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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58화 (548/1,404)

#558화 탐사대 (4)

NPC의 자유도가 점점 높아지는 게 느껴진다.

이미 결정 난 것을 마리아 가르시아의 명으로 귀족 타이틀을 풀게 되니까.

그것도 요새 방어전 이벤트에 참가했던 유저 중 상위권 유저들로.

이미 누가 타이틀을 획득할 지 뻔히 보이는 상황.

우리를 턱 밑까지 쫓아왔던 전신을 비롯해 해원이나 다른 상위 길드의 길마들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우리 팀이 접속해 있는 길드 건물로 돌아왔다.

건물로 들어가자 화상으로 누군가와 이야기 하던 재중이 형이 화상을 종료하고 나를 바라봤다.

“여, 갑자기 무슨 경매야?”

“아, 그게 우리 황제님이 변덕이 좀 생기셨더라고요.”

“변덕?”

“작위를 내려준다고 하네요.”

“작위라… 보상으로?”

“네, 요새 방어전에 참가한 유저 중 상위 유저들에게 작위를 내려주기로 했어요.”

“흐음, 귀족 타이틀이라… 마리아 가르시아 입장에서는 유저들로 숫자를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겠지.”

맞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유저라면 황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들이니까.

기본적으로 유저들 자체가 퀘스트를 받으면 그때부터는 황제의 온전한 아군이 된다.

다만, 그 유저들이 우리와 꽤 친하지 않다는 게 문제겠지.

재중이 형이 잠시 천장을 바라보더니 그냥 피식 웃어버렸다.

“이거 참, 이런 식으로 경쟁을 붙어야 한다고?”

재중이 형이나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고 있어 거기에 대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 그래서 작위를 팔겠다?”

“네, 아직 모르니까요.”

“흠, 확실히. 알게 되면 값어치가 떨어지니까.”

“뭐, 들고 있다가 우리 쪽 사람에게 주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아냐, 잘 됐다. 작위 그거 많아 봐야 어차피 쓸데도 없고.”

재중이 형 말대로 당장 내가 공작이고 재중이 형과 챠밍이 백작이었다.

하나의 길드에 작위가 많다 보니 거의 내 쪽의 작위만 유용하게 쓰일 뿐.

재중이 형과 챠밍은 작위를 거의 써먹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굳이 공작을 놔두고 백작을 내세울 필요도 없고.

연합 전체로 보면 스칼렛과 이슬두잔도 있으면 좋겠지만, 꼭 필요한 것은 또 아니었다.

“경매라… 네 정보대로라면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어.”

“네, 조만간 작위를 얻을 사람들요.”

“흠, 안 그래도 탐사대 때문에 작위 구한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데?”

“그래요?”

“아무래도 귀족 NPC 휘하로 들어가면 보상이 적을 테니까. 탐사대에서 활약을 해도. 원하는 만큼의 보상을 얻는다는 보장이 없어. 너도 봐서 알잖아. 귀족 NPC들 개판인 거.”

“공은 자신들이 다 먹겠죠. 그렇게 설계된 놈들인데.”

“그러니까! 특히 작위를 얻으려고 귀족들하고 많이 접한 사람은 더더욱.”

이번 보상 체계는 귀족들 재량에 있기에 귀족 NPC 휘하로 들어갔다가는 정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었다.

물론, 정말 괜찮은 귀족도 있겠지만.

거의 로또를 뽑는 운이라…….

“어설프게 운에 맡기느니 차라리 자신들이 탐사대를 꾸리겠다는 거겠지.”

“상위 그룹은 절대 귀족 휘하로 들어가지 않겠네요.”

“어, 선택지가 없다면 또 모를까.”

“덕분에 경매는 잘 되겠는데요.”

“그래, 일단 사장님에게 이야기해서 수소문해 보자.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재중이 형이 사장님과 연락을 하는 사이 전사 형과 우리 팀이 모두 접속을 했다.

그리고 전사 형이 요새 이벤트 때 얻었던 세 네임드 템을 꺼냈다.

“하, 이걸 이제야 꺼내네.”

접속하자마자 황제를 만나고 바로 또 점검을 했기에 제대로 된 분배를 할 시간이 없었다.

전사 형이 네임드 아이템을 분류하며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꺼내 들었다.

“요게 오버한 네임드들에게서 나온 거다.”

고르곤, 듀라한, 흑장로 모두 유저들을 잡아 전부 오버 된 상태에서 잡았더니 특수한 아이템이 떨어졌다.

『 +0 고르곤 하트 / 암속성+200%

5초간 은신 - 어떤 상황에서도 은신 유지. 』

『 +0 듀라한의 혼 / 암속성+200%

오러 사용시 마력 소모 30% 감소. 』

『 +0 흑장로의 혼 / 암속성+200%

타격 시 50% 확률로 블링크 초기화. 』

이건 좀 굉장한데?

“흐, 깜짝 놀래주려고 이제까지 안 보여줬지.”

전사 형이 그렇게 자신할 만큼 특수 아이템들의 옵션이 미쳐 있었다.

일반 네임드 템들도 좋기는 한데…….

이 심장 템에 비하면 다들 손색이 있었다.

챠밍을 비롯해 우리 팀도 모두 눈을 깜빡거리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런 기능이라면 기존에 쓰던 심장을 버려도 될 정도다.

그만큼 좋은 아이템들이 나와 버렸다.

“이래서 힘들게 오버하는 건가 싶다. 이거 내놓으면 가격 책정도 안 될걸?”

“정말 그렇네요.”

사장님과 화상으로 이야기를 하던 재중이 형도 와서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이런 걸 이때까지 혼자 보고 있었어?”

“흐, 서프라이즈 아닙니까.”

잠시 세 아이템을 바라보던 재중이 형이 듀라한의 혼은 전사 형에게 밀어주었다.

“이건 임자가 있는 것 같고.”

“제가 씁니까?”

“나나, 너, 소녀 아님 주호인데. 주호야 마력 딸릴 일은 아예 없으니까 패스. 나는 듀라한 스피어가 마력 소모 자체적으로 해줘. 소녀가 써도 되지만, 매번 마력 고갈로 힘든 건 네 쪽이다. 앞으로는 더 심해질 거고.”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나를 바라봤는데 난 그냥 어깨만 으쓱했다.

어차피 듀라한의 혼이 있으나 없으나 내게는 큰 차이는 없었다.

조금 더 마력을 덜 쓰냐 많이 쓰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물론, 있으면 더 좋겠지만.

아쉽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 말고 전사 형이 착용하면 효율이 엄청나게 올라가게 된다.

전사 형은 항상 마력 부족에 허덕이는데 이번에 듀라한을 잡고 나온 오러를 쓰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처참할 정도로 마력을 갉아먹게 될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저런 템이라니…….

전사 형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겠는데.

그 뒤, 다들 이쁜소녀를 바라보자 이쁜소녀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오빠가 더 필요하잖아요!”

“끄응, 그렇긴 한데…….”

“그럼 해결!”

이쁜소녀가 바로 포기하자 전사 형이 고맙다는 듯 웃어 보였다.

그런 전사 형을 보고 재중이 형이 말했다.

“괜히 무리하다 날려 먹지 말고. 그거 날리면 대체할 것도 없어.”

“흐, 잘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오버시켜볼까…… 잘하면 마력 소모 없이 오러를 쓰겠는데?”

재중이 형의 말에 이번엔 내 쪽이 웃고 말았다.

“그럼 진짜 사기죠.”

“말이 그렇다는 거고. 진짜 사기는 여기 따로 있더라.”

그러면서 고르곤 하트는 내게 내밀었다.

“이건 네 몫이겠군.”

“형이 안 쓰고요?”

“뭐 내가 써도 좋지만 네가 쓸 일이 더 많을걸? 이거 무려 은신이 안 풀리는 사기라고.”

재중이 형이 계속 사기라고 하는 이유는.

정말 사기니까.

설명을 봤는데 은신을 하는 동안 무슨 짓을 해도 은신이 풀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건 공격을 해도, 타격을 입어도 은신이 유지된다는 소리였고.

유지 시간이 짧은 게 단점.

그런 단점을 전부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옵션이 좋았다.

“하이딩 블레이드가 있어도 그건 구멍이 너무 많아.”

“네, 알고 있어요.”

반드시 크리티컬을 넣어야 한다는 점은 부담감.

그리고 하이딩 블레이드를 들지 않았을 때는 쓸 수 없다는 문제점.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범용성으로는 이쪽이 몇 배는 좋았다.

이것만 있다면…….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게 된다.

이쯤 되니까 왜 이런 미친 아이템을 넣어놨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어지간한 유일 아이템 뺨치겠는데 이건.

그리고 흑장로를 잡고 나온 템도 좀 미쳐 있었다.

“진짜 사기는 이게 아닐까요?”

“아아, 앞으로 흑장로 보이면 무조건 오버다.”

이건 흑장로의 회피 본능을 최대한 살린 아이템이려나?

공격 시 블링크가 자동 초기화되는 사기템.

물론, 확률은 있지만.

그것도 강화를 한다면 확률이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런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다면 전투 시에 속도 면에서 절대 따라잡지 못하게 된다.

치고받고 싸우다 보면 이미 멀리 떨어져 있을 테니.

공격용으로도 좋고.

회피용으로도 이만한 스킬은 다시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건 챠밍 줘야겠어요.”

마법사의 최대 난점.

느린 발.

그나마 회피 스킬 몇 가지가 있기는 해도 느린 발은 어쩔 수 없다.

그런 단점을 이 스킬이 완전히 지워줄 것이다.

“정말 제가 써요? 오빠들이 쓰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나르샤 언니랑 소녀도 있고.”

챠밍이 당황하면서 나와 재중이 형, 나르샤 누나, 이쁜소녀를 가리켰는데 다들 고개를 저었다.

그때, 나르샤 누나가 덥석 흑장로 하트를 잡아 망설이는 챠밍의 손에 넘겨주었다.

“하나 더 있으면 모를까. 이건 네가 쓰는 게 맞지. 부담 가지지 말고.”

“으음, 고마워요.”

너무 템이 좋다 보니 서로 미룰 정도라…….

이번에 정말 좋은 아이템들을 얻었어.

그 뒤로 세 네임드를 잡고 나온 네임드 템을 부족한 사람들에게 각각 채운 뒤 사장님의 연락을 기다렸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돈 많은 사람을 모으고 있을걸?”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사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이거 대어들이 잔뜩 들어왔다!”

대어라…….

사장님이 그렇게 표현할 정도면 정말 대어겠지.

얼마 뒤.

길드 건물 회의장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속속 채워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콜로세움에서 재중이 형에게 인사를 하고 갔던 프로 유저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연, 명궁, 월하향, 하논인가?

순식간에 치고 올라온 랭커들.

한 명은 어디 갔는지 안 보이는데.

거기다 다른 상위 길드에 포진된 길드 마스터들이 계속 길드 건물로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와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초월 길드의 전신 역시 길드 건물로 들어오자 다들 고개를 돌려 전신을 바라보았다.

한층 무거워진 무게감.

전과 똑같이 보인다면 그건 거짓말이지.

이번에 어디까지 우리를 압박할 수 있는지 전신이 잘 보여줬으니까.

그런 전신이 재중이 형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번엔 한 번 당했습니다.”

“아아, 우리가 좀 하지?”

“역시 쉽진 않군요. 하지만 탐사대 때는 이야기가 많이 다를 겁니다.”

“준비를 많이 했나 본데?”

“그쪽을 꺾으려면 이쪽도 좀 무리를 해야겠죠.”

“그래? 꽤 재밌겠는데?”

재중이 형이 웃어 보이자 전신도 살짝 표정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둘 다 웃고는 있었지만 둘 사이에 팽팽할 정도의 긴장은 계속 유지되는 느낌이었다.

경쟁자라 이건가?

얼마 뒤, 불새 길드의 태양을 비롯해 미르 길드의 황룡도 역시 들어왔는데 서로 보자마자 이를 드러내면서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이가 안 좋다더니.

그건 확실하군.

그리고 뒤에 따라 들어온 엔느가 우리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보더니 고개만 끄덕여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음, 전에 그건 엔느의 작품일지도 모르겠는데?

마지막으로 해원이 들어와 나를 한 번 노려보더니 곧장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치 오기 싫은 곳에 왔다는 듯.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올 사람은 다 온 건가?

그때 화련이 회의장에 들어왔다.

화련은 딱히 올 이유는 없는데?

아마 예전에 약속한 백작 작위가 하나 있기 때문에.

“그냥, 나도 볼 일이 있거든.”

내게 그 한마디만 한 뒤 역시 회의장에 가서 앉았다.

흐음, 볼일이라…….

다른 길마들과 관련된 일인가?

말해주지 않으면 이건 알 길이 없기에 일단은 그냥 넘어갔다.

그렇게 올 사람이 다 오자 사장님이 경매를 시작했다.

“그럼, 작위 경매를 시작하겠…!”

그런데 갑자기 한 여인이 손을 들더니 사장님의 말을 막고는 충격적인 말을 꺼내 들었다.

“그 백작 작위. 전부 내가 살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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