭐, 뭐냐고. 이건.”

“젠장! 이게 무슨 일이야!”

“뭐든 붙잡아!”

아수라장.

정말 많은 인원의 고함과 몸부림으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긴 힘들었다.

심지어 고함 소리가 메아리로 되돌아오자 항상 많은 도움을 주었던 감각에 문제가 생겼다.

칫, 이런 환경에서는 감각이 일그러지는 단점이 있었는데….

극한의 상황에서 엄청난 도움이 되었던 감각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거기다 끝없이 떨어진다는 점 역시.

상황이 너무 안 좋은데……?

그렇게 정신이 없는 와중에, 몇몇 유저가 라이트를 외쳤다.

【 라이트! 】

【 라이트! 】

그 외침이 힘이 되었을까?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라이트를 시전하려는 모습을 보곤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확실히 유저들이 라이트를 써주면 주변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바로 유저들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이트가 안 돼!!”

“빛이 전혀 안 나와!”

“젠장, 대체 왜 이래?!”

그리고 뜨는 경고음.

《 해당 무덤 지역에서는 일부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라이트 시전이 불가?

그때, 칼룬의 이야기했던 것들이 생각났다.

이곳에 암흑혈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는 말은 역시 무덤 안쪽은 암흑 지대와 동일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앞이 보이지 않는 건 모든 유저에게 굉장한 페널티다.

심지어 이렇게 추락하는 것도 무서운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건 그 자체로 공포였고.

그래도 아직 사용할 만한 스킬은 존재했다.

【 플라이! 】

【 플라이! 】

라이트가 안 된다면, 끝이 어딘지도 모를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용해야 할 마법… 하지만 라이트와 같이 시전이 불가능했고.

당연히 그 결과는 바로 주변으로 전염되었다.

“…발, 플라이도…….”

“미쳤…!”

“어떻게 하라고!!”

“꺅! 싫어!”

“어떻게 해!”

“으아! 살려줘!”

한두 명이 아닌 단체로 패닉이 걸리자 어수선한 주변이 더욱더 개판으로 변했다.

이러면 작은 것에도 휩쓸릴 텐데…….

그때 누군가 크게 외쳤다.

“그래, 이래죽나 저래죽나 탈것이라도 소환해 봄!”

“빨리!”

갑자기 외친 누구가의 외침에 희망이 가득한 분위기로 변했는데 그것도 잠시.

《 해당 무덤 지역에서는 공중 탈것을 소환할 수 없습니다. 》

“아! 안 돼!

“미친! 대체 되는 게 뭐야!”

“으앙! 계속 추락해!”

“살려줘!”

하…….

아주 다 막아 놨는데?

그렇다는 말은 탈것을 불러낼 수 없다는 거고.

나 역시, 페가수스를 불러봤는데 마찬가지였닫.

날 수 없는 지역에서 날 수 있다는 것도 던전 안은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지금 얼마나 떨어져 내린 거지?

적어도 10초 이상은 떨어져 내렸는데…….

만약, 지하가 훨씬 깊다면?!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잘못하다간 추락 대미지에 죽을 수 있어!

체력 자체가 낮은 내 스탯으로 자칫 안 보이는 바닥에 그대로 처박히면 물약이고 뭐고 순식간에 녹아버릴 것이다.

그 순간 머리를 팽팽 돌리기 시작했다.

일단 바닥부터 확인해야 해!

바로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아이템을 찾아 인벤에 있는 목록을 둘러보다가 곧 뭔가를 꺼내 들었다.

분명히 엔느가 고르곤을 상대할 때 이걸 썼었지.

아마 거기서 가능했다면 이곳도 가능할 터.

여분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그런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 하르 조각. 』

바로 한 움큼 쥔 채 저 짙은 바닥을 향해 힘차게 집어 던졌다.

적어도 내 추락 속도보다 빠르게 떨어져 내려야 하니까.

그러자 작은 빛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하르 조각이 어둠 속에서 빛나면서 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확실히 하르 조각을 집어던진 건 효과가 있어.

엔느한테 나중에 감사해야 하려나?

그 모습에 내 주변에 있던 유저들이 깜짝 놀라서 아래를 보면서 외쳤다.

“어?! 밑이 보여?!”

“와! 보인다!”

“누가 뭘 한 거야?!”

워낙 많은 사람이 떨어지다 보니 누가 누군지 제대로 구분도 못 하는 모양.

그런 유저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떨어지는 하르 조각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제발 빨리 튕겨 나와라.

빨리 튕겨 나올수록 바닥이 낮다는 소리니까.

그런데 그런 내 바람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그대로 어딘지 모를 지하 깊은 곳을 향해 빛이 사라져 버렸다.

칫.

생각보다 깊다는 소린데…….

추락하는 속도가 계속 올라가는 것을 봐서는 떨어지기 전에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아마 죽을 것 같다.

함정도 진짜 괴랄 맞게 만들어놨어.

그때, 우리 팀에게서 바로 연락이 들어왔다.

<이쁜소녀> 으앙, 계속 떨어져요!

<나르샤> 눈으로도 안 보여!

<불멸> 너도 추락 중이냐?

<주호> 네, 생각보다 바닥이 깊어요.

<챠밍> 오빠는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어요?

<방패전사> 진짜? 하나도 안 보이는데?

<막내별> 우아, 그럼 저희 살 수 있나요?

한꺼번에 날아오는 메시지에 그냥 길드 전체로 바꾸고는 말했다.

<주호> 다들 바닥으로 하르 조각 집어던져요. 그럼 보일 거예요.

<방패전사> 땡큐!

<챠밍> 네, 바로 해볼게요!

<이쁜소녀> 으아! 보인다아!

<막내별> 진짜 보여요!

다들 바닥이 보이자 희망찬 메시지가 도착했다.

후, 일단 우리 팀은 다 무사하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 칼룬은 생각에서 지웠다.

몸이 워낙 좋으니 그대로 떨어져도 죽지는 않을 터.

곧장 주변을 향해 외쳤다.

“가지고 있는 하르 조각 다 던져!”

지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혼자서 던지는 것보다 훨씬 좋겠지.

그러자 몇몇 유저들이 가지고 있던 하르 조각을 던지기 시작했고 얼마 뒤, 무수히 많은 하르 조각이 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런 하르 조각들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대체 그 짧은 순간 얼마나 많은 유저가 들어온 거야?

아마도 밖에서 대기하던 유저들 상당수가 뛰어든 것 같은데.

“바닥이 보인다!”

“드디어!”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바닥과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좀 멀지만 바닥에 잔뜩 깔린 하르 조각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일단, 무거운 갑옷을 착용한 유저들이 먼저 떨어졌고 그 뒤로 경갑이나 로브를 입은 유저들이 뒤를 이어 떨어져 내렸다.

아마도 탱커 계열은 체력이 많을 테니까 한 방에 죽지는 않을 테고.

깊이가 상당했다면 체력이고 뭐고 할 것 없이 다 죽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경갑과 로브를 입은 유저들이 문제였다.

체력을 많이 찍은 유저는 거의 없을 텐데…….

사실 중갑을 입은 유저도 문제다.

낙하 속도가 빨라 잘못하다간 그냥 끔살을 당할 수 있다.

누군가 살아남는다고 해도 밸런스가 맞지 않아 얼마 살지 못하고 그대로 죽을지 모른다.

후, 그래.

일단은 살고 봐야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역시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단 우리 팀부터.

이것은 전에 사용했던 방법인데 아마 유용하게 쓰일 터.

<주호> 다들 떨어지기 전에 단일기든 광역기든 사용할 수 있는 걸 바닥에 쏴요!

내 말을 가장 먼저 알아들은 챠밍이 대답했다.

역시 눈치가 빨라.

<챠밍> 아! 알았어요! 그때처럼 하라는 거죠?

<주호> 응, 체력이 깎여도 죽지는 않을 거야.

<막내별> 하아,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고마워요. 해볼 게요!

<주호> 일단 살아남고 보죠. 길드하고 연합 사람들한테도 연락해주세요.

<챠밍> 네!!

<이쁜소녀> 넹!

<막내별> 옙!!!!

<방패전사> 오키!

<나르샤> 해볼게.

<불멸> 조금 이따가 보자.

일단, 우리 쪽 사람들은 해결이 됐고.

“다들 떨어지기 전에 바닥을 향해 단일기든 광역기든 대미지 좋은 거 날리세요!”

“무슨 소리야?!”

“광역기를 왜?!”

어리둥절한 몇몇 유저가 날 보더니 이제야 알아본 듯 외쳤다.

“주호?!”

“우와, 주호다!”

“주호 오빳!”

언제부터 오빠가 되었지…?

아무튼 긴가민가하던 유저들이 내가 스킬을 날리기 위해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 들어 스킬을 차징하자 곧 따라 하기 시작했다.

가급적이면 보여주었던 스킬로.

【 용격! 】

곧장 용격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고 연이어 유저들의 단일기와 광역기가 연달아서 바닥을 향해 발사되었다.

다행히 잘 따라주는구나.

콰아앙!

쿠아앙!

콰아아앙!

수많은 광역기가 바닥에서 연쇄 폭발을 만들자 아래에서부터 폭풍처럼 크게 상승기류를 만들어내었다.

그 충격파에 유저들의 하강하던 속도가 줄어들면서 일제히 붕 뜬 상태로 변했고.

다소 체력이 깎이기는 했지만 죽는 것보다는 백배 나은 선택이었다.

쿠웅!

퍼억!

털썩!

가지각색의 효과음을 내면서 착지에 성공한 수많은 유저가 내게 감사 인사를 계속했다.

“와! 살았다!”

“이걸 이렇게 사네!”

“대박!”

“역시 주호!”

“이러니 1위를 하지!”

“주호 오빠! 사랑해요!”

이전에는 유저들하고 같이 다닐 일이 없어서 그런지 반응이 꽤 생소하게 느껴졌다.

뭐, 나쁘진 않네.

혼자 살아남는 것보다 이쪽을 택한 게 괜찮은 느낌이다.

바로 주변을 살폈는데, 바닥에 휘날리는 하르 조각 덕분에 좀 더 수월했다.

시야는 괜찮고.

넓이는….

상당하네.

한 자리에서 수백이 전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꽤 넓은 공동이었다.

지하에 이런 시설이라…….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른 공간이었다.

주변을 대강 살피곤 살짝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위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려나?

탈것 없이 떨어진 높이만큼 다시 치고 올라가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일 것이다.

곧 정신을 차린 유저 중 일부는 자기 팀과 연락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

<주호> 다들 잘 내려왔어요?

<챠밍> 무사히 착지했어요.

<이쁜소녀> 저도요.

챠밍, 이쁜소녀를 포함.

그렇게 우리 팀 모두가 무사히 떨어져 내린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일단, 우리 팀부터 찾아야 해.

이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으니까.

<주호> 다들 어디세요?

<불멸> 맵에 잡혀?

<주호> 아뇨, 맵이 전혀 안 보여요.

<챠밍> 던전이라 그런지 새까맣게 변했어요.

흐음.

역시 던전이라… 이건 어쩔 수가 없네.

우리 팀을 찾으려고 해도 눈으로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환경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불멸> 나도 우리 애들 못 찾겠어.

<주호> 이거 꽤 난감하네요.

<방패전사> 전 챠밍과 함께 있습니다.

<챠밍> 네, 전사 오빠하고 같이 있어요.

<주호> 그건 다행이네. 소녀는?

<이쁜소녀> 히잉, 전 혼자요. 이제 어떻게 해요?

난감하네.

나르샤 누나, 막내별 역시 홀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아는 사람들이 보일 법도 한데 유저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떨어진 지 모르겠고.

그리고 다른 유저들의 사정도 거의 비슷해 보였다.

같은 길드 사람들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갈라진 모습이었다.

일단, 이대로 움직여야 하는 건가?

그때, 공동의 왼쪽 방향에서 유저들의 소란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은 강렬한 폭발.

동시에 바닥에 깔려 있던 하르 가루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콰아앙!!!

“뭐야?! 이 괴물은!”

“으악!!”

“젠장! 한 방에 죽었어!”

“막아!”

한 방?

이곳에 올 정도면 아주 약한 수준의 유저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한 방에 죽었다고?

<주호> 아무래도 뭔가 강한 녀석이 있는 것 같아요.

<불멸> 무슨 일인데?

<챠밍> 왜요? 몬스터가 나타났어요?

무슨 일?

왜라니?

방금 저 폭발이 들리지 않은 건가?

아닌데…?

적어도 이 공동에는 다 울릴 정도로 폭발이 일어났었다.

<주호> 다들 방금 전에 폭발 안 들렸어요?

<챠밍> 네, 폭발 없었는데.

<이쁜소녀> 저도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그 순간 머리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설마.

아니겠지.

<불멸> 설마 그거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거냐?

<주호> 네, 아마도요.

<불멸> 하, 이런 곳이 하나가 아니라는 거군.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한숨을 쉬었다.

아예 다른 공간인가?

이거 시작부터 쉽지 않겠는데?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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