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4화 황위 쟁탈 (4)
마리아 가르시아와의 이야기가 끝나자 자연스럽게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제국 2황녀 마리아 가르시아가 진영에 합류하기를 원합니다. 합류하시겠습니까? 》
전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 황녀를 돕는다라…….
누가 봐도 미친 짓에 가까웠지만,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주호> 그럼 할게요.
<불멸> 그래.
마지막으로 재중이 형과 의견을 교환하고는 곧장 합류를 눌렀다.
《 주호 남작이 제국 2황녀 마리아 가르시아의 진영에 합류합니다. 》
《 『 신화 』 길드장 주호 님이 제국 2황녀 마리아 가르시아의 진영에 합류함에 따라 자동적으로 『 신화 』 길드원들의 소속이 변경됩니다. 》
《 『 신화 』 길드가 제국 2황녀 마리아 가르시아의 진영에 합류함에 따라 『 신화 』 연합의 소속이 자동 변경됩니다. 》
《 『 최강 』 길드가 제국 2황녀 마리아 가르시아의 진영으로 합류합니다. 》
《 『 달 』 길드가 제국 2황녀 마리아 가르시아의 진영으로 합류합니다. 》
《 『 치맥 』 길드가 제국 2황녀 마리아 가르시아의 진영으로 합류합니다. 》
《 해당 진영에 합류하기를 원하시지 않는 유저분들께서는 길드 탈퇴 혹은 새로운 길드를 창설하시기 바랍니다. 》
《 거점 『 신화 』가 마리아 가르시아의 휘하로 등록됩니다. 》
진영이 결정되고 난 뒤에는 마리아 가르시아의 백합 문양이 머리 위에 생성되었다.
이걸로 상대방 진영을 알아볼 수 있는 건가?
무려 일곱 개의 진영이니까 확실히 이런 장치는 필요하기는 했다.
《 황제 쟁탈전 기여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상이 변경됩니다. 》
《 진영에 참여하는 유저 수가 적을수록 보상 등급이 상승합니다. 》
시스템이 메시지가 울리자마자 각 길드장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카이저> 역시 그쪽이냐?
<주호> 네, 여기가 제일 좋더라고요.
<카이저> 알았다. 그럼, 준비하마.
물론, 사장님과 똑같은 반응이 아닌 사람도 있었다.
<스칼렛> 와, 거기 전력 제일 구린데! 완전 바닥 아니에요?
<주호> 알고 계셨어요?
<스칼렛> 미리 길드원들 풀어서 좀 알아봤었어요. 설마하니 제국 2황녀로 결정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주호> 이쪽이 뜯어먹을 게 제일 많을 것 같아서요.
<스칼렛> 일단 이겨야 뜯어먹을 텐데… 일단 믿기는 하지만 이번엔 좀 무리수가 아닐까 싶네요.
미리 전력을 알아봤듯 이쪽은 승산이 없는 진영이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진영이기도 하고.
잡으면 녹아내리는 솜사탕 같은.
희망이 없는 진영이다.
정상적인 판단을 하는 길드였다면 이미 연합에서 탈퇴를 하든지 칼을 거꾸로 쥐지 않았을까?
<주호> 그럼 쭉 믿으시면 됩니다. 전 지는 싸움은 안 하거든요.
<스칼렛> 흐음, 믿는 구석이 있으시구나? 사실 그 대답이 듣고 싶었어요. 그럼 길드원들 준비시킬게요.
이제 마지막.
<이슬두잔> 주호 씨, 지금 길드원들이 깜짝 놀라서 연락 오고 난리에요. 2황녀 골랐다고.
여기도 난리네.
<주호> 그래서 탈퇴한 사람들 있어요?
<이슬두잔> 그런 건 아니지만 꽤 반발이 심하네요.
<주호> 부담되면 빠지셔도 됩니다.
치맥 길드가 빠지면 좀 차질이 생기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이슬두잔> 휴, 그냥 가야죠. 생각 없이 정하진 않았을 테니. 믿고 가는 만큼 떨어지는 게 많겠죠?
<주호> 네, 뜯어먹을 것이 없었으면 이쪽으로 오지도 않았어요.
<이슬두잔> 그럼, 저희 쪽은 알아서 말해둘게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주호> 감사합니다.
연합의 길드장들과 대화를 나누고 난 뒤에야 한숨 놓았다.
옆에서 보고 있던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물었다.
“어때? 다들 한마디씩 하지?”
“네, 이번엔 좀 무리 같아 보였나 봐요.”
“다름 아닌 2황녀니까. 아무도 안 고르는 진영을 고른다는 건…… 다른 진영의 유저들과 싸워야 하는 부담이 있어. 지원조차 못 받고. 저들 입장에서는 완전히 모험을 건 거다.”
“너무 쉽게 결정해서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네요.”
“이기고 나면 한몫 잘 떼어줘야겠지.”
“나눠 먹을 건 충분할 겁니다.”
우리 수가 적은 만큼.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이미 구상 속에 있었고.
“마리아 황녀님, 저희를 좀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도움이라는 말에 마리아 가르시아가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봤던 인상과는 다르게 확실히 황좌에 대한 의지는 갖추고 있는 것 같았다.
아예 없었다면 오히려 우리가 곤란하지.
『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다 돕겠습니다. 현재 저희 진영은 우리밖에 없기도 하고요. 』
<불멸> 설마 했는데 정말 우리밖에 없었군.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쪽에 발을 담글 인간들은 없으니까.
“그럼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죠. 하루만 저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시면 됩니다.”
『 하루면 되나요? 』
완전 의외의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아 가르시아의 눈엔 동요가 보이지 않았다.
생각 이상으로 침착하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지?
“네, 그거면 됩니다. 그리고 좀 힘드실 수도 있을 겁니다.”
『 여러분을 믿겠습니다. 』
완벽한 준비를 위해 미리 말해주고 싶긴 한데 아직은 안 된다.
누가 알면 곤란하니까.
특히.
이 황제 쟁탈전을 기획한 사람이 보면 절대로 안 되는 내용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마리아 가르시아도 알고 있으면 안 된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 * * * *
우리가 진영을 결정하고 나올 시점에 다른 유저들도 진영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아마 대부분의 유저가 1황자나 3황자, 혹은 1황녀에게로 몰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예상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맞아 들었다.
가르시아 제국 내 유저들의 머리 위로 각 진영의 마크가 점점 생성되었는데 압도적인 비율로 저 세 곳의 진영이 많았다.
-역시 1황자임. 거기가 제일 이길 확률 높음. 이미 기사단 반 이상 장악함.
-3황자도 숫자가 만만찮은데? 길거리 돌아다니는 유저들 보면 비슷한 듯.
-1황녀도 괜찮음. 진영 선택하면서 들었는데 자금 빵빵함.
-확실히 세 곳이 우세하구나. 다른 진영은 거의 안 보임.
-왜? 5황자도 꽤 많음.
-아, 5황자 외가인가? 기본 풀이 괜찮다고 했지?
-NPC 전력만 보면 답이 나오지 않나? 설마 다른 곳 고른 호구는 없죠?
-머리 위에 마크 다 뜨니까. 소수 진영은 바로 확인될 듯.
-크, 누가 골랐을지 궁금하네.
-아, 그러고 보니 주호 연합은 어디임? 솔까 거기가 제일 궁금함.
-그쪽 2황녀 골랐답니다. 이미 게시판에 글 올라옴. ㅅㄱ
-미친.
-실화임? 레알? 진짜? 그쪽에 붙었다고???
-체크하면 다 나옴. 구라 사절.
-나도 본 적 있음. 주호 지나가는데 확실히 다른 백합 마크였음. 처음 보는 마크라 신기해서 찾아봤는데 2황녀 쪽이더라.
-거기 주호 연합밖에 없지 않음?
-쟁탈전 포기한 거임?
-모르겠음. 주호 쪽은 진짜 모름.
-에이, 아무리 그래도 쪽수가 있는데. 혼자 수천 명 죽이면 또 몰라. 이미 망함.
-거기다 다른 진영은 NPC도 많잖아. 듣기로 2황녀는 전력 하나도 없다고 하던데?
- 알다가도 모를 애들이네. 정말 포기한 건가?
역시 조심히 돌아다닌다고 해도 볼 사람들은 다 본 모양이었다.
우리가 2황녀에게 붙은 것을.
그리고 이 소식은 또 다른 한 사람에게 전달되었다.
<화련> 혹시 머리라도 다친 거야?
<주호> 네? 딱히 그렇진 않습니다만.
<화련> 그럼 미쳤어?
<주호> …아마 그것도 아닐 겁니다.
<화련> 그럼 내가 미쳤나 보다. 내 눈에 헛것이 보이네?
<주호> 하하….
<화련>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포기했을 리는 없고.
<주호> 흐음, 2황녀가 예쁘던데요?
<화련> 그냥 나가 죽어.
그러고는 연락이 툭 끊어졌다.
“이런 공주님한테 그러면 쓰나.”
전사 형의 말에 그저 웃어 보였다.
“언제는 안 그랬나요.”
“하긴, 근데 화련은 왜 연락한 거야?”
“…모르죠.”
다시 연락을 해보려다가 그냥 그만두었다.
딱히 화련은 우리 쪽 연합도 아니고 이해관계만 얽혀 있어서 이런 일에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다들 바쁘게 황제 쟁탈전을 준비하면서 이틀의 시간이 지나갔다.
NBS 게임 채널 쪽에서도 찾아왔었고.
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게임 방송사에서는 한 번씩 방문했다.
드래곤과 제국 황제의 영상이 화제가 되어 더 달아오른 듯싶었다.
물론, 우리 쪽의 일정이나 작전은 모두 비밀이라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고.
“다들 준비됐나요?”
전사 형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준비는 끝냈다. 신호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네, 아직은 대기하라고 해주세요. 일이 벌어지면 그때부터는 진짜 바쁠 겁니다.”
그러면서 다시 제 2황녀 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황녀 궁에 들어가자 마리아 가르시아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전에 이야기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 오늘… 인가요? 』
“네, 오늘이죠.”
마리아 가르시아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걸어와 눈을 맞췄다.
『 사실 오늘은 아바마마의 안식 행사가 있는 날이에요. 곧 참석해야 합니다. 』
마리아 가르시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가 죽고 난 뒤, 황제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준비된 행사.
황제의 직계를 포함한 모든 귀족이 참석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나 역시 가르시아 제국의 귀족.
당연히 내게도 참석하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집사를 통해서.
덕분에 미리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물론 난 참석을 할 것이다.
다만, 마리아 가르시아는 아니다.
“황녀님은 오늘 그 행사에 나가시면 안 됩니다.”
『 그게 무슨? 』
“하루. 제가 하자는 대로 해주시기로 했죠?”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나르샤 누나가 트리스탄을 소환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르샤 누나, 황녀님 모시고 거점으로 가주세요.”
“아예 빼돌릴 생각이네?”
“다들 황녀를 죽이려 할 테니까요. 제국 내에서는 적이 너무 많아요.”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엄연히 반역이다.
아니, 마리아 가르시아만 살아 있으면 반역은 아니지.
마리아 가르시아를 트리스탄에 태우고 나자 나르샤 누나가 트리스탄을 띄웠다.
“절대 걸리지 말고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
“맡겨둬.”
그렇게 트리스탄이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을 체크했다.
사장님, 수호 형, 최종병기 형을 비롯한 최강 길드원들 다수와 스칼렛과 이슬두잔을 포함한 달 길드, 치맥 길드원 몇몇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곧장 황궁 쪽으로 길을 나섰다.
지금 시점에서 다른 유저들은 절대 입장할 수 없지만.
우린 다르지.
남작 귀족의 권한으로 관문의 경비병들을 자연스럽게 지나 황궁 코앞까지 도달했다.
살펴보니 이미 황궁 안은 귀족들로 북적이는 중이었고.
“형, 확인 좀 해주세요.”
“잠시 대기.”
재중이 형과 전사 형이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확인하고는 돌아와 고개를 끄덕였다.
“다 참석했군요. 그럼 가죠.”
곧장 나를 따라서 황궁 건물이 아니라 옆에 있던 정원 쪽으로 들어갔다.
주변에 NPC가 없는 것을 확인하자 챠밍을 보면서 말했다.
“시작하자.”
“네!”
그리고 챠밍에게서 바로 마법이 영창 되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거대한 마법진 다섯 개가 챠밍의 아래에 겹쳐서 돌아갔다.
“마력이 부족해요.”
스킬이 시전되긴 하지만 이 마법은 풀 차징까지 마력이 꾸준히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 말에 곧장 스킬을 시전했다.
【 마력 전이! 】
“더 필요해요.”
챠밍의 말에 옆에 대기 중이던 막내별이 내게 팔을 내밀었다.
“좀 쓸게.”
그리곤 르아 카르테를 들어 막내별의 팔을 긋자 곧 마력을 흡수하면서 다시 차올랐다.
【 마력 전이! 】
막내별의 마력으로도 모자라 대기하고 있던 최강 길드, 달 길드, 치맥 길드원들의 마력도 뽑아서 챠밍에게 넘겨주었다.
시간이 지나 스킬이 풀 차징이 되자 챠밍이 다시 한 번 스킬을 시전했다.
【 트리플 캐스팅! 】
【 시간의 서! 】
시간의 서로 이전에 썼던 마법의 쿨을 다시 돌려놓자 다시 한 번 중복으로 같은 마법이 시전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마력이 부족해지자 남아 있던 모든 유저가 마력을 조달해주었다.
사실 이것 때문에 우르르 데리고 온 거였다.
부족한 마력을 끌어모으기 위해.
그렇게 두 개의 마법진이 동시에 풀 차징까지 준비가 되자 챠밍의 입이 떨어졌다.
“그럼! 가요!”
【 메테오 스트라이크! 】
【 메테오 스트라이크! 】
스킬이 시전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장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압도적으로 거대한 운석이 구름을 가르면서 제국의 황궁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두 개가 동시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떨어지는 운석들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황제 쟁탈전?
시작할 때까지 굳이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그냥 지금 다 죽여 놓고 시작하면 되잖아?
이글이글 타오르는 운석들을 보면서 씨익, 웃자 옆에서 스칼렛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악마가 따로 없네요.”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