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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43화 (536/1,404)

#543화 다시 한 번 깽판 (1)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세 번의 알림.

그렇게 달성한 145레벨.

네임드를 잡았음에도 이것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는, 레벨이 오를 대로 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성장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후, 다른 네임드를 잡는다고 할지라도 이 정도로 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였다.

반대로 챠밍은 레벨이 네 개가 올랐고.

아무래도 내 쪽이 레벨이 더 높으니까.

듀라한이 드랍한 아이템을 챙긴 뒤, 시스템 창을 열어 개인 순위를 확인하자 내 아이디가 최상단에 위치해 있었다.

겨우 원래 자리로 복귀한 셈인가?

르아 카르테 때문에 생긴 공백을 고르곤, 흑장로, 듀라한으로 깔끔하게 갈아 넣었다.

물론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겠지만, 그 시간을 이번 네임드 레이드를 통해 아낄 수 있었다.

* * *

★ 개인 순위

1위 145 주호 / 신화 ▲ 21

2위 143 챠밍 / 신화 ▲ 34

3위 142 불멸 / 신화 ▲ 25

4위 139 전신 / 초월 ▽ 3

5위 139 연 / 영혼 ▽ 3

6위 139 월하향 / 유니콘 ▽ 3

7위 138 명궁 / 페가수스 ▽ 3

8위 138 난 / 헤라 ▽ 3

9위 138 하논 / 천사 ▽ 3

10위 138 태양 / 불새 ▽ 3

:

* * *

우리의 자리를 맡아두었던 유저들의 반응이 궁금하긴 했다.

공백 기간 열심히 사냥을 하여 격차를 벌려두었다고 생각을 했을 텐데… 다시 우리가 그 자리에 돌아왔으니까.

최상단에 위치한 랭커들은 예전에 재중이 형이 말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역 프로게이머들.

다수의 실력자와 풍족한 자금이 만나면 저렇게 된다라….

확실히 레벨링에서 기존 유저들을 상회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뭐, 르아 카르테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레벨 차이는 더 났을 테지만 딱히 아쉽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르아 카르테가 있어서 할 수 있던 것이 더 많았다.

이제 레벨도 따라잡았으니 레벨에 대해서는 더는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개인 순위를 보는 사이, 재중이 형이 먼저 우리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잿빛의 듀라한의 잔해를 바라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결국 잡았네?”

“네, 어떻게 잡긴 했어요.”

“이놈을 이런 식으로 잡다니. 누가 알면 기절하겠는데.”

그 말을 들은 나와 챠밍 모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듀라한의 공격력과 방어력은 상식을 넘을 정도로 강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NPC 테인 공작 정도가 되려나?

유저들과는 절대 비교가 불가고.

장비가 좋은 전사 형이나 재중이 형이 동시에 달라붙어서 겨우 저지를 할 정도인데.

그것도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났다면 우리 쪽이 밀렸을 것이다.

사실 흑장로 역시 쉽게 잡힐 네임드가 아니다.

몬스터들 사이에 배치된 네임드를 잡으려면 일단 그 많은 몬스터들을 어느 정도는 눌러놔야 가능할 텐데 실질적으로 그게 불가능했으니까.

심지어 고르곤까지.

고르곤이 처음에 등장했을 때, 유저들이 손을 대지 못해 쩔쩔맨 것을 보면 말을 다한 것이다.

아마, 이번 이벤트는 요새를 빼앗기고 그것을 수복하기 위해 이리저리 준비를 하다 우연찮게 ‘포인트’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방식이었을 것 같은데…….

그것을 깨뜨린 것이 나란 존재였다.

내 경우엔 진실의 눈이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았다.

진실의 눈이 없어도 충분한 맞대응을 했으니까.

또한, 이번에 등장한 네임드 모두 기존의 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스킬이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절대 쉽게 잡으라고 투입한 네임드는 아니라는 소리고.

그걸 그냥 뚝딱뚝딱 잡아버렸으니…….

이번 이벤트를 기획하고, 네임드들을 내놓은 사람들이 보면 무슨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잡으라고 만든 네임드가 아니다 보니 지금쯤 발칵 뒤집어지지 않았을까?

뭐, 그건 이제 내 알 바는 아니고.

얼마 뒤, 전사 형을 비롯한 우리 팀이 모두 도착했다.

전사 형이 나를 보고는 엄지를 척 내밀었다.

“흐, 미친놈. 감염을 그런 식으로 쓸 줄 상상도 못 했다. 듀라한을 묶는 것도 모자라 몬스터까지 싹 녹였잖아.”

“원래 제가 좀 하죠.”

이쁜소녀도 옆에서 감탄을 했다.

“오빠, 최고! 정말 아까는 듀라한도 못 막고 끝나는 줄 알았어요.”

지금 보니 이쁜소녀의 분홍색 갑옷이 여기저기 부서져 멀쩡한 부분이 한 곳도 없었다.

내구 쪽에서도 문제가 생겼을 것 같은데.

저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절대 몸을 뺄 수 없어 계속 싸운 모양이었다.

확실히 대체 전력이 없었으니까.

이쁜소녀도 정말 고생했구나.

이쁜소녀 뿐만 아니라 전사 형도 그렇고 재중이 형의 갑옷도 엉망진창이었다.

나르샤 누나와 막내별 역시.

조금만 더 오래 끌었다면 정말 한 치 앞도 몰랐겠는데.

그 사이 재중이 형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우리에게 말했다.

“자, 일단 돌아가자. 우리가 여기서 할 일은 더 없는 것 같다.”

네임드를 전부 잡고 나자 우리가 할 일은 특별히 없었다.

이미 챙길 것은 충분히 챙겼으니까.

남아 있는 유저들은 몬스터를 훨씬 여유로운 모습으로 잡고 있었고.

그렇게 대부분의 일이 끝나자, 이벤트 랭킹부터 확인했다.

★ 요새 이벤트 개인 랭킹

《 1위 주호 - 45320점. 신화 길드. 》

:

포인트를 확인하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게 네임드를 연달아 잡아내면서 포인트는 이미 넘사벽이었다.

몬스터 한두 마리를 더 잡는다고 어떻게 될 정도는 아니니까.

2위가 챠밍이었는데 챠밍과의 차이도 거의 2만 점이 넘었다.

기여도와 포인트가 어떻게 산정되는지는 확실히는 몰라도 이 정도면 랭킹은 의미가 없을 정도다.

누군가 혼자서 네임드를 연달아 몇 마리 잡지 않는 이상 절대 뒤집을 수가 없는 포인트였다.

혹은 혼자서 수만 마리의 몬스터를 잡아내던가.

이쪽도 가능성이 없기는 매한가지.

거기다 우리 팀 모두가 이미 포인트는 상당해서 이제 포인트에는 그렇게 미련이 없었다.

오히려 다른 쪽이 내 신경을 건들고 있었다.

“돌아가서 이야기할 게 있어요.”

“응? 뭐 일단 돌아가서 이야기하자고.”

그렇게 열심히 사냥하는 유저들을 뒤로 한 채, 바로 바이탄 요새로 돌아갔다.

* * * * *

바이탄 요새로 돌아오니, 바로 후엘 백작에게 가야 한다는 알림이 떠올랐다.

“가봐야겠죠?”

“이 경우는 가봐야겠지. 그나저나 후엘 백작도 명이 길긴 기네. 이 난리 통에 결국 살아남았잖아?”

그리고 재중이 형의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요새를 방어하다가 후엘 백작이 죽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말이지.”

그 말에 우리 팀의 시선이 다 재중이 형에게 돌아갔다.

깜짝 놀란 그런 표정으로.

전사 형이 그런 재중이 형을 보고는 두 손을 들었다.

“그러면 바이탄 요새도 우리가 먹는!”

전사 형의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곧장 나를 가리켰다.

“뭐, 그렇지. 다른 요새 지휘관처럼 죽어주면 얼마나 좋아. 아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 녀석에게 바이탄 요새가 돌아갔을 거야. 공작이니까.”

재중이 형이 말을 마치자 그저 웃기만 했다.

확실히 후엘 백작이 죽었다면 꽤 묘한 그림이 나왔겠는데?

완전히 무너진 다른 요새와 또 다른 상황이니 충분히 가능하겠지.

남아 있는 NPC가 반발하거나 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아니, 오히려 이 경우에는 그냥 바로 차지하게 될 확률이 아주 높았다.

옆에서 잠시 생각을 하던 나르샤 누나가 갑자기 손날을 세워 목을 치는 시늉을 했다.

“그럼 그냥 지금 잡을까?”

“하하, 누나. 농담도.”

“농담 아닌데?”

그러면서 환하게 웃는 나르샤 누나의 모습을 보고는 어깨만 으쓱했다.

“좀 더 두고 보죠. 아직은 안 될 것 같아요. 죽이는 것보다 아직 할 게 많아요.”

아무리 시스템이 자유롭다지만 솔직히 저렇게 열심히 하는 NPC는 그다지 죽이고 싶은 마음이 없기도 했다.

그런 우리의 의논은 후엘 백작의 제안으로 그냥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 후엘 백작과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후엘 백작과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후엘 백작과 만나자마자 시스템 메시지가 미친 듯 올라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이 올라가는지 한참 동안 그냥 지켜보고 있어야 할 정도였고.

《 후엘 백작과의 친밀도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

《 후엘 백작의 상태가 존경으로 변경됩니다. 》

『 바이탄 요새를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주호 공작님을 따르겠습니다. 』

그러면서 후엘 백작이 갑자기 내게 무릎을 꿇었다.

이거 설마…?

네임드를 잡은 기여도 때문인가?

아니, 생각해 보니 네임드를 잡을 때 세 요새의 모든 NPC에게 친밀도가 올라간다고 되어 있었다.

심지어 바이탄 요새를 몇 번이나 지켜내기도 했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적용된 것 같은데.

그중 가장 큰 것은 역시 세 네임드를 다 잡아서 그런가?

현재 우리 팀에서 세 네임드를 모두 잡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흑장로는 우리 팀이 아닌 연합과 함께 잡았다.

그리고 공작이란 것도 있고.

거기다.

정말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 저, 강력한 존재들을 처단하시다니. 주호 공작님이라면 이 바이탄 요새를 맡길 수 있겠습니다. 총사령관의 직권으로 바이탄 요새의 소유권을 넘겨드리겠습니다. 』

《 후엘 백작이 바이탄 요새의 소유권을 변경하고자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 수락하시더라도 후엘 백작의 이벤트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

이건 아마 후엘 백작의 친밀도가 존경으로 변할 때 나오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만 나오는 그런 이벤트.

후엘 백작의 친밀도를 끝까지 쌓으려면 꽤나 오랜 시간을 잡아먹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오직 나만이 그게 가능했다.

밑질 것이 없는 장산데?

아니, 그냥 가져가라고 대놓고 밀어주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재중이 형이 내게 바로 귓속말을 넣었다.

<불멸> 호오, 이것 봐라? 정말 기특하네. 이젠 안 죽여도 되겠는데?

<주호> 여차하면 정말 죽일 생각이었죠?

<불멸> 나 그렇게까지 나쁜 놈은 아니라고. 안 주고 버티면 뭐 생각해봤겠지만.

역시 작업할 생각이었구나.

바이탄 요새를 넘기는 일은 다름 아닌 자신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후엘 백작은 알고 있을까?

<주호> 일단 받죠.

<불멸> 당연히 주는데 받아야지. 기여도로 증표를 주면 어쩌나 했는데 이쪽이 무조건 남는 장사지.

확실히 네임드를 잡아 얻은 증표가 넘쳐나는 상황이라 오히려 반갑기까지 했다.

수락하자 바로 내 상태창에 바이탄 요새 총사령관이라는 표식이 새겨졌다.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 주호 공작이 바이탄 요새의 총사령관으로 변경됩니다. 》

《 후엘 백작의 소속이 주호 공작 소속으로 변경됩니다. 》

《 바이탄 요새의 NPC의 설정과 보급 상황을 변경시킬 수 있습니다. 》

《 바이탄 요새에서 소모되는 증표의 일정량을 수거할 수 있습니다. 》

《 바이탄 요새에서 나오는 모든 세금에 대해서 소유권을 가집니다. 》

이건 유적지나 거점과 시스템이 거의 유사한데 증표에 대해서도 손댈 수 있는 권한이 생겨났다.

나쁘지 않아.

분명 지하의 드워프에게 증표로 살 수 있는 아이템이 제법 존재했다.

다른 말로 그중 일부를 세금처럼 걷어 올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재중이 형도 시스템을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이건 가만히 앉아서 증표만 얻을 수 있다는 말이네.”

“괜찮네요.”

증표가 없어서 문제지 증표만 존재하면 할 수 있는 일도 정말 많아진다.

네임드를 잡아 얻은 아이템도 대박인데 이쪽 역시 네임드 못지않게 대박을 안겨주었다.

이런 시스템이라 이거지.

그리고 확고하게 결심이 섰다.

그저 깽판만 놓는 정도로는 안 되겠어.

“형, 우리가 다른 요새도 전부 먹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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