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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51화 (544/1,404)

#551화 증표 싹쓸이 (2)

챠밍과 함께 몇 번이나 더 실험을 한 뒤, 바로 페가수스에 올라탔다.

“어때? 제대로 들어와?”

“네, 그런데 이번엔 좀 너무 사기 같아요.”

사기라…….

챠밍이 저렇게 말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그저 자신은 공중에서 페가수스를 타고 있는데, 증표와 경험치가 알아서 차곡차곡 들어왔으니까.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

체력을 채우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이 움직이긴 하지만, 사냥할 때의 움직임을 생각하면 이건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생존’을 위해 무기를 휘두르는 일만 하면 되는데 굳이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

일정 수준의 공격만 하고 바로 빠져버리니 크게 위협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무리를 하지 않는 선에서 몬스터들 사이만 뛰어다니면 그만.

그럼 몬스터들이 알아서 샤르르 녹아내렸다.

감염 스킬로 인해.

“새로운 스태프는 어때?”

흑장로가 들고 있던 검은 나무로 만들어진 지팡이.

나무 끝이 마치 소용돌이치듯 말려 있는 형상에 나무 곳곳에 기괴한 해골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고풍스러운 느낌보단 기괴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지팡이를 든 챠밍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타리안 스태프를 바라봤다.

“전에 쓰던 지팡이보다 훨씬 좋아요.”

“역시 그렇지? 비싼 값은 한다니까.”

『 +8 타리안 스태프 / 마법 증폭 35(27+8)

지력+15, 마력+15 마력 회복+10 』

현존하는 가장 스탯이 높은 네임드 지팡이.

그리고 이 스태프는 단 하나의 옵션에 완전히 최적화되어 있었다.

바로 감염 스킬.

이 스태프를 들고 감염 스킬 시전 시.

마력 소모 1/2.

지속 시간 2배.

지속 대미지가 2배로 껑충 뛰게 된다.

단순 효율로 치면 이 스태프가 있고 없고는 거의 몇 배의 차이가 나는 수준.

거기다 타리안 로브에는 또 다른 옵션이 추가되어 타리안 스태프와 한 짝을 이루었다.

감염 스킬 쿨타임 1/2.

감염 스킬 최대 범위 2배.

당연히 타리안 스태프와 같이 사용하면 감염 스킬 하나로 미친 위력을 뽑아낼 수 있지.

마력과 쿨타임이 반으로 줄고 위력, 지속 시간, 범위가 두 배로 늘어나는 순간 감염 스킬은 다른 영역의 스킬이 된다.

스칼렛과 이슬두잔에게 포인트를 지불하면서까지 타리안 세트를 가져온 일은 결코 과잉 투자가 아니다.

물론, 그때 당시엔 이런 식으로 쓰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저 수성할 때 감염 스킬의 효율을 최대한으로 늘리기 위해서 챠밍에게 넘겨준 것인데 지금은 그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일반적인 감염 스킬이라면 이 정도까지 효율을 낼 수 없다.

가장 필요할 때.

가장 강력한 스킬과 아이템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런데 이 방법은 어떻게 생각한 거예요? 전 아까까지만 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아, 나도 감염 스킬로 경험치와 증표가 안 들어오니까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 생각을 뒤집어보니 답이 나오더라고.”

“네? 뒤집어요?”

“응, 뭔가 이상해서.”

“그게 듀라한인가 봐요?”

“그래, 듀라한. 듀라한에게서 감염 스킬이 퍼져나가서 몬스터들을 공격했다면…….”

“듀라한이 잡은 걸로 인식이 되겠네요.”

“빙고.”

“아! 그래서 오빠에게 감염 스킬을 써달라고…….”

“응, 그렇게 하면 몬스터가 아닌 내가 감염을 퍼뜨리는 거니까. 이 방식이면 온전히 내가 공격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을까 해서 해봤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죠.”

챠밍이 한껏 들뜬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오빠는 진짜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걸 해내는 것 같아요.”

“내가 또 평범하게는 안 하잖아.”

“인정!”

생각해 보면 정말 평범하고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이번에 이 작업을 하고 나면 정말 그렇게 될 것이다.

챠밍과 함께 페가수스를 타고 다시 바이탄 요새로 돌아가자 우리 팀이 모두 대기하는 중이었다.

재중이 형이 우리에게 오더니 궁금했는지 바로 물어보았다.

“어때? 갔던 일은?”

그 말에 나와 챠밍이 동시에 엄지를 척 들어서 보여주자 재중이 형이 씨익 웃었다.

“오케이. 나쁘지 않다는 거네. 그다음은 가면서 듣자고 시간이 얼마 없다. 이벤트가 막바지야.”

재중이 형 말대로 이벤트가 종료되는 시점이 그렇게 멀지 않았다.

적어도 그 전에 네임드 세 마리 전부를 처리해야 하고 거기다 레티어스 요새와 쿠론 요새에 남아 있는 몬스터들까지 싹 정리를 해야 한다.

그렇게 재중이 형이 우리 쪽 연합을 부르려고 하는데 곧장 막아섰다.

“형, 우리끼리 가죠.”

“뭐?”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의문을 가득 담아 챠밍을 바라보는데 챠밍이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될 것 같아요.”

“하, 둘이 나가서 뭘 했는지 모르겠다만. 오케이. 좋아. 숫자가 적으면 적을수록 얻을 게 많으니까. 대신. 못 잡으면 끝이다. 이동하고 난 뒤에는 연합 사람들을 다시 부르기에는 너무 늦어.”

그런 재중이 형의 엄포에도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이건 반드시 먹힌다.

아니, 우리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 * * * *

곧장 바이탄 요새를 떠나 레티어스 요새를 향해 날아갔다.

중간에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연합 쪽은 남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장 바이탄 요새로 오는 몬스터도 상당히 많았으니 포인트를 얻는 데는 큰 문제도 없었고.

딱히 더 이상 욕심을 내는 것보단 현 상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끝냈다.

레티어스 요새에 도착하자 멀리 오버가 되어 검은 기운을 줄기줄기 내뿜는 잿빛의 듀라한이 요새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 듀라한을 보고는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형, 지금부터 제가 미친 짓을 할 거예요.”

그리고 우리 팀에게 내가 뭘 할 것인지 설명을 했더니 다들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전사 형은 너무 놀라서 입을 뻐끔거렸고.

“난 대체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정말 궁금해진다.”

“그냥 뭐 머리를 최대한 굴리는 거죠.”

“그게 굴린다고 되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럼 우리가 해줄 건?”

전사 형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꺼냈다.

이걸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해야 하니까.

“네임드 세 마리를 동시에 잡을 거예요.”

“뭐?”

“네?”

“방금 뭐라고?”

전사 형, 이쁜소녀, 막내별이 동시에 놀라 외쳤다.

나르샤 누나도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고.

심지어 챠밍도 이건 처음 듣는 소리라 그런지 큰 눈을 껌뻑거리면서 내게 설명을 요구했다.

“아, 그러니까. 이왕 할 거면 몰아 잡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 시간 절약도 좀 하고.”

네임드 세 마리를 몰아 잡는다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갑자기 킥킥거리면서 웃어버렸다.

“아놔, 이 미친놈. 네임드를 몰아 잡겠다고?”

“체력이 워낙 많으니까 동시에 깎으면 좋죠. 이건 챠밍이 있으니까.”

내 말에 챠밍이 놀라서 어깨를 흠칫했다.

“아, 저기 그러니까… 제가요?”

“응, 타리안 스태프와 로브를 가지고 있는 네 감염 스킬이면. 범위가 충분해. 아마 몰아놓고 잡을 수 있을 거야.”

마력 소모, 지속 시간, 쿨타임, 최대 범위.

그중 무엇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조건이 너무 좋았다.

재중이 형에게 다시 말을 꺼냈다.

“일단 레티어스 요새를 정리하고 쿠론 요새로 넘어갈게요.”

“그래, 한번 해봐라. 여차하면 빠지면 되니까.”

“아, 그리고 막내별 누나 좀 빌려 갈게요.”

내 말에 잠시 멍, 하던 막내별이 졌다는 듯 바로 챠밍의 옆에 있는 축복받은 페가수스로 자리를 옮겼다.

분명히 혼자서 버티다 보면 위험한 순간이 계속 올 것이다.

그럼 챠밍 혼자 힐 감당이 안 되니까.

막내별은 이 일에 반드시 필요했다.

챠밍과 막내별이 페가수스에 올라타자 전사 형과 이쁜소녀가 동시에 물었다.

“우린?”

“우리는 뭐해요?”

“아, 재중이 형하고 같이 대기하시다가 제가 감당이 안 된다 싶을 때 한 번씩 들어와 주세요. 저도 이번엔 꽤 고생할 것 같거든요.”

“오케이, 알았다.”

“네, 오빠!”

기댈 곳은 결국 우리 팀밖에 없지.

그리고 그 타이밍은 재중이 형이 잘 맞춰줄 것이다.

“그럼, 갑니다.”

챠밍과 막내별이 페가수스를 타고 공중으로 오르자마자 바로 레티어스 외곽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리고 몬스터 군단이 있는 가장 바깥쪽 부분부터 공략했다.

“시작하자!”

내 신호에 챠밍이 바로 감염을 걸어주었다.

【 인펙션! 】

그렇게 내게 걸린 감염이 곧장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옮겨가더니 걷잡을 수 없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크어어어!”

“카아아악!”

나쁘지 않아.

감염 스킬의 워낙 범위가 좋기에 꽤 먼 거리까지 동시에 감염이 걸렸다.

물론, 그만큼 내 쪽에도 부담이 되었지만.

체력을 보자 이전에 챠밍과 잠시 실험했던 건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로 체력이 뚝뚝 떨어져나갔다.

동시에 체력 물약이 체력을 채워주면서 체력 바가 요동을 쳤고, 위에서 막내별이 계속 힐을 걸어주었다.

【 와이드 힐! 】

끊임없이 움직이는 나에게 힐을 주는 건 꽤 난이도가 있어 연합 사람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는데 막내별은 미리 예측하듯 장소를 정해 한 치의 지체 없이 힐을 넣어주었다.

역시.

이런 쪽으로는 누구보다 믿을 수 있다.

그 뒤, 르아 카르테로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사정없이 쑤시고 베어냈다.

어차피 죽으면 제대로 경험치와 증표가 들어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냥 눈에 보이는 모든 몬스터를 공격했다.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거기다 최대한 공격 빈도를 높여야 했다.

모자란 체력을 안정적으로 가지고 오기 위해선.

그러자 체력이 한 번에 훅훅 차오르며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갔다.

그렇게 르아 카르테로 차오른 마력은 바로 챠밍과 막내별에게 넘겨주었다.

【 마력 전이! 】

마력 전이로 마력을 받은 챠밍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감염 스킬을 뿌려댔고, 막내별은 쿨이 돌아오는 즉시 내게 힐을 줘 체력 보존에 최대한 힘을 보탰다.

체력과 마력의 선순환.

이 사이클이 돌아가기 시작하자 체력과 마력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단 챠밍과 막내별은 페가수스에 타고 있기에 감염에 대한 위협이 없었고 어지간하면 공격당하는 일조차 없어 안정적으로 감염과 힐을 뿌려댔다.

몬스터가 아무리 많아도.

이 방법은 통해.

아니 오히려 많으면 많을수록 이쪽이 더 좋았다.

그만큼 빨리 쓰러지니까.

내 주변으로 감염 스킬을 잔뜩 뒤집어쓴 몬스터들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하자 곧 시스템 음이 빠르게 올라왔다.

《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가 5개 획득되었습니다. 》

《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가 5개 획득되었습니다. 》

《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가 1개 획득되었습니다. 》

:

분배되어 들어오는 증표의 개수는 적었지만, 워낙 많은 몬스터가 동시에 쓰러지는 바람에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제대로 몬스터를 몰기 시작하자 이전에 나왔던 시스템 메시지는 빠르게 올라가 버려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계 수호자의 증표가 차올랐다.

특히 소형이나 중형의 악마형 몬스터가 아닌 골렘이나 맘모스 급의 몬스터들이 쓰러질 때는 한 번에 백에 가까운 증표가 들어왔고.

《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가 115개 획득되었습니다. 》

《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가 92개 획득되었습니다. 》

《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가 87개 획득되었습니다. 》

:

나쁘지 않아.

주변에는 아직 무수하게 많은 몬스터가 존재했다,

이젠 정말 내가 얼마큼 버텨줄 수 있느냐가 문제.

몬스터가 부족하면 바로 많은 쪽에 달려들어서 최대한 한 번에 많은 몬스터를 감염의 늪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다 너무 감염이 중첩되어 감당이 안 되면 챠밍이 내게만 감염을 풀어주었고.

【 인펙션 큐어! 】

감염을 걸 수 있는 만큼 풀어주는 스킬도 존재했다.

잠시 감염이 사라지면서 숨을 돌리는 동안 재중이 형과 전사 형, 이쁜소녀가 달려들어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렇게 버텨주다가 내 쪽이 정비가 되면 다시 몹 몰이를 이어갔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얼마나 많이 죽여 댔으면 정말 레벨이 안 오르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레벨이 한 계단 뛰어올랐다.

감염 스킬 이거 진짜 사긴데?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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