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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92화 (485/1,404)

#492화 유일한 계승자 (4)

용의 던전 입구를 지나자마자 바로 시스템 음이 울렸다.

《 용의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

딱 한 번.

이곳을 완벽하게 돌파한 적이 있었다.

패치가 되기 이전에.

거점을 설치하면 던전 안의 몬스터까지 개떼처럼 튀어나왔고 텅텅 비어 버린 용의 던전 가장 아래층까지 가는 일은 그리 어렵진 않았다.

쭉 달려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데 어려울 수가 없지.

그 덕분에 용의 던전 지도가 환하게 밝혀져 있기도 했고.

미리 지형을 안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서는 굉장한 장점이었다.

다른 유저들과 다르게.

처음부터 던전을 돌파하려고 한다면 아마 던전 속의 몬스터란 몬스터는 죄다 건드려봐야 길을 찾게 될 테니까.

거기다 최하층으로 내려가는 길이 마냥 쉬운 것도 아니었다.

상위급 던전인 만큼이나 길이 복잡하게 꼬여 있었고 잘못 길을 들었다가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던지 혹은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서 도망도 못 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몬스터가 죄다 엘리트급이라면?

안 봐도 뻔하지.

용아병 한 마리로도 버거울 수 있는데 그런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이면 답도 안 나온다.

절대.

용의 던전은 쉽게 돌파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기에 이곳을 우리 최후의 보루로 삼고 들어왔다.

거기다.

가장 중요한 용의 던전의 위치.

아직까지 이 용의 던전의 정확한 위치는 누구도 모르는 상태였다.

만약 누군가 알았더라면.

한바탕 소란이 일었을 테니까.

아니,

용의 던전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를 확률이 크다.

수많은 유저를 대상으로 2황녀를 안전하게 보호하기에 이곳만 한 은신처가 또 있을까?

재중이 형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장소 한번 잘 골랐네.”

“그렇죠?”

“아아, 여기가 최적이야. 우리는 가능하지만 유저들은 불가능한 곳.”

“사실 더 높은 필드나 던전 생각도 했어요.”

“거긴 우리가 못 버티지.”

사실 멀리 가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이 멀리 갈 수도 있겠지만 정작 우리도 못 버티는 단점이 존재했다.

흡사 숨바꼭질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이 숨바꼭질도 어느 정도 정해진 룰에서 너무 벗어날 순 없다.

우리가 입장을 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인원이 더 입장을 했다.

재중이 형이 반갑게 뒤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들키지 않고 잘 왔죠?”

“그래, 처음에 시선을 따돌린다고 좀 고생했지만.”

바로 사장님을 비롯한 믿을 수 있는 최강 길드원들이 함께 여기로 왔다.

다 함께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은 너무 단체로 움직이면 어떻게든 유저들의 시선을 끌게 되니까.

최대한 소수로 분산해 작전을 실행했다.

거기다 행선지를 숨기기 위해 굉장히 멀리 돌아오기도 했고.

같은 연합조차 행선지를 모를 정도의 비밀 작전.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봉쇄해 버렸다.

“믿을 수 있는 사람만 데리고 왔죠?”

“허, 그래. 정말 고르고 골랐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만한 애들은 부르지도 않았지.”

사장님이 그렇다고 하면 맞겠지.

혹시나 지인에게 슬쩍 알려주기만 해도 이 작전의 반은 들통나니까.

그리고 사장님이 가슴을 탕탕 치면서 웃어 보이셨다.

“물약도 인벤에 아주 꽉 채워왔다. 다른 아이템 다 비워서.”

“네, 부탁한 대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약을 얼마나 꽉 채워왔는지 아예 입고 있는 장비까지 로브로 바뀌어 있었다.

장비에 들어가는 무게를 낮춰서 그 부분도 물약을 채우다니.

부탁한 것 이상으로 정성을 들이셨다.

사실 이 작전을 구상하면서 가장 걸렸던 부분.

바로 물약.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 과정 동안에 소모되는 물약.

그리고 자리를 잡고 나서부터 꾸준히 소모될 물약까지.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용의 던전에서 버텨야 하는데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단점이 존재했다.

일단 물약 보충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거점.

원래는 거점을 날려 버릴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생각을 바꾸었다.

거점을 마냥 날려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참가한 유저들을 죄다 반역 상태로 만들어야 하기에.

2황녀가 황제가 되고 난 뒤에 제대로 엿을 먹이려면 거점을 그대로 두어야 했다.

그렇게 바뀐 적의 본진이라고 할 만한 거점을 들락날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이 때문에 거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했다.

물약을 거점에서 구매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추격이 붙을 것은 눈에 안 봐도 훤하니까.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들키지 않고 물약을 잘 운반했다고 해도 문제였다.

용의 던전을 내려가는 도중에 소모하는 물약이 만만찮을 테니.

그것도 내가 운반한다는 가정하에.

그런 식으로 빠지게 되면 당장 전력이 확 줄어들게 되어 이쪽도 고려할 상황은 아니었다.

물약을 사오는 것도 불가.

그리고 물약을 운반하는 것도 불가.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다.

일단 최대한 싸 들고 들어가서 버티는 것.

그러기 위해서 사장님과 길드원들이 물약을 최대치까지 들고 왔다.

“그럼, 최하층까지 갈까요?”

먼저 나와 전사 형이 앞으로 나섰다.

현재 방어구에 있어서 두 명의 상태가 가장 좋았으니까.

드래곤 플레이트와 수룡갑.

둘 다 여기서 버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앞에 있어요.”

꼬불꼬불한 통로를 지나는데 곧장 한 녀석이 나타났다.

용아병.

용의 이빨과 뼈로 만들어진 병사라고 했던가?

그리고 예전에 한 번 비슷한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챠밍도 바로 생각났는지 말했다.

“칠흑의 용아병을 작게 줄여놓은 것 같아요.”

드래곤을 지키던 네임드.

칠흑의 용아병.

그보다는 꽤 작은 형태였는데 그렇다고 마냥 작지만은 않았다.

최소 2m는 넘어가니까.

거기다 칠흑의 용아병이 들고 있던 브랜디슈와 아이기스 방패까지 모두 들고 있었다.

전사 형이 그걸 보고는 눈을 찡그렸다.

“이거 엘리트 맞아? 엘리트 기본 세트가 다 있잖아?”

애초에 브랜디슈와 아이기스 자체가 엘리트급이었다.

그런 둘을 들고 있는 저 녀석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

네임드는 아니고.

네임드와 엘리트의 중간 단계쯤 되는 건가?

“일단 간다.”

전사 형이 먼저 나서서 용아병과 부딪쳤다.

무기도 그렇고 방어구도 그렇고 장비 면에서는 전사 형이 확연한 우위를 가지자 용아병을 상대로 편안하게 어글을 가져갔다.

만약 다른 유저였다으면 치고받는 순간 바로 튕겨 나왔을 텐데.

“합세하죠.”

나와 재중이 형.

그리고 이쁜소녀, 챠밍, 막내별, 나르샤 누나가 동시에 달려들자 얼마 지나지 않아 용아병이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리며 죽음의 빛으로 변했다.

전사 형이 그 모습을 보고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역시 게임은 템빨.”

그 말에 나 역시 웃어버렸다.

당장 나만 해도 드래곤 슬레이어를 쓰면 용아병 정도는 어렵지 않게 녹여 버릴 수 있었다.

거기다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플레이트까지 있으니.

그런데 여기서 잠시 잊고 있었던 이펙트가 흘러나왔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검신이 죽은 용아병을 모조리 빨아들여 버렸다.

《 드래곤 슬레이어가 용아병을 흡수합니다. 》

《 용아병 흡수 1/2000 - 4단계 》

“아, 이걸 잊고 있었네요.”

드래곤을 이미 잡은 상태라 드래곤 슬레이어를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사장님은 깜짝 놀라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바라보셨고.

“허, 아예 몬스터를 빨아들이는구나.”

“네, 이런 식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강하게 만드는 거죠.”

문제는 용아병이 무려 이천 마리다.

결코 적지 않은 수.

대체 다음 단계에 뭘 해주려고 이천 마리를…….

그렇게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고 있는데 다른 용아병 두 마리가 동시에 통로를 순찰하듯 뛰어 들어왔다.

역시 한 자리에 계속 있지를 않아.

순찰병 개념이라고 보면 되려나.

이런 타입이 자리를 잡고 사냥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까다롭다.

몰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몰릴 수도 있었다.

전사 형을 비롯한 우리 팀이 한 마리를 붙들고 있는 동안 나와 재중이 형이 빠르게 반대편 용아병을 녹여 내렸다.

그리고 남은 용아병을 잡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전사 형이 부담이 되지 않는지 꽤 여유로운 모습을 말했다.

“두 마리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나쁘지 않죠.”

“이 정도면 자리를 잡아도 생각보다 물약 소비가 심하진 않을 것 같다.”

방금도 물약은 몇 개 쓰지 않았다.

사장님과 최강 길드원들이 가지고 온 물약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남을 정도의 여유.

한 마리를 내가 잡고 다른 한 마리는 일부러 다른 사람이 잡게 했다.

그러자 떨어진 드랍템.

드랍된 템도 꽤 좋았다.

『 손상된 드래곤의 뼈 / 제작 재료. 』

“아마도 여기서만 구할 수 있는 특수 제작 재료인 것 같은데.”

전사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가지고 가면 아마 목록이 새로 나오겠지.

등급은 드래곤이나 레비아탄 같은 네임드 템 바로 아래에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라서 이렇게 수월하게 잡지 다른 사람들은 정말 피똥을 싸가면서 잡아야 할 테니 그 정도가 맞겠지.

그리고 브랜디슈와 아이기스 역시 드랍템 형태로 바로 떨어져 내렸다.

뒤따라 오던 사장님이 눈을 반짝이셨다.

“오오, 여긴 천국이구나.”

“사냥만 된다면요. 안되면 아마 지옥일 거예요.”

곧장 전사 형이 앞장서고 미리 밝혀져 있던 통로를 따라 용아병들을 잡으면서 쭉 들어가니 곧 2층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내려가는 길 중간에 안전지대가 있어서 여기서 버텨도 되겠지만 1층은 좀 애해하지.

“좀 더 내려가 보자고.”

전사 형을 따라 2층으로 내려가자 역시 용아병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활을 든 용아병이 추가로 존재했고.

“먼저 들어갈게요.”

괜히 여기서 물약 소모를 할 필요가 없어 바로 뛰어들면서 날아오는 용아병 궁수가 쏜 화살을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로 튕겨내었다.

확실히 안정감이 있어.

르아 카르테가 완성되기 전이라던지 드래곤 슬레이어가 지금의 위력이 아니라면 이렇게 쉽게 돌파를 하지 못했을 터.

화살이 날아오는 족족 튕겨내면서 진격하자 오히려 활을 쏘는 용아병 궁수들이 뒤로 쭉 도망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렇게 자꾸 가면 안 되지.

【 대쉬! 】

뒷걸음치는 용아병 궁수들을 오히려 따라잡아 무릎을 치면서 기동력을 확 줄여 버렸다.

그리고 내게 화살이 집중된 사이 전사 형과 이쁜소녀, 재중이 형이 동시에 달려들어 용아병 궁수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상황 종료.

“허, 여기가 이렇게 쉽게 사냥하는 곳이더냐.”

사장님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이 드랍템을 수거하고 일부는 내 드래곤 슬레이어로 빨아들였다.

사장님의 넋 빠진 모습에 씨익 웃어 보였다.

“이 정도쯤 되니까 들어오자고 한 거죠.”

우리가 몇 번 더 전투를 치르면서 3층으로 내려가는 길을 트는 사이 사장님이 뭔가를 구경하고 계시다가 우리를 불렀다.

“시작된 것 같구나.”

“그래요?”

사장님이 보여주는 것은 방송 영상.

영상을 쭉 보는데 수천은 가볍게 넘어가는 적 연합이 거점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주 채널을 대대적 만들었네요.”

“이번 용의 대지 거점 공략은 확실히 그림이 되니까. 일단 보여주기지. 더 참가하라고.”

해원이나 우리를 적대하는 길드들 입장에서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우리 쪽 연합을 자신들이 이기는 영상을.

“슬슬 접속 끊으라고 하세요.”

“알았다. 이 정도 보여줬으면 됐겠지.”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각 길드의 수장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현재 거점 성벽 위로 우리 쪽 연합 사람들이 잔뜩 올라가 있었다.

최강부터 달, 치맥 길드까지.

만약 아무도 대비를 안 하고 버려두면 찝찝해서 공격을 안 할 수도 있으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대기만 시켜두었다.

정말 대기만.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사라질.

그리고 저쪽 연합 측에서 거점을 공격하며 전투가 시작되자 시스템 음이 바쁘게 울려댔다.

《 신화 연합과 천상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 신화 연합과 몬스터X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

《 신화 연합과 에어썬 연합이 적대 관계가 됩니다. 》

아주 줄줄이 달라붙었네.

생각 이상으로 많이 붙은 연합들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지금을 즐겨둬라.

곧 지옥을 보여줄 테니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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