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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77화 (470/1,404)

#477화 드래곤 슬레이어 (2)

짧은 시간에 불과했지만, 챠밍이 굉장한 임팩트를 보여주었다.

정말 많은 유저가 달라붙었음에도 누구도 드래곤을 눕히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환호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순간 유저들의 개인 영상과 BJ의 인터넷 방송, 그리고 방송사의 카메라까지 전부 챠밍을 찍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몸은 드래곤을 향해 뛰쳐나가고 있었다.

모처럼 챠밍이 만든 이 귀한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릴 순 없으니까.

앞으로도 드래곤이 저렇게 무방비 상태로 있는 상황은 정말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재중이 형, 전사 형, 이쁜소녀도 드래곤을 향해 똑같이 달려들었다.

우리가 달려드는 동안 유저들도 쓰러진 드래곤을 향해 수없이 많은 공격을 퍼부어댔다.

원거리 궁수나 마법사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퍼붓는 중이었고, 칼이나 도끼를 든 유저들은 검에 웨폰 기술을 씌운 뒤 죄다 드래곤 아래로 달라붙어 비늘을 찔러대고 있었다.

각종 이펙트로 인해 앞이 가려질 만큼 불편한 상황.

하지만 지금 그런 불평을 내뱉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드래곤 슬레이어로 조금이라도 더 딜을 넣으려면 최대한 빨리 도달해야 했다.

“먼저 갑니다.”

【 헤이스트! 】

헤이스트를 사용해 가속을 붙이자 거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만큼 각종 이펙트로 더 시야가 제한되었다.

과연 제대로 딜이 들어가는 공격이 얼마나 있을까?

“뭐, 빛 좋은 개살구지.”

옆에 달려들던 재중이 형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요.”

드래곤의 방어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대부분 대미지가 박히지 않을 거라는 생각만 들었다.

드래곤의 높은 방어 탓에 실제로 들어가는 공격은 정말 미미할 터.

실속 없이 이펙트만 화려한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드래곤의 머리 부근에 도착해서 모양새를 살폈다.

전부 다 촘촘하게 박힌 단단한 비늘로 막혀 있어서 크리티컬을 넣기 정말 애매했다.

차라리 레비아탄처럼 비늘을 날리는 공격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비늘이 사라지면 그만큼 공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지만 지금은 힘들어 보였다.

그나마 약해 보이는 곳은.

눈인가?

이미 날아오면서 수차례 눈가를 공격해보았다.

그나마 확실하게 급소라고 생각할 수 있던 부분이기도 하고.

그저 관통을 믿을 수밖에.

일단, 최대한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웨폰 기술들을 시전했다.

【 트리플 캐스팅! 】

【 포이즌 웨폰! 】

【 라이트닝 웨폰! 】

【 아쿠아 웨폰! 】

이미 드래곤을 끌어들인다고 시간의 서를 사용했기에 추가로 웨폰 기술들을 불러내지 못 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들어 올려서 드래곤의 눈을 힘껏 내려쳤다.

캬가각!

마치 쇠와 쇠가 갈리는 것 같은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다시!

카가각!

퍼걱!

두 번째 내려치는 순간.

뭔가가 깨지는 것 같은 미묘한 반응이 손을 타고 울렸다.

그리고 드래곤의 몸이 급격하게 들썩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레비아탄의 그때 그 반응과 똑같았다.

크리티컬이 들어가면서 드래곤 슬레이어의 옵션이 발동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을 때의 딱 그 느낌.

이건 확실히 통한다!

그리고 드래곤 슬레이어가 미완성이라 다소 불안했던 기분을 한 번에 날려주었다.

적어도 화력이 부족해서 못 잡는 일은 없다는 소리이기도 하고.

드래곤 슬레이어.

그리고 드래곤 슬레이어에 관통 능력을 한층 끌어올려 줄 르아 카르테와의 조합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재중이 형도 옆에서 공격을 하면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통하네. 만약 안 통했으면 바로 쨀려고 했는데.”

그 말에 슬쩍 웃으면서 다시 한 번 드래곤 슬레이어를 내려찍었다.

“흐, 안 되도 되게 해야죠.”

“그래, 그럼 진짜 제대로 해볼까?”

재중이 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드래곤이 그 거대한 덩치를 바로잡기 시작했다.

공격을 하던 유저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어어! 드래곤 일어난다!”

“못 일어나게 막아!”

“무슨 수로?!”

서로 외치면서 공격만 할 뿐.

솔직히 유저들이 드래곤을 억제할 방법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나마 챠밍의 토네이도 월 수준의 마법만 가능한 정도겠지.

“브, 브레스다! 피해!”

“……발! 너무 가깝잖아!”

“무슨 브레스를……!”

몸을 곧추세운 녀석이 입가에 차징된 브레스를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잔뜩 내뿜자, 몰려 있던 유저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빛에 휩싸여 사라져갔다.

마치 마그마를 연상시키는 시뻘건 화염 브레스가 건물과 유저들을 싹 녹이고 나자 범위 밖에 있던 유저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피하기에도 너무 늦었고.

설마 일어나자마자 브레스를 갈길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콰아아!

점프를 해서 피하기에는 브레스의 범위가 너무 넓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와 르아 카르테로 어떻게든 빗겨 쳐야 하나?

이번엔 너무 가까워서 솔직히 장담은 못 하겠는데…….

거기다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어서 마음대로 방향을 꺾지도 못한다.

그런 생각을 잠시 하는데 전사 형이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의 앞에 뛰어들었다.

“전부! 내 뒤로 서!”

전사 형이 아이기스를 앞으로 크게 들어 올리며 스킬을 시전했다.

【 라이트 웨폰! 】

【 아쿠아 아머! 】

순간 아이기스에는 환한 빛이.

전사 형의 몸 전체엔 짙은 물빛이 모여들면서 수룡갑 전체를 감싸 앉았다.

저건…….

레비아탄이 방어할 때 한 번씩 보였던 이펙트와 거의 유사했다.

“전사 뒤로!”

“네, 소녀!”

“저도 붙었어요!”

재중이 형과 나, 이쁜소녀가 전사 형의 뒤로 완전 찰싹 달라붙듯이 붙었다.

일단 믿자.

그렇게 전사 형이 방어를 하는 동안 브레스의 강렬한 화염이 전사 형의 아이기스를 녹일 듯 밀고 오는 것이 보였다.

그와 함께 전사 형의 체력이 순식간에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고.

“크윽!”

원래라면 탱커고 뭐고 할 것 없이 무조건 한 큐다.

방패로 막든 뭔 짓을 하든 상관없이 녹는다는 말이고.

최악의 상황이 아니면 이런 식으로는 막으면 안 된다.

전사 형이 본인을 희생해서 우리를 살리려는 의도로 봤는데 의외의 상황이 생겨났다.

아이기스 너머로 브레스가 전혀 넘어오지 못한 것이 첫째.

관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나?

그리고 아쿠아 아머가 드래곤 브레스의 화염을 중화시키면서 아이기스가 차마 막지 못한 화염을 꺼뜨렸다.

거기다 수룡갑의 저항 덕분에 드래곤의 화염 브레스에 낮아지던 체력도 서서히 멈춰 들었다.

그렇게 전사 형의 정면으로 넘어오던 브레스가 막히자 브레스가 곧장 다른 방향을 휩쓸면서 지나가 버렸다.

설마…….

브레스를 정면에서 버틸 수 있다고?

전사 형의 온몸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지만 온전히 브레스를 막아내었다.

개인 능력으로.

재중이 형도 이건 놀라운지 눈을 치켜세웠다.

이쁜소녀는 안도하면서 기뻐했고.

“전사 오빠 최고!”

최고라는 이쁜소녀의 칭찬에 전사 형의 입꼬리가 잔뜩 올라갔다.

“흐흐, 이 맛에 한다니까?”

브레스가 걷히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챠밍과 막내별이 급하게 뛰어와 전사 형의 체력을 채워주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니 화염 브레스가 부채꼴로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있던 모든 유저와 NPC가 그 자리에서 증발해 버렸다.

그 중앙에서 딱 전사 형을 비롯한 우리만 살아남았고.

넓은 밭이 전부 불탔는데 그 한가운데 살아남은 딱 그런 그림이려나.

레비아탄을 잡고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아마 누군가 죽어도 벌써 죽었을 것이다.

“다시 온다!”

주변의 유저가 싹 녹아버리자 자연스럽게 드래곤의 어글이 우리에게로 넘어왔다.

꼭 그런 게 아니라고 해도 내 쪽으로 넘어왔겠지만.

챠밍과 막내별이 빠르게 채워준 체력으로 전사 형이 앞으로 바로 뛰어나갔다.

【 대쉬! 】

【 징벌의 사슬! 】

누가 말하기도 전에 전사 형이 드래곤의 목에 사슬을 채워 자신에게 어글을 끌고 갔다.

드래곤이 튼실한 앞발로 전사 형을 내려치자 전사 형이 완전히 구르면서 옆으로 피해냈다.

그리고 다시 휘두르는 반대편 앞발을 아이기스를 기울여서 겨우 흘러냈고.

단순히 흘려내는 공격인데도 전사 형의 두 발이 붕 뜰 정도로 타격이 있었다.

예전이라면 엄두도 못 낼 방법이었지만…….

수룡갑이 입는 피해를 대부분 상쇄해주니까 가능해 보였다.

전사 형이 어글을 가져가 주자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바로 측면과 후방으로 돌아 들어갔다.

드래곤이 덩치가 커서 사각이 나오리라 생각하고 서로 흩어졌는데 생각 이상으로 드래곤의 공속이 빨랐다.

우리가 접근을 하려고만 하면 바로 몸을 돌려서 커다란 뒷발로 내려찍었는데 대지 전체가 들썩거리며 사방으로 지진을 일으켰다.

단순히 내려찍는 공격이 거의 수준급 광역기라니…….

광역 대미지 때문에 내려찍을 때마다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비늘이 잔뜩 감긴 거대한 꼬리를 빠르게 휘둘러서 우리를 계속 떼어놓았다.

스치기만 해도 체력이 전부 날아갈 정도.

심지어 꼬리에도 불이 붙어 지나가는 모든 장소가 불타는 장면도 연출되었고.

이미 육체적인 능력 하나만 따져도 어지간한 다른 네임드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접근이 쉽지 않네.”

“안 맞고는 더 못 들어가겠어요!”

재중이 형과 이쁜소녀 모두 난색을 표했다.

우리 방어구가 전사 형만큼 좋은 게 아니라서 잘못 스쳤다가는 그냥 죽을 수도 있었다.

역시 조금 더 기다렸어야 하나?

레비아탄을 확실히 잡고 준비가 되었다면 조금 더 타이트하게 붙을 수 있었을 텐데.

전사 형이 전방에서 혼자 버티면서 고함을 쳤다.

“오래는 못 버텨!”

“네, 알고 있어요!”

단순히 치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정확하게 크리티컬을 넣어야 드래곤을 잡을 수 있으니까.

방법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 전사 형이 의외로 잘 버티자 살아남은 유저들이 다시 드래곤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드래곤에게 접근하는 유저도 점점 많아졌고.

그렇게 유저가 다시 많아지는 순간 갑자기 드래곤이 두 날개를 크게 펼쳐냈다.

그리고 드래곤이 딛고 있는 바닥 아래로 드래곤보다 훨씬 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붉은 마법진이 생성되어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패턴이라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와 르아 카르테를 꽉 잡고 드래곤을 노려보았다.

대체 뭘 쓰려고 하는 거냐?

여차하면 빠지거나 뛰어들기 위해 자세를 낮추는데 왠지 모르게 점점 주변이 어두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유저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갑자기 어두워지는 일은…….

어둠 마법?

설마 드래곤도 악마형 몬스터처럼 비슷한 마법을 쓰는 건가?

“형, 이건?”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의 안색이 확 굳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왜 하늘을?

재중이 형뿐만 아니라 이쁜소녀, 챠밍, 막내별, 나르샤 누나까지 모두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똑같이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검게 변한 구름이 갈라지면서 거대한 뭔가가 하늘에서부터 떨어지고 있었기에.

어지간해서는 동요하지 않는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미친… 이번엔 운석이냐.”

활활 타오르는 한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거대한 운석.

그게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확실한 것 하나는 알겠네.

제국은…….

오늘 망한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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