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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13화 (506/1,404)

#513화 밥값 하는 드래곤 (1)

쿠르릉!

짙게 끼었던 구름을 좌우로 밀어내며 등장한 운석.

운석은 이내, 공기를 거칠게 찢어발기며 엄청난 열기를 동반한 채,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는 광경이란…….

그것만으로도 예술 작품에 가까웠다.

한 발이 떨어지고 연이어서 또 한 발의 운석이 추가로 떨어지자 지상에 있던 적 유저들의 표정이 새하얗게 변했다.

좁은 산맥 길을 따라 쭉 진형을 맞추고 오던 유저들 입장에서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메, 메테오다!”

“갑자기 이게 무슨?”

“설마… 드래곤?!”

“무슨 소리야! 드래곤 잡혔잖아!”

“그럼 저게 대체 뭐냐고!”

“지금 그게 중요해?! 다 튀어!”

“피해!”

“아씨! 밀지 마!”

“나오라고! 비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제대로 보면 드래곤의 그것과 확연한 크기 차이가 있었다.

지금 산맥에 우르르 모여 있는 유저 중 그걸 제대로 알 만한 유저는 없었다.

아니,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아수라장이 된 상황이라 혼란에 빠진 유저들을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다들 드래곤의 메테오 스트라이크라 생각해서인지 서로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쓸 뿐이다.

이전에 거점에서도 그렇고, 그 뒤에 임시 귀환지에서도 메테오 스트라이크에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몰살당했던 일을 생각해 보면 아주 이해 못 할 반응은 아니지.

저들에게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죽음 그 자체일 것이다.

그렇게 운석의 낙하지점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밀치면서 빠져나오려고 하다 보니 이미 진형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너무 밀집해 있었다는 점.

평소엔 수가 많으면 좋다.

쪽수라는 건 어지간한 상황을 다 이기게 해주는 힘이 되니까.

하지만 그 많은 쪽수가 최악의 상황을 만드는 중이었다.

서로를 밟고, 밀치고, 뭉개고.

점프를 하고 이동스킬을 사용해도 너무 많은 유저가 있어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이동기도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되어야 쓸 수 있지.

지금 같은 경우는 정말 꽉 막힌 고속도로나 마찬가지였다.

“젠장!”

“아, 안 돼!”

“피할 수……!”

“제길, 또 이렇게 죽는다고?!”

인파에 둘러싸여서 오도 가도 못하던 유저들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어 떨어지는 두 개의 운석을 보았다.

그래도 최대한 살아보려고 방어 스킬을 쓰기도 하고 공격 스킬을 사용해 운석을 공격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코앞에 떨어져 내린 운석을 어떻게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용격 같은 특수 스킬이 있다면 또 모를까.

쿠아앙!

한 방이 먼저 떨어지면서 그 지점 근처의 유저들을 싹 녹여버렸다.

드래곤이 쏜 것은 아니라고 해도 메테오는 메테오.

그만큼의 위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콰아아앙!

거기다 또 다른 한 방이 조금 먼 곳에 떨어지면서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자 마치 산을 수저로 파먹은 것 같은 광경에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챠밍이 뭔가를 발견하고는 아래를 가리키면서 외쳤다.

“오빠! 저기!”

녹아버린 산맥의 잔해 속.

그곳에는 꽤 많은 수의 아이템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주인을 잃고.

순간적으로 생각해서 꾸민 아퀼라스 주니어와 챠밍, 막내별의 조합은 생각보다 더 괜찮았다.

사실 아퀼라스 주니어는 온전한 드래곤이 아니기에 살상 능력이 전무했다.

원판의 브레스나 화염 마법, 혹은 메테오 같은 스킬 자체를 쓸 수 없었다.

그래서 판을 만들었다.

겉모습만 드래곤일지라도 그러한 공격을 했다고 믿게 만들면 된다고.

그것 때문에 일부러 막내별에게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익히게 했다.

챠밍과 더불어 운석을 날릴 수 있게.

그리고 그 판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해원의 연합이 찍소리도 못하고 중간 허리가 끊겨나갔으니까.

그렇게 대열 중간이 통째로 끊어져 억지로 둘로 나뉜 해원 연합 사이로 아퀼라스 주니어를 조종해 내려갔다.

지금 이 타이밍을 놓치면 쓸데없이 힘만 뺀 것과 다름없었다.

아퀼라스 주니어를 어느 정도까지 하강시키자 챠밍에게 말했다.

“조종할 수 있지?”

“제가요?”

“응, 특이한 건 없어. 썬더볼트나 다른 탈것하고 유사하니까.”

“네, 그래도 너무 오래 내려가 있진 말아요.”

챠밍은 그런 나를 보며 걱정 어린 말을 건넸다.

“그래, 그럼 다녀올게. 바로 올라가.”

아퀼라스 주니어를 지상으로 착륙시킬 수 있었지만 혹여나 다시 떠오르지 못하게 된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그리고 챠밍과 막내별은 방어가 그렇게 좋진 않고.

공중에 있는 편이 훨씬 안전했다.

바로 아퀼라스 주니어에서 뛰어내려 지상으로 착지했다.

쿵!

거의 10m가 넘는 높이에서 뛰어내렸는데도 불구하고 큰 부담이 없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스펙을 가진 유저라면 이 정도는 껌이지 않을까?

고소공포증이 없다는 가정 하에.

또한, 지상은 메테오의 영향으로 머리 위까지 불길이 피어올랐고, 지상 위에 발을 내딛는 이들에겐 디버프를 선사했다.

《 화염 대미지를 지속적으로 받습니다. 》

그리고 다른 이들을 내려오지 못하게 한 이유에 이것도 포함되었다.

내 쪽은 드래곤 플레이트를 입고 있어서 화염 대미지를 저항할 수 있었으니까.

《 드래곤 플레이트의 화속성 방어가 화염 대미지를 저항합니다. 》

저항, 경감.

예전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종류의 옵션들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이 옵션 덕분에 몇 번 살기도 했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데 이미 아퀼라스 주니어가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시킨 대로 잘 올라갔네.

혹여나 발견되어 공중에서 전투가 일어나면 피곤해진다.

그래서 바로 올라가라고 했던 것이고.

곧장 고개를 내려 주변을 살폈다.

어디 보자.

아이템들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최대한 빠르게 주변을 스캔하면서 달렸다.

그렇게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들을 차곡차곡 수거했다.

그리고 이번엔 고강 아이템만 따로 추릴 필요도 없이 그냥 무조건 인벤에 집어넣었다.

어차피 이건 전부 아퀼라스 주니어에게 먹일 생각이었으니까.

다행히 해원의 연합 유저들은 나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거기다 화염 디버프 때문에 굳이 무리해가면서 불길 속으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고.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웃! 불길 너무 센데?!”

“일단 들어가, 애들 아이템 찾아줘야지.”

“저 불길 속에서 무슨 수로 그걸 찾아?”

“쉿! 목소리 낮춰! 눈치 없는 놈 같으니라고.”

“뭐?!”

“빨리 몇 개만 먹고 째자니까. 어차피 우리 길드 애들 것 따로 못 찾아.”

그런 말을 하고는 메테오가 떨어진 외곽에서 살아남은 유저들 중 몇몇이 불길을 파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흐음.

어쩔 수 없나?

아이템을 수확하면서도 계속 상황을 주시했다.

시야가 제한된 불길 속이었지만 노면의 진동과 유저들의 갑옷에서 들려오는 특유의 덜컥거리는 소음.

그리고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까지.

숫자와 위치를 파악하는 일은 내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미 암흑 지대에서 단련될 대로 단련된 몸이라.

감각을 날카롭게 세우며 최대한 발소리를 줄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지나가는 녀석들의 뒤를 밟았다.

“우왁, 체력 막 떨어지잖아!”

“그러니까 빨리 먹고 째자고. 내가 생각하기에 이 싸움은 이미 틀렸어. 메테오를 쏘고 갔는데 아무도 못 막는 것 봐라.”

“솔직히 난 어디서 쏘고 간지도 못 봤음. 하도 정신없어서.”

“너만 그러냐. 우리도 그래. 쪽수 많아 봐야 다 똑같대도.”

“진짜. 길마가 왜 이 연합을 고수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완전 썩은 동아줄임.”

“아, 길드 탈퇴할 수도 없고. 그냥 지금이라도 숙이고 들어가면 될 텐데.”

“야야, 우린 아이템이나 먹고 째자고. 꼴 보니까 또 실컷 죽겠구만. 보상도 안 해주는데 우리 몫은 알아서 챙겨야지.”

“영상은 다 껐지? 나중에 서로 찌르기 없기다.”

“한두 번 해보나. 걱정 마.”

일반적인 연합 사람들에게서 나올만한 대화는 절대 아니었다.

이미 속에서도 곪을 대로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인 딱 그런 대화들이었다.

뭐 그건 저들 사정이고.

곧장 제일 뒤에서 걸어가는 남성 유저의 후방으로 돌아 들어갔다.

그리고 드래곤 슬레이어와 르아 카르테로 녀석의 목을 갈라버리자 한마디 말도 못하고는 그대로 죽음의 빛으로 변해 버렸다.

딱 두 방인가?

확실히 르아 카르테의 옵션들이 미쳐 있기는 미쳐 있었다.

그리고 차례차례 따라 들어가면서 한 명씩 없애면서 떨어지는 아이템을 수거했다.

“어? 그러니까 우린 먹고 째는…… 그런데 애들 다 어디 갔어?”

“아이템 발견하고 날랐겠지. 없어진 애들 너무 신경 쓰지 마.”

“하, 빠르기도 하네.”

그렇게 어이없어하는 남자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아주 조심스럽게 달려들어서 목에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를 박아 넣었다.

“커억! 뭐야!”

이 녀석은 체력이 조금 더 있는 건가?

아님, 확률적으로 뭔가가 좀 덜 터졌을지도.

바로 지체 없이 르아 카르테를 한 번 더 찍자 죽음의 빛으로 사라져갔다.

“주……!”

그리고 대화 상대였던 녀석을 향해 드래곤 슬레이어를 집어던져 목을 그대로 꿰뚫었다.

그러기 무섭게 달려들어 르아 카르테로 녀석의 머리를 한 번 더 공격하고 지나가자 똑같이 죽음의 빛이 되어버렸다.

정체야 계속 이렇게 잡다 보면 들킬 거라 크게 신경 쓰진 않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아이템을 수거하면서 중간에 걸리는 유저들을 차근차근 죽여 갔다.

그리고 좋은 점은 마력이 계속 차고 있다는 점.

마력이 어느 정도 차자 곧장 스킬을 하나 시전했다.

【 마력 전이! 】

그러자 내 마력이 움푹 깎이면서 누군가의 마력이 확 채워졌다.

<챠밍> 오빠, 고마워요.

<주호> 계속 마력 보내줄게.

예전에 실험한 바로는 같은 필드, 같은 파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면 마력 전이가 가능했다.

써먹을 수 있다면 계속 써먹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챠밍과 막내별에게 번갈아 가면서 마력을 계속 보내주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적들을 쉽게 잡으면서 일이 수월하게 흘러갔다.

시간이 지나 메테오로 인한 불길이 점차 주춤거리기 시작하자 신호를 보냈다.

<주호> 슬슬 한 방 더 괜찮지?

<챠밍> 네! 마력 올 때부터 준비 시작했어요!

<막내별> 여기도 거의 다…… 되었어요!!!

바로 고개를 하늘로 들자 또다시 검은 구름이 크게 갈라지며 하늘에서 메테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 발이 아닌 두 발 연속으로.

방법은 간단했다.

시간의 서로 되돌린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내가 제공한 마력으로 최대치까지 차징한 뒤 지금 쏘아낸 것이었다.

어차피 시간의 서야 넉넉하게 가지고 있으니까.

이렇게 단시간 내에 메테오를 네 발이나 사용하는 것은 드래곤이라도 못 하는 일이다.

다시 메테오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못 했다는데 내 손목을 걸 수 있지.

아니나 다를까, 이미 채팅창은 패닉 상태에 이르렀다.

동시에 일대가 마비되었고.

그리고 정확히 연합 후방 쪽에 떨어져 내리는 두 개의 메테오를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또 주우러 가볼까나.

* * * * *

해원의 연합을 완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난 뒤, 아퀼라스 주니어를 타고 유유히 빠져나왔다.

이미 너무 주워서 못 움직일 정도라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중간에 들켜 비공정의 추격을 받았지만, 아퀼라스 주니어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속도로 멀리 떨쳐 버렸고.

“얘 생각보다 훨씬 빨라요.”

챠밍이 감탄을 할 정도.

“그래도 드래곤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그리고 먹어치운 게 얼만데.”

“얘가 많이 먹긴 했죠.”

내 말에 챠밍이 맞다는 듯 아퀼라스 주니어의 비늘을 쓰다듬으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산맥에 아퀼라스 주니어를 착륙시켰다.

내리자마자 막내별이 내게 물었다.

“메테오 쿨 돌아오면 한 번 더 가는 거죠?”

“네, 그래서 배우라고 한 거예요.”

“해보니까 생각보다 신나네요. 크크!”

이런 작업을 보여주니 막내별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너무 즐거워했다.

하긴 누군가는 즐거우면 된 거지.

“자, 쿨 돌아올 때까지 한 번 먹여보죠.”

그리고는 인벤에서 아이템을 하나씩 꺼내 들었다.

그것도 종류를 가리지 않고.

아퀼라스 주니어도 신나게 놀다(?) 와서 그런지 허기가 진 모양이라 아주 잘 먹어치웠다.

그렇게 한참을 먹이는데 갑자기 아퀼라스 주니어의 몸에서 화염이 돌기 시작했다.

뭔가 변화가 있는 건가?

이제까지 없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아퀼라스 주니어의 1차 성장이 끝났습니다. 》

《 아퀼라스 주니어의 능력치가 대폭 상승됩니다. 》

《 고유 스킬 ‘진(眞) 화염 브레스’가 추가됩니다. 》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1차 성장?

설마…….

이놈 제대로 키우면 진짜 제대로 된 메테오까지 쓰는 거 아냐?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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