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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90화 (483/1,404)

#490화 유일한 계승자 (2)

용격에 3황자가 쓸려나가는 바로 그 순간 통로는 정적으로 변했다.

노인 NPC고 마법사 NPC고 할 것 없이 전부.

그리고 3황자를 제거하자마자 시스템 역시 바로 서버에 울려 퍼졌고.

《 가르시아 제국 3황자 드미트리 가르시아가 사망했습니다. 》

《 황위 계승자가 사망한 3황자 진영이 해체됩니다. 》

《 3황자 진영에 속한 모든 유저의 소속이 변경됩니다. 》

《 3황자 진영에 속한 모든 NPC의 소속이 변경됩니다. 》

황제의 자리에 가장 가깝다던 1황자가 죽고 난 뒤, 유저들은 남은 3황자가 황제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남은 기본 세력도 세력이지만, 대부분 죽었으니까.

그런데 그 기정사실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왔다.

-레알? 드미트리가 죽었다고?!

-이게 말이 되냐.

-1황자 죽었다고 난리치던 분들 어디 갔나요?

-……발! 다 뒈져 버리면 쟁탈전은? 쟁탈전은 어쩌라고?

-진영 바꾸는 법 아시는 분? 귓 주셈!!!!!

-ㅇㅇ 애초에 못 바꿈.

-가능하다고 해도 못함! 황자랑 황녀 다 죽음!! ㅇㅇ

-레알? 다 죽었다고?

-아으, 좀 확인하고 물어봐라 쫌!!

-ㅋㅋㅋㅋㅋ운영자들 기절하기 일보직전일 듯. 준비 열심히 했을 텐데 다 죽어버림.

-그럼 황제 쟁탈전은 어떻게 되는 거임?

-어? 살아 있는 사람 있다!!!!

-개소리 사절요~

-2황녀 죽었다는 소리는 없잖아!

-아, 맞다. 2황녀… 도 있었지.

-미친, 세력 하나도 없는 2황녀가 살았다고? 돌겠네.

-로또네, 로또야!

-2황녀 진영에 누구 있음? 있기는 있나?

-아?! 주… 호네, 그쪽 진영 있잖아!!

-실화임? 걔들만 2황녀 진영이라고?

-설마?

-그 설마가 맞는 듯.

-아무래도 주호 쪽 애들이 황자고 황녀고 할 것 없이 전부 정리한 거 아님? 그놈들이라면 가능함!

-미친… 쟁탈전 시작도 전에 다 죽여 버릴 줄이야.

-이러면 무조건 주호 쪽 진영이 먹는 그림?

-ㅇㅇ. 2황녀가 어디 가서 죽지 않는 이상.

채팅창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확한 결론에 도달했다.

유일한 2황녀의 생존.

그리고 그 긁지 않은 복권에 투자한 우리 쪽 연합에서 모든 황자와 황녀를 죽였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까지.

그렇게 3황자가 죽자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노인 NPC가 곧 내 쪽을 노려보더니 분노가 가득 담긴 일갈을 터뜨렸다.

『 네 이놈! 감히! 3황자님을! 』

동시에 무시무시한 압력이 무너져 가는 복도 전체를 뒤흔들었다.

큭.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NPC였네.

단순한 기백만으로 건물이 흔들리게 만드는 일은 앞선 테인 공작 수준에 버금가는 NPC였다는 말과 동일했다.

만약, 코앞까지 접근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용격이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지도.

이 두 가지가 모두 갖춰져 있기에 저 노인 NPC의 견제에 구애받지 않고 확실하게 3황자를 제거할 수 있었던 것.

간당간당한 건물 천장이 내려앉는 것을 보면서 곧바로 몸을 빼냈다.

어차피 서로를 죽여야 끝나는 게임.

우린 목적을 달성했고.

저쪽은 지키지 못했다.

그냥 그 차이밖에 없는 거지.

아직 수룡화가 걸려 있어서 그런지 노인 NPC를 떨쳐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복도를 쭉 빠져나가면서 연락을 넣었다.

<주호> 완료!

<불멸> 진짜 해냈네?

<챠밍> 사실 저희 계속 달리고 있었거든요… 근데 진짜 깜짝 놀랐어요.

<이쁜소녀> 대박! 이제 우리 이긴 거죠?

<주호> 응, 이겼네. 아, 그리고 노인 마법사 NPC하고 부딪치지 마세요. 지금 완전 폭주하기 일보 직전이라. 테인 공작 뺨치는 NPC가 또 있어요.

<불멸> 오키, 피하겠음!

혹시나 복도를 빠져나오다 전투가 벌어지면 곤란하기에 미리 알려주었다.

마무리 된 상황에서 무리할 이유는 전혀 없고.

그렇게 제국 성내를 빠져나오자 시스템의 전투 표시가 비전투 상태로 바뀌는 게 보였다.

휴.

이제 끝난 건가?

메테오 스트라이크로 끝냈다면 베스트였겠지만 지금 이 상황도 나쁘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모든 황자와 황녀를 잡아냈으니.

<주호> 사장님, 연합원들 철수해도 될 것 같아요! 상황 종료입니다.

<카이저> 고생했다. 이쪽에서 정리하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는데, 우리 팀이 허겁지겁 달려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어?”

제일 앞에서 뛰어나오던 전사 형이 나를 발견하더니 크게 소리쳤다.

“빽!!”

그리고 챠밍, 이쁜소녀가 뒤따라 달리면서 외쳤고.

“뛰어요!”

“도망가요!”

그 뒤로 테인 공작과 노인 마법사 NPC가 동시에 쫓아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끈질기네.

이미 승패는 갈렸지만, 아직 우리와 적대적인 관계는 풀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잠시 시간을 끌 만한 스킬이…….

저 둘을 묶어 놓으려면 어지간한 스킬로는 안 되겠지.

【 진(眞) 썬더볼트 소환! 】

썬더볼트를 하늘에서부터 소환시켜 쫓아오는 테인 공작과 노인 마법사 NPC에게 떨어뜨렸다.

그 사이 우리 팀이 무사히 달려 나와 거리를 벌렸고.

“썬더볼트가 시간 끌어주는 사이 빠지죠.”

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제국 성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시가지를 한참 달리고서야 더 이상 쫓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시가지에서 유저들이 그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보기도 했고.

“이제 안 쫓아와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숨을 돌렸다.

“아, 진짜 저놈들 징하네.”

“복수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죠.”

“2황녀가 황제가 되면 저놈들 싹 잘라 버릴까?”

재중이 형이 농담으로 말을 했지만 실제 그럴 리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저 정도 전력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위험하지.

“에이~”

“아아, 저 둘은 제국의 힘이니까. 자르면 안 되겠지. 흐음, 그래도 이런 식은 곤란해.”

“2황녀가 황제가 되면 상황은 바뀌겠죠.”

트러블은 있겠지만 어쨌든 황제가 아닌가.

대놓고 검을 거꾸로 쥐지는 않을 터.

그럼 오히려 저쪽이 반란이 된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그린 그림이기도 하고.

결국, 2황녀가 황제만 되면 모든 일은 정리될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황녀를 황제로 만들기 쉽지 않네. 자, 그럼 다들 가자.”

재중이 형의 신호에 모두 탈것을 타고 날아올랐다.

2황녀가 있는 거점을 향해.

* * * * *

“와, 진짜 해냈잖아?!”

우리가 거점의 길드 건물에 도착하자 나르샤 누나가 환하게 우릴 반겨주었다.

“2황녀는요?”

“저쪽 방에 있어.”

“들어가 봐도 되죠?”

“응,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렇게 나르샤 누나, 재중이 형과 함께 방 앞에 서서 물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잠시의 정적 후, 마리아 가르시아의 차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떨리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오세요. 』

그렇게 우리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마리아 가르시아가 난로 근처에 곧게 앉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이 소녀가 이제는 가르시아 제국의 황제가 될 것이다.

『 이긴 건가요? 』

“네, 이겼습니다.”

『 그럼, 오라버니들과 언니는……. 』

“아쉽지만.”

내 답변에 잠시 말을 하지 못한 마리아 가르시아가 곧 평정을 찾고 말을 이었다.

『 역시 그렇군요. 』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황제가 되려면. 우리 전력과 저쪽 전력은 애초에 싸움이 되지 않아요.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다면 2황녀님이 황제가 될 길이 없었습니다.”

『 네, 고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러더니 마리아 가르시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내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

“황제가 되실 분이 이렇게 머리를 숙이면 안 되죠.”

『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예요. 그만큼 감사하고 있답니다. 』

그 말과 함께 2황녀가 미소를 지었다.

볼 때마다 굳은 표정을 보이더니 웃을 줄 아네.

아직 관련 퀘스트는 뜨진 않았지만 2황녀의 이런 표시가 충분한 답변이 되어 주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

2황녀와 몇 가지 이야기를 더 나눈 뒤 곧장 방에서 나왔다.

황위 쟁탈전이 시작되려면 아직 몇 시간이 더 있어야 했다.

“이렇게 선수 칠 줄은 아무도 몰랐겠죠.”

정말 그 어떤 유저도 몰랐다.

우리가 이런 작업을 하는지.

실제 황자와 황녀가 다 죽고 난 뒤에야 우리가 했다고 추리하는 정도에 그쳤고.

“보통 귀족 NPC를 죽이면 페널티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꼼수도 이런 꼼수가 없지. 황녀만 데리고 있으면 괜찮잖아.”

“황녀가 잘 따라줘서 다행이에요.”

만약 황녀가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제국에 수배령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예정대로 이벤트가 떴다.

《 메인 퀘스트 : 황위 쟁탈전. 》

- 황자 5명, 황녀 2명 중 1명을 택해서 소속.

- 황위 쟁탈전 완료 시까지 소속 변경 불가.

- 황위 쟁탈전 참가 시 드랍 페널티 없음.

- 사망 시 죽음 페널티 없음.

- 퀘스트 보상

:

《 황위 쟁탈전이 시작됩니다. 》

《 각 진영에 있는 유저들은 다른 진영의 유저들과 자유로운 전투가 가능합니다. 》

《 제국 내 상점 및 일부 안전지대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PK가 가능한 전투 지역으로 변경됩니다. 》

《 해당 이벤트 종료 시까지 살아 있는 황자나 황녀에 따라 황제가 결정됩니다. 》

《 두 명 이상의 황자나 황녀가 살아 있을 경우, 해당 이벤트 종료 시 진영에 남이 있는 세력의 수를 책정하여 결과가 결정됩니다. 》

잠시 메시지를 살펴보다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정석으로 갔으면 우리가 무조건 지는 싸움이었네요. 남은 세력의 수로 결정이라.”

재중이 형도 그 문구를 보고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개싸움 가기 전에 잘 끝낸 거지. 자, 이젠 완료 시까지 버티기만 하면 되겠네.”

과연 운영자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황제 쟁탈전을 한다고 그렇게 광고를 해놨는데 우리가 아예 이벤트 자체를 박살을 내놓았으니…….

“네, 사실 운영자가 엎어버리면 어쩌나 했어요.”

걱정거리 하나가 줄었네.

“흐흐, 아주 이를 박박 갈고 있을 거다.”

전사 형의 그 말에 모두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상황이 종료되는가 싶었는데 스칼렛이 갑자기 회의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머리를 풀어헤치며 꽤 다급하게 달려온 것 같은 모습에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건물에서 막 달리고 할 사람은 아닌데.

“아, 진짜. 이 사람들 미치겠네. 다들 여기 모여서 뭐해요!”

“네?”

“누가 안 알려줬어요?”

“그게 무슨 말이죠?”

“와, 답답해! 전 서버의 길드가 연합했어요!”

“대체…….”

“지금 2황녀 잡으려고 개떼처럼 몰려오고 있다고요!”

“하?”

너무 기가 차면 말도 안 나온다더니.

지금 상황이 딱 그랬다.

재중이 형이 그 말을 듣더니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

“자기들이 못 먹을 거라면 아예 밥상을 뒤엎겠다는 건가?”

“그렇죠.”

“제대로 고춧가루 뿌리는군. 누구 작품이야?”

“누구긴요. 해원이죠. 아주 작정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았어요. 설득할 명분은 넘치니까.”

해원이라는 말에 다들 이를 바득 갈았다.

어이가 없지만 일단 지금은 이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거점으로 버틸 수 있을까요?”

“아니, 못 버텨. 오늘 하루도 넘기기 힘들 거다. 세력 차이가 너무 나.”

역시 안 되는 건 안 된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뭔가를 떠올리고는 말을 꺼냈다.

정석적으로 안 된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할 수밖에.

“어떻게든 이벤트 끝날 때까지 2황녀만 살아 있으면 되죠?”

“가능하다면. 꽤 힘들어 보이지만.”

“그럼… 지금부터 거점을 포기합니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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