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98화 (491/1,404)

#498화 승자의 전리품 (5)

『 주호 공작, 제 부군이 되어 주시겠어요? 』

뭐?

방금 들은 말이 맞는 건가?

생각, 아니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말을 갑자기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듣자 멍한 기분이 들었다.

여왕의 부군이라면 하나밖에 없다.

그런데 이걸 왜?

아니, 그런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NPC가 혼약을 하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있었나?

적어도 내 기억엔 없다.

이건 좀…….

아무리 특별해도 이런 것은 쉽지 않다.

가능했다면, 혹은 있었다면 황제로 즉위한 직후에 바로 나왔어야 하는 말.

그렇다면 혹시, 하만 후작을 죽여서?

반대파를 쓸었기에?

아니면 그간의 행동과 선택이 누적되어 나온 것 같기도 하고.

《 서브 퀘스트 : 마리아 가르시아의 제안. 》

- 가르시아 제국의 황제 마리아 가르시아가 혼약을 제안합니다.

- 퀘스트 보상

『 부왕 타이틀. 』

- 제안 거절 시 페널티가 없습니다.

조금 기다리자 기다렸다는 듯 퀘스트가 떴다.

일단은 서브 퀘스트인가?

메인과 서브는 퀘스트의 중요도 차이라기보다는 모든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일인가 아닌가의 차이 정도.

예전 조각난 영웅의 검인 르아 카르테가 서브 퀘스트로 분류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메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언젠가 겪을 퀘스트는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영원히 묻힐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아니, 애초에 마리아 가르시아가 황제가 되는 시나리오 자체가 다른 서버에서는 성립이 안 될 테니…….

그리고 우리 서버에서 이런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다시 나온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가 한 번 망하고 다시 세우지 않는 이상.

그래서인지 퀘스트를 거절하더라도 딱히 페널티는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강제’하는 퀘스트는 아니라는 것.

순수하게 마리아 가르시아의 호감 혹은 그에 준하는 행동 때문에 나온 퀘스트라는 말이기도 하고.

어쩐다…….

세력이 없는 여황제의 부군.

나쁘진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잔뜩 긴장한 것 같은 표정의 마리아 가르시아를 보면서 결국 대답을 꺼내놓았다.

“……힘들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마리아 가르시아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 역시, 어렵나요? 』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을 하는 마리아 가르시아를 보면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거 엄청 미안하네.

하지만 이쪽도 이쪽 나름의 사정이 있으니까.

“네, 적어도 지금은요.”

솔직히 하려고 치면 그냥 해도 된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마리아 가르시아에게는 말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그런데 마리아 가르시아가 고개를 들더니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 그런가요? 그럼 이 제안은 언제나 유효하답니다. 계속 제 옆에 있어 주실 거죠? 』

페널티가 없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나?

거절을 해도 아마 마리아 가르시아의 호감도가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보조 퀘스트에도 계속 불이 들어와 있었고.

이건 내가 원하기만 하면 나중에라도 다시 활성화를 시킬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네, 전 황제의 검이니까요.”

* * * * *

집무실을 나와 우리 팀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 후 조금 전에 있었던 ‘제안’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재중이 형이 세상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외쳤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공작이 되는 건데 아쉽다. 아쉬워.”

아쉬워하는 재중이 형만큼이나 아까워하는 표정인 전사 형도 있었고.

“황제에다가 그 미모와 결혼했으면……!”

그러자 옆에 나르샤 누나에게 허벅지를 꼬집히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흥!”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다들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챠밍을 보자 처음에는 긴장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가 지금은 안도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와 눈빛이 마주친 챠밍이 내게 묻듯 말했다.

“좋은 기회잖아요. 황제와 혼인하면 할 수 있는 것도 훨씬…….”

그러면서 계속 내 눈치를 살핀다.

아니라고는 해도 엄청 신경 쓰였나 본데?

“뭐 그렇긴 하지.”

그러고는 바로 귓말을 넣었다.

<주호> 네가 있으니까.

그 한마디 말에 챠밍의 얼굴이 더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빨갛게 변했다.

그러더니 화들짝 놀라 바로 고개를 숙여 버렸다.

귀엽네.

재중이 형이 그런 우리 둘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아, 진짜. 그렇게 웃지 마요.”

“누가 뭐라고 했나. 흐음, 황제와 혼인이라… 선택 안 하길 잘한 것 같기도 해.”

재중이 형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네.

“아무래도 그렇죠?”

“아아, 마리아 가르시아의 세력이 완전히 굳건하면 또 모르겠는데 지금은 별로. 공작 보상도 무리한 건데 거기에 모험자를 견제하는 귀족들까지… 잘못하다 정말 반역 시나리오가 일어날 수 있어. 정말 반역이 일어날지는 모르겠다만.”

“힘들게 올려놨는데 지금 무너지면 안 되죠.”

이 제국의 시스템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마리아 가르시아는 살얼음 판 위에 올라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전에 귀족들의 반응하는 것을 봐서는 자체적으로 판단력이 있다고 봤으니까.

마냥 반역 시나리오가 없다고 낙천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것은 뭐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정말 반역이 일어나 귀족들이 다른 유저들과 단체로 손을 잡는 일이라도 생기면 지금까지 했던 일이 전부 무너질 수도 있었고.

“그런 퀘스트가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재중이 형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놓고 반역 퀘스트라도 생기면 그때부터는 정말 피곤해진다.

해야 하는 일도 많은데 거기까지 신경 쓰려면…….

지금은 공작 정도가 딱 좋다.

선택은 나중에라도 가능하니까.

“아, 그런데 영지는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후작의 발전된 영지와 마리아 가르시아가 주려던 영지까지 모두 포기하고 받은 영지가 있었다.

대전에서 본 어느 남작의 작은 영지.

사실 받으려고 염두에 두었던 두 영지와 이 남작의 영지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정도이 차이가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하게 된 이유가 딱 하나 있었다.

바로.

고대의 봉인 지도.

레비아탄이나 드래곤 등을 잡아서 얻어낸 몇 장의 고대의 봉인 지도가 있었다.

아직까지 퍼즐 조각이 몇 개 없어 거의 빈 지도나 마찬가지였는데 챠밍이 선택할 수 있는 영지를 보다 우연찮게 발견을 했다.

그 몇 개 없는 퍼즐 조각과 같아 보이는 지형을.

깜짝 놀란 전사 형이 바로 대조를 해보면서 확실하다고 확인을 해주었고.

제대로 찾았어도 절대 찾지 못할 만큼의 크기라 더 대단했다.

“설마, 정말 같은 줄은 몰랐지. 챠밍이 진짜 큰일 했어.”

“그냥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서요. 사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전사 형의 칭찬에 챠밍이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런 이유로 남작가의 형편없는 영지가 우리의 영지로 선택되었다.

그리고 귀족들이 영지에 대해서 입을 다물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만약 큰 영지를 가져간다고 했으면 반발이 좀 있었을 텐데.

이 남작가의 영지는 다들 욕심내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일부 귀족들은 쌍수를 들고 가져가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다.

혹여나 마음을 바꿀까 봐 계속 더 얹어줄 것이 없나 물어보기도 했고.

덕분에 꽤 많은 자금까지 추가로 얻어낼 수 있었다.

재중이 형이 영지에 대한 정보를 둘러보다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알았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텐데 말이야.”

만약 저 영지에 정말 유일템이 있다면…….

아니, 그냥 있다고 보면 된다.

고대의 봉인 지도 일부가 저곳을 가리키고 있으니까.

당장 찾아가서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는 해도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쪽은 방법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확실한.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재중이 형이 물었다.

“너 보상은 확인했어?”

“아뇨, 인벤에 넣고 난 뒤에 바로 황제하고 면담하고 오는 길이라.”

두 번의 강제 방어전과 레비아탄을 통해 받은 보상.

그리고 황위 쟁탈전 보상까지.

확인한 결과 인벤에 아이템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나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하나도 아닌 무려 세 개나 들어와 있었다.

거기다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도 세 개가 있었고.

적어도 세 개의 무기를 11강으로 만들 수 있는 분량이었다.

“받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네 개가 아닌가 했는데 레비아탄 쪽은 딱히 정제 강화석 보상이 없었다.

이쪽은 아쉽지만.

애초에 방어전 같은 개념이 아니었으니까.

가장 먼저 할 일.

르아 카르테를 꺼내 들었다.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에 강화를 하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고.

그렇게 르아 카르테 위에 +1강 확정 정제 강화석을 올려놓았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도 시스템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어?”

나만 당황한 것이 아닌 모두가 동시에 당황을 했다.

이때까지 이런 적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강화 한계인 +15에 도달했습니다. 추가 강화를 위해서는 다른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

그 말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혹여나 15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뭔가 매개체가 있어야 한대요.”

“흐음? 그래? 그럼 일단 아껴 놔.”

“드래곤 슬레이어를 강화할까요?”

“글쎄. 더 강화를 할 필요가 있을까?”

“일단, 넣어둘게요. 그럼.”

어차피 지금 강화로도 차고 넘친다.

곧 사냥터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데 굳이 이곳 사냥터에 특화된 드래곤 슬레이어에 더 투자할 가치는 느끼지 못했다.

나머지 아이템은 그렇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가르시아 제국 기사 세트나 마법사 세트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가진 아이템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템이었으니까.

제국 기여도는 이미 받을 만큼 받아서 거의 한계치에 닿아 있었다.

마리아 가르시아를 단독으로 황제로 올려놓았기에 남들이 나눠 가져야 했던 기여도를 우리끼리 다 먹었으니까.

랜덤 보상 상자를 열자 강화석이나 예전에 네임드 템들이 튀어나왔다.

아마 다른 유저들이라면 환장을 했겠지만.

역시 우리에게는 그렇게 필요하진 않았고.

필요한 것은 랜덤 지도 퍼즐 조각 상자.

무려 스무 개정도라 차례대로 열었더니 가지고 있던 지도의 몇 곳을 더 채워 넣을 수 있었다.

유일템을 특정하기에는 이 지도 퍼즐 조각 상자만 한 것이 없었다.

“언제 다른 귀족들의 영지도 살펴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아아, 필요하면 뺏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지.”

그러면서 재중이 형의 눈이 나와 같이 동시에 번뜩였다.

정말 필요하면 죽여서라도 뺏어야 할지도.

그때는 마리아 가르시아의 힘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눈에 띄는 한 특수 악세가 있었다.

황위 쟁탈전 보상 중 유일한 악세.

《 황금의 아물렛 / 올 스탯+4

모든 공격 1회 무효화 / 쿨타임 1일 》

이건…!

전에 3황자가 끼고 있던 그 목걸이와 같은 녀석이었다.

내 공격을 무작위로 막아내던 그 목걸이라니…….

이건 탐나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한 번 살려낼 수 있는 정말 귀중한 아이템이었다.

“정말 엔드 악세네요.”

“야, 우리 황위 쟁탈전 한 번 더 하자.”

농담으로 재중이 형이 그렇게 말할 정도로 좋은 아이템이었다.

솔직히 1강화 템보다 이게 좋은데?

이거라면 이제 마음 놓고 그동안 미뤄뒀던 한 가지 일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인벤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 들었다.

『 화염 드래곤-아퀼라스 눈물 조각 (x1) 』

새 영지로 떠나기 전.

이 녀석은 반드시 끌고 간다.

“형, 드래곤. 슬슬 잡으러 가야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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