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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15화 (508/1,404)

#515화 밥값 하는 드래곤 (3)

구형 비공정이지만, 만만찮은 금액이다.

그런 비공정이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일반 길드, 유저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치명상을 입는다.

“해원이 정말 돈이 많긴 많은가 봐요?”

막내별이 감탄을 할 정도였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예전에 드래곤에게 한 번 박살이 난 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 정도 숫자의 비공정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막내별의 말대로 해원이 전부 부담했을 수도 있지만, 잠시 생각해 보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연합 내 길드를 쥐어짰을 수도 있어요. 전에 본 해원은 그 정도로 밑에 길드를 챙겨주는 위인은 아니었거든요.”

“아, 그럼 저 연합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네요?”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렇죠.”

지금 나온 말이 정답이라면 공중에 날아다니는 저 비공정들은 정말 쥐어짜서 나온 결과물일 터.

다시 저 정도의 비공정을 띄우려고 하면 그만큼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해원 연합의 길드들이 또다시 손해를 보려고 할까?

절대 아니지.

해원이 약속한 이득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는데 저건 이미 도가 지나쳤다.

다른 말로 하면 여기 있는 비공정들을 다 떨어뜨리면 그때부터는 아주 재밌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적들의 비공정에서 일제히 하르포가 발사되었다.

일단 빠르게 아퀼라스 주니어를 상승시키며 하르포를 피했다.

아퀼라스 주니어가 성장을 했다고는 하나 방어력이 그렇게 완벽하진 않았다.

나 혼자면 모르겠지만, 챠밍과 막내별도 타고 있으니 잘못 맞았다가는 이쪽이 위험하지.

최대한 맞지 않는 선에서 비공정 사이를 헤집자 적들의 진영이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원래 비공정을 한곳에 뭉치면 그야말로 최강의 무기이자 요새가 되었다.

비공정 자체가 방어력이 워낙 출중한 데다가 하르포 역시 강력하니까.

공수 모두 안정적인 형태.

거기다 유저들까지 타고 있으면 추가적인 공격이나 방어가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개별로 탈것을 타고 주변을 맴돌면 비공정을 한 번에 떨어뜨리기란 정말 요원한 일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요새.

딱 그 표현이 맞지 않을까?

비싼 것에는 비싼 이유가 있다.

비공정이 서로 뭉쳐 있다면 어지간해서는 절대 격추되지 않고.

뭉쳐 있을수록 강해지는 집단.

그게 비공정을 가진 연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그런 비공정의 방어력을 부술 수 있는 수단이 우리에게는 몇 가지나 존재했다.

그중 가장 쓸모 있는 것 하나.

【 진(眞) 화염 브레스! 】

아퀼라스 주니어가 화염 브레스를 뿜어내자 서로 뭉치려고 했던 비공정들이 다시 혼비백산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다른 비공정의 옆구리가 뚫리는 것을 봤기에 그대로 뭉쳐 있으면 저쪽이 바보지.

그렇게 서로가 떨어지자 비공정의 최대 장점인 집단의 힘이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그리고 저런 식으로 흩어지기 시작하면 우리에게는 최대의 기회가 된다.

“오빠, 저쪽! 따로 떨어져 나왔어요!”

“오케이!”

바로 아퀼라스 주니어를 홀로 떨어져 나온 비공정에 접근 시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날렸다.

그러자 엔진이 터지면서 그대로 비공정이 추락을 해버렸다.

뭉쳐 있어도 안 되고.

그렇다고 집단에서 떨어져 나오면 바로 우리에게 밥이 되어버린다.

적들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 아닐까?

그때, 작은 뭔가가 다수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거기다 몇 마리는 특별했다.

그걸 본 막내별이 감탄하듯 말했다.

“레서 드래곤이네요?”

많지는 않지만 몇 마리가 껴 있다는 것 자체가 해원 연합이 얼마나 용의 지대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레서 드래곤.

현재 유저들이 가장 가지고 싶은 탈것.

지금까지 나온 탈것 중 거의 끝판왕이니까.

물론, 드래곤이나 썬더볼트 같은 것을 제외하고.

레서 드래곤은 현실적으로 평범한 유저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탈것이었다.

빠르게 날아다니는 우리를 비공정으로는 도저히 못 잡으니까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레서 드래곤을 꺼낸 것 같은데…….

“어떻게 해요?”

챠밍이 바로 나를 보고는 물었다.

우리도 레서 드래곤을 가지고 있기에 그 성능은 익히 알고 있었다.

비록 짝퉁이긴 해도 브레스도 뿜을 줄 알고.

“아, 고맙지 뭐.”

“네?”

“오히려 고맙다고. 탈것을 언제 꺼내나 궁금했는데.”

내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챠밍이 내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키자 바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리 뒤를 따라 날아다니는 수많은 브랜디슈 블레이드.

하나하나가 전부 용종에 대한 피해 추가가 달려 있다.

비공정의 엔진도 버티지 못한 공격을 레서 드래곤이 버틴다?

이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라.

레서 드래곤이 빠르기는 해도 내게는 그걸 맞춰낼 능력이 충분히 있다.

거기다 더 좋은 점은 따로 있었다.

“운전 좀 부탁해.”

챠밍이 곧장 아퀼라스 주니어를 조종해 움직이자 바로 레서 드래곤들이 따라붙었다.

그리고 그런 레서 드래곤들을 향해 브랜디슈 블레이드들을 일제히 날려 보냈다.

그러자 따라나섰던 레서 드래곤들이 혼비백산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크윽! 피해!”

“대체 저게 몇 개야?!”

“이익! 쫓아갈 수가 없어!”

“어?! 쫓아온다!”

“젠장, 이게 뭐야!”

원래라면 많은 숫자를 동원해 우리를 쫓을 생각이었겠지만, 레서 드래곤 숫자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의 브랜디슈 블레이드 때문에 오히려 입장에 바뀌어 버렸다.

비공정과 다르게 압도적으로 방어력과 내구가 높은 것도 아니니까.

저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레서 드래곤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기껏해야 짝퉁 브레스 몇 번 뿜어낸 것이 끝.

순식간에 우리가 쫓아가고 레서 드래곤이 도망가는 기묘한 그림이 되자 주변에서 허탈한 탄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덤으로 힘없이 추락하는 유저들과 레서 드래곤에게서 마력까지 뽑아내었다.

거기다 레서 드래곤 급 이하는 아예 속도에서 붙지를 못해서 그냥 날아다니는 마력 덩어리에 불과했고.

차근차근 날아다니는 탈것들을 정리하는데 막내별이 뭔가를 발견했는지 갑자기 외쳤다.

“비공정들 도망가고 있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나마 남아 있던 비공정들이 빠르게 내빼는 광경이 보였다.

도망가는 비공정을 본 챠밍이 물었다.

“탈것들을 먹이로 내어준 건가요?”

“아마도. 그런 것 같네.”

탈것들이 우리의 시선을 끄는 동안 비공정을 빼는 쪽으로 서로 합의가 된 모양이었다.

한 놈도 빠짐없이 도망가는 것을 보면.

그것도 전부 다른 방향으로 빠지는 것을 봐서는 아예 작정하고 도망가는 것 같았다.

“이거 해원이 씁쓸해하겠는데?”

공중을 지켜줄 최후의 보류가 빠져 버리면…….

아니, 해원에게는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지.

챠밍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말을 이었다.

“저만큼의 길드가 빠졌다고 봐도 되는 거죠?”

“그래, 해원의 명령이라면 몰라도.”

해원이 직접 비공정을 빼라고 지시했다면 아직 지배력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반대로 연합 휘하 길드 내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빠진 거라면?

분열은 지금부터 시작된 셈이었다.

막내별이 해원 연합 유저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지상을 살펴보고는 내게 말했다.

“주호 씨, 저기 아래.”

막내별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바라보자 어느 쪽인지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유저가 전체 연합의 진행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빠지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을 바라보자 이미 하늘에는 탈것들이 죄다 떨어졌고, 비공정들은 멀리 내뺀 지 오래.

거기에 지상까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었다.

이제 어쩐다?

상황이 묘해졌는데?

챠밍이 날 보면서 물었다.

“어떻게 할 거예요?”

“으음, 아무래도 좀 애매하지?”

아래를 다시 쳐다본 챠밍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에라도 챠밍과 막내별이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날려 지상을 공격해도 된다.

하지만 머뭇거리는 것엔 다른 이유가 있다.

해원 연합이 한참 분열이 되는 상황이라…….

왠지 이 상황에서 공격을 하면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았다.

챠밍도 내 생각을 읽었는지 말했다.

“잘못하면 서로 뭉칠 수도 있어요.”

“물론, 더 분열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두고 보자.”

곧장 막내별을 보고 물었다.

“방송 좀 볼 수 있어요?”

“네, 몇 개 띄워드릴게요.”

이미 공중에서 우리를 저지할만한 어떤 세력도 없기에 조금 여유를 부려도 괜찮았다.

해원 연합 쪽의 방송을 몇 개 찾아 막내별이 띄워주었는데 그야말로 상황이 개판이었다.

“뭐야?! 갑자기 왜 빠져?”

“해도 정도껏 해야지. 대체 얼마나 희생하라는 거야?”

“우린 비공정을 대체 몇 대나 날린 줄 알아?”

“그놈의 이기고 나면은 대체 언제냐!”

“애초에 이 연합도 2황녀 죽이는데 목적이 있었지. 이젠 그것도 끝났잖아. 언제까지 이렇게 떠돌아 다녀야 해?”

:

“2황녀 잡으면 한 자리씩 주고, 보상도 엄청나게 해준다기에 들어왔더니 완전 썩은 동아줄에 해골물이네.”

“이럴 바엔 주호한테 붙자. 차라리.”

“하! 이 배신자 새끼들!”

“배신자? 어차피 다 이득 때문에 붙은 거잖아.”

“이 와중에 해원은 지들 길드 비공정 하나도 안 띄웠어.”

“맨날 명령만 하지. 안 싸운다니까 그러네.”

“길마들만 챙겨준다는 것도 그래?”

“그게 하루 이틀 일이냐.”

“아, 난 몰라. 이러다간 로스 강제로 접을 것 같은데 그냥 이쯤에서 빠질란다.”

억지로 명분을 만들어 묶어두었던 연합이 곪고 곪아서 드디어 터진 것 같았다.

2황녀를 죽이려고 모였다가 거대해진 연합.

제국과 척을 지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거점까지 날린 후 드래곤에게 장비와 비공정을 연속으로 떨어뜨리는 일까지 일어나자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상황에 마지막 방아쇠를 당긴 것은 우리다.

거점을 차지할 거란 마지막 희망을 품고 진격하던 유저들을 죄다 털어버렸으니.

견디다 못한 길드 유저들이 결국 손을 놓아버렸다.

그렇게 우리라는 적을 공중에 두고도 서로 갈라서면서 진형이 완전 반쪽이 났다.

바로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보고 있어요?

<불멸> 어, 방송 보는 중이지. 아주 재밌네. 기어코 찢어놨구나.

<주호> 좀만 건드리니까 알아서 떨어져 나가네요.

<불멸> 이거 참, 비공정 격추하는 일을 아주 쉽게 말하네.

<주호> 하하, 일단 저대로 두는 편이 좋겠죠?

<불멸> 그래, 지금은 지켜보자.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역시 재중이 형도 같은 생각이었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니 당장 연합에서 빠지는 유저 수만 해도 상당해 보였다.

거의 1/3에 해당하는 유저가 통째로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점점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저 상태라면 절대 거점을 넘보지 못한다.

아니, 당장 연합을 유지하는 일을 걱정할 처지라.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퀼라스 주니어의 밥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정도인가.

아쉽네. 이 기회에 좀 더 성장시키고 싶었는데…….

언제 다시 이렇게 대놓고 유저들을 죽일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

다 갈라지고 나면 한 번 더 죽여 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장님께 연락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화상을 연결하자 사장님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말했다.

<카이저> 방송 잘 봤다.

<주호> 네, 생각 외로 일이 잘 풀렸어요.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

<카이저> 흠, 해원 연합 쪽에서 떨어져 나간 길드들에게서 연락이 왔구나.

벌써?

떨어져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주호> 뭐라고 하던가요?

<카이저> 해원을 잡는데 도와줄 테니까 자기들 좀 받아달라고 하는구나.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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