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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14화 (507/1,404)

#514화 밥값 하는 드래곤 (2)

아퀼라스 주니어를 뒤덮던 화염이 사그라들기 시작하면서 녀석의 형태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이전의 둥글둥글한 형태의 체형에서 좀 더 날렵하게 빠진 형태로.

그리고 전보다 거의 두 배에 가깝게 크기가 커졌다.

이 변화에 챠밍이 감탄하면서 아퀼라스 주니어의 주변을 맴돌았다.

“정말 많이 커졌어요.”

“그러네. 이제야 좀 드래곤 같은데?”

아직 성체의 그것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어디 가서 드래곤이라는 표현은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크기만으로 비교하자면 레서 드래곤과 거의 유사할 정도로 커졌으니.

또한, 이전에는 옹기종기 모여서 타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좀 여유롭게 탈 수 있는 크기로 변했다.

반면에 능력치는 여전히 물음표로 나와 있어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한 번 싸워볼까?”

“네? 그게 무슨?”

“아, 능력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까. 한 번 전투해 보면 대략적으로 알 것 같아서.”

성장하기 전에는 유저들에게 공격당해 추락이라도 할까 봐 선뜻 전투로 밀어 넣질 못 했다.

지금은 크기가 좀 커졌고, 시스템 상으로도 능력치가 대폭 상승되었다고 하니까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스킬.

이전에는 쓸 수 있는 스킬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일반 탈것과 차이점이 없었는데 1차 성장을 하면서 스킬이 생겨났다.

“진(眞) 화염 브레스라… 챠밍, 너도 브레스 쓸 수 있지?”

내 말에 챠밍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챠밍이 쓸 수 있는 브레스는 드래곤의 그것에 비해서는 열화판이었다.

아니, 이건 모든 스킬이 대부분 그러니까.

그런데 아퀼라스 주니어에게 새로 나온 스킬은 진(眞)이라는 표현이 붙어 있었다.

이걸 다르게 생각해 보면 드래곤의 브레스와 똑같은 위력으로 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의견을 말했더니 챠밍이 간단명료한 대답을 내놓았다.

“한 번 써보면 되잖아요.”

“정말 그러네.”

바로 간단한 조작을 해서 아퀼라스 주니어에게 명했다.

멀리 있는 산맥을 향해.

【 진(眞) 화염 브레스! 】

그러자 아퀼라스 주니어가 곧장 고개를 돌려 입을 크게 벌리더니 삼중첩이 된 마법진을 불러내기 시작했다.

그런 아퀼라스의 시전 동작을 본 챠밍과 막내별이 동시에 놀라 외쳤다.

“저건 똑같아요!”

“어머?! 세상에!”

누가 봐도 드래곤이 쓰던 브레스와 완전히 똑같았다.

그리고 얼마 뒤, 화염 브레스가 발사되더니 산맥을 일자로 길게 태워 버렸다.

아직 위력 면에서는 조금 약하나?

유저나 몬스터를 상대로 써봐야 정확한 위력을 알 수 있겠는데…….

그런데 화염 브레스의 쿨타임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좀 미쳤네.”

이거였나?

드래곤이 브레스를 계속 쏠 수 있었던 이유가.

챠밍과 막내별에게도 보여줬더니 둘 다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앞으로 생각보다 재밌어지겠는데?

드래곤을 더 키워야 할 이유가 확실히 생겼다.

* * * * *

메테오 스트라이크의 쿨타임을 기다리는 동안 일단 거점으로 복귀를 했다.

돌아오자 재중이 형을 비롯한 모두가 거점 성벽에 나와 전투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나가서 싸우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성벽을 끼고 싸우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 같았다.

거점으로 내려서자 우리를 발견한 재중이 형이 먼저 다가왔다.

“여~! 위력 시위는 잘 봤다. 화끈하던데?”

“다 보셨어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바로 어깨를 으쓱했다.

“저쪽 애들 중에도 방송하는 애들이 많으니까.”

“……생각이 없네요.”

“뭐, 돈이 되니까 하겠지.”

녹화나 개인 방송을 하는 것이 주업인 사람들이 저쪽 해원 연합 내에도 상당히 많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굳이 해원 연합을 감시하지 않더라도 어디로 이동하는지 뻔히 다 노출이 되었고.

전력 노출을 꺼려서 방송을 잘하지 않는 우리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물론, 장단점은 확실히 존재했다.

인지도를 올린다던가.

수입 같은 부분도 있고.

혹은 방송을 이용해서 역으로 정보를 흘린다던지.

쓰려고 작정하면 다양한 방법으로 쓸 수가 있었다.

“우리 쪽은요?”

“이쪽은 어쩔 수 없으려나.”

재중이 형이 하늘을 올려보자 꽤 많은 방송 전용 탈것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상황이 이래서 말이야. 저쪽도 우리가 뭐하는지 뻔히 다 알고 있을 걸?”

“골치 아프네요.”

로스트 스카이는 기본적으로 다수의 전쟁이 가능한 시스템이라 수시로 전투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부분이 지금 해원의 진격이 아닐까?

메테오를 이용해 일부를 치웠다지만, 아직도 많은 해원의 연합은 특종, 단독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표적이 되었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고.

일단, 우리는 거점을 끼고 싸우는 형태라 위에서 내려다보기 아주 편하기도 했다.

“쫓아내지 않아도 돼요?”

“그게 가능하면 하겠는데 말이지. 그래 봐야 금방 돌아와서 찍고 있을 걸.”

이쪽은 어쩔 수가 없나.

멀리서 촬영을 하는 것까지 막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만큼 이목이 집중되어 있어. 아마 유명한 곳은 죄다 와 있을 거다.”

“냄새 맡는 것은 기가 막히네요.”

“특히, 그 드래곤 말이야. 여기저기서 찍혔던데?”

“하나밖에 없으니 그런가 보죠.”

이젠 누가 봐도 드래곤이다.

크기가 조금 작을 뿐.

“이젠 저쪽에서도 드래곤을 가지고 있다는 걸 다 알고 있을 거야.”

“흐음, 전력 노출이 심하네요.”

“어떻게든 널 저격하려고 할 걸? 메테오에 그렇게 당했으니.”

이런 상황 속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그건 진짜 바보겠지.

“그건 기대되네요.”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쪽은 저쪽이 상상할 수 없는 그런 비밀 무기가 추가로 생겨 버렸다.

“아, 형 이거 한 번 볼래요?”

그러고는 아퀼라스 주니어의 성장과 추가 스킬을 보여주었다.

잠시 아퀼라스 주니어를 살펴보던 재중이 형의 표정이 곧 재밌다는 표정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거 참. 대체 너한테 뭘 쥐어준 지 모르겠네. 이 게임이 진짜 미쳤나.”

지금 시점에서 절대 유저 손에 없어야 하는 드래곤이 내 손에 있다 보니 상황이 완전 이상하게 변해 버렸다.

거기다 이런 식으로 엄청나게 아이템을 먹여서 단시간 내에 키워 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을 테니.

“생각보다 좋죠?”

“말하면 입 아프지. 특히 너하고 세트로 있으면 정말…… 어휴, 쟤들 불쌍해서 어쩌냐.”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멀리 있는 어딘가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나 역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상황은요?”

“네가 좀 찢어놔서 이탈자가 상당해. 대략 10개 길드? 일단 죽고 나면 다시 합류해야 하는데 생각 이상으로 합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빠졌다는데?”

“거리가 멀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다른 쪽으로 빠졌을 확률은요? 갈라져서 공격해올 수도…….”

“사장님 피셜에 의하면 그건 아니야.”

이건 해원 연합에 넣어두었다는 말이다.

“사장님도 상당하시네요.”

“그래, 길마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흐음, 그럼 아직도 사십여 길드가 남았다는 건가요?”

“규모로 보면. 길드 숫자만 그렇고, 실제로 껍질뿐인 길드도 있더라.”

그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물었다.

“혹시 저기서 더 찢어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흠… 사람들이 합류하길 기다리거나, 혹은 포기하거나.”

“그렇다 이거죠?”

“그치, 지들도 사람인데 손해 보려고 하겠어?”

그 순간 재중이 형과 눈빛이 마주쳤다.

그러고는 재중이 형이 재밌다는 듯 웃어 보였다.

“크큭, 아예 찢어버리려고?”

“네, 우리한텐 이 녀석이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옆에 서 있는 아퀼라스 주니어를 가리켰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최대한 빨리 끝내죠.”

* * * * *

챠밍과 막내별의 준비가 끝나자마자 바로 아퀼라스 주니어를 띄웠다.

“다녀올게요.”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여차하면 성벽에서 싸우면 돼.”

“그럼 우리 주니어 먹일 먹이가 없어지잖아요.”

“크크. 미친놈. 잘 다녀와라.”

재중이 형의 환대를 받으며 날아올라 얼마 뒤, 다시 해원의 본진이 있는 부근까지 날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전과 달랐다.

다수의 비공정과 탈것이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우리가 오는 방향에 잔뜩 몰려 있었다.

이곳까지 날아오는데 시간이 걸리니 미리 대비를 해놓은 것 같았다.

거기다 방송도 있었고.

막내별이 그걸 보고는 확 짜증을 냈다.

“아, 찌라시…!”

방송을 하는 인원 모두가 찌라시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진정해요. 마중까지 나왔는데 깔끔하게 다 잡아야죠.”

“우리끼리 가능해요?”

막내별의 물음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챠밍도 물음표를 보내는 표정이었고.

우리에게 드래곤이 있다지만 저쪽은 비공정과 탈것이 하늘에 가득했으니까.

“아, 괜찮아요.”

그리고 품에서 바로 검들을 꺼내 들었다.

【 비검! 】

【 비검! 】

【 비검! 】

:

그러자 내 주위로 브랜디슈 블레이드가 잔뜩 날아올랐다.

“이쪽도 숫자로 맞추면 되죠. 챠밍, 운전 좀 맡길게. 이거 생각보다 집중해야 하거든.”

“네, 알았어요.”

바로 챠밍과 위치를 바꾼 뒤 말했다.

“정면으로 들어가면 돼.”

“네?!”

이건 꽤 놀란 듯 챠밍이 뒤돌아봤다.

“이 녀석 있잖아.”

“아!”

그러더니 곧장 아퀼라스 주니어를 비공정이 잔뜩 떠 있는 정면으로 이동시켰다.

“자, 그럼 갑니다.”

【 진(眞) 화염 브레스! 】

스킬을 사용하자 아퀼라스 주니어로부터 화염 브레스가 쏘아져 나갔다.

그것도 적들의 비공정이 모여 있는 곳으로.

“브, 브레스다!”

“피해!”

“흩어져!”

아직 약하긴 해도 구형의 비공정 정도는 떨어뜨리거나,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사정을 모르는 상대측은 지레 겁을 먹었는지 흩어져 버렸다.

“좌측 비공정 먼저. 완전히 붙지 말고 멀리 돌듯 지나가.”

내 말에 챠밍이 아퀼라스 주니어를 각기 따로 떨어져 있는 비공정 중 가장 가까이 있는 비공정에 접근했다.

그리고 조금 거리가 떨어지도록 스쳐 지나가는 순간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일제히 쏘아 보냈다.

비공정의 엔진이 있는 방향으로.

콰콰콰쾅!

하나도 아닌 수십 자루의 브랜디슈 블레이드가 쏘아지자 비공정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려고 했지만 그 정도의 기동력은 트리스탄이 아닌 이상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브랜디슈 블레이드의 공격으로 비공정이 아무것도 못해보고 허무하게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꺄! 역시!”

막내별의 환호를 들으면 챠밍은 운전에 집중을.

그리고 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조작하는데 집중했다.

아직 주변에는 날아다니는 비공정은 많이 있었고 수시로 고개를 돌려 우리 쪽으로 함포를 쏘아댔지만 아퀼라스 주니어가 워낙 빨라서 쉽게 맞추지는 못 했다.

비공정 주변을 맴돌며 몇 대를 더 추락시키고 나자 마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나 잠시 갔다 올게.”

그와 동시에 근처에 떠 있는 다른 비공정에 올라탔다.

“주호?!”

“대체 저게 뭐야!”

“미친. 이렇게 들어온다고?”

“집중해! 혼자라고 혼자!!”

“멍 때리지 말고 잡아!”

혼자라고? 전혀 아니지.

내게 시선을 집중시킨 사이 하늘에서 브랜디슈 블레이드들을 일제히 수직으로 낙하시켰다.

적들의 머리 바로 위로.

“크악! 이게 무슨!”

“피해!”

“젠장! 누가 좀 막아!”

“으악!”

그리고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피한다고 혼란해진 틈을 타 녀석들의 품을 파고들어 몇 명의 목을 따자 바로 마력이 최고치까지 차올랐다.

【 마력 전이! 】

그렇게 마력이 차오르는 순간, 떨어져 있는 아군에게 마력을 전달한 뒤 스킬을 시전 했다.

【 진(眞) 화염 브레스! 】

그러자 주변을 날아다니던 아퀼라스 주니어에게서 화염 브레스가 뿜어져 나와 비공정의 옆을 통째로 뚫어버렸다.

마력 전이가 유저에게만 통하는 것은 아니지.

이렇게 마력만 전달해주면 무한으로 브레스를 쓰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비공정을 박살 낸 후,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밟고 넘어와 아퀼라스 주니어에 올라탔다.

그런 나를 챠밍과 막내별이 환하게 반겨주었다.

“어서 와요.”

“와, 무슨 새도 아니고! 공중을 막 날아다녀요?”

챠밍은 이런 모습을 자주 봐서 그런지 당연한 듯 미소만 지었고, 막내별은 꽤 놀란 것 같았다.

둘의 그런 표정에 웃음으로 답변하고는 말했다.

“자, 그럼 나머지 비공정도 죄다 떨어뜨리러 가볼까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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