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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21화 (514/1,404)

#521화 경계 수호자 (3)

“형, 퀘스트 떴어요?”

퀘스트 창을 보면서 묻자 재중이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여기였나? 드워프 왕이 말한 곳이.”

《 메인 퀘스트 - 경계 지대로 드워프 제작 물품 전달. 》

- 가르시아 제국 경계 너머의 드워프들에게 카르바할의 물품을 전달하라.

이전에 받았던 퀘스트.

현재 우리 외에는 다른 누구도 이 퀘스트를 알지도 못하고 얻지도 못했다.

퀘스트의 핵심인 드래곤을 잡아야 하니까.

물론, 나중에는 알게 되겠지만 일단 우리에게만 퀘스트가 열려 있었다.

“어떻게 할 거예요?”

“흐음, 일단 킵.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경계로 가서 확인한 뒤에 다시 오자. 이쪽은 아무래도 저 아래 산맥을 뒤져야 할 분위기잖아?”

이 부근인 것은 확실한데…….

재중이 형 말대로 퀘스트엔 정확히 어디로 가라는 문구와 표시가 없었다.

비공정으로 빠르게 날아가는데도 퀘스트의 알람이 꺼지지 않는 것을 보면 굉장히 광범위한 범위를 뒤져야 할 테고.

잘못했다가는 하루 종일 드워프만 찾아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아쉽지만 드워프는 나중에.

지금은 경계로 가는 일에 집중해야겠지.

총 세 곳의 경계 지역.

가르시아 제국에서 설명을 듣긴 했지만, 완벽한 정보 습득이 불가능했다.

이벤트 NPC가 친절한 것이 아니라서.

‘공작’이라 정보를 더 받았지만, 특별한 뭔가를 듣기는 힘들었다.

아마 제공할 수 있는 정보에 제한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북쪽, 북서쪽, 동쪽 전부 산맥으로 막혀 있고 산맥을 통해 반대편으로 넘어가려면 산맥 사이의 낮은 지대를 통과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반대로 산맥을 넘어오려면 반드시 그 지대를 막고 있는 관문을 통과해야만 했고.

정확히는 경계의 반대편에서 넘어오려는 몬스터들을 막는 역할.

경계 수호자는 바로 그 관문을 지키는 NPC들을 뜻하는 말이다.

그 밖에 몇 가지 정보를 더 들을 수 있었는데 각 관문의 특징이나 NPC들에 대해서도 정보를 몇 가지 얻었다.

그중 우리가 가려는 북서쪽 관문은 후엘 백작이 맡고 있는 관문이었다.

관문은 보통 최소 백장 이상의 작위를 가진 NPC와 강력한 수호 NPC가 상주하고 있다고 했다.

북쪽은 라니에르 후작.

동쪽은 작스터 후작.

다른 곳은 후작인 반면 북서쪽만 백작이 지키는 중이었다.

누가 봐도 북서쪽이 열세인 것 같은 모습.

채팅창에 나오는 유저들의 생각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셋 중 어느 쪽으로 가지?

-아, 선택 잘해야 할 텐데…….

-선택 망겜임, 진짜.

-일단 북쪽하고 동쪽이 괜찮아 보임.

-확실히 두 곳은 후작이 지키고 있으니까.

-북서쪽만 왜 백작이지?

-직접 가보기 전에는 알 수가 있나.

-괜히 북서쪽 갔다가 관문 무너지면 보상도 못 받아.

-음, 그럼 북서쪽은 버려야 할 듯.

-그래도 사람들 적게 가면 더 이득 볼 수 있지 않음?

-이벤트 내용 좀 봐라. 결국 한 곳 이상 무너진다는 뜻이잖아.

-그럼 북서쪽이 무너질 확률 제일 높겠네.

대부분의 유저가 북서쪽 관문의 열세를 점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르시아 제국에서 북쪽, 북서쪽, 동쪽으로 날아가는 코스에 유독 북서쪽으로 가는 비공정의 숫자가 다른 장소에 비해 월등히 적었다.

온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북쪽과 동쪽으로 유저들이 잔뜩 몰린 경향이 있었다.

이벤트 NPC가 흘린 단순한 귀족의 정보.

단지 그 하나 때문에 특정한 곳으로 유저들이 쏠리기 시작했다.

북쪽, 동쪽의 두 곳은 난이도가 평범해지거나 혹은 더 내려갔을 것이다.

유저들이 그만큼 더 몰려갔으니.

경계 수호자라는 말만 들어봐도 지킨다는 느낌이 강한데 이건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할 테니까.

반대로 북서쪽은 잘못하다가 헬 난이도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북서쪽은 거의 모 아니면 도 수준인가?

지금 우리 주변을 날아가는 비공정들을 보면 유명한 길드들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우리가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이미 먼저 날아갔을 수도 있겠지만.

아니면 아직 관망하는 길드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전사 형이 비공정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숨부터 쉬었다.

“생각보다 많이 저조하군요.”

재중이 형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고.

“뭐 일단은 지켜봐야겠지.”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 채팅창을 보는데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려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야, 주호네 연합 어디 쪽으로 가는지 앎?

-주호? 아까 북서쪽으로 뜨던데?

-와씨, 하필 가도 북서쪽이냐?

-그놈 꼭 남들 안 가는 쪽으로 간다니까?

-하, 주호가 그리로 갔으면 다시 생각해야 하나? 황위 쟁탈전 생각해 보면.

-아무리 주호라도 이번엔…….

이거 우리 쪽에 관심이 많은데?

“생각보다 신경을 많이 쓰네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쟤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나? 매번 우리가 판을 뒤엎어 버리니까. 신경 안 쓸 수가 없겠지.”

“의외로 사람이 올 수도 있겠어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련에게서 연락이 왔다.

“궁금한 사람 여기 하나 있네요.”

<화련> 너, 어디로 가?

<주호> 북서쪽요.

<화련> 북쪽이나 동쪽 아니고?

<주호> 네, 여기로 와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요.

<화련> 칫, 예상하고는 다르지만 어쩔 수 없지.

<주호> 여기로 따라 오려고요?

<화련> 누가 너 따라간 데?! 처음부터 가려고 했었어! 끊어!!

“이거 반가운 얼굴을 보겠는데?”

재중이 형이 재밌다는 표정으로 웃자 갑자기 뭔가가 생각나 버렸다.

작위를 넘기기로 해놓고는 깜박해 버렸다.

“아마 빚 받으러 오는 것 같죠?”

“큭, 화련이 우릴 안 잡아먹은 게 다행인가? 나중에 황제를 한 번 찾아가야겠네. 정 안되면 드래곤이라도 한 번 잡아다 주지.”

“그사이에 안 잡아먹히길 빌죠.”

그런 말을 하면서 경계를 향해 계속 날아가다 보니 갑자기 알람이 울렸다.

응?

여기서 무슨?

혹시 적인가 싶어서 비공정 주변을 빠르게 훑었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챠밍이 비공정의 난간을 잡고 아래쪽을 내려다보면서 외쳤다.

“오빠, 아래에요!”

그 말에 모두가 난간으로 뛰어가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저건…….

도시?

아니 요새인가?

《 가르시아 북서쪽 경계 수호지, ‘바이탄 요새’에 진입하셨습니다. 》

《 경계를 감싼 결계로 인해 비공정과 탈것의 비행이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

그런 메시지와 함께 비공정이 점점 힘을 잃고 서서히 하강을 시작했다.

이런 경우 매번 추락하거나 몬스터가 나와서 엉망인 경우가 많아서인지 서서히 하강하는 모습에 눈이 감겼다.

옆에서 챠밍과 이쁜소녀도 안도의 숨을 쉬었고.

“또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으! 추락 너무 싫어!”

이건 우리뿐만이 아니라 사장님이 타고 있는 비공정과 달, 치맥 길드의 비공정도 똑같이 고도를 낮추고 점점 떨어져 내렸다.

주변에 있는 몇 안 되는 다른 길드의 비공정들도 마찬가지고.

고도가 서서히 내려오자 요새와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산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맥 사이의 낮고 넓은 대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요새.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거대한 빛의 벽들이 마치 결계처럼 앞을 틀어막고 있었다.

이건 가르시아 제국에 있던 빛의 기둥과 비슷한 형식이었다.

저게 이쪽과 산맥 너머를 가르는 일종의 방어벽과 같아 보였고.

요새를 넘어 반대편의 산맥은 시커먼 안개 같은 무리가 잔뜩 끼어 한 치 앞을 보기 힘들었다.

마치 어둠 지대와 흡사한 그런 느낌이려나?

그런 안개와 같은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다가 빛의 결계와 부딪쳐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결계와 같은 빛의 벽을 보면서 비공정이 완전히 바닥에 착륙하자 기다렸다는 듯 요새에서 병사 NPC가 뛰어나왔다.

그런데 병사의 상태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장비가 거의 부서져 있는 구질구질한 모습인 청년 병사를 보자 이 요새가 얼마나 심각한지 안 봐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바이탄 요새에 잘 오셨습니다! 지원 요청이 이제야 먹혔군요. 정말 환영합니다. 』

그 모습을 본 전사 형이 고개를 돌려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왠지 고생길이 열린 것 같지 않습니까?”

아니라고는 도저히 못 하겠는데.

높게 솟아 있는 요새의 벽이 잔뜩 금이 가 있고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대체 뭐가 있기에 요새의 벽이 이렇게…….

그때 병사 NPC가 나를 보고는 바로 경례를 올렸다.

『 주호 공작님! 어서 오십시오! 』

그래도 여기선 공작 이름이 먹히는 것 같기도 하고.

일단 후엘 백작보다는 내 직위가 높다.

그렇다는 것은 백작을 다이렉트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백작을 보고 싶네만?”

『 알겠습니다. 바로 연락 넣겠습니다. 』

좋은데?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음에도 군기는 확실히 잡혀 있는 것 같았다.

“공작 위가 이런 곳에서 쓸모 있네.”

재중이 형이 옆에서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써먹으라고 있으면 써줘야죠. 사령관과 바로 볼 수 있으면 사정을 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작위를 가지고 있는 나와 재중이 형, 챠밍이 따로 후엘 백작을 만날 수 있었다.

『 주호 공작! 어서 오시죠. 』

전사형 지휘관인가?

백작이라 해서 서류만 내다보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 남자 역시 테인 공작 같은 기운을 뿜어냈다.

험악할 것 같으면서도 형형하고 짙은 눈빛에서 전사의 기개가 보이는 것 같았다.

관록이 있어 보이는 중년의 지휘관.

갑옷은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고 핏자국이 잔뜩 붙어서 말라 있었다.

지휘관조차 이러면 대체 상황은 어떻다는 건지…….

“어떻게 된 건가요?”

『 얼마 전부터 검은 안개 지대에서 몬스터들이 계속 넘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은 하르 결계에 걸려 넘어오지 못했지만 지금은 결계도 역부족이군요. 병사들이 쉬지 않고 막아내고 있으나 곧 요새가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

생각 이상으로 상황이 안 좋은데?

다른 두 곳의 요새도 이런 식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쪽은 상황이 별로였다.

그때 지휘관인 후엘 백작이 우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 곧 결계가 약해질 겁니다. 그 전에 저희를 도와 이 요새를 지켜주시겠습니까? 』

한 번 더 선택의 여지를 주는 건가?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도록.

잠시 우리 팀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여기를 사수해야 하는 거라면 확실히 하는 게 좋겠지.

“하죠.”

“가지.”

내 말과 함께 재중이 형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팀도 마찬가지고.

《 경계 주둔지 ‘바이탄 요새’를 선택하셨습니다. 》

《 부활 포인트가 ‘바이탄 요새’로 지정되었습니다. 》

《 경계 수호자 포인트가 등록됩니다. 》

《 결계를 지키는 데 기여하거나 몬스터를 제거하면 포인트가 상승합니다. 》

좋아.

이제부터 시작인가.

“일단 상황을 봅시다.”

재중이 형의 말에 후엘 백작이 앞장서서 요새의 성벽까지 우리를 안내해줬다.

요새의 성벽 위로 올라오자 결계 저편이 확실하게 보였다.

온통 검은 안개에 쌓여 있는 모습.

그걸 본 재중이 형이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시야가 너무 안 좋아.”

바로 나르샤 누나를 바라보는데 나르샤 누나도 난처한 듯 고개를 저었다.

“제삼의 눈으로도 안 보여.”

“그래요?”

나르샤 누나가 안 보인다고 하자 어느 정도 확신이 섰다.

이거.

너무 흡사해.

불안한 느낌이 오자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감각을 사방으로 퍼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던 안개 저편의 모습이 마치 그림을 그리듯 머릿속에 그려졌다.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움직임.

뭐가 이렇게 많지?

마치 산맥 전체를 몬스터가 감싸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그러다 순간 뭔가를 느끼고는 몸이 움찔했다.

챠밍이 내가 놀란 것이 이상한지 곧장 물었다.

“왜 그래요?”

“저편에… 있어. 그 녀석이.”

“네?”

“고르곤. 안개 너머로 녀석이 있다.”

그것도 이번에는 수많은 몬스터를 거느린 상태로.

이거.

정말 쉽지 않겠는데?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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