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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02화 (495/1,404)

#502화 제물 준비 (4)

-거점이 이렇게 빨리 날아간다고?

-ㅁㅊ… 드래곤 개쩌네.

-뭐여, 불바다를 이렇게 쉽게 만든다고?

-드래곤 의문의 정의 구현 행.

-유저도 못하는 걸 드래곤이 해주넼ㅋㅋㅋ.

-겁나 꼬시다. 통제한다고 깝칠 때부터 알아봤어.

-해원 지금쯤 손 부들부들 떨고 있지 않을까?

-그러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드래곤 때문에 거점 날렸잖아.

-이번에 동맹 끌어 모은다고 뿌린 돈이 장난 아니라던데.

-에이, 그래도 그놈한테는 푼돈일걸? 듣기로 재벌 3세라드만.

-진짜? 부럽긴 하네.

-돈도 돈인데 쪽팔리겠다.

-이제 드래곤에 드, 자만 들어도 경기 일으킬 듯.

-확실한 건 이제 천상 연합 폭망.

-연합 애들 손 털고 나가면 끝이지. 뭐.

-천상 놈들 당하는 건 좋은데, 저놈은 언제 감?

-그러게, 돌아갈 생각을 안 하네.

-아, 사냥 어떻게 하지? 거점도 날아가고. 물약 살 곳도 없잖아.

-거점 새로 안 만들어줌?

-드래곤 때문에 못 만들걸? 만들면 바로 가서 녹여 버릴 건데.

-그럼 저거 누가 잡을 순 있음?

-ㄴㄴ. 내가 보기엔 절대 불가능.

-오늘 그냥 여기까지 해야겠네. 쩝.

온통 불바다가 된 거점은 폐허에 가까웠다.

산 하나가 녹아버린 정도라 어떻게 손쓰기도 어렵고.

그리고 드래곤은 여전히 크레이터 한가운데서 포효를 하며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직 드래곤이 남아 있기에 추가로 거점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했다.

주변을 둘러보자 이미 거점을 빠져나온 유저들은 멀리 떨어져 나갔고 하늘엔 몇몇 비공정이 아주 멀리 떨어진 상태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들은 안 떠나네요?”

내 물음에 전사 형이 비공정의 깃발을 보고는 대답을 해주었다.

“천상 쪽 연합 사람들은 아냐. 아마 BJ들 같은데?”

“역시, 겁이 없네요.”

여차하면 드래곤이 달려들어서 추락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켜보는 중이었다.

“조회수 쫙 뽑으려면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지.”

“흐음, 그런가요.”

“불편해?”

“아뇨, 딱히. 전투에 거슬리지 않는다면야.”

괜히 방해라면 하면 모를까.

저 정도까지는 허용 범위 안이었다.

어차피 전투가 시작되면 누군가는 찍고 있을 테니.

“해원 쪽에서 방해가 들어올 것 같아서요.”

“흐음, 그쪽은 확실히 문제인데.”

현재 해원 쪽이 갈기갈기 찢어졌다고는 하나 아직 부담스러울 정도의 숫자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놓고 방해하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

우리가 마리아 가르시아를 황제로 만들려던 일을 방해한 전적으로 보면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존재했다.

아니,

이 경우에는 무.조.건 그런다고 보면 된다.

“해원 그 녀석이 좀 쫌스럽긴 하지.”

전사 형의 말에 다들 질린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 멀리 드래곤이 만든 거대한 크레이터를 바라보면서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저 많은 아이템이 우릴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에 죽은 사람이 몇 명이더라?

차마 수를 세기도 힘들 정도의 연합 인원이 한 번에 녹아버렸다.

그럼 그에 대비하는 수만큼 아이템이 드랍됐다는 뜻이기도 했다.

한 마디로 아이템의 밭.

전사 형 말대로 드래곤이 깔고 앉은 바닥만 해도 아이템이 즐비하게 쌓여 특유의 빛을 반짝이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 주변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도 아이템.

저기도 아이템.

저건 그냥 뛰어다니면서 줍기만 해도 된다.

드래곤이 죽였기에 임자도 없고 소유권도 없으니까.

“일단 좀 지켜보죠. 당장 드래곤이 어디로 가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포효를 하던 드래곤이 고개를 쳐들고 한쪽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전사 형이나 나나 할 것 없이 드래곤이 시선을 돌리자 모두 그쪽으로 방향이 돌아갔다.

그리고 전사 형의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응? 저쪽은?”

“아는 곳이에요?”

“잠시만.”

그러더니 어딘가에 연락을 하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임시 귀환지인 것 같다. 그쪽에 지금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있다고 하네.”

“아, 해원 쪽 연합은 제국의 귀환지를 이용 못 하죠.”

“어, 아무래도 적대 상태니까. 그런 제국에서 귀환하면 무한 척살이지.”

만약, 해원이나 연합 사람들이 거점 귀환지가 없다고 해서 제국으로 귀환되면 두 번 다시는 접속조차 못 하게 된다.

살아나자마자 경비병들에게 계속 죽을 테니까.

그래서 마지막 귀환지인 거점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임시 귀환지가 생긴 것 같은데.

문제는 그 귀환지가 드래곤을 건드린 것 같았다.

아니면 드래곤이 저렇게 반응할 리가 없지.

더 가까이 있는 비공정도 저렇게 내버려 두고 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재중이 형이 뭔가 생각나는지 말을 꺼냈다.

“숫자… 려나?”

“숫자요?”

“일정 수 이상 모여 있으면 반응한다던가… 뭐, 지금은 그거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네. 쟤들이 거점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르르 귀환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시선을 끌었다?”

“아마도.”

“그럼, 곧 날아가겠네요.”

“어, 그래. 저기 날아가네.”

재중이 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드래곤이 커다란 날개를 들어 올려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곧장 날아가 버렸다.

그때, 이쁜소녀가 궁금한지 내게 물었다.

“오빠, 그럼 저기서 사람들이 죽으면 어디로 귀환해요?”

“응…?”

이쁜소녀의 말을 듣는 순간 뭔가가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정말, 너무나도 좋지 않을 그런 상상을.

그리고 전사 형은 이쁜소녀의 말을 듣고는 배를 잡고 웃어댔다.

“흐흐, 뒤로 엎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재들 진짜 재수 없잖아? 이제 살아나는 족족 다 죽겠네.”

“와, 대박 사건!”

이쁜소녀의 감탄과 더불어 우리 팀도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생각 이상의 호재인데?

“그럼, 아이템부터 좀 줍고 시작하죠. 사장님도 얼른 불러요! 전부 사라지기 전에. 우리끼리 다 못 주우니까!”

드래곤도 드래곤인데.

눈앞에 아이템 밭을 그냥 지나칠 순 없지.

해원 아무튼 그냥 넌 땡큐다.

* * * * *

말 그대로 거점에서 좀 떨어져 임시로 생겨난 귀환지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귀환석 하나만 덜렁 있을 뿐.

그리고 그 귀환석 주변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유저가 귀환하면서 욕을 해댔다.

BJ 중 같이 죽은 사람도 있기에 이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아… 이게 뭐야. 죽기만 하고.”

“망할. 9강 블레이드 떨어뜨렸어……”

“ㅅㅂ. 나도 무기 떨어졌잖아! 이거 사려고 몇 달을 모은 건데!”

“아놔! 내 방어구!!”

“이거 길드에서 복구해주는 거야?”

“안 해줄걸? 전에도 안 해줬잖아. 죽은 놈만 병신 된 듯.”

“이럴 거면 거점은 대체 왜 지킨 거야! 연합은 왜 있는 거고.”

“젠장, 진작에 항복할걸.”

“길마한테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완전 줄을 잘못 탔어.”

“하아, 이제 어쩐다……”

“어쩌긴, 탈퇴해야지.”

“해원 그 새끼 때문에……. 한두 번도 아니고.”

“아이템 되찾으러 가야지.”

“드래곤 때문에 또 죽는 거 아냐?”

“그래서 안 갈 거야?”

“어휴, 가야지. 진짜 왜 이렇게 됐냐.”

단순히 죽어서 끝나면 괜찮다.

아직 최대 레벨도 아니고 죽는다 해도 고생 좀 하면 경험치는 복구할 수 있으니까.

다만 아이템은 아니었다.

만약, 누군가 죽어서 아이템을 드랍했는데 아군이 주워서 챙겨다 주면 거기까진 괜찮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

한 번에 많은 수가 죽어버린 상황.

동시다발적으로 브레스와 메테오에 싹 녹아버려서 누가 누구 아이템을 챙겨주고 어쩌고 할 순간조차 없었다.

떨어뜨린 아이템이 그대로 증발했다는 말이기도 하고.

아마 돌아가서 자기가 죽은 자리에서 아이템을 찾는 것조차도 힘들 것이다.

지금은 죄다 폐허로 변해 지형을 알아보기도 힘드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욕을 해가면서 서로를 밀치고 귀환지를 벗어나려는데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어?”

“응?”

“뭐야?”

“누가 비공정 띄웠나?

“이런 비좁은 데서 미친 것 아냐?”

“ㅅㅍ. 안 그래도 기분 드러운데 좀 지킬 건 지키자!”

그렇게 서로 욕을 하려고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그 순간 다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입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는 데는 던 1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드……”

“미친……!”

“저놈이 어떻게 여기?!”

“전부! 튀어!”

“피해라!”

“뛰어!”

다름 아님 드래곤이 구름을 가르고 내려와 까맣게 몰려 있는 연합원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거대한 날개를 화려하게 펼친 상태로.

문제는 또 있었다.

이번에는 드래곤의 공격을 잠시나마 저지해줄 비공정도, 방어포도, 높은 성벽도, 그 어떤 것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허허벌판 같은 필드에 와글와글 모여 있는 연합원들의 표정이 사색이 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드래곤의 불쇼.

쭉 활강하듯 내려앉으며 화염 브레스로 그어버리자 그 궤적에 있던 유저들이 통째로 숯이 되어 죽음의 빛으로 사라져 버렸다.

착용하고 있던 아이템을 잔뜩 드랍하고는.

그것으로 모자라 또다시 하늘에서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떨어져 필드 한쪽 가득 불구덩이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얼마 뒤.

다시 임시 귀환석이 반짝이면서 유저들을 바로 뱉어놓기 시작했다.

좀 전에 죽었던 바로 그 임시 귀환지로.

“어? 여긴?!”

“……아, 안 돼!”

“왜 여기서 살아나는 거야!”

“미친……!”

“젠장! 이건 아니잖아!”

“ㅅㅂ.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운영자! 빨리 운영자한테 연락해!”

“죽으면 절대 다시 접속하지 말라고 길드원한테 전달해!”

“살아나지 마!”

“당장 전부 접속 끊어!”

“야, 이! 새끼들아! 살아났으면 드래곤 공격하라고! 접속 끊기 마!”

“너나 싸워, 병신아! 간부고 ㅈㄹ이고 까라고 해!”

그야말로 아수라장.

분열은 둘째 치고 서로 싸울 정신조차 없어보였다.

수도 없이 많은 유저들이 죽음의 빛으로 사라지고 또 아이템을 뱉어놓고 하는 일이 반복되자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손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누군가 불타오르는 전장을 보면서 허탈하게 읊조렸다.

“이건… 재앙이야.”

그렇게 도저히 유저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전멸이라는 피해를 입고 연합군이 싹 녹아버렸다.

한 번만 죽었으면 그건 오히려 축복에 가까운 일.

혹시나 해 두세 번 더 접속했던 유저들은 입고 있던 장비를 홀라당 내려놓고 접속을 억지로 끊을 수밖에 없었다.

접속하면 할수록 죽어 나가며 아이템이 계속 떨어져 나가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더 이상 접속할 여력조차 없었다.

거기다 이미 거점에서 한 번씩 죽었기에 최소 두 번은 연달아 죽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시 귀환지 역시 아이템 밭으로 변해갔다.

거기다 이제 해원 쪽 동맹들은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져 버렸다.

적어도 드래곤이 있는 이상은.

아니면 운영자가 점검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 와중에 우리는 거점에서 아이템을 고르고 골라 비싼 것만 주워 인벤을 가득 채우고 난 뒤 사장님께 뒷마무리를 넘겼다.

그리고 상황을 보기 위해 임시 귀환지 근처로 달려왔는데 또다시 만들어진 아이템의 밭을 전사 형이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아, 이젠 더 주울 공간도 없단 말이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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