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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03화 (496/1,404)

#503화 마력 봉인 (1)

거점에서의 싸움과는 또 다른 광경.

시작부터 비공정과 공중 탈것으로 대응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대부분의 연합 유저가 땅 위에 있었다.

아니.

비공정은 이미 반파된 지 오래고, 탈것도 대부분 소환을 못 하는 상황.

이미 너무 많은 전력을 잃었으니까.

그랬기에 거대한 덩치의 드래곤이 낮고 빠르게 비행을 하면서 브레스를 쏘고 지나갈 때마다 땅 위의 유저들이 쓸려나갔다.

거기다 피하려고 해도 주변에 몰려 있는 유저들 때문에 함께 쓸려나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실상 브레스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지금은 주변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들지 않을까?

그나마 드래곤이 고도를 낮춰서 땅 아래로 내려와 주면 고마울 정도.

외곽에 있던 유저들은 그나마 도망갔지만 귀환지 근처에 빼곡하게 몰려 있던 유저들은 그러지 못했다.

귀환해 봐야 똑같은 장소.

그리고 만약 이대로 강제로 접속을 끊으면 자신의 캐릭이 그대로 남아 공격당하고 죽어버릴 것이다.

도저히 방법이 없는 상황.

그래서 남은 방법이 하나밖에 없었다.

결국 죽을 거라면 한 번이라도 공격이라도 해보자고.

“내려온다! 쏴!”

“지금이 기회야!”

“어차피 뒈질 거면……!”

“젠장, 오늘 일진이 사납더라니.”

“불평하지 말고 화살이든 마법이든 전부 쏘라고!”

드래곤이 차마 피하지 못하고 맞을 만큼 정말 많은 수의 화살과 마법이 공중으로 빽빽하게 쏘아졌다.

귀환지에 남아 있는 수많은 유저가 하늘을 향해 수 없이 화살과 마법을 쏘아 올리는 광경은 다시 볼 수 없는 장관이고, 절경이었다.

개중에 브랜디슈 무기들이 공중에 떠서 드래곤을 공격하는 모습도 보였고.

무기 자체에 비행 능력이 있으니까 저런 시도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대부분의 공격이 드래곤의 단단한 비늘에 막히거나 튕겨 나가 버렸지만 브랜디슈를 이용한 공격은 어느 정도 먹히는지 드래곤을 잠시나마 저지시켰다.

브랜디슈 역시 드래곤에 대항하기 좋은 무기이긴 하다.

드래곤형 피해와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니까.

드래곤의 비늘을 뚫고 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유일한 공격.

거기다 워낙에 숫자가 많아서 그런지 드래곤도 브랜디슈 무기 공격은 되도록 피하려 이리저리 움직였다.

“먹힌다!”

“포기하지 말고 공격해!”

“애초에 비공정으로 싸우는 게 아니었어!”

“도망가지 말라고!”

“계속 살아나면 승산이 있다!”

드래곤을 잡을 수 있다는 희망.

그런 희망이 접속을 끊지 못하고 계속 죽어서 부활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이탈자는 계속 나왔고.

거기다 드래곤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또 생겨났다.

“이왕 죽을 거! 아이템이라도 줍고 가자!”

“어차피 보상도 안 해주잖아.”

“그래, 나도 먹고 죽을란다!”

“오! 저기 8강이드아!”

“이 미친 것들! 공격하라니까!”

“됐거든?! 너나 많이 해!”

“에이씨! 공격해 봐야 뭐해. 나도 줍고 죽는다!”

이미 틀렸다는 것을 직감한 몇몇 유저는 바닥에 떨어진 고가의 아이템을 줍기 위해 한 몸을 불사르면서 전장은 더욱 혼란에 빠져들었다.

워낙 많은 연합을 단시간 내에 끌어모아 거대 연합을 만들었기에 단결력 따위는 찾아보고 싶어도 찾아볼 수 없었고.

그리고 한 번 내부에서 무너지다 보니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다.

도망가면서 다른 사람을 밀치는 이.

죽어 떨어진 아이템을 줍는 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 공격을 외치는 이.

모든 유저가 다 제각각이었다.

각 연합에서 간부라 할 만한 사람들도 이미 통제를 잃었고.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메테오 스트라이크.

한 번 떨어지면 그냥 일대를 녹여 버리니 땅 위의 유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었고.

살아남은 자는 망연자실.

귀환지의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되었다.

어차피 살아나 봐야 답이 없으니까.

몬스터에 의한 무한 학살.

이건 유저가 제어하지 못하는 강력한 몬스터가 귀환 장소를 차지하게 되면 생기는 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동안 로스트 스카이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일이기도 하고.

이 희대의 사건에 외곽에서 방송하던 BJ들은 오히려 신이 났다.

그리고 무례하고 제멋대로였던 거대 연합의 몰락을 중계하면서 희열도 느끼는 것 같았다.

우리가 외곽에 도착했을 때 이미 상황은 거의 끝나 있었다.

그러던 중 외곽으로 도망치던 연합 유저들이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엇!? 주호!”

“신화 길드?!”

“어떻게 해?”

“아씨,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우리 앞으로 달려오던 유저들이 순간 정지를 하더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리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누군가 외쳤다.

“피하자.”

“공격 안 해?”

“겨우 살아 나왔는데 여기서 죽고 싶어?”

“……하긴.”

이미 전의가 많이 꺾인 상태라 자기들 쪽이 숫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싸울 의사가 전혀 없어 보였다.

제일 앞에 있던 한 남성 유저가 내게 물었다.

“그냥 가면 보내줄 거요?”

그 말에 잠시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그러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적 유저들을 넌지시 바라보면서 말했다.

“운이 좋네. 오늘 우리가 해야 할 게 많아서 말이야. 얌전히 지나가면 못 본 걸로 하지.”

재중이 형의 말이 떨어지자 잠시 머뭇거리던 적 연합 유저들이 눈치를 보더니 우리를 피해 멀리 도망가기 시작했다.

“개판이네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해원이 애써 끌어모은 거대 연합은 오늘로 끝일 것이다.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고 이 정도로 난장판인데 다시 뭉치기는 힘들지 않을까?

이미 뿔뿔이 흩어지는 중이라 수습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당장 거하게 방송을 타고 있기도 하고.

서로 다시 합쳐진다고 하더라도 서로 죽은 유저들의 아이템을 쓸어 담는 모습이 잔뜩 나와서 그런지 불신이 극에 달할 것 같았다.

좀 더 주변을 살펴보던 전사 형이 재중이 형을 보고는 말했다.

“이거 아이템 처리 어떻게 합니까?”

이미 너무 많은 아이템을 주워서 온 상태였다.

그것도 고르고 골라서 가치가 있는 것만.

그런데 눈앞에 있는 건 만만찮은 아이템의 밭이었다.

중간에 적 연합 유저들이 서로의 아이템을 줍고 쓸어가긴 했으나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떨어진 구역은 접근조차 힘들어서 아이템이 수도 없이 쌓여 있었다.

우리가 아니라면 아이템을 주우러 접근하는 사이에 죽어버릴 테니까.

“이거 참, 버릴 수도 없고. 더 주우면 못 움직이는데.”

이쪽도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

그때 사장님께 연락이 왔다.

<카이저> 거기 상황은 어떠나?

<주호> 오히려 이쪽이 더 복잡하네요. 당장 인벤 정리한 몇 명 좀 보내주세요. 아니, 그냥 다 오셔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카이저> 알았다. 지금 당장 가마. 안 그래도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유저들 때문에 여기도 거의 다 줄어들었으니까. 달하고 치맥 쪽도 거의 손 털었어.

“다행히 사장님이 오신다네요.”

“좋아, 아이템을 바닥에 다 버리지는 않겠네.”

얼마 후. 사장님과 만나 아이템을 넘겨주고 난 뒤 다시 아이템을 쓸어 담는 과정을 반복했다.

모르긴 해도 이번 전투가 끝나고 나면 자산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지 않을까?

이 정도면 드래곤을 잡지 않는다고 해도 차고 넘치는 결과였다.

전사 형도 그걸 아는지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기회는 다시는 없겠지?”

“네, 아마도요.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대박은 힘들겠죠.”

네임드가 귀환지를 잡고 쓸어버리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니, 저 많은 유저가 다른 곳에서 부활 못 하고 계속 죽어 나가는 경우의 수는?

이번이 정말 특별한 경우일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젠 해원이 드래곤을 잡는 일을 방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 남아 있는 적 연합 자체가 없으니까.

거기다 반드시 지금 잡아야 하는 이유도 존재했고.

“점검하기 전에 잡아버리죠.”

“그래, 운영자들이 이 상황을 그렇게 오래 지켜보진 않을 거야.”

현재 드래곤 때문에 접속을 못 하는 유저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게시판을 들쑤시는 일뿐.

그리고 분명히 운영자에게 문의도 넣었을 거고.

게임에 개입하지 않는 게 베스트지만 이 경우는 혹시나 모른다.

지금처럼 유저들이 단체로 접속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없었으니.

아이템을 다시 줍는 사이에 드래곤은 아예 자리를 잡고 내려앉아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사장님도 그렇고 모두 만족할 만큼 아이템을 쓸어 담았다.

“이 정도면 됐다.”

남아 있는 것들은 아마 지켜보던 다른 유저들이 와서 나중에 주울 테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 이상은 줍지도 못하고.

“그럼 움직일까요.”

이곳은 이미 전투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우리가 준비한 것은 조금 멀리 있었다.

우리 팀을 비롯해 최강, 달, 치맥 길드가 모두 탈것을 타고 떠오르자 채팅 창 역시 들끓었다.

-주호도 역시 안 되는 건가?

-그러네, 드래곤하고 싸울 생각도 안 하는데?

-아무래도 오버가 되어 있으니까.

-쟤들 오버 잡는 거 전문이잖아.

-이번에는 스케일부터 다르지.

-그럼, 해원 쪽 연합 애들은 영영 접속 못 하겠네.

-우리는 더 좋은 거 아냐?

아마 우리가 드래곤을 잡지 못해 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 채팅을 무시하고 한참을 비행해 와서 싸우기 위한 준비를 해둔 산맥 위치에 도착해서는 다들 내려앉았다.

주변이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으나 이곳은 꽤 평평한 지형을 이루고 있었다.

중앙의 평지를 사방에서 내려다보며 전투를 벌이기에 딱 좋은 장소이기도 하고.

그리고 스칼렛과 이슬두잔에게 말했다.

“준비하라는 것은 다 되었죠?”

“이쪽은 문제없어요.”

“저희도 준비됐죠.”

“그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내 말이 끝나자 스칼렛과 이슬두잔도 달 길드와 치맥 길드에게 돌아가 길드원들에게 뭔가를 계속 지시했다.

그리고는 바로 산맥 속으로 사라졌다.

이게 과연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사장님에게도 전달하자 최강 길드원들과 함께 역시 산맥 사이로 각각 사라졌다.

남은 것은 우리 팀뿐.

그리고 추가로 각 길드에서 차출한 꽤 많은 힐러 담당 인원이 우리 주변에 남아 있었다.

“저와 전사 형에게 힐을 집중해주세요. 아마 가장 자주 노출될 겁니다.”

혹시라도 계획이 먹히지 않게 된다면 힐을 들이부어서라도 버텨야 하니까.

-그럼, 시작합니다.

신호를 보내고 난 뒤 바로 이 자리에 거점을 만들었다.

드래곤을 이곳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 용의 대지에 가르시아 제국 공작 주호 님의 새 거점이 설치됩니다. 》

《 거점 명은 길드 명으로 대체 됩니다. 》

《 거점 : 『 신화 』가 설치되었습니다. 》

공작이 되고 처음으로 설치해 봤는데 거점이 이전에 만든 거점과 차이가 굉장히 컸다.

설치부터 이미 방벽이 상당하게 올라가 있는 상태.

거기다 예전에는 돈을 엄청나게 들여야 하는 방어 시설도 제법 갖추고 있었다.

내부에 핵심 건물도 상당수 존재했고.

이 정도면 그냥 바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발전도가 높았다.

재중이 형이 옆에서 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름값은 하는군.”

생각지도 못한 발전도에 놀라고 있는데 채팅창이 다시 한 번 들끓었다.

-주호가 거점 만들었네?

-어? 드래곤 떠난다!

-기회다. 다들 가서 줍자.

-드래곤 어디로 가는지 안 보고?

-지금 그게 중요해?

-어차피 못 잡는데 멀리 가주면 고맙지.

-아이템이나 줍자고!

드래곤이 빠르게 움직이자 비행속도가 안 되는 BJ들은 차마 따라가지 못하고 드래곤을 그대로 놓쳐 버렸다.

이제 저들 입장에서는 드래곤이 어디로 갔는지 파악을 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밖에서 손톱만 뜯고 있는 해원도 마찬가지였다.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지금, 연합원들에게 다시 접속하라고 했다가 드래곤이 돌아와서 쓸어버리면 곤란하기에 어떤 명령도 내릴 수 없었다.

만약, 잘못 명령을 내렸다가 또다시 드래곤에서 학살당하면 겨우 남아 있는 사람들도 미련 없이 떠나버릴 테니.

해원은 더 이상 문제도 안 되었다.

“자, 곧 올 겁니다.”

그리고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그때, 나르샤 누나가 다급히 말했다.

“드래곤 오고 있어.”

다들 고개를 돌려 나르샤 누나가 보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드래곤이 우리가 있는 산맥의 상공으로 날아들었다.

더 와라.

조금만 더.

확실하게 거리가 잡힐 만큼!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드래곤이 우리에게 접근하자 바로 귓속말을 보냈다.

<주호> 형들! 지금!

<최종병기> 라져!

<수호> 알았다!

최강 길드에서 가장 컨트롤이 좋은 두 사람.

최종병기 형과 수호 형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두 발의 발리스타를 쏘아냈다.

투아앙!

투앙!

마치 포탄이 터지는 것 마냥 강력한 효과음과 함께 산맥의 나무 위장 사이로 길쭉한 발리스타가 쏘아져 날아갔다.

그것도 무게에 걸맞지 않은 엄청난 속도로.

순간 드래곤이 눈치를 챘는지 최종병기 형의 발리스타를 빠르게 선회하면서 겨우 피해냈는데 거기에 딱 맞춰서 수호 형의 발리스타가 드래곤의 날갯죽지를 그대로 뚫어버렸다.

마치 그곳으로 피할 것이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아니, 저건 애초에 처음부터 완벽하게 둘이 짜놓은 궤적대로 드래곤이 놀아난 것이었다.

한 발의 발리스타는 허공에 날렸지만 다른 한 발이 정확하게 꽂히자 드래곤이 공중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로 산맥 사이로 볼썽사납게 추락해 버렸다.

쿠웅!

그리고 산맥의 나무를 쓸다시피 형편없이 구르면서 엄청난 먼지 폭발을 일으켰다.

“나이스!”

전사 형이 환호를 하면서 드래곤이 떨어진 구역으로 뛰어갔다.

우리도 뒤를 따라 달렸고.

그리고 산맥 속에 숨어 있던 수많은 최강, 달, 치맥 길드 유저가 손에 뭔가를 들고 드래곤이 쓰러진 방향으로 우르르 달려들었다.

동시에 비공정들도 한꺼번에 떠오르더니 드래곤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성공해야 할 텐데!

준비한 것이 실패하면 정말 개고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사 형이 지체 없이 뛰어들어 어글을 먹는 동안 사방에서 뛰어든 최강, 달, 치맥 길드 유저들이 손에 든 것들을 드래곤에게 거는 모습이 보였다.

챠밍이 그걸 보고는 물었다.

“정말 저걸로 될까요?”

“무조건 되길 바라야지.”

길드원들이 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님 밧줄.

그것도 그냥 밧줄이 아니라 예전 네임드들을 잡고 나온 제작 재료 템들로 만든 특제 갈고리들이었다.

“빨리 묶어!”

“드래곤 일어나기 전에 빨리!”

묶을 수 있는 부위는 죄다 달려들어 갈고리가 있는 밧줄을 묶자 동시에 사방으로 비공정들이 착륙을 했다.

“비공정에 연결해!”

“빨리! 빨리!”

그리고 무거운 비공정의 기둥에 밧줄을 연결하고는 팽팽하게 당긴 걸 확인하고서야 다들 안도의 숨을 쉬었다.

드래곤 하나에 수십 대의 비공정이 달려 있는 그림.

단순 무게로 치면 적어도 드래곤보다는 이쪽이 더 무거울 것이다.

얼마 뒤, 발리스타와 낙하 충격에 의한 경직이 풀리자 드래곤이 일어나기 위해 몸을 크게 들어올렸다.

그런데 비공정들과 연결된 밧줄로 인해 드래곤의 거동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드래곤이 다시 주저앉아 버렸다.

드래곤이 제대로 날아오르려면 사방을 빽빽하게 채운 저 많은 비공정들을 한꺼번에 들어올려야 하는데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그 정도 힘은 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예! 통한다!”

“됐어!”

“진짜 되잖아?!”

드래곤이 못 움직이는 만큼 우리 연합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신나게 울려 퍼졌다.

문제는 이제부터.

전사 형이 크게 고함을 질렀다.

“브레스 쏜다! 대비해!”

아무리 비공정의 무게로 눌러놓는다고 해도 브레스가 쓸고 가면 어차피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후.

이제 이것만 통하면 된다.

용아병을 상대로 연습 때는 잘 통했지만 과연 드래곤은 어쩔지…….

완전히 업그레이드한 드래곤 슬레이어를 들고 빠르게 엎어져 있는 드래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드래곤의 입가를 드래곤 슬레이어로 강하게 썰자 비늘 사이로 긁히듯 파고들며 드래곤의 피부를 확실하게 찢어냈다.

그러자 갑자기 드래곤의 입안으로 준비되던 브레스가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소리를 내더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글거리던 화염 역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 치명타가 적용되어 마력 봉인이 적용됩니다. 》

《 아퀼라스의 브레스가 중단됩니다. 》

그걸 보자마자 바로 두 손을 불끈 쥐었다.

됐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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