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화 유일한 계승자 (3)
-이대로 이벤트 끝나는 거임??
-이미 망한 듯. 2황녀만 남았잖아!
-와, 진짜 대박 이벤트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네.
-근데 웃긴 건 뭔지 암? 영자 놈들 이번에 광고도 대대적으로 하고 그랬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통수 맞았죠!
-모니터링 하다가 단체로 쓰러져서 병원에 갔다는 소리 들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주호 하는 거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음. 컨텐츠 까먹는 속도가 어마무시 하잖음!
-십라… 누가 이벤트 시작 전에 황자와 황녀 싹쓸이할 거라고 생각했겠냐. 이건 운영진이 피해자지.
-옳소. 운영자를 살려내라!
-미친 것들ㅋㅋㅋㅋ. 운영자를 살리래. 누가 보면 진짜 죽은 줄.
-근데 운영자는 그렇다 쳐도 우린 이대로 끝내긴 억울하지 않냐? 들어간 돈이 한두 푼도 아니고.
-그러게, 투자한 돈 전부 날아가게 생겼음.
-쟁 하려고 물건 잔뜩 사재낀 사람들만 망했지 뭐.
-버-억, 덕분에 비싸게 잘 팔았다.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냐? 진짜 이대로 끝낼 거야?
-무슨 소리야? 이미 끝났잖아. 2황녀만 살아남았으니까 이미 황제 확정임. 모르면 커뮤 다녀오셈 ㅂㅂ.
-아니, 억울하잖아. 이벤트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나는 건. 그리고 받을 보상도 싹 날아갔고.
-그래서 뭐 어쩌자고?
-그냥 남은 기간 동안 2황녀 죽이면 되지 않나?
-솔까 우리라고 못 죽일 이유는 없음.
-2황녀 죽이면 이벤트는 어떻게 되는 거임?
-음, 아마 나가리?
-가능성은 있어 보이네?
-주호 쪽 독주하는 거 한 번쯤은 태클 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혼자 태클 걸기 귀찮았는데 잘 됐네.
-그건 좀, 지들이 잘나서 독주하는데 뭐라고 하겠냐. 예전에 새 지역 지나갈 수 있게 바다 열어준 적도 많고. 그리고 걔들은 독주한다고 사냥터 통제 안 하잖아.
-이건 맞지. 다른 대형 길드들 하는 거 봐라. 좀만 크면 사냥터 통제하고 난린데 그에 비하면 보살임. 적어도 사냥터는 안 막더라.
-정말 이대로 황제 만들게 두자고? 기여도 엄청날 텐데 앞으로 감당되겠음? 만약에 주호가 공작이라도 되어 봐라. 어떻게 따라갈래?
-으음, 확실히 지금도 격차가 있지.
-그래서 어쩌자고?
-2황녀. 잡아야지. 어차피 다 못 먹을 거라면 주호도 못 먹는 게 맞음.
-그런데 황자하고 황녀 죽는 바람에 진영 다 풀렸잖아. 지금 2황녀 치면 페널티 어떻게 함? 반역 아님?
-ㄴㄴ, 2황녀 죽으면 게임 오버임. 어차피 다 죽었는데 페널티가 어딨음? 글구 그쪽 인원도 별로 없음. 우르르 몰려가면 무조건 이김.
-우리가 쪽수 훨씬 많잖아. 무조건 가능함.
-근데 2황녀 어디에 있는데? 알긴 함?
-설마? 용대 거점??
-거점 공성전 할 길드들 모집합니다!
-우리도 간다. 이대로 끝낼 수 없지!
-나도 참가! 보상 다 뱉어내라!
스칼렛이 알려준 대로 게시판과 채팅창은 과도하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누군가 중간에 살살 긁자 기다렸다는 듯 2황녀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쳐 버렸다.
재중이 형이 그걸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것들 이럴 때는 잘 뭉치잖아?”
“그러게요. 벌집 건드린 것처럼. 사람들 아픈 구석을 제대로 찔렀어요.”
전사 형은 옆에서 이를 바득 갈았다.
“해원 이 새끼, 진짜.”
이건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정도를 넘어섰다.
잘못하다간 그냥 밥통을 엎을 판이라.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질 때쯤 내가 박수를 치면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자, 집중요! 시간이 별로 없어요. 분위기를 봐서는 언제 들이닥쳐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런 날 재중이 형이 보면서 물었다.
“그래, 거점을 버리자고?”
“네, 우린 거점을 버릴 겁니다.”
“어차피 못 지킬 거라면 힘을 빼지 않겠다?”
“뭐, 그런 셈이죠. 형이 말했잖아요. 채 하루를 버티지 못할 거라고.”
“아무래도 쪽수가 있으니까. 우리를 옹호하는 그룹이나 중립 쪽 성향을 가진 길드들이 대거 빠진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이벤트에 참여한 길드가 너무 많지. 통수 맞았다고 생각하면 우르르 몰려와도 이상하지 않아. 거점이 둘러싸이는 건 시간문제다.”
그 말에 다들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게시판 반응이나 길드들의 움직임만 봐도 심상치 않았다.
우리와 아무런 접점이 없는 길드까지 나서는 모양새라.
거점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말 엄청난 출혈이 있지 않을까?
그럴 바에야 그냥 거점을 날려 버리는 편이 나을 수 있었다.
뭔가를 생각하던 나르샤 누나가 나를 보면서 물었다.
“그래서 2황녀를 데리고 계속 도망이라도 치겠다는 거야?”
거점을 버린다.
그렇다고 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지금 제국 쪽에서 2황녀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기다리는 유저가 한둘이 아니니까.
그럼 남은 방법은 한 가지.
2황녀를 데리고 도망 다니는 일뿐.
“아뇨, 2황녀를 계속 데리고 다니는 일은 무리죠.”
아무리 생각해도 2황녀와 함께 움직이는 것은 힘들다.
재중이 형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필드가 넓다지만 결국은 들킬 거야. 사람들 눈도 있고. 위치가 발각되면 그 순간부터 추격전이다.”
추격전.
2황녀를 옆에 달고 시시각각 포위망을 좁혀오는 유저들을 상대로 계속 싸움을 해야 한다.
아마 끝없는 전투가 될 터.
“네, 저하고 형, 우리 팀이 강하긴 하지만 며칠 내내 잠도 못 자고 2황녀를 지킬 수는 없으니까요.”
“접속 시간 제한도 있지, 당장 너나 내가 접속 시간 제한으로 나가 있으면 바로 문제가 생길 거다.”
가장 큰 문제.
접속 시간 제한.
2황녀는 항상 이 세계에 있지만 나와 재중이 형을 비롯한 모두는 한 번씩은 나갔다 와야 한다.
그것도 꽤 긴 시간 동안.
반면에 상대 쪽은 빠지는 만큼 또 다른 유저들이 차륜전을 벌이면서 계속 쫓아오겠지.
챠밍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쪽수엔 장사 없다는 말이 진짜 실감 나네요.”
전사 형도 마찬가지.
“그리고 유저들이 우리와 싸우는 것을 피해서 대놓고 황녀를 노리면 정말 어려운 싸움이 될 겁니다.”
“아아, 황녀는 약하니까. 실수로 몇 대 스치기만 해도 죽겠지.”
“이쪽도 테인 공작이나 그 마법사 같은 NPC가 있었다면 수월했을 건데 아쉽습니다.”
“확실히. 테인 공작 정도의 NPC가 황녀를 지켜주면 유저들이 아무리 덤벼들어도 소용없겠지.”
결국, 다시 내게 시선이 모였다.
그 모습을 보고는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2황녀를 데리고 다니는 게 무리라면… 절대 쫓아오지 못할 곳으로 데리고 가면 돼요.”
이쁜소녀가 내 말에 놀라서 물었다.
“그런 곳이 있어요?”
“있지, 아주 좋은 곳.”
* * * * *
거점을 버리고 나가기 전, 화련에게 연락을 넣었다.
아무래도 용의 대지 거점의 대주주(?)가 화련이다 보니까.
연락을 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화련이 응답했다.
<화련> 이번에 화려하게 했더라?
<주호> 보셨어요?
<화련> 봤다 뿐이겠어? 아주 서버를 뒤집어 놨던데?
<주호> 하하, 뭐 그럴 수도 있죠!
<화련> 덕분에 나도 손해를 좀 봤네?
<주호> 어디 투자하셨어요?
<화련> 1황녀. 황제가 된 이후에 작위와 상단 쪽을 넘겨준다고 해서 냉큼 먹었는데 말이야.
확실히 1황녀도 확률로 보면 나쁜 선택지는 아니었다.
화련 정도의 세력과 자금력이 더해지면 1황녀도 무서운 진영이 될 테니까.
<화련> 지금은 누구 덕분에 작위고 상단이고 다 날아갔거든?
<주호> 어차피 황제는 한 명이니까요.
<화련> 알아, 나도 알았으면 전부 제거하고 시작했을 거야. 이미 지나간 일 붙잡고 있을 생각은 없고. 그래서 거점 때문에 연락한 거지?
이런 쪽으로는 쿨하다고 해야 하나.
게다가 눈치도 빨랐다.
<주호> 알고 계셨네요.
<화련> 벌떼처럼 몰려오는데 모를 리가 있겠어?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었어. 거점 어떻게 할 거야?
<주호> 일단은 접을 생각입니다만?
<화련> 하아, 또 돈 날아가게 생겼네. 어째 너랑 엮이기만 하면 주머니에서 돈이 줄줄 새나 몰라.
그 말에 뜨끔했다.
안 그래도 뜯어먹은 것이 적지 않았으니까.
<화련> 거점 이렇게 자주 날아갈 거였으면 투자도 안 했어. 나 사기당한 기분인데? 심지어 이번엔 아예 내빼잖아.
화련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거점이 위험해지면 최대한 지켜야 하는데 아예 포기한다고 선언했으니.
화련 입장에서는 그냥 손 놓고 돈을 날리는 경우니까.
<주호> 그래서 이번에 잘 되면 보상해드리죠. 가능하다면 작위로.
<화련> 그게 가능해?
<주호> 확신은 못 드리지만 지금 2황녀를 황제로 만들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화련> 으음. 작위라면 뭐, 작위가 쉽게 얻어지진 않으니까.
<주호> 아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드릴 수도 있겠죠.
<화련> 기대해도 좋아?
<주호> 실망하진 않을 겁니다.
<화련> 좋아. 거점 시원하게 날려 버려. 까짓것 얼마나 한다고.
어떻게 보면 정말 부럽네.
<화련>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승산은 있어?
<주호> 최선을 다 해봐야죠.
<화련> 말해달라고 해도 안 되겠지?
<주호> 네, 일단 영업상 비밀이라.
<화련> 알았어. 올 때 작위다!
그렇게 화련과의 통화를 끝냈다.
“잘 끝났냐?”
“네, 뭐. 큰 고객님 마음을 좀 달래드렸죠.”
“잘해. 저런 고객 잘 없다.”
재중이 형이 키득거리면서 웃자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이쪽은 마무리가 되었고.
그렇게 거점을 비우는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
스칼렛과 이슬두잔에게 연락을 했다.
<주호>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비밀입니다. 이 시간부로 거점 싹 비울게요!.
<스칼렛> 진심이었다니…….
<이슬두잔> 길드원들은 어떻게 하죠?
<주호> 우리 거점을 치는 순간, 무수히 많은 길드와 적대 관계에 들어갈 겁니다.
<이슬두잔> 그럼?
<주호>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해가야죠. 어차피 2황녀가 황제가 되면 모든 상황은 종료될 겁니다.
저들은 현재 진영이 없기에 2황녀를 공격하는 순간 반역 상태가 된다.
2황녀가 죽어버리면 없던 일이 될 테지만 끝까지 살아 있다면?
<스칼렛> 아주 뭐 되겠네요?
<주호> 그 이상으로 표현할 말을 못 찾겠네요.
<이슬두잔> 그러니까 다 접속이라도 끊으라는 말로 들리는데 맞아요?
<주호> 네, 며칠 쉬다 오시죠. 그럼 상황이 끝나 있을 겁니다.
<스칼렛> 정말 이런 작전은 처음 보네요. 아무것도 안 해도 이기는 싸움이라니.
<주호> 더 자세한 것은 누구도 알면 안 되니까 끝날 때까지 비밀로 할게요.
<스칼렛> 어쩔 수 없네요. 이번은. 2황녀의 위치가 발각되면 안 되니까.
<이슬두잔> 좀 불편하긴 해도 확신하신다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비밀리에 우리 팀과 함께 고도를 최대한 높여 유저들의 시선을 피한 뒤 2황녀를 데리고 한적한 어떤 곳에 도착을 했다.
“다 왔습니다.”
『 여기는? 』
“황녀님을 안전하게 모실 곳이죠.”
바로 용의 던전.
예전에 위치만 알아놓고 시간이 없어 손을 대지 못했던 곳이었다.
드래곤이 지하에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전사 형이 용의 던전을 보더니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등장 밑이 어둡다더니…… 이렇게 가까운 곳에 해답이 있었나.”
“네, 용아병들과 용종들이 있는 용의 던전이 오히려 천혜의 요새가 되어 줄 겁니다.”
우리는 돌파할 수 있지만.
지금 유저들의 장비로는 절대 돌파하지 못하는 이곳이 내가 생각한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
“가죠, 용의 던전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