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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33화 (526/1,404)

#533화 지금 필요한 것은 스피드 (2)

나르샤 누나가 대부분의 몬스터를 암흑 지대 속으로 끌고 지나가기 무섭게 고르곤 역시 반응을 했다.

“쿠어어!!”

고르곤과 몬스터 사이에 접점인 링크는 없는 것 같지만, 주변에 유저가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반응을 하는 것 같았다.

잠자는 야수를 깨웠으니 이제 제대로 상대를 해야지.

“전사 형!”

“간다!”

시작은 전사 형부터.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암흑 지대 속에서도 고르곤의 외형이 보였다.

녀석의 모습은 흡사 투명한 물결과 같은 모습이었다.

어둠 속에 동화가 되듯 매 순간 사라지듯 일렁였는데 아마 저런 특징 때문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공격 역시 마찬가지.

암흑 구, 혹은 검은 구라 불렀던 공격이 지금은 투명에 한없이 가깝고 이글거리는 듯한 모습으로 전사 형에게 빠르게 날아들었다.

“하! 이제는 보인다고!”

환한 대낮처럼 모든 게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전사 형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으니까.

날아오는 속도에 맞춰 달리다 가까워질 때, 빠르게 옆으로 빠져 아이기스의 면을 이용해 검은 구를 밀어내듯 흘려보냈다.

그 모습은 아무것도 모르고 구에 맞아 사라지던 유저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됐어.

전사 형이 버틸 수 있다면 게임이 정말 쉬워진다.

깔끔하게 녀석의 공격을 넘긴 것에 약이 오른 것인지, 연속으로 검은 구가 녀석의 뿔에서 뿜어져 나왔지만 예의 동작보다 훨씬 더 가볍게 피해 버렸다.

사실 수룡갑을 입고 있어 스치거나, 적중 당해도 충분히 커버 할 수 있는 공격이라 더 편할 수 있었고.

비록 악마형에게 옵션이 맞춰 있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방어력 자체가 아이기스와 엇비슷하게 맞먹는 수준이었다.

몸 전체를 방패와 같은 방어력으로 감싸고 있으니 옵션이 좀 밀리더라도 충분히 전방에서 버틸 수 있었다.

나쁘지 않아.

“쿠어어!”

검은 구가 통하지 않자 고르곤이 곧장 사람 크기보다 큰 앞발을 내려찍으면서 사방으로 충격파를 날렸다.

“이건 안 되지.”

전사 형이 고르곤의 패턴을 보자마자 빠르게 뒤로 빠지면서 그 충격파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직접 고르곤을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나 그간 다른 종류의 야수들을 상대하면서 이런 경우 어떤 공격이 들어오는지 대략적으로 파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고르곤을 상대하면서 알아낸 패턴들을 전사 형에게 알려주기도 했고.

그 패턴을 기반 삼아 온전하게 고르곤의 움직임을 머릿속에 넣은 전사 형이 고르곤의 공격들을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제어하기 시작했다.

또한, 기회가 날 때마다 고르곤의 앞발을 데몬 블레이드로 공격해 차근차근 어글을 쌓아갔다.

랜덤으로 어글이 튀는 고르곤의 특성상 완벽하게 제어할 수는 없겠지만, 전사 형이 어글을 먹고 들어가야 안정적인 딜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들어오시죠!”

“오케이!”

“저도 들어가요!”

전사 형이 신호를 하자 곧장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가 동시에 데몬 스피어와 배틀 액스를 들고 고르곤의 사이드를 돌았다.

난 바로 고르곤의 후방으로 들어갔고.

지금 내 역할은 딱 하나.

고르곤 같은 대형을 상대하기엔 무기가 적합하지 않지만 르아 카르테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딜을 줄 수 있을 터.

그렇기에 지금부터 집요하게 고르곤의 방어를 깨고 녀석을 주저앉히는 일을 해야 했다.

전사 형에 이어 재중이 형, 이쁜소녀까지 가세하자 고르곤이 순간 혼란스러운 듯 잠시 공격을 멈췄지만 이내 다시 전사 형에게 고개를 돌리고 공격을 시작했다.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는 딱 어글이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만 공격을 시도해 꾸준히 누적 딜을 쌓았고.

이미 패턴 자체를 다 알려주기도 했고, 심지어 형태가 보이기에 생각 이상으로 상대하기 어렵지 않았다.

진실의 눈에 왜 그렇게 많은 개수의 증표가 들어갔는지 이젠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무려, 한 개에 경계 수호자의 증표가 천개.

악마형 몬스터 대군이 공격했을 때 순위권에 들어야 겨우 구경할 만한 특수 아이템이었다.

거기다 막상 순위를 올려놓으면 천 개나 되는 증표를 소모하는 것은 또 꺼려지게 되고.

바로 순위권 바깥으로 튕겨 나가게 되니까 쉽게 할 수 있는 결정은 아니었다.

챠밍이 없었다면 지금 레이드도 불가능했고.

그리고 그걸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재중이 형 역시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말을 꺼냈다.

“이 정도면 다른 유저들도 잡을 수 있을 거야.”

“네, 무기가 어느 정도 충족된다면요.”

물론, 패턴을 알고 있는 상태여야 하고.

바로 그 위험한 패턴 중 하나가 지금 나왔다.

“형! 옵니다!”

“봤어!”

순간 고르곤이 허리를 깊숙이 내리더니 자세를 한껏 낮추었다.

저 자세가 나오는 순간 판단이 느리면 그대로 죽는다.

재중이 형이 전사 형과 이쁜소녀를 보면서 외쳤다.

“다들 뛰어!”

외침이 들리자마자 고르곤의 거대한 몸집이 대지를 박차면서 하늘로 크게 날아올랐다.

3단 연속 점프 공격.

몸 전체로 내려찍을 때마다 사방으로 강력한 충격파를 내는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특히 근접전을 하는 유저에게는 치명적일 정도의 위력이 나왔고.

전에 바이탄 요새에서 유저가 수없이 죽어 나갔던 것도 바로 이 기술 때문이었다.

재중이 형이 신호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 전사 형, 이쁜소녀가 인벤에서 무기를 교체했다.

바로 브랜디슈 계열 무기들.

그리고 재중이 형을 비롯해 모두가 브랜디슈 무기를 하늘로 띄우면서 바로 무기 위에 올라탔다.

근접 유저가 저 공격을 피하려면 그냥 점프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챠밍과 막내별은 플라이로 하늘로 날아올랐고.

얼마 뒤, 고르곤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 대지가 순간적으로 출렁거릴 정도의 강력한 지진을 퍼뜨렸다.

쿠웅!

이어서.

쿠웅!

쿠웅!

연이어 세 번의 점프와 착지로 주변 땅이 다 헤집어졌는데 만약 단순하게 피했다면 그 충격파에 튕겨 나가 지금쯤 전부 경직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 이게 정말 되네.”

전사 형이 브랜디슈 무기를 집어놓고는 다시 지상으로 떨어져 내려 곧장 고르곤에게 달려가 강격을 계속 퍼부었다.

뿐만 아니라 재중이 형, 이쁜소녀 역시 부리나케 달려가 고르곤의 등짝을 내려찍었고.

지금이 더 없을 정도로 좋은 기회였다.

고르곤의 멈춰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니까.

그리고 챠밍과 막내별.

그간 전사 형에게 줄 힐에만 집중했는데 지금은 달랐다.

플라이로 하늘을 날면서 트리플 캐스팅으로 새 주문을 준비 중이었다.

트리플 캐스팅의 가장 큰 장점이 여기서 여실히 드러났다.

만약, 없었다면 떨어지고 나서 다시 차징을 해야 하니까.

그만큼의 차징 시간을 공중에서 벌 수 있었고 그 결과는 지금 나왔다.

“오빠들 다 나와요!”

챠밍이 외치자 잠시 짬을 내 공격을 하던 나와 재중이 형을 포함 모두가 고르곤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사실 고르곤은 덩치에 맞지 않게 상상 이상의 기동력이 있었다.

뭐, 야수 계열의 몬스터가 대부분 다 그렇겠지만.

그런 몬스터들의 정점에 있다 보니 어지간한 큰 광역 기술은 미리 파악하고 피해 버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직 상태에 빠져 있다면 충분히 큰 기술들을 꽂아 놓을 수 있지.

【 메테오 스트라이크! 】

【 메테오 스트라이크! 】

미리 차징을 해둔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하늘에서 연속으로 떨어져 멈춰 있던 고르곤의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이전의 3단 점프보다 훨씬 광범위한 범위와 위력으로 고르곤을 찍어 누르자 고르곤에게서 바로 괴성이 울러 퍼졌다.

“쿠어어어어!!!!!”

네임드가 등급이 높다고 한들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절대 무시 못 한다.

네 다리가 동시에 풀리면서 다시 고르곤이 내려앉자 바로 달려가 이번에는 아예 고르곤의 등을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밖에 없어.

공속을 최대한 올리기 위해 바로 수룡화를 시전했다.

【 수룡화! 】

그리고 고르곤의 머리 위로 달려 올라가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로 고르곤의 뿔을 향해 사정없이 최대 공속으로 휘둘렀다.

카카각!

카캉!

마치 쇠와 쇠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사방으로 들리며 뿔이 공격당할 때마다 고르곤의 몸이 움찔거렸다.

악마형 피해 추가.

치명타 대미지.

관통 확률.

회복 불가.

이런 옵션들이 줄줄이 붙은 상태로 고르곤의 뿔을 연속으로 쳐대자 어느 순간부터 고르곤의 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고르곤의 검은 구나 번개 브레스.

그리고 사방으로 번개를 떨구는 공격까지.

대부분의 마법형 공격들이 이 뿔에서 나온다.

다른 말로 이 뿔을 박살 내면 그때부터는 고르곤의 육체 능력만 보고 싸우면 된다는 뜻이기도 하고.

내 의도를 아는 재중이 형도 급하게 달려와 옆에 서더니 데몬 스피어를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레비아탄 스피어를 꺼내 들었다.

그렇게 두 개의 무기를 든 재중이 형이 나를 보면서 씨익 웃어 보였다.

어?

저게 되는 건가?

진짜?

“너만 무기 두 개 들라는 법은 없잖아.”

그러더니 레비아탄 스피어로 수룡탄을 시전해 고르곤의 뿔에 날려 버렸다.

콰앙!

두 개 무기의 옵션을 다 받기 위해.

특히 레비아탄 무기는 모든 몬스터에 대한 옵션이 있었다.

치명타 확률 증가.

치명타 대미지.

거기에 데몬 무기의 옵션.

치명타 대미지.

관통 확률.

악마형 피해 추가.

두 개의 옵션을 합쳐 버리자 수룡탄이 상상도 못 할 위력을 내면서 고르곤의 뿔을 크게 꺾어버렸다.

“스탠딩 자세라면 무기 두 개쯤이야!”

기본적으로 창의 무게가 무거워 실전에서 두 개를 다 휘두르긴 힘들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확실히 쓸모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증뎀을 할 수 있는 방법.

“힛! 저도 가요!”

이쁜소녀도 재중이 형이 하는 것을 보더니 역시 단번에 수룡탄을 날렸다.

콰쾅!

그러자 견고했던 고르곤의 뿔이 퍼석거리면서 크게 금이 가 흔들렸다.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

바로 데몬 블레이드를 집어넣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 들었다.

【 용격! 】

수룡탄 보다 대미지가 높고 르아 카르테의 옵션을 고스란히 받은 용격이 고르곤의 뿔 바로 앞에서 터지자 환한 빛과 함께 고르곤의 뿔이 박살 나버렸다.

“쿠어어!!”

『 고르곤의 뿔 / 제작 재료. 』

바로 고르곤의 뿔을 인벤에 넣은 뒤 빠졌다.

과연 이게 통할까?

고르곤이 다시 일어섰는데 이전과 달리 대부분의 마법형 공격이 힘을 잃은 모습이었다.

“됐어!”

전사 형도 부담을 한결 덜었는지 좀 더 타이트하게 고르곤에게 붙었고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까다로웠던 뿔에서 모인 전격을 쏴대는 기술이 대부분 봉인을 당해 공략이 한결 수월해졌다.

“뿔을 부순 게 제대로 통했어.”

재중이 형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확실히 잡죠!”

“그래, 이 녀석만 잡으면 절반은 성공이다.”

그때, 챠밍이 크게 외쳤다.

“바이탄 요새 공격 시작됐어요!”

벌써?

암흑 지대라 몰랐는데 이미 밤이 기운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악마형 몬스터들이 일제히 바이탄 요새로 달려든 모양이고.

물론, 가장 중요한 고르곤은 우리가 잡아두고 있어서 지금쯤 다들 의아해하고 있을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고르곤이 없어?

-어디로 돌아간 거 아냐? 전에도 성안에 갑자기 나타났잖아!

-고르곤부터 빨리 찾아!

아직 유저들은 모른다.

우리가 고르곤을 잡으러 나왔다는 사실을.

-고르곤 진짜 없다!

-그럼 저 몬스터들만 잡으면 되는 거야?

-일단 몬스터부터 막아!

-다들 성벽에 집중해!

그리고 시작된 방어전.

“뜻대로 잘 된 것 같아요.”

저대로라면 요새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진 좋네. 그럼 우리도 힘내자고. 듀라한이 오기 전까지 말야.”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듀라한이 새 몬스터들을 이끌고 합류할 터.

우리가 이기고 지는 것은 이 고르곤을 얼마나 빨리 잡아내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가죠!”

그 뒤 약해진 고르곤을 상대로 최대의 대미지를 밀어 넣으면 고르곤을 공략했다.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우리가 고르곤을 상대하는 사이 어느새 듀라한이 바이탄 요새에 도착해 버렸다.

“벌써 도착했어?”

채팅창을 본 재중이 형이 혀를 찼다.

걱정했던 대로 듀라한이 공세를 펼치자 바이탄 요새가 급격하게 밀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늦으면…….

바이탄 요새가 끝난다.

“원래는 듀라한을 상대하기 위해 아껴놨던 거지만 어쩔 수 없지.”

재중이 형까지 변신을 꺼내 최대한 넣을 수 있는 딜을 넣었다.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고르곤에 붙어 파상공세를 펼치고 얼마 후.

쿠웅!

그렇게 죽지 않을 것 같던 고르곤이 결국 힘을 잃고 완전히 쓰러져 내렸다.

《 암흑 지대의 패자, 고르곤이 사망했습니다. 》

“칫, 생각 이상으로 너무 전력을 쏟아부었어.”

재중이 형이 아쉬워하는 것도 이해는 됐다.

바로 듀라한을 상대할 생각이었는데 고르곤이 생각 이상으로 체력이 많아 대부분의 스킬을 전부 소모해 버렸다.

이러면 듀라한을 상대할 수가 없는데…….

아쉬운 것은 아쉬운 거고 전사 형이 고르곤이 쓰러진 자리에 있던 아이템들을 수거했다.

그리고 그중 한 아이템을 보더니 뒤도 보지 않고 내게 곧장 건네주었다.

전사 형이 건네 준 그 괴랄하다면 괴랄한 무기의 옵션을 보고는 나도 역시 씨익 웃어 보였다.

“이건, 어쩌면 수가 날 것 같기도 하네요.”

-크리티컬 시 은신 초기화.

고르곤.

이놈 완전히 효자 네임드였잖아?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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