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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52화 (545/1,404)
  • #552화 증표 싹쓸이 (3)

    146인가?

    네임드를 잡거나, 엘리트 몬스터들을 잡거나, 일반 몹들을 학살해도 무지막지한 경험치 때문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레벨이 올랐다.

    막연하게 몰이로 적당히 잡는 게 아닌 감염이라는 스킬로 수백, 아니 기천에 달하는 녀석들을 잡았다.

    각기 분배되는 경험치를 제외하더라도 이 정도를 잡으면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챠밍은 내게 감염을 걸고.

    나는 그 감염을 달고 몬스터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막내별은 내가 죽지 않게 힐을 계속 넣어주고.

    다시 나는 마력을 챠밍과 막내별에게 보내주고.

    그 와중에 재중이 형과 전사 형,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가 뛰어들어 내 체력이 대거 빠지는 위기 상황을 막아주면서 이 사이클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게끔 해주었다.

    몬스터가 더 달라붙지 못하게 체력이 떨어진 몬스터를 빠르게 녹이거나 아예 자신들에게 붙게 만들어 시선을 분산시켜주었다.

    붙는 몬스터들은 다시 내게 어글을 붙여 드리블을 시작했고.

    날 따라다니기만 하다가 체력이 바닥나서 푹푹 쓰러지는 몬스터가 한둘이 아니었다.

    무한 반복.

    그렇게 우리가 지나가는 자리엔 죽음의 빛으로 사라진 흔적만 남았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심지어 레벨이 오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더 레벨이 올라갔다.

    너무 잘 오르는 것 아닌가?

    들이는 노력에 비해 경험치가 미친 듯 폭주하고 있었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역시 마찬가지라 전부 레벨 업을 표시하는 하얀 빛기둥이 올라왔다.

    전사 형은 좋아서 두 팔을 번쩍 들고 환영하는 중이고.

    이쁜소녀와, 나르샤 누나도 마찬가지.

    “이거 진짜 사기잖아.”

    “대박, 경험치가 막 들어와요!!”

    “이 정도면 네임드를 안 잡아도 되겠어.”

    재중이 형도 신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크큭, 아, 진짜. 이걸 이렇게 굴릴 생각을 하다니. 이거 보면 기절하겠는데?”

    몹 몰이도 흔히 말하는 ‘국룰’이 있다.

    탱커가 자신에게 몹을 붙이고 광역기로 때려 녹이는 것이 가장 주된 방법.

    많이 쓰기도 하고… 그런 몰이는 다들 하는 것이라.

    하지만 지금 하는 몰이는 성격부터 달랐다.

    마치, 지우개로 지우듯 몬스터들 사이로 달려 들어가 쭉쭉 지나가기만 하면 샤르르 녹아버린다.

    그리고 지금은 레벨보다 더 중요한 것 하나.

    바로 경계 수호자의 증표.

    경험치가 들어오는 만큼 증표도 차곡차곡 인벤 속에 축적되고 있었다.

    《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가 95개 획득되었습니다. 》

    《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가 5개 획득되었습니다. 》

    《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가 2개 획득되었습니다. 》

    중형급 몬스터를 잡으면 대량.

    그리고 소형 몬스터를 잡으면 적게 들어오기는 해도 이쪽은 수가 많으니까.

    그런 증표가 계속 쌓이자 이벤트 랭킹 순위도 급격히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 요새 이벤트 개인 랭킹

    《 9위 주호 - 42162점. 신화 길드. 》

    달리면서 얼핏 눈으로 확인한 결과 랭킹 9위.

    몹 몰이를 시작할 때 15위였던 것을 보면 정말 엄청나게 상승한 수치였다.

    특히, 상위 랭킹을 차지한 유저들이 지금도 꾸준히 증표를 사들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랭킹이 이렇게 오른다는 말은 돈으로 사들이는 쪽보다 내 쪽이 훨씬 더 빠르고 많이 모인다는 소리다.

    그리고 우리 팀 역시 비슷한 수치로 쌓이고 있으니까.

    재중이 형도 쌓여가는 증표를 보더니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거 이미 역전 각인데?”

    재중이 형이 드디어 역전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

    그 정도로 상황이 좋다는 뜻.

    “변수가 있을까요?”

    “쟤들 통장 잔고 바닥나지 않는다면… 그리고 변수라고 하면 딱 하나 있어.”

    아직도 변수가 있다고?

    네임드가 잡히거나 우리처럼 이 많은 몬스터를 녹이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을 건데?

    많은 돈을 들인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쓸어 담을 수 있는 증표엔 한계가 있다.

    증표가 무한대로 쏟아지는 화수분은 아니니까.

    “무슨?”

    “지들끼리 밀어주는 경우.”

    “으음, 그런 방법이….”

    “정말 작심하고 지들끼리 몰아주면 장담 못 해. 다들 수만 단위로 증표를 들고 있으니까.”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겠네요.”

    “그 정도는 아니고. 한쪽이 출혈을 감수하는 쪽이지.”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방법이 남아 있다니.

    저력은 무시할 수 없네.

    그런 날 보던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뭐, 그런 상황이 오면 우리끼리 밀어주면 그만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 아직 네임드도 남았고.”

    “네, 알았어요.”

    재중이 형이 말했듯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모두 만 단위로 증표를 획득했다.

    그건 우리끼리 얼마든지 몰아주기를 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렇게 시간을 들여 요새 주변의 몹들을 정리하자 주변에 보이는 몹들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마지막 몹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바로 걸음을 멈췄다.

    그런 내 옆으로 재중이 형이 다가왔다.

    “이제 여기서 몰이는 힘드려나?”

    “네, 몰려면 너무 멀리까지 뛰어다녀야 해요.”

    “그럼 효율이 별로지.”

    우리가 워낙 많은 몹을 녹이자 자연스럽게 점점 간격이 벌어지더니 이제는 뭉쳐 있는 몹이 많지 않았다.

    나르샤 누나에게 일일이 끌고 와달라고 하는 방법도 있기는 한데 이쪽은 시간이 걸리니까.

    시계를 바라보자 지금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여기서 더 있을 순 없겠네요.”

    “그래, 마무리하자. 슬슬 부를 때가 됐네.”

    재중이 형의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귓속말을 열어 누군가를 불렀다.

    <주호> 오시고 계신가요?

    <화련> 끝났어?

    <주호> 네, 레티어스 요새로 넘어오시면 됩니다.

    <화련> 정말 몸만 가면 된다 이거지? 이걸 믿어야 하나?

    <주호> 시간 낭비가 되진 않을 겁니다. 일단 오시죠?

    <화련> 알아, 네가 빈말을 하진 않겠지. 거의 다 왔어. 너 다른 데 넘기기만 해봐. 알지?

    <주호> 하하, 그럴 리가요. 제가 약속은 칼 같이 지키잖아요.

    <화련> 어휴, 이걸 내가 또 믿는다.

    “다 왔데?”

    “네, 얼추 시간이 맞네요.”

    “그럼 우린 슬슬 사라져줘야지.”

    이전에 화련과 큰 거래를 하나 제의했다.

    바로 비어 있는 레티어스 요새를 넘기는 것.

    현재 대부분의 길드나 연합들은 레티어스와 쿠론 요새를 포기하고 제국으로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이미 수십 번 헤딩을 했기에 네임드를 상대로 절대 요새를 뺏어올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두 요새 중 하나인 레티어스 요새를 넘겨준다고 하자 처음엔 화련이 의아함을 비추었다.

    그러면서도 거래를 놓지는 않았고.

    “역시 돈이죠?”

    “어, 이 대가는 비싸지.”

    무려 요새다.

    그것도 무혈입성이 가능한 상태로 넘겨주는 일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우리가 다 먹긴 좀 힘드니까.”

    이미 바이탄 요새는 내 소유가 되어 사장님과 우리 연합 쪽에서 방어를 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마음껏 돌아다니는 중이고.

    뒷문이 걱정되면 함부로 다니진 못하지.

    이제 가장 큰 문제는 두 요새의 거리.

    두 곳을 차지하더라도 레티어스와 쿠론 요새가 서로 너무 떨어져 있어서 한쪽은 지키기가 어렵게 된다.

    그러면 어중이떠중이에게 비어 있는 요새를 그냥 넘겨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아예 요새를 지킬 수 있을 만한 세력에게 요새를 팔기로 했다.

    결코 다른 사람들이 대놓고 넘보지 못할 정도의 세력을 가진.

    그중 우리와 우호적인(?) 몇 안 되는 세력에서 화련을 뽑았고.

    지금 요새를 먹으면.

    이벤트 종료까지 시간이 얼마 없기에 반드시 요새의 주인이 된다.

    화련도 이걸 잘 알고 있기에 이 거래에 응했다.

    나르샤 누나가 먼 하늘을 제삼의 눈을 사용해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내게 신호를 줬다.

    “화련의 비공정 거의 다 왔어.”

    “그럼, 이제 가면 되겠네요.”

    얼마 뒤, 저쪽 먼 하늘에서 비공정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전투 지역에선 비공정으로 비행이 불가능하니까.

    그때, 몬스터들이 싹 녹아 비어 있는 공터에 축복받은 페가수스가 내려앉았고 챠밍이 내게 물었다.

    “오빠, 이제 넘어갈 거예요?”

    “응. 넘어가야지. 여기선 이제 볼일이 없어. 딱 저놈 하나만 빼고.”

    요새 내부에 버티고 있는 잿빛의 듀라한을 바라보았다.

    요새 외곽 몬스터들이 싹 죽는 와중에도 듀라한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그곳이 자신의 자리라는 것처럼.

    저렇게 오버된 네임드가 딱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유저들이 요새를 먹지 못했다.

    “나르샤 누나. 어글 좀.”

    “오케이.”

    바로 나르샤 누나가 레비아탄 롱보우를 꺼내 들고는 요새 내부 깊숙한 중앙에 있는 잿빛의 듀라한을 노렸다.

    주변에 걸리적거리는 몬스터가 있기에 듀라한만 쏙 빼오려면 나르샤 누나가 최고지.

    【 수룡탄! 】

    그렇게 나르샤 누나의 손을 떠난 수룡탄이 정확하게 궤적을 타고 날아가 듀라한의 갑옷을 크게 치고 터져나갔다.

    “크어어어!”

    잠에서 깨어난 듯 듀라한이 포효를 질렀고.

    “온다!”

    듀라한이 쿵쿵거리며 빠른 속도로 뛰어오더니 곧 우리가 있는 장소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그때, 품에서 갈고리가 있는 밧줄을 꺼낸 뒤 듀라한에게 집어던져 한쪽 다리에 빠르게 감았다.

    하나, 이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

    듀라한을 제지하지도 못하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 녀석이 있지.

    그러면서 페가수스를 가리키자 챠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그럼 다들 잡아요.”

    챠밍이 신호를 하자 모두가 페가수스의 날개털을 손으로 잡아갔다.

    그리고.

    【 워프! 】

    순간 시야가 완전히 사라지더니 곧 전혀 다른 풍경으로 변했다.

    그렇게 보이는 곳은 몬스터가 우르르 모여 있는 쿠론 요새의 외곽의 산맥 중 한 곳.

    반대로 고개를 돌리자 듀라한 역시 동시에 워프가 되어 우리와 함께 이곳으로 이동이 되었다.

    그걸 본 재중이 형이 씨익 웃었다.

    “전에 실험하길 잘했네.”

    워프의 특징.

    일단 어떠한 경우라도 페가수스에 몸이나 물건이 닿아 있기만 하면 동시에 모든 것을 끌고 워프를 한다.

    숫자가 아무리 많더라도.

    듀라한도 밧줄에 다리가 묶여 동시에 이동해 버렸고.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 듀라한에게 휘둘렀다.

    【 용격! 】

    콰아앙!

    듀라한이 순간 용격에 터져나가 멀리 밀려 나가는 순간 페가수스가 챠밍과 막내별, 그리고 나르샤 누나를 태우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와 재중이 형, 전사 형, 이쁜소녀는 동시에 듀라한에게 달려들었다.

    하늘을 보면서 재중이 형이 외쳤다.

    “빨리 끌어와!”

    그 말에 페가수스가 쿠론 요새 내부를 향해 급하게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우리가 듀라한을 상대하고 있는 동안 빠졌던 페가수스가 얼마 뒤 다시 돌아왔다.

    무려 두 마리의 네임드를 끌고서.

    나르샤 누나가 잘 찾아줬나 보네.

    공중에서 제삼의 눈이라면 거의 모든 지역을 살필 수 있으니까.

    숨어 있는 흑장로를 찾아내 끌고 오는 일은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고르곤이야 쿠론 요새 내부에 있으니 쉽게 끌고 왔을 테고.

    세 마리 네임드가 한 자리에 동시에 몰리자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시계를 보자 이벤트 종료까지 그렇게 긴 시간이 남아 있진 않았다.

    과연 이 녀석들을 시간 내에 다 잡을 수 있을까?

    바로 집중력을 한껏 끌어올리며 세 마리의 네임드를 노려보았다.

    아냐, 여기서 무조건 해내야 해!

    지금부터는 진짜 제대로 간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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