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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12화 (505/1,404)

#512화 드래곤의 유물 (5)

과연 이 녀석이 성체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아이템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여전히 의심이 들었다.

그 어느 누구도 드래곤을 키워보지 못했기에 지금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정말 드래곤의 크기까지 클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모든 것이 전부 베일에 싸여 있었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

일단 먹이면 무조건 큰다.

이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키울 수 있는 한도까지 키워보고 그다음은 나중에 생각해도 되겠지.

다만 아이템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또한, 몇 번의 시도를 통해 잡템 수준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외형의 변화도 변화지만, 시스템 메시지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아이템을 먹이고 나서 다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네임드 템을 먹이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성장을 했다.

거기다 강화가 되면 될수록 더욱더 커졌다.

그렇다고 무작정 네임드 템을 먹일 수 있느냐.

솔직히 이건 무리지.

정말 빠르게 키우고 싶다면 네임드 템만 주구장창 먹여서 키우면 되겠지만, 이는 꽤 벌고 있는 나 역시 힘든 일이다.

화련 정도의 재력이 있어야 가능할까?

그렇게 아이템이 부족하다고 느낄 찰나.

타이밍 좋게 녀석이 등장했다.

스칼렛에게 소식을 들은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 정도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니냐?”

“정말 그렇죠?”

“그래, 타이밍이 너무 완벽해서 무서울 정도다. 우리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정말 아이템이 필요한 순간에 나타난 구세주.

그 정도로 정의를 내리면 될 것 같다.

이러한 판이 깔렸다면 정말 필요한 것은 놈을 탈탈 털 계획이다.

나와 재중이 형의 대화를 들은 스칼렛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아, 정말 털 생각부터 하는군요. 저 대군을 상대로. 이건 드래곤이 깽판 치던 때와는 다르다고요.”

그 말에 재중이 형이 씨익 웃었다.

“여기에도 있잖아. 드래곤!”

“아! 진짜! 그건 새끼잖아요!”

“이거 참, 농담도 못하겠군.”

“하아, 진짜. 진지한 제가 너무 억울하네요.”

장난기 어린 재중이 형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 형은 긴장도 안 되나 보네.

“그래서 연합 규모가 어떻게 돼?”

“생각은 있나 보네요?”

“아아, 질 생각은 없으니까.”

“후, 진짜……. 아무튼 이탈자가 많은 것 같아요. 원래 스무 곳이 넘었는데 지금은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져 나갔다고 하네요.”

“휘유, 아직도 반이나 남았어?”

재중이 형은 연합이 떨어져 나간 것보다 절반이나 남아 있다는 것에 더 놀라는 눈치였다.

“네, 돈의 힘이 이래서 무섭죠.”

“한 번 맛보면 포기하기 힘들지. 그래서 전체 몇 개 길드지?”

“추정하기로 대략 오십여 길드 정도가 될 거예요.”

“정확한 숫자는 모르는군.”

재중이 형의 말에 스칼렛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쪽 연합 내에서도 남은 길드가 몇 개인지 정확히 집계가 안 될 걸요? 아마 길드원이 다 빠져나가고 껍데기뿐인 길드도 있을 거예요.”

스칼렛이 하는 말을 듣고는 의문이 생겼다.

저건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어째서 지금이지?

“생각보다 개판이네요. 그런데도 우릴 치는 건가요? 당장 내실을 다져도 모자랄 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무리수였다.

공격을 하면 안 되는 그런 상황.

제대로 된 통제도 안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스칼렛이 뭔가 대답하려고 하자 재중이 형이 따로 설명해 주었다.

“개 박살이 났으니까.”

“네?”

“어느 정도 피해를 입으면 그냥 복구하는 차원에서 내실을 다졌을 수도 있는데 연합이 와해되는 수준이라 그래. 이 정도로 박살이 나면 다들 무슨 생각을 할까?”

“으음, 해원의 우산이 생각보다 비를 못 막아준다?”

“빙고. 비록 드래곤에게 털렸지만 어쨌든 결과가 이 모양이다. 사람들은 피해를 보면 누군가를 탓하게 되어 있어. 그게 지금은 해원이고.”

“해원 입장에서는 지금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군요.”

“그렇지. 약해진 우두머리 맹수는 물어뜯길 뿐이지. 그리고 해원은 지금 이렇게 커진 연합을 포기하고 싶지 않을 거야.”

결국 해원의 욕심인가?

정말 멍청하네…….

사실 이런 큰 연합을 유지하면 서버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연합이 와해되기 일보 직전이라…….

해원이 가진 자금으로 어느 정도 유지하겠지만 현재 규모의 연합은 더 이상 바라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거기다 해원은 거점도 필요해. 아직 제국 하고 적대 상태니까.”

“아, 그러고 보니 아직 그대로죠.”

“당장 그놈들 물약 살 곳도 없을 걸.”

임시로 점거했던 거점이 드래곤에게 날아가 버린 이상 해원 연합은 물약을 구매할 수 있는 장소가 전혀 없다.

그렇다고 제국까지 가서 물약을 사기는 불가능.

제국 내에 들어가는 순간.

바로 척살이다.

그간 지인 유저며, 장사꾼과 거래를 했겠지만.

“그러던 찰나에 우리의 거점이 생겨났지.”

우리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거점을 생성할 수 있지만 해원은 아니다.

누군가 거점을 만들어주길 바라야 하는데 그게 지금은 우리 혹은 화련 밖에 없다.

그렇다고 화련이 해원에게 거점을 만들어줄까?

전혀 아니지.

둘 다 불과 물 같은 상황이라.

이전에도 사냥터 때문에 붙은 전적이 있었고.

서로 썩 좋은 관계는 아니다.

가끔 적의 적은 친구라면서 붙는 경우도 있겠지만 해원의 적이 화련의 적인 경우는 없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 우리와 화련은 동맹은 아니지만 서로 도움을 주고 있는 관계에 가까웠다.

그런 상황에서 화련이 우리를 등지고 해원에게 거점을 제공할 이유 자체가 없다는 말이고.

물론, 어마어마한 돈을 쥐어주면 또 모르겠지만.

화련 역시 돈으로 어디 가서 꿀릴 인물은 절대 아닌지라.

해원의 강점인 돈이 화련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아니, 로스트 스카이에서 유일하게 안 먹히는 상대라고 보면 된다.

“해원은 어떻게든 여기를 뺐어야 하는군요. 좋든 싫든 간에.”

“그렇지, 그냥 지금 전력 자체가 엉망일 걸?”

“완전 패잔병들이네요.”

“제국을 등진 결과지. 아예 등질 생각이었으면 최소한의 장치를 해두고 덤볐어야지.”

이건 해원의 무능이 맞다.

최소 누군가는 귀족의 직위를 달고 있었어야 거점이라도 확보했을 텐데.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무조건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때, 스칼렛이 한 가지 의견을 내었다.

“만약에 우리가 거점을 철거하면요?”

좀 의외의 이견인데?

그걸 들은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흐음, 뭐 그것도 나쁘지 않네. 해원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뛰겠다만.”

거점이 없어지면 해원의 목표가 사라진다.

그건 곧 갈 곳을 잃어버린다는 뜻과 마찬가지고.

이거면 해원을 완전히 물 먹일 방법은 될 것 같기도 한데.

“며칠 정도 사냥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이탈이 가속화되겠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겠군.”

“그럼?”

“뭐, 그래도 되긴 하겠다만 거점을 끼고 싸우는 편이 나을 거다. 우리는 물약을 무한대로 제공받는데 저쪽은 그러지 못하니까. 거점의 방어벽이 주는 이점도 있고. 일단 우린 숫자가 적잖아. 아예 며칠 접속 안 할 거라면 또 모르겠는데 그건 아니지?”

그 말에 스칼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려 죽이느냐 그냥 죽이느냐의 차이네요?”

“그렇지. 이왕이면 우린 그냥 죽이는 쪽이 좋고 말이야. 옆에 이 녀석을 좀 먹이려면.”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아퀼라스 주니어를 가리켰다.

확실히 해원을 엿 먹인다고 아예 접속을 안 하는 것도 문제이긴 하다.

그리고 해원 연합에서 유저가 이탈해 버리면 그만큼 우리가 빼먹을 수 있는 아이템 숫자도 줄어들게 된다.

대놓고 아이템을 빼먹을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자, 그럼 어떻게 엿 먹일지 고민을 좀 해보자고.”

* * * * *

회의실에는 이미 해원이 공격해온다는 말에 사람들이 분주하게 변해 있었다.

작전을 짜는 사람들도 있고, 장비를 세팅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적들 비공정이 다 떨어졌으니. 공중전을 걸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방어벽을 끼고 싸워야…….”

“게릴라로 몇 개 팀을 내보내서…….”

“궁수들 배치는 이쪽부터…….”

“추가 방어 NPC는 얼마나?”

“경매는 조금 미루죠.”

각자 병력 운용과 어느 시점에서 싸울지, 어떤 곳에서 싸울지 정한다고 바빴다.

그리고 일단 드래곤을 잡고 나온 아이템에 대한 경매는 중지.

지금은 그걸 하고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까.

아이템 분배도 전투가 끝난 시점으로 미뤘다.

각 길드에서도 여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전혀 없었다.

“으음, 드래곤을 잡고 나온 아이템으로 당장 제작은 못하겠고. 쓸 수 있는 것만 따로 추려보자고.”

재중이 형 말에 드래곤에게서 나온 드랍 템 중 몇 가지만 골라냈다.

제작 재료들은 일단 킵.

드워프 지하 왕국에서 의뢰를 해야 하는데 이건 시간이 걸리니까.

완제로 나온 드래곤 플레이트 세트는 임시로 재중이 형이 착용하기로 했다.

방어구야 나중에 제작 재료로 만들어서 다시 주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었고.

“그래도 이건 쓰자.”

재중이 형이 한 가지 마법서를 들어 올렸다.

『 메테오 스트라이크 』

상식적으로 이건 무조건 써야 했다.

이렇게 쪽수가 모자란 경우에는 특히.

“저기, 이건 제가 좀 가져도 될까요?”

저 마법서를 보자마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반드시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필요했다.

레이드 이전, 스칼렛과 이슬두잔은 내게 충분히 분배에 이득을 주기로 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사기적인 스킬을 보여줬고, 실제 드래곤의 체력 대부분을 내가 깎았으니까.

그래서 다른 부분에서 양보를 하고 이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받을 생각이었다.

스칼렛과 이슬두잔이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긴 한데, 가만히 두고 썩히는 것보다는 낫죠.”

스칼렛은 마법사라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탐이 날 텐데도 선뜻 포기를 했다.

“저희도 불만은 없어요. 나중에 또 구해주실 거죠?”

이슬두잔도 마찬가지.

“드래곤을 다시 잡게 되면요.”

이것도 드래곤을 잡을 능력이 되니까 나눌 수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들고는 바로 막내별에서 쥐어주었다.

깜짝 놀란 막내별에 내게 되물었다.

“제가요?”

“네, 당장 써야 하거든요.”

“흐음, 알겠어요.”

막내별이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익히자 곧장 챠밍을 불렀다.

“둘 다, 같이 좀 갈 곳이 있어.”

그리고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형, 아퀼라스 주니어 타고 좀 나갔다 올게요.”

나와 챠밍, 막내별의 구성을 본 재중이 형이 씨익 웃어보였다.

“크큭, 너 아주 작정했구나?”

“네, 적들 머리 위에 메테오 좀 날려주려고요.”

사실 챠밍 혼자서 쏘는 메테오 스트라이크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거기다 막내별까지 메테오를 쏴대면?

“그리고 아퀼라스 주니어도 밥값은 해야죠.”

* * * * *

곧장 공작저를 나와 아퀼라스 주니어에 올라탔다.

그리고 챠밍과 막내별 역시 아퀼라스 주니어에 올려 태웠다.

둘 다 아퀼라스 주니어에게 밥(?)을 많이 줬더니 아퀼라스 주니어가 아주 기쁜 듯이 둘에게 등을 내주었다.

완전 강아지가 따로 없구만.

주인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둘을 태운 채 스칼렛에게 미리 정보를 얻었던 장소로 비행해 날아갔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가자 찾을 수 있었다.

한눈에 다 안 들어올 정도로 우글우글 모여 있는 해원의 연합 유저들을.

생각보다 더 많은데?

확실히 미리 나와 보길 잘한 것 같았다.

그냥 대놓고 부딪쳤으면 곤란했을 지도.

“그럼 둘 다 준비해요.”

내 말에 챠밍과 막내별이 아퀼라스 주니어에 올라탄 상태로 마법을 시전했다.

어느 정도 차징이 끝나자 챠밍이 내게 신호를 보냈다.

준비가 끝났다고.

“그럼, 갑니다.”

그리고 곧장 아퀼라스 주니어를 해원의 주력 부대 근처로 하강시켰다.

그렇게 하강을 한 뒤 둘에게 외쳤다.

“지금!”

【 메테오 스트라이크! 】

【 메테오 스트라이크! 】

그리고 하늘이 열리면서 두 발의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동시에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해원의 본진 바로 위를 향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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