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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68화 (461/1,404)

#468화 희대의 사기꾼 (2)

보통은 이런 유일 템을 가지게 되면 습득 경로나 방법, 스펙 같은 건 모두 비밀로 하는 편이다.

알려줘서 좋을 게 하나도 없기도 하고.

그래서 어느 정도는 안심하고 있었다.

다른 서버에서 누군가 르아 카르테나 혹은 그 수준의 유일 템을 습득하더라도 굳이 나서서 모두 까발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 여자는 완전히 예상을 벗어나 버렸다.

보란 듯 무기의 스펙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커뮤니티, 방송할 것 없이 르아 카르테를 알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 결과 2서버 르반테는 완전히 폭풍의 핵으로 올라섰다.

2서버에 대기자 명단이 생길 정도의 관심.

그렇게 모든 유저들의 관심이 이 르아 카르테 하나에만 집중되어 있어 다른 이슈가 전부 묻혀 버렸다.

“먹튀 길마라고?”

전사 형이 날 보면서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갑자기 나온 말이라 나도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런데 정말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저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웃음.

신난 것 같은, 웃음을 못 참는데 꾹 눌러 참으면서 즐기는 그런 표정.

눈썰미가 좋은 재중이 형조차 고개를 저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

그것도 그럴 것이 전부 다 바꿨다.

눈매며 헤어스타일, 얼굴 윤곽 등.

바꿀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전부.

그런데도 내겐 전에 봤던 그 사람이 겹쳐 보인다.

“그냥 느낌이 그래요.”

전사 형이 전혀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난 잘 모르겠는데 정말 그 여자면 진짜 나긴 낫네. 그나저나 언제 저기로 가서 르아 카르테를 습득한 거지?”

1서버에서 유적지를 통째로 팔아먹고 2서버에서 다시 시작했는데 남들보다 앞서나가서 르아 카르테를 먹었다.

이건 엄청난 노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다.

아니, 굉장한 수준이라고 봐야지.

재중이 형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유적지를 판 돈이 엄청나잖아. 그걸 자본으로 하면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은데? 거기다… 전처럼 다른 유저들을 꼬드겨서 좀 갈아 넣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흐음.

재중이 형의 말을 듣고 보니 아주 불가능한 미션은 아닌 것 같았다.

예전에 유적지를 먹었을 때처럼 가면을 쓰고 선한 척하다가 마지막에 뒤통수를 친다면?

정확한 방법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르아 카르테를 먹었다면 이야기는 된다.

재중이 형도 BJ의 영상을 보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직 이 순간을 위해서 그렇게 광고를 한 건가?”

르아 카르테를 실전에서 쓰는 것이 아닌.

경매로 돈을 버는 목적.

그것도 최대한으로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일단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딱 그것 하나만을 생각하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들이 무리는 아니었다.

좀 과도할 정도의 홍보와 방송.

단순히 인지도나 자기 과시를 위해서 광고를 하고 홍보를 한다고 예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경매를 위한 포석이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무기 흡수 옵션을 보여준 것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고.

무기의 세부적인 옵션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당장 내가 들고 있는 르아 카르테만 봐도 엄청 실용적이었다.

거기다 추가 성장 가능성까지.

이렇게 확실한 메리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돈 많은 유저들이 알아서 보따리를 풀고 찾아오게 될 것이다.

딱 하나밖에 없다는 프리미엄도 한몫하고.

지금 당장 내 쪽도 너무 많은 관심 때문에 피곤할 지경이라…….

“귓속말 차단했어요.”

르아 카르테를 사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재중이 형도 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르아 카르테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나면 산다는 소리는 쏙 들어갈 텐데 말이야.”

제중이 형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일단, 초기 형태의 르아 카르테는 옵션이 두 개만 열려 있다.

옵션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다른 말로 하면 같은 시기에 얻을 수 있는 다른 무기에 비해 옵션이 한 개 적다.

그렇다고 무기 공격력이 좋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그냥 흡수한 무기의 공격력 이상은 낼 수가 없었다.

초기 상태로 쓰게 되면 계륵이나 마찬가지.

물론,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그런 초기 단점을 무시할 만 하겠지만…….

“저 여자 분명히 전부 다 알고 있을걸요?”

“아아, 알고 있겠지. 그리고 원래라면 팔 생각이 전혀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장장이를 만나보고 바로 생각이 변했을걸?”

르아 카르테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드워프 왕을 찾아야 한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한다고 치자.

그런데 문제는 성장을 시키기 위해 잡아야 하는 몬스터에 있었다.

악마형 케르베로스.

고르곤.

레비아탄.

드래곤.

하나 같이 손댈 수 없는 미친 등급의 네임드.

아마 잡아야 하는 몬스터 목록을 보고는 기겁하지 않았을까?

악마형 케르베로스까진 어떻게 한다고 해도…….

고르곤은 보이지 않는 암흑 지대에 들어가서 싸워야 하고 레비아탄은 드래곤 슬레이어가 없으면 꿈도 꾸지 못한다.

누구보다 우리가 제일 잘 안다.

드래곤을 제외한 다른 놈들을 몇 번씩 상대해봤으니까.

르아 카르테의 성장?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럼 결론적으로 지금 저 먹튀 길마가 파는 물건은 깡통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풀옵인지 알고 산 차가 알고 봤더니 옵션이 다 빠진 깡통이라면 느낌이 어떨까?

거기다 한 번이라도 죽으면 게임 오버.

“막아야 할까요?”

누군지 몰라도 저걸 사는 사람은 사기를 당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피식 웃었다.

“굳이 힘들게 왜 막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얼마나 값어치가 되는지 한 번 구경이나 해보자고. 그리고 다른 서버의 문제까지 참견할 정도로 오지랖이 넓진 않아서.”

틀린 말은 아니라서 할 말이 없네.

그렇게 경매가 진행되는 것을 구경했다.

-르아 카르테는 이 서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아이템이죠. 지존을 꿈꾸신다면 딱 맞는 무기 아닐까요?

지존이라…….

지존이 되기 전에 알거지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

먹튀 길마가 교묘한 말로 유저들을 현혹시키면서 경매의 흥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시작된 유일 템 경매는 정말 불꽃 튀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해가면서 가격이 계속 올라갔다.

“2서버도 돈 많은 사람이 많네요.”

“오픈할 때 똑같이 열렸으니까. 이쪽만큼이나 저쪽도 자금이 널널할 걸?”

불붙은 경매가 어느 순간이 되자 잠잠해지더니 몇몇 사람만이 남아서 경매를 이어갔다.

전사 형이 그 사람들을 보고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아는 사람들이에요?”

“그건 아니고, 저쪽 2서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연합 세 개가 그대로 남았어. 불꽃 튀겠는데? 저들 입장에서는 르아 카르테를 잡느냐 못 잡느냐가 정말 중요할 거다. 각 연합의 에이스한테 주면 다른 쪽을 찍어 누를 수도 있으니까. 그만큼 사활을 거는 중이고.”

“흐음, 한쪽은 몰락하겠네요.”

사는 쪽이 몰락하겠지, 아마.

연합에서 실컷 밀어줬는데 깡통을 사면…….

그러는 사이 경매는 끝을 향해 달려갔다.

누가 봐도 진땀 나는 돈이 오가는 사이 결국 한 연합의 유저가 승자가 되어 환호성을 질렀다.

-낙찰입니다!

막상 낙찰되는 것을 보자 기대했던 것보다는 좀 모자란 느낌이 들었다.

요즘 먹는 돈의 단위가 커져서 그런지 이것도 굉장히 적다고 느껴졌다.

“예상했던 그 수치는 넘지 못하네요.”

그렇다고 엄청 모자란다고 말하기 애매한 딱 그런 수준.

“뭐, 아무리 템이 비싸도 노강으로 넘긴 힘들지. 단 하나밖에 없다는 프리미엄이 안 붙었으면 저 가격도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럼 이건 값어치가 얼마나 될까요?”

내가 들고 있는 14강 르아 카르테가 갑자기 굉장히 무겁게 느껴졌다.

“그건 측정 불가. 부르는 게 값이려나…….”

흡수 시킨 네임드 무기만 몇 개며, 들어간 강화석만 해도 값어치가 엄청났다.

그냥 재중이 형 말대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살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들 만큼.

일단 노강 값어치를 알아낸 정도면 됐나?

먹튀 길마 같은 사람이 아니었으면 이런 경매 자체가 일어나지도 않았을 터.

원하는 것을 알게 되자 그대로 방송을 꺼버렸다.

딱 그 정도 수준의 관심이었으니까.

누가 얼마를 얻어내든 얼마를 잃어버렸든 그건 이제 관심 밖이었다.

그렇게 방송을 끄고 각자 원하는 형식의 레이아탄 아이템을 하나씩 골라서 제작을 걸어놓고 드워프 지하 왕국을 나왔다.

제작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관계로 일단 가르시아 제국부터 들리기 위해.

레비아탄을 잡으면서 이쪽에 받을 보상이 있었다.

“한 번에 뚝딱 해주면 얼마나 편할까.”

“그러게요.”

그렇게 거점으로 귀환을 했는데 우리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

그것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내가 들고 있는 르아 카르테로 가 있었다.

“저게 그 무기야? 르아 카르테?”

“와, 저 정도라고 저게?”

“아니지, 저건 14강이잖아. 수십억 할걸?”

“어우, 진짜 좋아 보인다.”

“난 언제 한 번 저걸 들어보나.”

“저 무기는 드래곤 슬레이어지?”

“대체 저건 얼말까?”

“부럽다아.”

웅성거림을 넘어 폭발적인 반응.

그간 보여주던 반응과는 사뭇 달랐다.

곧장 무기를 인벤에 넣어버리자 웅성거림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이미 주목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면서 우리가 가는 길을 쭉 따라오는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후, 이거 좀 난감하네요.”

유명 연예인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이젠 서버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하나?

그동안은 ‘랭킹 1위가 지나간다.’라면, 지금은 ‘정말 비싼 사람이 지나간다.’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우리 서버에서 르아 카르테가 14강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사람들을 피해 우여곡절 끝에 거점을 나와 제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제국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몰려드는 인파에 바로 인상을 쓰려다가 재중이 형이 옆구리를 쿡 찌르자 바로 한숨을 쉬었다.

“피곤하네요.”

“크큭,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고.”

유명해진 정도를 떠나서 이젠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 정도라…….

먹튀 길마 때문에 정말 피곤해졌는데?

그냥 확 훼방을 놓을 걸 그랬나.

그렇게 인파를 제치고 겨우 제국성 내로 들어섰다.

여기서부터는 못 따라 들어오니까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나 말고도 우리 팀도 질린 표정을 지어 보였고.

“하루 이틀 지나면 잠잠해질 거다.”

“그러길 바래야죠. 이대론 사냥도 못 가겠어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국성 내의 대전으로 들어가자 이번엔 NPC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저들이 레비아탄을……. 』

『 바다의 왕을 정말 무찔렀단 말인가? 』

……미치겠네.

오늘 정말 왜 이려나.

사람이고 NPC고 할 것 없이 가는 곳마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전사 형이 그걸 보고는 말했다.

“NPC들이 다 알게 된다고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거의 영웅 보듯 보는데요?”

“여기서 드래곤만 잡아주면 엎고 다니겠는데?”

재중이 형의 말에 다들 웃어버렸다.

《 제국 경비병 D와의 우호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

《 제국 경비병 E와의 우호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

앞을 지나가는데 자동으로 우호도가 상승했다는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이런 건 좋네.

앞으로 만나는 대부분의 NPC와 기본적인 우호도가 좋다고 보면 되니까.

이건 엄청난 이득이었다.

그렇게 좀 더 들어가자 로가슈 왕성과 마찬가지의 커다란 대전이 우리를 반겼다.

로가슈 왕성과 다른 점은 대전까지 가는 길에 수많은 기사가 양옆으로 쭉 정렬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제국의 황제로 보이는 사람과 좌우로도 역시 여러 특색 있는 NPC들이 쭉 서 있었다.

규모가 다르다 이건가.

황제를 바라보는데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의 착 가라앉은 기품과 위엄 같은 것이 절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잠시 황제와 눈을 마주치자 옆에 있던 NPC가 일갈을 했다.

『 예를 갖춰라. 』

순간 굉장한 압력이 몸 전체를 누르기 시작했다.

이건 대체 뭐지?

마법인가?

마치 뭔가가 위에서부터 내리누르듯 매섭게 전신을 누르자 몸이 후들거렸다.

중력을 한참 올려놓으면 이런 느낌일지도.

나 말고도 우리 팀 전부 영향권에 들어가는지 다들 악을 쓰면서 버티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면 쓰러진다.

억지로 버티면서 황제를 노려보자 곧 황제가 피식 웃더니 손을 들어 올렸다.

그걸 본 NPC가 마법을 걷어 들이자 겨우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 훌륭하다. 역시 레비아탄을 잡은 자들인가. 』

지금 우릴 시험한 건가?

손짓 한 번으로?

그렇게 황제를 바라보는데 유독 황제가 내 쪽만을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

뭔가를 계속 살피듯.

그 뒤 황제의 나른하게 이어지는 말에 흠칫 소름이 돋았다.

『 그리고 그대가 르아 카르테의 주인이렸다? 』

그 순간 갑자기 기억이 났다.

드워프의 왕의 당부했던.

절대 르아 카르테를 황제에게 보여주지 말라고 했던 그 말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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