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74화 (467/1,404)

#474화 가면 벗기기 (4)

전이문을 넘자마자 곧장 방송을 켰다.

유미 씨가 담당하는 NBS 게임 채널.

평소와 달리 특집 생방송이 나가는 중이었다.

일반 유저, 게임 BJ가 찍어 송출하는 것보다 훨씬 고-퀄리티의 영상이 방영되고 있었다.

게다가 화면 전환이나, 다양한 각도에서 비추는 영상까지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이틀 전부터 철저하게 이 순간만을 기다리며 준비를 했을 테니까.

한 명이 아닌, 수십의 인원이 가장 좋은 각도에서 가르시아 방어전 방송을 보기 좋게 보여주는데 혹하지 않을 시청자는 없다고 보면 된다.

-특집 생방송!! 드래곤의 침략! 가르시아 제국과 드래곤의 싸움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요?!

재기발랄한 유미의 방송을 보면서 재중이 형이 한껏 미소를 지었다.

“역시 상큼해. 방송이 저래야지.”

“……그건 꽤 위험한 발언인데요?”

“흠흠, 뭐 그냥 그렇다고. 이왕이면 아리따운 여자가 나와서 방송해주는 게 좋잖아. 넌 시커먼 사내가 나와서 방송해 주면 좋겠냐?”

그 말에 그냥 한숨을 쉬었다.

이 형은 원래이랬지.

“여성 유저들은 더 좋아하겠죠.”

“역시 그렇지? 그럼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자고. 우린 무조건 이 채널이다.”

“네네, 그러시겠죠.”

그렇게 둘이 이동을 하면서 방송을 시청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가려면 이동을 어느 정도는 해야 했다.

재수 없어서 제국성 내로 이동하는 경우만 아니면 된다.

뭐, 그땐 잘 도망 나가야 하려나?

이동하면서 어둠의 영역 사이로 주변의 상황을 살폈는데 딱히 위협적인 느낌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차피 오래 있을 것은 아니니까 크게 상관없겠지.

어느 정도 긴장을 풀고 유미에게 연락을 했다.

<주호> 준비 잘하셨네요.

<유미> 어머?! 주호 님! 영광이에요! 이렇게 연락을 해주시고!

연락한 일이 영광인건가.

그걸 본 재중이 형이 킥킥거리고 웃고 있었고.

“인기 최곤데? 부럽네. 저런 여자가 영광이라고 하고.”

“하, 말을 말죠.”

오히려 이쪽은 부담 백배라…….

<유미> 맙소사! 정말로 드래곤을 끌고 오셨네요. 설득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가르시아 제국까지 드래곤을 끌고 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거리가 엄청난데 무슨 수로 끌고 오냐면서 그렇게 인력을 빼줄 수 없다나. 저번에 특종을 주시지 않았으면 진짜 1도 먹히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도 필요에 의해서 빼준 건데 유미가 사용을 잘한 것 같았다.

<유미> 덕분에 진짜 특집을 내보내게 됐어요. 지금 다른 방송사에서는 부랴부랴 준비 중일 텐데 우린 이미 시청률이 잔뜩 오르고 있거든요.

<주호> 다행이네요. 이쪽이나 그쪽이나 전부.

이제 원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구도로 방송을 내보낼 수도 있을 터.

<주호> 당분간은 드래곤에게 집중해주세요.

<유미> 네, 그럼 저도 방송하러 가볼게요.

유미의 역할은 여기까지.

그리고 우리도 상황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이 방송이 필요했다.

드래곤이 제국에서 날뛰는 초유의 사태.

이미 우리와 제국 간의 싸움은 완전히 유저들의 관심에서 사라져 버렸다.

상황을 더 알기 위해 사장님께 연락을 했다.

<주호> 사장님, 그쪽은 어때요?

<카이저> 음, 방금까지 우리 쪽 거점으로 향하던 군대가 회군하고 있다.

사실 이걸 노리고 있었다.

제국에서 거점으로 병력을 보냈는데 과연 이 병력이 제국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계속 거점으로 전진을 할 것인가.

아님 회군할 것인가.

확률은 반반이라 계속 지켜봐야 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주호> 일단 다행이네요. 그리고 거점이 털렸으면 아마 화련이 울었을 거예요.

거점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는 것은 중요했다.

그냥 거점이 파괴되는 것과 가르시아 제국군에게 점령당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걸 실험하겠다고 제국군을 안방으로 들여보낼 수도 없고.

또 지금은 멀리 떨어져 나와 있기에 거점을 부숴 버릴 수도 없었다.

현재 우리 쪽에서도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고 드래곤을 끌고 온 것이다.

내 말에 사장님이 털털하게 웃으셨다.

<카이저> 그 여자가 어디 가서 울 여자는 아니지.

<주호>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요.

확실히 그런 스타일은 아니긴 하다.

복수한다고 제국을 치면 또 모를까.

아무튼 이쪽은 잘 해결이 되었나.

여기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돌아갈 구석은 유지된 셈이다.

<주호> 당분간 지켜봐 주세요.

<카이저> 알았다. 제국 쪽은 이미 한바탕했더구나. 방송에서 잘 봤다.

<주호> 이쪽도 뭐 이제 시작이죠.

<카이저> 그래, 조심하고.

그렇게 연락을 마치고 방송을 보자 드래곤은 예상대로 가르시아 제국 내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일단 제대로 어글을 유지할 인원이 없었다.

혹여나 유저들이 합심해서 어글 관리를 한다고 해도 NPC들과의 연계라는 것은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유저 따로.

방어 NPC 따로.

서로 연계를 하지 못하고 자기들 방식대로 움직이니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거기다 드래곤이 워낙 강한 것도 한몫했고.

어느 정도 약한 몬스터라면 어설픈 연계가 통했겠지만, 드래곤은 아니었다.

드래곤의 몸짓 한 번에 연계고 뭐고 할 것 없이 바로 포위가 박살이 나버렸다.

저렇게 해서는 절대 못 잡지.

애초에 제대로 된 고렙 유저들은 죄다 용의 대지에 가 있으니까.

어중이떠중이만 남아 있는 제국에서 제대로 된 레이드가 될 리가 없었다.

아니, 있다고 해도 무리겠지.

결국 이 싸움은 드래곤과 가르시아 제국 황제의 싸움이다.

그렇게 유저와 NPC들이 학살당하며 마지막 방어선까지 무너지는 순간이 왔다.

그걸 보던 재중이 형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젠 정말 못 막겠네.”

“그렇죠.”

드래곤이 가르시아 제국 시내로 들어가면서부터는 정말 드래곤의 세상이 되었다.

걸리적거리면 브레스로 날려 버리고 밟고 물어뜯고.

아주 제대로 박살이 나는구나.

제국의 한쪽이 완전히 폐허로 변해 점검이라도 해서 다시 되돌리지 않는 이상은 복구는 무리였다.

“아, 맞다. 브랜디슈 블레이드는 어떻게 됐어요?”

“그거? 전사한테 물어봐. 아마 주우러 다닌다고 개고생했을 거다.”

브랜디슈 블레이드가 튕겨져 나가면서 원래라면 회수를 해야 하는데 드래곤에게 쫓긴다고 도저히 회수할 방법이 없었다.

<주호> 회수는 어떻게 됐어요?

<방패전사> 오, 드래곤 잘 봤다. 아주 쩌는데? 어찌나 빨리 가던지 몇 자루는 못 찾았고 나머진 다 회수했다.

<주호> 고마워요.

<방패전사> 이따 나오면 넘겨줄게.

<주호> 곧 나가요.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의 서로 전이문을 불러낸 뒤,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가르시아 제국 외곽에서 우리 팀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챠밍과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막내별 모두 우릴 반겼고, 전사 형이 먼저 나와서 물었다.

“왔냐? 일단 이거 받고.”

“네, 고생하셨어요. 상황은요?”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다시 인벤에 채워 넣고는 상황을 물었다.

“뭐, 비슷해. 드래곤은 깽판 치고, 유저들은 도망가고, NPC는 녹아나고. 개판이지.”

“아직 못 들어가죠?”

“유저야 상관없는데 NPC가 반응하더라. 좀 더 확 죽어줬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역시 방송으로 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게 다 같이 앉아서 방송을 보는데 드래곤이 점점 중심부로 접근해 황제가 있을 제국 본성에 도착하자 상당수의 기사와 마법사들이 바깥에 진을 치고 나와 있었다.

그중엔 대전에서 전에 봤던 녀석들도 있었고.

흐음, 이제 진짜들이 나오는 건가?

이번에는 전하고는 완전히 양상이 달라졌다.

제국 기사라고 떠 있었는데 확실히 레벨이 높은 NPC들인지 드래곤에게 바로 죽지 않고 버티면서 철저하게 드래곤을 포위해 공격을 주도했다.

특히 검은 망토를 걸친 기사들.

공격력, 속도, 방어력.

모두 생각 이상.

거기다 궁정 마법사들이 서포트가 더해지니 어느 정도 드래곤과 붙을 수 있었다.

과연 저들이 계속 드래곤을 상대로 버틸 수 있을까?

이건 솔직히 우리도 전혀 모른다.

저 황제의 기사나 마법사들과 제대로 붙어본 적은 한 번뿐.

그것도 아주 찰나여서 적의 전력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숫자는 좀 적어 보이고.

아마 거점 때문에 몇몇이 빠진 모양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고 얼마 후.

계속되는 포위에 짜증이 났는지 갑자기 드래곤이 고개를 전방으로 브레스를 뿜어내었다.

그것도 정확히 가르시아 제국성으로.

-어멋! 가르시아 제국성이 또 날아갔어요!

유미의 한 마디.

역시 드래곤.

황제고 뭐고 없구나.

드래곤이 거침없이 제국 본성을 날려 버리고는 날개를 양쪽으로 쫙 퍼면서 크게 포효하자 몸 아래 큰 마법진이 생기더니 사방으로 불기둥을 쏘아 올렸다.

그렇게 레비아탄처럼 다수를 상대하기 위한 스킬이 터지자 기사와 마법사들이 급격하게 자리를 벗어나더니 곧 드래곤의 광역 스킬을 피해 가르시아 제국 외곽 방향으로 이동했다.

마치 무언가를 보호하기 위한 그런 움직임.

그때, 챠밍이 제국성의 무너지는 잔해 사이로 뭔가를 발견했다.

“오빠! 황제 나왔어요!”

“다 죽고 나올 줄 알았는데 꽤 발이 가볍네.”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브레스로 제국 본성을 처참한 상태로 만들어서 변수가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좋은 옷을 입고 있는 몇몇 NPC도 마찬가지로 걸어 나왔고.

저건?

전에 보이던 NPC가 아니다.

아니, 이번에 다 처음 보는 NPC들이었다.

전투를 위한 NPC는 아닌 것 같은데…….

재중이 형이 그걸 보고는 말했다.

“아마도 제국 귀족들. 우리가 찾던 녀석들이다.”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었네요.”

이번 일의 열쇠가 되어줄.

귀족 NPC들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저들이 진짜 중요하다.

전사 형이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들어갑니까?”

그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르시아 제국 내로 진입했다.

너무 늦으면 안 된다.

예상했던 그림이 나오게 되면.

분명히 큰 변화가 생길 테니까.

이미 드래곤에게 크게 당한 상황이라 별다른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제국 본성까지 달려갔다.

그렇게 우리가 도착할 때는 이미 양쪽 다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드래곤을 포위하는 기사와 마법사들.

심지어 귀족들도 휘하의 사병들을 내세워 드래곤과 싸움에 동참했다.

“흐음, 그림이 별로 마음에 안 드네요.”

“역시 그렇지?”

내 말에 재중이 형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른 NPC들하고 유저들이 몰려올 거다.”

현재 귀족들과 황제의 기사, 마법사들이 합심해서 드래곤을 막아내고 있으니까 유저들은 분명히 드래곤을 향해 공격을 할 것이다.

지금은 드래곤을 막기 위한 방어전 중이었고 어떻게든 드래곤을 밀어내기만 하면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황제를 공격할 가능성?

제로에 수렴한다.

“그럼 안 되죠. 가죠, 좋은 그림을 만들러.”

재중이 형과 눈빛을 교환하자 재중이 형이 먼저 멀리서 지휘만 하는 황제의 앞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황제의 뒤편으로 돌아 들어갔다.

“형, 지금!”

내 신호에 재중이 형이 레비아탄 스피어를 휘두르면서 곧장 스킬을 시전했다.

【 수룡탄! 】

브레스를 압축한 것 같은 수룡탄이 빠르게 날아가자 황제의 주변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재빠르게 황제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수룡탄을 몸으로 때우다시피 막아내면서 황제를 지켰다.

그렇게 황제 앞쪽으로 모든 시선이 쏠렸을 때.

“어이, 가짜 황제.”

내가 완전히 후방까지 접근해 외치자 황제가 뒤로 고개를 돌렸다.

“이만 그 가면을 벗으라고.”

【 용격! 】

드래곤 슬레이어를 휘둘려 용격을 날리자 도저히 피하지 못한 황제가 급하게 팔을 들어서 용격을 쳐냈다.

전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한 팔이 검게 변형된.

그리고 이 모습을 주변에 있던 모든 NPC들이 목격하게 되었다.

그림 좋고.

타이밍 좋고.

그와 함께 수십 개가 넘어가는 시스템 음이 동시에 울렸다.

《 NPC들의 합리적 의심이 발동됩니다. 》

《 가르시아 제국, 테인 공작이 황제의 정체를 눈치챕니다. 》

《 테인 공작이 가짜 황제와 적대 관계를 선포합니다. 》

:

《 가르시아 제국……. 》

《 가르시아 제국과 거점 신화의 적대 관계가 해제됩니다. 》

《 황제의 권한이 사라져 돌발 퀘스트가 중지됩니다. 》

《 돌발 퀘스트 : 가르시아 제국 방어전(특급). 》

- 가짜 황제를 퇴치하거나 제거.

- 퀘스트 보상.

:

왔구나!

이젠 판이 뒤집혔다.

가짜 황제!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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