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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85화 (478/1,404)

#485화 황위 쟁탈 (5)

황당함과 감탄성이 함께하는 스칼렛의 말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죠. 다 아시면서.”

만약, 2황녀 마리아 가르시아의 기본 전력이 어느 정도만 있었다면 지금의 선택은 다른 방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가지고 있는 기본 전력은 전무.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마리아 가르시아가 황제가 되는 길은 제로에 수렴할 것이다.

아니, 그냥 제로겠지.

그런 쥐꼬리만 한 확률을 최대치로 올려놓았다.

급격하게 떨어지는 두 개의 운석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활활 타오르는 것은 뭐, 덤이고.

“일단 튀죠.”

사실 연습 때,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연속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 우연히 우리가 연습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마리아 가르시아가 황제가 될 길은 영영 사라질 테니까.

그렇기에 연습도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했었고.

그런 이유들 때문에 지금 떨어져 내리는 메테오 스트라이크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잘못하다가는 우리도 휘말릴 수도 있다는 소리고.

내 말과 함께 다들 자리를 박차고 최대한 황궁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부에서 운석이 떨어지는 것을 본 유저들과 주변 NPC들이 패닉에 빠져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난장판이라 우리가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 하는 상황.

전사 형이 그런 풍경을 둘러보다가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완전 난리네.”

“아마 저쪽 안은 더 난리일걸요.”

달리면서 고개만 돌려 황궁을 쳐다봤다.

외부였다면 떨어지는 운석을 저 사람들처럼 바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궁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지금 운석이 떨어지는지조차 모를 터.

아니, 지금쯤이면 누군가 안에 알렸을지도 모르고.

사실 알렸다고 해도 상관없다.

너무 늦었으니까.

이미 운석이 황궁 바로 위까지 도달해 있었다.

이젠 드래곤 할아버지가 와도 저 운석은 못 막는다.

쿠아앙!

쿠웅!

두 발의 운석이 차례대로 황궁 위로 떨어져 내리면서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은 빛과 굉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리고 폭발로 인해 후끈한 열기가 거침없이 사방의 대기를 할퀴면서 지나갔다.

거기다 주변의 땅이 지진이라도 난 듯 미친 듯이 흔들렸고.

“다들 엎드려요!”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다들 고개를 숙이면서 땅으로 몸을 날렸다.

메테오 스트라이크 두 발의 위력이 이 정도였나?

차징 시 마력을 무지막지하게 잡아먹는 것을 보면서 강할 것이라 생각은 했는데 이건 예상 밖이었다.

누가 봐도 드래곤이 쐈다고 착각할 만큼.

그동안 봤던 그 어떤 마법과 비교조차 불허했다.

막상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쏜 챠밍조차 얼떨떨한 표정으로 터져나가는 황궁을 바라봤다.

“제가 쏜 마법 맞죠?”

“아마 맞을걸?”

“정말 아무 곳에서나 쓰면 안 되겠어요.”

그 말에 옆에 엎드리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피아 식별이 된 상황에서 써야 할 지도.

잘못 썼다가는 적군, 아군 가릴 것 없이 죄다 쓸어버릴 수도 있었다.

우리가 말을 나누는 이 와중에도 황궁이 폭삭 주저앉으면서 화마를 키워갔다.

“저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챠밍의 물음에 일단 고개를 저었다.

만약, 내가 저 안에 있었다면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어느 정도껏 피할 방법이 있어야 컨트롤로 비벼볼 수 있다.

하지만 저건 그냥 용광로 속에 뛰어 들어간 것과 다름없다.

저기서 살아남으면 그것도 놀랄만한 일이겠지.

우리의 물음은 의외로 다른 사람들이 확인시켜주었다.

-아씨, 4황자가 갑자기 왜 죽어?!

-미친, 2황자도 죽었다. 방금 진영 시스템에서 2황자 사라짐.

-하아, 5황자도 죽었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황제 쟁탈전 시작도 안 했는데… 진영에서 탈퇴됨.

-미쳤다. 나도 탈퇴됐음.

-진영 자체가 사라진 듯.

-진짜. 무슨 일이래?

-방금 황궁에 운석 떨어짐!

-설마 황자들이 운석 맞고 다 죽은 건가?

-그러게, 한 번에 죽는 거면 그것밖에 없잖아.

-드래곤 아님?

-드래곤 나타나면 방어전 뜨지 않음?

-에이, 드래곤 아님.

-장난하나 지금. 쟁탈전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아, ……발 이러면 보상도 못 받잖아.

-누가 속 시원히 좀 알려주라.

《 가르시아 제국 4황자 네든 가르시아가 사망했습니다. 》

《 황위 계승자가 사망한 4황자 진영이 해체됩니다. 》

《 가르시아 제국 2황자……. 》

《 가르시아 제국 5황자……. 》

연속으로 올라오는 시스템 메시지에 손을 불끈 쥐었다.

역시.

황위 계승자만 죽이면 된다.

그럼 진영 자체가 자동으로 해체가 되었다.

그렇게 황자들이 죽으면서 자동적으로 황제 쟁탈전 시스템에서 낙오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가 동시에.

그리고 수천 명의 낙오자가 동시에 채팅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너도 나도 한 마디씩 올리니 채팅이 올라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 무슨 글이 올라오는지도 채 확인하기 힘들었다.

“개판이네요.”

현재 우리 말고는 누구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애초에 황궁 근처에 올 수 있는 자격이 없으니까.

그렇다고 멀리서 본다고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성공적인 작전으로 다들 좋아하고 있는데 재중이 형이 뭔가를 확인하고는 표정이 사뭇 진지하게 돌변했다.

“정작 죽어야 할 녀석들이 없어.”

재중이 형의 말에 다들 급하게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다들 표정이 똑같이 굳어버렸다.

시스템 메시지가 한꺼번에 나와서 아마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없었다.

“1황자, 3황자, 1황녀까지. 다 없네요.”

먼저 확인한 스칼렛의 말에 황당함이 먼저 앞섰다.

설마 저 폭발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운석이 떨어져서 초토화가 된 황궁에서?

“아무래도 일이 틀어진 것 같은데.”

재중이 형이 레비아탄 스피어를 들고 일어서더니 황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채팅을 자세히 살펴보니 확실히 죽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1황자는 살아 있음. 시스템 안 뜸.

-휴, 우리 3황자도 괜찮음. 다행이다.

-다행이다. 1황녀느님 살아계신다!!

-진짜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아니, 이대로 다 죽으면 좋은 것 아냐? 1황자만 빼고.

-뭐? 죽으려면 1황자가 죽어야지.

-이 마법 3황자가 쓴 거 아님? 황자 쪽 마법사들 많잖아.

-오, 일리 있는 듯.

-기본 세력 구린 애들 탈락되는 시스템인 건가?

-그건 너무 복불복 아냐?

-젠장, 다른 황자한테 붙을걸. 이미 망한 듯.

-그런데 2황녀는 안 죽었잖아?

-뭐, 아예 상대할 가치도 없는가 보지. 가만 놔둬도 뭘 하겠어.

분명히 셋 중 하나라도 죽었다면 더 많은 유저들이 채팅창을 시끄럽게 만들었을 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황자들과 황녀가 멀쩡하게 살아서 저 화염 속에서 버티고 있다는 증거였고.

그걸 보자마자 바로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 들었다.

“들어가요?”

황궁은 아직 화마가 줄어들지 않아 우리도 꽤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내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아니면 죽일 각이 전혀 안 나와. 황궁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면 무조건 개싸움으로 바뀐다. 기본 세력 수부터 줄이려고 할 테니까.”

확실히 재중이 형 말대로 황궁이 무너지면서 이미 변화는 시작되었다.

여기서 오랜 시간 죽치고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노릇.

“들어가죠.”

내 말에 우리 팀은 물론이고 사장님, 수호 형, 최종 병기 형도 우리 옆에 붙었다.

스칼렛은 칼과 아로하가 옆에 붙었고.

이슬두잔도 자신의 길드원들과 함께 섰다.

“숫자가 아쉽네.”

전사 형이 아쉬워했지만 이쪽은 어쩔 수 없었다.

남작 작위로 데리고 들어올 수 있는 인원에 한계가 있었기에.

현재 외부에서 대기 중인 연합 유저들은 지금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꽤 많은 연합 유저들은 현재 거점으로 향한 상태다.

일이 잘못됐을 경우 우리의 유일한 카드인 마리아 가르시아를 지키기 위해.

결국, 이 인원으로 끝을 봐야 한다는 소리고.

그렇게 왔던 길을 다시 돌아 불타고 있는 황궁으로 향했다.

그리고 황궁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죽어 있는 NPC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통은 이렇게 죽어야 정상인데….

안쪽으로 들어가자 강한 열기가 확 우리를 덮쳤다.

최종병기 형이 체력을 확인하더니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큭. 이거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떨어지잖아. 너희는 괜찮냐?”

그러면서 나와 우리 팀을 봤는데 다행히 우리 쪽은 괜찮았다.

드래곤 플레이트와 수룡갑이 있어서 이런 종류의 디버프는 막아주었으니까.

특히 내 쪽은 오히려 체력이 차오르는 현상이 일어났다.

드래곤 건틀렛이 화염 속에서 체력 회복을 해줬었지.

거기다 드래곤 부츠 옵션 덕분에 이동 속도도 증가했고.

생각해 보니 오히려 이 상황이 내겐 더 도움이 되고 있었다.

“제가 앞장서죠.”

그렇게 앞으로 걸어가자 드래곤 플레이트가 화염을 빨아들이듯 길을 열어주었다.

“캬, 템 죽이네. 나도 좀 구해주라.”

최종병기 형의 감탄을 뒤로하고 조금씩 황궁 속을 걸어 들어갔다.

재중이 형도 내 옆에 붙었고.

“긴장 풀지 마. 이런 폭발 속에서 살아남았다면 레벨이 우리보다 높을 거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쉬울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신경 쓰이는 존재도 있었고.

화염 속에서 감각을 활짝 열고 주변을 살피자 눈에 보이지 않는 반대편의 흐름까지도 조금씩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쪽은 기척이 없으니…….

“저쪽 방향으로 가죠.”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갈림길에서 길을 꺾자 스칼렛이나 이슬두잔이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다.

“앞도 잘 안 보이는데 그렇게 바로 가도 되나요?”

“조금 더 살피는 게?”

“괜찮습니다. 그리고 오래 시간을 끌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나와 우리 팀은 괜찮지만, 같이 온 사람들의 장비는 이 화염을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물약이 떨어지기 전에 승부를 보고 나와야 한다.

그렇게 조금 더 걸어 들어가는데 갑자기 멀리서 뭔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르아 카르테를 휘둘러 화염을 뚫고 나온 뭔가를 쳐냈다.

까강!

워낙 빠르게 날아와서 화살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르아 카르테를 휘두른 팔목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튕겨져 나간 무언가를 바라봤다.

창… 인가?

방금 손과 팔을 울린 반탄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창에 실린 힘이 그만큼 엄청났다는 말이고.

반대편 너머에 창을 던진 누군가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그래서 감각을 한참 더 끌어올리자 이번엔 창이 아닌 묵직한 뭔가가 바닥을 차고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바로 외쳤다.

“옵니다!”

웨폰 기술들을 동시에 일으키면서 내 쪽에서도 동시에 화염 속을 달려나갔다.

기다리면서 막는 식으로는 왠지 못 버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리고 화염 속에서 처음으로 그 존재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까가강!

카강!

달려나가는 속도를 전부 실어서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를 휘둘렀는데 그걸 긴 검 하나를 휘둘러 동시에 쳐내더니 오히려 역습에 들어왔다.

역시.

창을 날릴 때부터, 눈치챘는데 이쪽이 힘에서 확실히 밀렸다.

심지어 휘두르는 속도마저.

마치 전에 가짜 황제를 상대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 정도로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바로 몸을 비틀면서 르아 카르테를 끌어당겨 내게 휘둘러지는 검을 가까스로 쳐낸 뒤 반탄력을 이용해 몸을 반회전 시키면 드래곤 슬레이어를 빠르게 휘둘렀다.

이것도 막을까?

저쪽도 자세가 무너졌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한 발을 강하게 바닥에 찍더니 순식간에 자세를 고쳐 잡아 안정시키고는 바로 검을 횡으로 휘둘러 드래곤 슬레이어를 쳐냈다.

까강!

눈 깜짝할 사이에 치명적으로 들어가는 네 번의 검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내는 존재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흡사 재중이 형이 검을 들고 있는 그런 느낌인데?

재중이 형이 스탯이 잔뜩 높아지면 딱 이런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오차가 없는 정교함.

그게 이 존재의 전투에 묻어 있었다.

동시에 검을 튕겨내고는 서로 한 발짝씩 뒤로 빠졌다.

서로 이 녀석은 한 번에 목을 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화염 사이로 보이는 존재의 이름을 확인했다.

테인 공작.

한 손에 잘 벼린 검과 진한 묵빛 갑옷을 착용한 짙은 눈매의 노기사.

상황이 안 좋음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모습과 관록이 묻어나는 것 같은 묵직한 자세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네임드 그 이상이다.

그동안 제 1황자의 곁만 지키던 그가 우리를 한 번 슥, 훑어보면서 입을 열었다.

『 여기부터는 죽어서만 지나갈 수 있다. 』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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