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화 마력 봉인 (3)
이미 어느 정도 시전이 되었기에 캔슬을 할 수 없거나 혹은 오버된 상태로 시전을 했기에 그런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혹은 드래곤 슬레이어가 저란 대단위 마법은 캔슬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었고.
이유야 어찌 되었든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
그 순간 머릿속이 팽팽 돌았다.
드래곤에게도 회심의 공격이겠지만 다른 방향으로 보면 우리에게도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쓸모 있는 패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생각했다.
저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최대한 이용해 보자고.
어차피 모 아니면 도 아닌가.
그렇게 내가 가진 스킬 중 가장 강한 단발 공격인 용격이라면 아주 조금이라도 궤적을 틀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달려들었다.
어쩌면 궤적이 바뀌지 않겠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괜찮았다.
실패하면 비중이 작지 않은 스킬을 하나 날리는 셈이지만 이번 기회에 실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 실험은 최고의 성과를 가져왔다.
메테오 스트라이크의 궤적이 꺾이면서 원래 떨어져야 하는 위치가 아닌 드래곤의 머리 위로 정확하게 떨어져 내렸다.
아니, 조금 빗나가기는 했는데 어차피 운석의 크기가 크니까 별로 상관이 없지.
드래곤 머리보다 큰 운석은 드래곤의 머리를 그대로 강타하면서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켰다.
이미 경험한 것이지만 위력이나 범위 하나만큼은 현재 존재하는 그 어떤 스킬보다 강력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빛과 폭발이 일어나면서 녀석은 한 번도 내지 않았던 괴성을 내질렀다.
콰아앙!!
크에에엑!!!
저 엄청난 방어력을 지닌 드래곤조차 고통스러워할 정도의 위력.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메테오 스트라이크는 버티기 버거웠던 모양.
유저들이 저 자리에 있었다면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빛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이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네임드들은 많은 유저가 달려들었을 때를 대비한 강력한 광역기를 하나 이상을 반드시 보유하고 있었다.
드래곤의 경우,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그런 쪽에 속했다.
막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어쩌면 드래곤 슬레이어로 캔슬이 안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 외에는 캔슬이 되니까.
이 정도만 해도 드래곤에게는 천적에 가까운 무기였다.
“휘유, 제대로 꽂아 넣었네. 아주 드래곤 머리에다가 배달을 했어.”
“운이 좋았죠. 솔직히 반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결과만 좋으면 됐지.”
그냥 웃어버리는 재중이 형을 보고는 따라 웃었다.
“하긴 그렇죠.”
그 사이 공중으로 피난(?)을 갔던 비공정들이 속속 복귀를 시작했다.
만약,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드래곤에게 떨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오버된 드래곤의 무지막지한 기동력을 상대로 공중전을 펼치고 있어야 했다.
그건 그것대로 재앙이기도 하고.
현재 유저들이 가진 비공정으로는 오버된 드래곤을 절대 상대하지 못한다.
썬더볼트조차 기동력에서 한참 밀리는데 더 말해봐야 뭐하겠는가.
해원이 거점에서 그렇게 많은 비공정을 들이붓고도 대패한 이유이기도 했다.
오버가 되지 않은 드래곤이라면 그나마 해볼 만 했겠지만 지금은 스펙 자체가 다르기도 하고.
바로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카이저> 세상에, 저게 다 뭐냐.
<주호> 메테오를 배달했죠. 흐.
<카이저> 허…….
얼마나 놀랐는지 차마 말을 잇지 못하시는 사장님을 보고는 재중이 형이 말을 꺼냈다.
<불멸> 주호를 보통 상식으로 생각하면 안 되죠. 그리고 비공정에 탄 인원 모두 지상으로 내려주세요. 좀 있으면 다시 날뛸 겁니다.
<카이저> 그래, 그렇게 하마.
현재 드래곤은 심각할 정도의 타격을 입고 완전히 다운되어 있었다.
이런 기회를 놓치긴 아깝지.
사장님에게 전달이 되자 최강, 달, 치맥 길드의 비공정들이 일제히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공중은 답이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으니 불바다가 된 지상으로 내려가는 일도 전혀 꺼리지 않았고.
내려가자마자 한 일은 역시나 갈고리를 거는 작업.
다만 생각지도 못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착륙한 비공정에서 내린 유저들에게서 바로 비명이 이어졌다.
“우왁! 가만있어도 체력이 막 떨어져!”
“화염 대미지 장난 아닌데?”
“이래서는 전투를 할 수 있나?”
현재 드래곤 주변 필드는 메테오의 충격으로 완전히 들끓고 있어 연합 사람들이 제대로 버티지 못했다.
대지에 발을 내딛은 유저들에게 강력한 화상 디버프가 걸리자 당연하게도 곳곳에서 물약과 힐 이펙트가 터져 나왔다.
드래곤에게 접근을 하지 못한 채.
그걸 본 재중이 형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 우리 말고는 제대로 버틸 수가 없지. 쩝….”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떨어뜨리는 것까진 좋았는데 그 뒤가 문제였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하네요.”
하지만 우리가 수많은 갈고리를 일일이 들고 다니면서 연결해줄 수 없는 노릇.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하더니 곧장 결론을 내렸다.
<불멸> 계획 좀 변경할게요. 지금 쓸 수 있는 주포 전부 갈기라고 해주세요.
그렇게 사장님에게 수정한 계획을 바로 전달했다.
“지금 다 사용해도 괜찮아요?”
주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아껴두는 중이었는데…….
“어쩔 수 없어.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테니까.”
얼마 뒤, 모든 비공정에서 강력한 주포가 다운되어 있는 드래곤에게 집중되었다.
쾅!
콰앙!
콰콰쾅!
비공정에 달려 있는 하르포는 어지간한 유저의 스킬보다 월등히 강했다.
그도 그럴 게 주포들은 비공정의 넘쳐나는 내구를 깎기 위해 존재했으니까.
그런 주포가 수없이 날아가 계속 드래곤의 몸체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크에에엑!
공중에서 빠르게 날아다닐 때는 눈먼 주포에 한두 발 정도 맞는 게 전부라 큰 타격을 주지 못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이렇게 집중 포화를 당해본 적이 없는 드래곤에게서 고통스러운 괴성이 울려 퍼졌다.
그것도 생각 이상으로.
주포가 강한 건 맞다.
그런데 이 정도로 잘 먹힌다고?
“형, 너무 잘 먹히는 것 아니에요?”
내 의문에 재중이 형이 손가락으로 드래곤의 몸체를 가리켰다.
“저거 봐. 곳곳에 비늘이 박살 났잖아. 어떤 비늘은 아예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메테오 스트라이크에 직격당하면서 방어가 상당히 약해졌어.”
그 말에 자세히 바라보니 확실히 드래곤의 비늘이 상당수 부서져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뭔가 생각났다.
예전 레비아탄을 상대할 때, 봤던 일이기도 하고.
“부위 파괴?”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다.”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정말 쎄긴 쎄네요. 저렇게 광범위하게 부위 파괴를 할 수 있다니.”
지금 드래곤에서 떨어져 나온 비늘들은 전부 아이템화가 되어 바닥에 드랍되었다.
저것 하나하나의 값어치를 안다면 진짜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들 텐데…….
현 최상위의 아이템을 제작 가능한 드래곤의 비늘은 부르는 것이 값이니까.
이대로 드래곤이 죽어주기만 한다면 베스트.
하지만 그렇게 쉽게 끝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뭔가 수를 내야겠어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말을 꺼냈다.
“다른 장소로 끌고 가서 드래곤을 다시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어. 여기는 화염 지대로 변해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까. 뭐 이것도 원하는 장소까지 저 녀석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겠지만.”
“그건 어렵지 않죠.”
드래곤을 끌어들이는 일은 생각 외로 간단했다.
여차하면 거점을 새로 만들면 된다.
“아냐, 그 정도로 드래곤의 지능이 낮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본신이 위험한데 굳이 거점을 치기 위해 움직인다? 기본적인 본능이 있는 놈이라면 절대 무리지.”
“음, 확실히 그렇겠네요. 일반 몹도 자기가 위험하면 도망가는데…….”
그리고 예전에 악마형 케르베로스도 타격을 많이 입자 바로 뒤도 안 보고 줄행랑을 쳤다.
“만약 드래곤이 도망가면 따라잡을 수가 없어.”
재중이 형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드래곤이 맘먹고 도망가 버리면 저지할 수단이 없다.
그리고 드래곤 레어로 숨어버리면 더 답이 없고.
뭔가 수를 내야…….
비공정들의 포격 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머릿속이 팽팽 돌았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은 몸으로 때워야겠어요.”
내 말을 들은 재중이 형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바로 알아챘다.
“정말 방법이 없지?”
“네. 이것 밖에는. 사장님에게 가죠.”
그러자 재중이 형이 썬더볼트를 몰아 사장님이 타고 있는 비공정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비공정의 갑판 위로 올라오자 보고 있었다는 듯 사장님이 급하게 뛰어오셨다.
“무슨 일이냐?!”
“시간이 없어요. 밧줄 지금 있는 거 전부 주세요.”
“흠, 알았다.”
무슨 일인지 궁금할 텐데 시간이 없다는 말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길드원들을 모아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상당수 넘겨주었다.
그걸 받자마자 바로 다시 썬더볼트를 타고 드래곤에게 날아갔다.
“여차하면 튀어.”
“네, 하는 데까지는 해보고요.”
“가능하면 내가 할 텐데.”
“제가 실수하면 부탁해요.”
“알았다.”
비공정들도 포격 쿨이 도는지 거의 대부분이 포격을 멈춰 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드래곤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그럼 갑니다!”
썬더볼트에서 바로 낙하해 드래곤의 묵직한 등에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팔을 크게 휘둘러 들고 있던 갈고리와 밧줄로 드래곤의 길고 굵은 목을 휘감고는 두 손으로 꽉 쥐고는 드래곤의 몸체에 바싹 붙었다.
완전히 드래곤의 등에 올라탄 형태가 되자 드래곤이 곧장 반응을 보였다.
크륵?!
누가 감히 자기 몸에 타는지 궁금해하는 모양인데?
내가 올라탈 때쯤 완전히 포격이 끝나고 드래곤도 온전히 몸을 일으키면서 두 날개를 크게 벌렸다.
그리곤 온몸에서 새빨간 화염이 피어올라 등에 타고 있는 나를 압박해갔다.
《 드래곤 플레이트가 드래곤의 화속성 방어에 성공합니다. 》
《 드래곤 플레이트가 화염 경직에 저항합니다. 》
《 드래곤 플레이트가 반응해 화염 속 체력이 회복합니다. 》
《 드래곤 플레이트가 반응해 화염 속 이동 속도가 증가합니다. 》
그때, 열렬하게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들.
드래곤 플레이트가 드래곤의 화염 공격에 반응해서 내장 스킬과 저항이 적절히 적용되었다.
거기다 아까 부위 파괴에 벌어지거나 깨진, 혹은 떨어져 나간 비늘 사이로 드래곤의 피부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이러면 이야기가 쉽지.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와 르아 카르테를 드래곤의 등에 강하게 박아넣었다.
이전에 레비아탄에게 했던 방식 그대로.
푹!
푹!
두 개의 검이 박히자 바로 드래곤에게서 괴성이 들려왔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체력 감소 옵션이 발동한 모양.
거기다 르아 카르테가 마력을 빨아들이면서 줄어들던 마력이 빠르게 차올랐다.
화염 속에 있으면 체력이 회복되는 것은 덤이고.
드래곤 딴에는 나를 떨어뜨리기 위해 몸을 화염으로 둘렀겠지만 오히려 내게는 도움이 되고 있었다.
굳이 화룡화를 쓰지 않아도 버틸 정도.
그리고 드래곤 슬레이어의 옵션 중 마력 봉인 옵션이 발동하면서 드래곤이 쓰는 공격 스킬들이 중간중간 계속 캔슬 당했다.
브레스나 화염 마법이 완전히 봉인된 상태.
이렇게 스킬이 끊기면 드래곤이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몇 가지뿐.
순수 신체의 힘으로 공격을 하거나 캔슬이 안 되는 스킬을 쓰는 방법뿐.
그렇게 드래곤이 등에 붙어 있는 나를 떼어내기 위해 아예 불바다를 뒹굴기까지 했는데 나는 위치를 바꿔가면서 드래곤을 철저히 농락했다.
특히 꼬리로 자신의 등을 후려치는데 그때마다 적절하게 피하면서 오히려 자기 꼬리로 등을 쳐서 비늘이 깨지는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드래곤이 할 만한 방법이 몇 가지 없다 보니 대처하기도 너무 쉬웠다.
아니, 드래곤의 움직임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는 사람만 쉬운 것이다.
거의 서커스와 같은 묘기를 부리면서 드래곤에게서 떨어지지 않자 드래곤이 잔뜩 약이 올랐는지 계속 울부짖었다.
캬아아악!!
얼마나 오래 드래곤의 등에 올라탔을까?
밧줄이 타서 사라질 때마다 새로운 밧줄로 갈아서 드래곤에게 절대 떨어지지 않고 계속 체력을 갉아먹었다.
날아가려던 것도 체력 감소 옵션이 발동될 때마다 오히려 드래곤이 주저앉아 버렸다.
모르긴 해도 수만 단위의 대미지가 한 번에 들어가는 건데 멀쩡하게 걸어 다닐 순 없겠지.
잠시 경직이 올 때마다 추가로 밧줄을 엮어 주변의 연합 사람들에게 던져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드래곤이 다시 밧줄에 꽁꽁 묶인 채 비공정의 무게에 눌려 날아가지도 못하게 되었다.
<불멸> 캬, 그 정도면 돈 받고 쇼해도 되겠다.
<주호> 윽, 이거 생각 이상으로 힘들어요. 지금도 죽을 것 같은데.
<불멸> 크큭, 그래 좀만 더 고생해라.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정말 얼마 안 남았을 것 같았다.
드래곤의 피부색이 더할 수 없을 정도로 빨갛게 달아올랐으니.
그때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용의 대지의 화염 드래곤 - 아퀼라스의 체력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
《 화염 드래곤-아퀼라스 눈물 조각 (x1)이 존재합니다. 》
《 아퀼라스의 테이밍 조건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테이밍 하시겠습니까? 》
이런.
설마 올라탄 상황이라 테이밍으로 간주된 건가?
이거 어떻게 하지?
여기서 테이밍을 해버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