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화 탐사대 (1)
이벤트 개인 랭킹이 1위로 변경되었다는 시스템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시야가 까맣게 변하면서 로그아웃이 되었다.
그대로 VRS를 열자, 몸에 열이 올라 있었는지 에어컨 시원한 바람이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다.
평소보다 확실히 뜨거운데?
네임드들을 잡는 일에 생각 이상으로 집중을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벤트 랭킹을 뒤집는 일까지.
1분 1초를 다투는 상황이라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겠지.
잠시 몸을 식힐 겸, VRS에 누워 있다가 곧 몸을 일으켜 폰을 찾아 확인했다.
★ 요새 이벤트 개인 랭킹
《 1위 주호 - 349564점. 신화 길드. 》
《 2위 전신 - 331107점. 초월 길드. 》
:
겨우 1만 점 차이.
사실 2만 점에 더 가깝긴 했지만,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쉽게 뒤집힐 정도의 차이에 불과했다.
“오히려 시간이 촉박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나?”
이벤트 랭킹을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만약, 전신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포인트를 구했다면 상황은 단박에 역전되었을지도 모른다.
대체 무슨 수로 다른 상위급 길드를 포섭한 건지 모르겠지만…….
두 번이 가능했다면 세 번은 안 되리라는 법은 없다.
확실히 저력이 있어.
예전에 스치듯 봤을 땐, 이 정도로 우리를 몰아붙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재중이 형이 주의하라고 한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어.
보상 확인을 위해 게시판을 둘러보는데 전부 이벤트에 대한 말밖에 없었다.
-와, 소름. 마지막에 신화가 다시 뒤집었어.
-4위 화련이 들고 있던 포인트 전부 주호한테 간 듯. 딱 11만임.
-캬, 주호하고 화련하고 마지막에 손잡았다는 말이네.
-주호하고 화련하고 적 아님? 주호가 화련 연합 박살 낸 걸로 알고 있는데?
-에이, 겁나 옛날일임. 무슨 라떼도 아니고.
-쌉인정!
-불새하고 미르 봐라. 그 지랄해도 마지막에 협력하잖아.
-초월 밀어준 거?
-그럼 셋이 동맹이라는 소리?
-캬, 신화와 헤라 그리고 초월, 불새, 미르인가?
-그냥 초월이 두 길드에서 포인트만 사들인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거 막으려고 초월을 밀어줬는지도 모르겠다.
-캬, 저 상황에도 1위를 탈환하네. 주호가 난 놈이야.
-유일 아이템 개 궁금하다.
-그럼 주호가 가진 유일 몇 개임?
-르아 카르테, 드래곤 슬레이어, 그리고 이번에 풀리는 것까지 세 개?
- 다른 서버 봐라. 아직 1개도 없음… 주호 저놈이 진짜 사기임. 경쟁 치열하다고 소문난 1서버에서 독주하고 있으니까.
흐음.
사기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닌데.
월등히 앞서나간다는 느낌은 아직도 가지지 못했다.
그저 우연과 시기가 절묘하게 잘 겹친 것뿐인데…….
이번에도 ‘감염’이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이 경우에는 돈이 많이 들어갔을 테고.
한두 번 그런 식으로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해원의 경우만 보더라도 돈만 많다고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지.
물론, 실력에 자금까지 합쳐지면 그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리고 화련은 대체 무슨 생각이지?
요새 포인트를 넘겨주면서 내게 건 조건이 다소 엉뚱했다.
오프 만남…….
굳이 우리 길드 사람이 아닌 사람과 밖에서 봐야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이건 솔직히 좀 불편한 쪽에 가까우려나?
이상한 것만 아니면 좋겠는데.
그래도 거래를 했으니 안 볼 수는 없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감았다.
다 좋은데.
일단 좀 쉬자.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피곤이 극에 달했는지 곧이어 바로 잠에 들고 말았다.
* * * * *
점검은 꽤 오래 걸렸다.
단순히 요새 이벤트를 마무리하는 게 아닌 새로운 뭔가가 나온다는 느낌으로.
사실 이게 맞기도 하고.
요새 이벤트로 끝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한 감이 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 * *
[ 공지사항 ]
▷ 『 경계 수호자 』 이벤트가 완료되고 『 경계 너머의 탐사대 』 가 시작됩니다.
▷ 가르시아 제국의 탐사대가 베일에 싸인 경계 너머로 출발합니다.
▷ 유저들은 탐사대에 참가 등록할 수 있습니다.
▷ 경계 너머로 새로운 사냥터와 던전들이 추가됩니다.
▷ 요새 이벤트에 참가한 모든 유저들에게 참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 2~50위 랭킹까지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와 『 10강 방어구 정제 강화석. 』을 지급합니다.
▷ 2~100위 랭킹까지 『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을 지급합니다.
▷ 보상으로 받은 강화석은 거래가 가능합니다.
▷ 더 이상 악마형 몬스터가 증표를 드랍하지 않습니다. 요새 이벤트 이후, 제작 재료를 드랍하도록 변경됩니다.
▷ 요새에서 드워프를 통해 악마형 무기를 제작 가능합니다.
▷ 개인 증표 포인트 1위 ‘주호’ 님에게 랭킹 보상이 지급됩니다.
▷ 길드 증표 포인트 1위 ‘신화’ 길드에게 랭킹 보상이 지급됩니다.
▷ 개인 랭킹 1위 보상인 『 가르시아 제국 후작 작위 』는 ‘주호’ 님이 공작 작위를 가지고 있어 다른 보상으로 대체 됩니다.
▷ 이벤트 네임드 『 고르곤 』 『 잿빛의 듀라한 』 『 흑장로 타리안 』는 경계 너머 필드에 새로 배치됩니다.
▷ 감염 스킬 『 인펙션 』의 일부 사항을 수정합니다.
▷ 로스트 스카이가 14세 이상 이용으로 변경됨에 따라 신규 유저 혜택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 19세 이하 유저에게는 일부 이펙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 17번째와 18번째 신규 서버가 새로 열립니다.
▷ 신규 유저와 100레벨 이하의 유저들에게 레벨업 부스터와 100레벨 이하까지 사용할 수 있는 모험가의 10강 무기, 방어구를 지급합니다.
▷ 신규 서버 오픈 기념 2배 경험치 이벤트를 실시합니다.
▷ 초기 지역 네임드의 난이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 초기 지역 몬스터들의 사냥 난이도를 대폭 하락합니다.
▷ 초기 지역 드랍률을 대폭 상향합니다.
▷ 신규 유저와 함께 네임드를 잡을 시 『 네임드의 파편 』을 받을 수 있습니다.
▷ 『 네임드의 파편 』을 일정 수량 수집 시 네임드 아이템을 가르시아 제국 이벤트 NPC에게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 * *
이건 꽤…….
몇 주 전부터 떠들썩했던 ‘게임 이용 연령가’ 패치가 드디어 되었다.
그리고 신규 유저에게 주는 이벤트도 상당히 많이 생겨났고.
경험치는 물론 100레벨 이하가 사용할 수 있는 10강 아이템도 지급.
거기다 네임드의 파편이라는 이벤트도 추가적으로 시작했다.
일단, 접속을 해봐야 하나?
꽤 오래 잠들어서 점검이 끝난 지 좀 지난 시점.
접속을 하려고 VRS에 들어갔는데 순간 뜨는 메시지에 붕 뜬 표정을 지었다.
《 현재 필리언 서버에 접속이 불가능합니다. 》
《 대기 접속자 수 23,500명. 》
뭐?
예전에 동시 접속자를 늘리는 것을 기점으로 대기자가 없어졌는데 지금 또 대기자가 생겨 버렸다.
어이가 없어서 바로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승호> 형, 혹시 접속했어요?
<재중> 아니, 나도 걸렸다.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대기열 장난 아니네.
<승호> 하, 유저가 한 번에 이렇게 늘어요?
<재중> 방학 시즌이잖아. 거기다 연령 제한도 풀어버렸고. 기다리던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거 하려고 적어도 몇 달은 기다렸을걸?
<승호> 신규 서버가 두 개나 되는데…….
<재중> 1서버가 제일 핫하잖냐. 안정적이기도 하고. 쟤들이라고 뭐가 다르겠냐. 아무튼 당분간은 좀 고생하겠네.
접속을 못 한 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전부 접속을 하지 못했다.
애초에 같은 시간대에 접속을 하는 편이니까.
은하와 아라에게도 연락이 와서 이야기를 좀 나누다 보니 한참이 지나서야 대기열이 사라져 접속할 수 있었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49.
> 로딩 중…….
레벨 149.
아마 요새 근처에서 오를 수 있는 한계점이 아닐까?
오버된 네임드를 두 마리나 잡았음에도 겨우 1레벨이 올랐으니.
아마 평범한 몬스터를 잡아서는 아주 오래 사냥하지 않는 이상 추가로 레벨을 못 올릴 것 같았다.
접속을 하니 마지막으로 있었던 레티어스 요새에 접속이 되었다.
지금은 화련의 소유가 된.
보상은…….
일단 가르시아 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이벤트 보상을 확인하자 1위 보상이라 그런지 황제를 한 번 봐야 하는 모양.
반면, 우리 팀은 요새 포인트를 내게 다 넘겨주었기에 따로 보상을 받을 것이 없었다.
곧 우리 팀 모두 접속을 하자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모두 가르시아 제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가르시아 제국 분위기가 사뭇 많이 변해 있었다.
챠밍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전사 형에게 물었다.
“뭔가 좀 분주한 느낌이네요?”
챠밍의 질문에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주변을 살피고는 뭔가를 확인하고서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모인 유저 대부분 탐사대와 네임드의 파편 쪽으로 갈리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파편 쪽이 많네.”
“그 신규 유저들 도와주는 이벤트 말이죠?”
그리고 잠시 이벤트를 다시 확인한 전사 형이 말을 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네임드 템 보상이 좋아. 예전 네임드를 잡아서 네임드의 파편을 얻으면 신규 네임드 보상 아이템까지 교환할 수 있어서.”
“아, 그래서?”
“여기 유저들은 레벨이 꽤 되니까. 모자란 건 네임드 장비나 스킬 정도. 이 이벤트는 그런 유저들을 위한 이벤트겠지. 신규 유저도 잡고, 고인물도 잡는.”
대화를 듣다가 전사 형에게 물었다.
“풀리면 곤란한 네임드 스킬은 없겠죠?”
“어, 딱히 목록에는 없네.”
“그거면 됐어요.”
위협적인 것은 특수한 몇 개의 스킬이니까.
그것들만 안 풀리면 어떤 경우라도 대처하기에는 어렵진 않을 터.
우르르 비공정을 타고 옛 지역으로 날아가는 유저들을 본 이쁜소녀가 전사 형에게 물었다.
“우린 안 해도 돼요?”
“음, 우린 그냥 네임드를 잡으면 되니까. 굳이 도와주러 갈 필요는 없어.”
전사 형 말대로 우리에게는 그렇게 유의미한 이벤트는 아니었다.
“우린 저쪽에 집중해야지.”
전사 형이 가리킨 곳에는 탐사대 이벤트를 주관하는 NPC가 줄지어 서 있었다.
물론, 그 앞에는 수많은 유저가 줄 서서 기다리는 중이었고.
“조금 있다가 오죠. 지금은 한참 기다려야겠네요.”
내 말에 모두 빠르게 자리를 옮겨 가르시아 궁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리아 가르시아를 만나 보상을 받았고.
『 또 한 번 가르시아 제국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주호 공작. 』
《 마리아 가르시아와의 우호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마리아 가르시아와의 우호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마리아 가르시아와의 우호도가 친애로 변경됩니다. 》
전에 최대치라고 들은 것 같은데…….
이건 아직도 상승할 수 있는 거였나?
아마 패치를 하면서 바뀌었나 싶기도 하고.
뭐 계속 올라가면 좋은 거겠지.
지금까지 쌓아온 것만 보면 아마 역적이 되더라도 용서해 주는 수준 정도는 되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이름 모를 귀족들에게서도 모두 우호도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전에 세 네임드를 잡을 때마다 NPC들과의 우호도가 상승한다는 메시지를 본 적이 있었다.
거기다 요새까지 지켜냈으니.
어쩌면 이게 당연한 수순인 모양이고.
《 귀족과의 우호도 수치가 일정 이상 되었습니다. 》
《 우호도가 존경으로 변경됩니다. 》
《 공작의 위엄이 갖춰집니다. 》
《 휘하 귀족들이 유저인 주호 공작의 진가를 인정합니다. 》
《 대부분의 귀족의 반발심이 사라지나 일부 귀족에게는 아직 반발심이 남아 있으니 주의하세요. 》
아주 다 좋아해 주진 않는다는 거군.
아직 반대파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나중에 필요하면 정리를 해야 할 지도.
그런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1위 보상부터 확인했다.
가장 눈에 들어온 보상은 역시나 유일 아이템.
『 용병왕의 무기 상자 / 유일 아이템. 』
그렇게까지 고생하면서 얻을 가치가 있는가 하고 용병왕의 무기 상자를 열어보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용병왕 이 사람…….
누군지는 모르긴 해도 무기만 봐도 성향이 확실히 보였다.
그냥 용병이 아닌.
사람 잡는 용병이라는 것을.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