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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18화 (511/1,404)

#518화 이상한 도망자들 (3)

콰콰쾅!!

쿠아앙!!

콰앙!!

시가지에 쭉 세워둔 비공정의 하르포가 일제히 해원 연합의 유저들을 향해 불을 뿜어댔다.

한 번에 수십 발이 넘는 하르포가 한 장소를 향해 쏘아지는 광경이란.

그것도 미리 위치를 조준시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원하는 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게다가 지상에서 발포시킨 것이라 공중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표적을 맞출 수 있었다.

완벽한 코스와 빗나가도 피해를 줄 수 있는 무차별적인 폭격.

밀집된 적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이었다.

“이게 대체 뭐야!”

“으악! 미친 새끼!”

“탱커! 탱커!!”

“빨리 힐! 힐 달라고!”

“피해!!”

“뒤에 나와 좀!”

“비키라고!”

그야 말로 우왕좌왕.

희희낙락하며 거점 내로 들어왔던 해원 연합 유저 대부분이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막아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역부족이었고.

애초에 하르포는 비공정과 일부 공중 몬스터를 겨냥한 무기다.

아무리 사냥터가 바뀌고, 아이템이 바뀌었다고 한들 정면에서 막아내기는 요원하다.

“끄악!”

“젠장!”

“이건 무슨 수로 막으라고!”

단 한 발이면 피해를 입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폭격.

무주공산인 줄 알고 성문 안으로 대놓고 진입해 우르르 몰려있던 해원의 연합 유저들에게서 바로 곡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런 곡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해원 연합 유저들이 뭉텅이로 사라졌다.

하르포가 닿는 범위 안에서.

간신히 그 거리에서 운 좋게 벗어난 몇몇이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이 어이없는 광경을 지켜볼 뿐.

워낙 순식간에 녹아 그 누구도 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 했다.

어쩌면 생각조차 하기 싫을 수도 있고.

“크, 대박인데? 비공정을 이렇게 쓸 생각을 다 하다니.”

옆에서 재중이 형이 휘파람을 불자 마주 보면서 웃었다.

“화력이 부족하다고 해서요. 그럼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화력이 좋은 패를 택하면 되죠.”

“그렇긴 한데. 이거 게시판이며 채팅이며 난리 나겠는데?”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죠.”

“그래, 지금은 이기면 되는 일이지.”

비공정을 이런 식으로 이용할 줄은 생각도 못 했을 터.

이런 방식이라면 앞으로의 공성전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것이다.

유저들의 방어력으로는 비공정의 하르포를 절대 버티지 못하니까.

화력이 중첩된다는 점도 마찬가지.

이 정도의 화력을 버틸 수 있는 것은 네임드 밖에 없겠지.

그렇게 싹 녹아버린 전열의 유저들의 뒤로 아직도 꽤 많은 유저가 남아 있었다.

“이익! 이게 뭐냐고!”

“다, 다 죽었…….”

“젠장!”

“새끼들아! 공격 끝났잖아! 지금이 기회야!”

“다들 멍하니 보고 있지 말고 뛰어들어!”

“이대로 질 거냐? 공격하란 말이야!”

“너희나 싸워! 난 빠진다!”

“어딜 가?! 안 싸워?”

“돌아오라고!”

놀라서 멍하니 있는 자.

성문 밖으로 도망을 가려는 자.

반대로 포격이 끝난 줄 알고 공격을 하려는 자.

거기다 한참 성문으로 넘어오는 자.

이런 유저들이 한곳에 모여 아비규한을 만들어냈다.

지휘 계통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뭔가를 지시할 유저들까지 한 번에 녹아버리자 순간 병력이 판단력을 잃고는 공중에 붕 떠버렸다.

그리고 가장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해원은 성문 바깥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해원이 선두에 나서서 진두지휘한다?

이건 개가 웃을 일이라.

그러다보니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뭐 알았다고 하더라도 손쓸 방법이 있으려나?

“그럼, 마저 녹여야죠? 2타 발사!”

한 번에 모든 것을 퍼붓지 않은 것은 낭비에 가까웠으니까.

내가 오더를 내리자 대기 중이던 다른 하르포들이 다시 한 번 불을 뿜었다.

콰콰쾅!

쿠앙!

콰아앙!

“안 돼!”

“도망가!”

“여기 오는 게 아니었어…….”

“망했……!”

하르포가 날아가 연속적으로 폭발하자 남아 있던 잔존 병력까지 깔끔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문을 넘어왔던 그 많던 해원 연합 유저가 싹 사라지는 데는 단 몇 분조차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바닥에 반짝거리는 아이템들이 폭발의 흔적을 따라 수없이 늘어져 있었다.

전부 다 해원 연합의 유저들이 떨어뜨린 아이템들.

그걸 보자 옆에 서 계시던 사장님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흐, 좋구나!”

스칼렛과 이슬두잔도 마찬가지.

“대체 주호 씨는 머릿속에 뭐가 들었나 모르겠어요. 갑자기 비공정을 끌어 모으라는 소리에 그냥 빠지는 줄 알았더니.”

“이건 정말 큰 승리에요. 앞으로도 길이 남을.”

이 정도까지 압도적으로 찍어 누를 수 있다는 것은 이전까진 생각도 못 했으니까 나오는 반응이었다.

백중세.

혹은 화력이 밀리기 때문에 고전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렸다.

그런 모습에 그저 웃음으로 대답했다.

“칭찬은 나중에 마저 듣죠. 아직, 끝이 아니에요. 사장님. 상황 좀 알 수 있을까요?”

“그래, 아직 끝이 아니지.”

잠시 누군가와 연락을 하더니 곧 상황을 알려주었다.

“해원 연합 대부분 전멸, 성문 바깥에 남아 있는 유저들도 그렇게 많지 않아. 많아 봐야 7~10개 길드 정도라는군. 그것도 제대로 인원이 갖춰지지 않았고.”

“끝까지 기다린 것이 주효했네요.”

성문을 열고 난 뒤, 정말 아슬아슬할 정도까지 기다렸다.

조금 더 많은 해원 측 유저가 거점 내부로 들어오기를.

초조해서 미리 쳤다면 이 정도까지 성과를 낼 수 없었을 터.

성문을 내부에서 열었기에 이겼다고 생각한 해원의 방심.

그리고 혹시나 모를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성문 내로 병력을 계속 집어넣어 숫자적 우위를 가져가려던 해원의 욕심.

이 세 가지가 합쳐져 최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해원에게는 되돌릴 수 없을 타격을 주었고.

방송으로도 이 광경이 싹 나갔기 때문에 연합 이미지 역시 무너졌고.

오히려 이런 이미지가 더 무서울 지도 모른다.

해원의 우산이 이렇게 약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으니까.

이제 해원의 반응이 궁금한데?

“사장님, 해원은 어떻게 하고 있어요?”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빠지지도 못하고 있지. 성벽 밖에서 서로 뭉쳐 있어.”

“설마, 아직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여기서 빠지는 순간 해원은 끝이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틸 수밖에 없겠지. 죽어 나간 병력이 돌아오는 때까지.”

“그럼, 편안히 손을 놓도록 만들죠. 기다릴 필요도 없게끔.”

내 말에 바로 사장님이 오더를 내렸다.

- 회수 조는 아이템 회수하고, 타격 조는 거점 내부에 남아 있는 적들을 싹 정리하도록.

오더가 떨어지자마자 바로 우리 쪽 연합 사람들이 비공정에서 뛰어내려 거점 내부에 남아 있는 유저들을 전부 쓸어버렸다.

애초에 하르포에 피해를 입어 경직이 걸리다 보니 미처 도망을 못 간 유저들을 녹이는 거라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그렇게 잔존 세력을 다 죽이고 난 뒤 성벽을 다시 사수해 올라갔다.

해원 연합 측에서는 성벽을 지킬 이유가 전혀 없기에 이 작업도 간단하게 끝났고.

열려 있는 성문을 통해 해원 연합의 유저들이 새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지금쯤 자기 연합 유저들이 싹 녹아버렸다는 보고를 받았겠지.

꼭 연락이 아니더라도 방송만 켜 봐도 바로 알 수 있으니까.

거기다 채팅창까지 난리라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사장님 말대로 해원이 거점 내부로 들어오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구겨 넣어봐야 넣으면 넣는 대로 녹아버리는데 미치지 않고서는.

그렇게 성벽 위에 올라가자 사장님의 말대로 해원 연합이 성벽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숫자는 대략 500은 넘어가려나?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되어 보이는데.

“좀 줄여놓을게요.”

우리 연합 숫자의 두 배인데 굳이 나가서 싸울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대치를 하고 있기에는 시간 낭비고.

바로 아퀼라스 주니어를 불러내 챠밍과 막내별을 태웠다.

“그럼 다녀올게요.”

우리가 성벽 위로 날아올라 접근하자 바로 해원 연합 쪽 무리 전체가 흔들리면서 고함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드래곤!!”

“젠장! 주호 떴다!”

“여기서 버틴다고 될 일이 아니라니까!”

“위에서 버티라는데 어쩌라고!”

“이미 졌잖아!”

“우리 길마는 왜 철수를 안 하는 거야!”

“죽었던 애들 올 때까지만 버티라잖아.”

“미쳤어! 진짜.”

“시끄러! 어떻게든 떨어뜨려!”

“화살, 마법 전부 쏴 올리라고!”

“탈것 있는 대로 꺼내 들어!”

우리가 접근하자 뒤늦게 반응을 했는데 이미 많이 늦었다.

아까 전부터 챠밍과 막내별은 준비 중이었으니까.

“뭉쳐 있으면 고맙지. 쓸어버려요.”

내 신호에 챠밍과 막내별이 동시에 마법을 시전했다.

【 메테오 스트라이크! 】

【 메테오 스트라이크! 】

두 발의 메테오가 떨어지자 해원 측 연합 사람들의 안색이 하얗게 죽어버렸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러게, 진작 흩어지자고 했잖아!”

“흩어지면 따로 죽는다고!”

“이렇게 죽는 건 괜찮고?!”

“……발! 나도 몰라! 일단 피해!”

“다 도망가!”

몇 번 당했던 경험이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떨어지자마자 도망가는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전열이고 뭐고 서로의 위치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

그걸 보고는 바로 연락을 했다.

<주호> 지금입니다. 완전히 흩어졌으니 추격해서 쓸어요.

<카이저> 접수했다!

<스칼렛> 우리도 나가요.

<이슬두잔> 라저!

각 길드 길드장의 대답과 함께 흩어져서 도망가는 유저들을 빠르게 추격하기 시작했다.

퇴각하는 적을 잡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준다고 했던가?

지금이 딱 그런 구도였다.

500이 넘는 인원이 뭉쳐 있으면 건드리기 애매하지만 저런 식으로 흩어지면 그저 밥에 불과하지.

그나마 남아서 버티려던 해원 연합 유저들이 우리 측 연합 유저들에게 쫓기다시피 사냥당하면서 숫자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예 멀리 도망가 버린 적들도 있었고.

해원의 지배력이 해결해줄 수 있는 단계는 아득히 넘어버렸다.

그렇게 내려다보는데 유독 흩어지지 않고 뭉쳐서 뒤로 빠지는 한 세력이 보였다.

저건….

해원인가?

가운데 한 명을 감싸듯이 보호하는 것을 보면 안 봐도 뻔하겠네.

아직도 저리 믿고 있다니…….

곧장 아퀼라스 주니어를 하강 시켜 그 무리를 따라가면서 스킬을 시전했다.

【 진(眞) 화염 브레스! 】

그리고 도망가는 무리를 싹 태워 버렸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해원을 다른 유저들이 감싸면서 해원만은 살리는 모습을 보고는 어이없게 웃었다.

대체 돈을 얼마나 발라야 저렇게 할 수 있지?

갑옷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 형편없이 나뒹군 해원이 날 보더니 바로 이를 갈았다.

“너! 주호 이 새끼!”

“넌 진짜 여전하네.”

그러고는 곧장 아퀼라스 주니어를 하강 시켜 앞발로 해원의 몸을 찍어버렸다.

“커억!”

“선물은 잘 받았다. 쓸모없긴 했지만.”

아퀼라스 주니어에 깔린 해원이 나를 노려보면 고함쳤다.

“이익! 난 너에게 절대 지지 않아!!”

“이번 생에는 글렀고 다음 생에 보자고. 뭐 가급적이면 다시 보지 말고.”

그동안 날 방해했던 것들을 나열하면 끝도 없이 패주고 싶은데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바로 뛰어내려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로 녀석의 머리를 찍어버렸다.

그러자 잠시 바둥거리던 해원이 죽음의 빛으로 변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하늘을 보니 방송용 탈것들이 날아다니면서 이 광경을 모두 담아 내보내는 중이었다.

아마 같은 식으로 재기는 불가능할 것 같고.

이 대패의 책임은 누군가는 져야할 테니.

<주호> 그럼, 마무리하죠. 우리가 이겼어요. 해원 잡았습니다.

우리 연합에 소식을 알리자 모두가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대로 적들은 사기가 떨어져 계속 쫓기다가 전멸해 버렸다.

수십 배에 달하는 유저를 상대로 한 압도적인 승리.

정말 길이 남을 쟁이 이 순간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원 연합 내부에 심한 트러블이 생겼다는 소식과 함께 끝없는 내부 갈등이 생겨나더니 결국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그렇게 수많은 길드들이 해원 연합을 탈퇴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마지막으로 울린 시스템 메시지.

《 해원 연합이 해체되었습니다. 》

그러니까 줄은 잘 서야 한다니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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