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화 무한의 마력 (1)
전사 형이 놀란 눈으로 내게 물었다.
“레비아탄?”
“네, 레비아탄요.”
“가능할까?”
그 의아함 가득 담긴 눈빛에 그저 웃었다.
아무리 르아 카르테를 업그레이드했다고 해도 무기 공격력이 좀 더 올라가고 그저 검이 날아다닐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단순히 이런 변화만을 보고 레비아탄을 잡자는 이야긴 그저 미친 소리로 들릴 것이다.
“한 가지 확인만 해보면요.”
“음? 어떤 거?”
“별로 어렵진 않아요. 지금 바로 해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전사 형의 도움을 받아 연습을 시작했는데, 이것을 본 우리 팀은 넋 빠진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개, 개사기……!”
“말도 안 돼.”
“헐!”
“정말 이래도 돼요?”
“대박 사건!”
전사 형, 나르샤 누나, 챠밍, 이쁜소녀, 막내별의 감탄 아닌 감탄을 듣고는 미소 지었다.
나도 안다.
이게 정말 사기라는 것을.
옵션을 제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 무기 능력을 활용하면 얼마나 미친 무기가 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고.
재중이 형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휴, 르아 카르테 한 자루 더 못 구하냐?”
“다른 서버로 가시면 됩니다.”
“됐고. 그래도 준비는 좀 필요하겠는데?”
재중이 형 말대로 르아 카르테만 있다고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많은 수의 뭔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그걸 준비할 시간이고.
“그럼, 가보죠? 레비아탄을 쓰러뜨릴 준비를 하러.”
* * * * *
거점 방어전의 보상은 미리 지정한 대로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분배가 되었다.
레비아탄의 비늘, 레서 드래곤 펫, 종류별로 준비한 브랜디슈 무기, 아이기스 방패…….
우리 팀을 포함한 최강, 달, 치맥 길드는 여차하면 나서야 하는 바람에 방어전 참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보상은 누군지 모를 다수에게 넘어가 게시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막상 붙어보니까 드래곤 진짜 크더라.
-드래곤 상대로 진짜 버틸 줄은 몰랐는데?
-ㅇㅇ. 중간에 몇 번 무너질 뻔.
-쪽수가 진짜 대박.
-조건이 좋았지. 어떻게든 대미지만 주면 됐잖아.
-우린 레서 드래곤 득!!
-우리 길드도 꼽사리 껴서 먹음. 진짜 개 멋있음. 속도 장난 아니고. 다른 탈것들 따라오지도 못함.
-난 브랜디슈 블레이드. 이런 무기가 있으니까 사냥이 되지. 드레이크가 살살 녹더라.
-브랜디슈 롱보우도. 얼마나 잘 박히는지 안 써본 사람은 절대 모름.
-아이기스가 진짜 대박이지. 이거 들고 있으면 드레이크하고 정면에서 붙어도 됨.
-그런데 레비아탄 비늘은 누가 먹었냐? 왜 말이 없지?
-순위가 없으니 누가 먹은 줄 알 수가 있나.
-주호 애들이 먹은 거 아님?
-ㄴㄴ. 아닌 듯. 걔들 계속 거점에 남아 있더라. 아예 참가도 안 함.
-자랑할 법도 한데…….
-이 정도 아이템을 보상으로 건 신화 길드는 대체 얼마나 앞서 있는 거야?
-모르긴 해도 저런 아이템 도배하고 있으면 절대 덤비면 안 될 듯.
유저가 만들어낸 최초의 거점 방어전.
그것도 드래곤을 상대로 한 거점 방어전은 시작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다수의 매체에서 방송할 정도로 인기를 불러 모았다.
드래곤만큼이나 내건 아이템들도 화제를 몰고 다녔다.
게시판에 하나둘 주인들이 드러나면서 더 그랬고.
그리고 솔직히 재중이 형이 참가만 했다면 레비아탄의 비늘을 회수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들고 있는 무기부터 대미지량이 차이 나는데 컨트롤까지 좋으니 다른 사람들은 이길 수가 없다.
그걸 아쉬워했더니 재중이 형이 웃어 보였다.
“뭐, 한 개 정도로는 표도 안 나니까 괜찮겠지, 그리고 우리가 행사를 열고 우리가 가져와 버리면 모양새가 안 나잖아.”
“그럼 누가 가져간 걸까요?”
시스템상 우리도 누가 가져갔는지는 모른다.
보상을 받은 사람이 알리지 않는 이상은.
“나중에 들고 나타나겠지. 어차피 가져갈 놈들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금방 알게 될 거다.”
그러다 재중이 형이 갑자기 킥킥 웃었다.
“그리고 어차피 자랑도 못 할걸? 레비아탄 비늘 그거 드워프 왕만 제작 가능하잖아. 그냥 관상용이지.”
그 말에 다들 웃어버렸다.
우리가 레비아탄 비늘을 그냥 내보인 가장 큰 이유.
어차피 가지고 있어도 제작을 못 한다.
드워프의 왕을 통해서 제작이 가능한데 드워프의 왕을 찾아내는 것도 문제지만 만난다고 해도 해줄지도 의문이고.
드워프 왕과의 친밀도를 쌓고, 레비아탄을 사냥할 정도는 되어야 가질 수 있는 템.
아직까지 레비아탄 등급의 템은 유저들에게는 너무 앞서나간 아이템이다.
다만 우리는 다르지.
적어도 레비아탄의 비늘을 뗄 정도의 스펙은 만들었다.
그리고 드워프의 왕과의 친밀도도 충분하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레비아탄 레이드를 차곡차곡 준비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수정을 모으는 일.
현재 탈 수 있는 몹은 두 가지가 있었다.
드레이크.
레서 드래곤.
그중 드레이크의 봉인 수정은 우리 팀 모두 무기에 박아서 쓰는 중이었다.
『 드레이크 봉인 수정 / 크리티컬 확률 10% 』
특히 용의 대지가 현재 존재하는 사냥터 중에서는 굉장히 높은 등급의 사냥터니까.
거기다 엘리트쯤 되니까 올려주는 확률도 엄청나게 올라갔다.
기존의 수정을 확 뛰어넘는 이 수정은 굉장히 높은 값어치를 가졌다.
시장에 내다 팔면 아마 개떼처럼 사람이 몰려들지 않으려나?
물론, 내 쪽은 크리티컬 대미지가 나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크리티컬 확률이 필요 없는 내겐 그다지 의미가 없어서 아예 고려를 안 한 수정이기도 하고.
그리고 다른 탈것.
레서 드래곤.
이쪽은 수정이 내 구미에 더 맞아 들어갔다.
『 레서 드래곤 봉인 수정 / 관통 확률 10% 』
특정 드래곤 대상으로만 관통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 아닌 모든 개체를 대상으로 관통 확률이 올라가는 이 옵션은 진짜 제대로 된 값어치가 있었다.
다른 사냥터를 가더라도 계속 쓸 수 있는 최적의 옵션.
그리고 이 옵션은 내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르아 카르테의 관통 확률 30%.
드래곤 슬레이어의 드래곤 대상 관통 확률 50%
그리고 각각 수정을 박으면 관통 확률이 20%가 올라간다.
다른 말로.
드래곤 상대로는 관통 확률이 100%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걸 본 전사 형은 부럽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어우야. 진짜 나도 무기 두 개 들까? 관통 100%면 그냥 방어구 벗겨놓고 패는 정도일 텐데…….”
“전사 형은 방패 드셔야죠.”
“휴, 진짜 아쉽다.”
그런 부러움을 사면서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의 수정 작업을 마쳤다.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은 두 옵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중이었다.
두 옵션 다 좋은데 굳이 하나를 꼽자면 관통이 체감상 훨씬 좋은 옵션이었다.
레서 드래곤이 더 높은 등급의 탈것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무기.
우리가 하려는 일에는 정말 많은 무기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 용맥에 가서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브랜디슈 제작 재료를 긁어모았다.
“누가 보면 강화하려고 모으는지 알겠어.”
재중이 형이 씨익 웃으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초토화.
특히 브랜디슈 블레이드가 나오는 장소는 싹쓸이하다시피 쓸어버렸다.
바닥에 제작 재료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고.
제작 재료의 드랍률이 낮다면 답은 하나다.
정말 많이 잡으면 된다.
아직까진 유저들이 진출을 하지 못해 우리만 널널하게 쓰는 사냥터의 이점을 최대한 많이 살렸다.
그렇게 사냥을 하다 보니 점점 용맥을 기웃거리는 유저들이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생각보다 빠르네요.”
“아무래도 브랜디슈 무기와 아이기스를 얻었으니까.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드레이크보다는 이쪽이 효율이 나온다고 판단했겠지.”
가장 외곽에서부터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느새 자리를 잡고 사냥을 하는 것이 보였다.
물론.
미친 듯 날아다니는 브랜디슈를 상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거기다 오래 상대하고 있으면 다른 브랜디슈가 같이 칼질을 해버리니 유저들이 다시 바깥쪽으로 밀려나길 반복했다.
우리처럼 땅에 처박는다는 엽기적인 발상을 하는 유저들은 없는지 굉장히 고생하는 모습이었다.
“적응되면 조금씩 더 들어오겠지. 앞으로 바쁘겠네.”
전사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르아 카르테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물량을 푼 것이 이렇게 돌아왔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만큼 더 앞서나가면 그만.
그렇게 며칠간 사냥을 하다 보니 어느새 레벨도 한계치까지 올라갔다.
121레벨.
물론, 개체가 적은 문제가 있었지만, 최상의 사냥터에서 원하는 만큼 충분히 사냥을 했으니까.
그리고 어느 수준을 넘어가자 레벨을 올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슬슬 여기서 떠야겠네요.”
“아아, 그래.”
재중이 형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을 바라봤다.
현재 최강 길드, 달 길드, 치맥 길드가 우리 주변까지 진출해 사냥하는 중이었고, 그 밖에 여러 길드에서 각자 자리를 잡고 사냥을 시도하고 있었다.
쪽수가 무서운 것은 어떻게든 드레이크를 잡아내서 제작 재료를 풀어냈고, 그걸 돈 많은 유저가 사들여서 최상의 스펙을 꾸몄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점점 사냥터를 올리더니 결국 용맥까지 올라왔다.
아직 용의 둥지까진 진출하진 못 했지만 그곳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들어차게 될 것이다.
“자, 준비는 이만하면 됐고. 슬슬 가볼까?”
그동안 모아두었던 제작 재료를 모두 싸 들고 드워프의 왕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걸 전부 무기로 바꾸기 시작했다.
《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제작했습니다. 》
《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제작했습니다. 》
:
《 드워프의 왕 카르바할과의 친밀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
《 드워프의 왕 카르바할과의 친밀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
:
굳이 거점의 대장장이를 거치지 않고 드워프의 왕을 찾아온 것은 친밀도를 올리기 위함이었다.
패치 내용에 카르바할이 죽어서 다시 부활하더라도 친밀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되어 있었으니까.
계속 맡기다 보면 결국 최고치에 닫겠지.
이쪽도 해결되었고.
문제는 준비한 것들을 모두 인벤에 넣었더니…….
《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이동에 제약이 생깁니다. 》
이런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정말 사냥 마지막에 드랍템을 꾹꾹 눌러 담을 때나 나오는 그런 메시지가 시작도 전에 뜨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레비아탄을 잡기 위해선 이 정도까지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재중이 형에게 무기의 반을 넘겨주고서야 움직임이 가능했다.
그리고 각 브랜디슈 블레이드에 수정 작업을 시작했다.
숫자가 많다 보니 어떤 것은 드레이크 수정을 박고 다른 것은 레서 드래곤의 수정을 박아 넣는 작업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는 끝.
여기까지 준비하는 데 오래 걸렸지만 앞으로 할 것을 생각해보면 이것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휴, 잘 되겠지.
“그럼 가보죠?”
* * * * *
베록을 타고 갈 때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는데 레비아탄을 발견한 뒤 썬더볼트에 옮겨 타자마자 바로 문제가 생겼다.
《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탈것의 속도가 저하됩니다. 》
결국 아이템을 이리저리 나누고 난 뒤 다시 재중이 형의 썬더볼트에 같이 올라탔다.
“생각보다 제약이 많네요. 사람들은 불편해서 어떻게 하나 몰라요.”
“이런 엽기적인 일을 벌이는 놈은 아예 없을 테니까.”
엽기적이라…….
그 말에 같이 웃어버렸다.
먼저 전사 형과 이쁜소녀가 레서 드래곤을 타고 날아가 레비아탄의 주위를 끌었다.
“시작할게요.”
바로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르아 카르테를 들어 올려.
【 비검! 】
비검을 시전하자 바로 허공에 둥둥 떠오른 르아 카르테.
“가라!”
손을 휘둘러 르아 카르테를 쏘아내자 레비아탄의 목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리고 비늘 사이의 틈을 파고들면서 곧장 깊게 박혀 들어갔다.
퍼억!
키에엑!
역시 관통 확률.
동시에 박혀 있는 르아 카르테가 특이한 변화를 일으켰다.
바로 검신 전체가 푸른빛으로 가득 물들어갔다.
그와 함께 비검을 사용해 잠시 떨어졌던 내 마력 수치가 급격하게 차올랐고.
“역시 되네요.”
“크큭, 좋아. 제대로 해보자.”
【 비검! 】
【 비검! 】
:
인벤에 있던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모두 꺼내 들어 비검으로 올린 뒤 재중이 형에게 남아 있는 무기도 모두 받아 허공으로 올렸다.
이러면 단순히 소환하는 것만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마력을 소모할 테지만 오히려 마력이 계속 출렁거리면서 차오르기 시작했다.
레비아탄.
네임드 중의 네임드.
아마 마력량이 어마어마하겠지.
만약, 그런 레비아탄에게 르아 카르테를 날려서 박아놓으면 어떻게 될까?
비검으로 박아 놓은 르아 카르테를 통해 마력 흡수로 끊임없이 마력이 공급된다면?
무한의 마력.
그건 곧 비검 수십 자루를 동시에 운용할 힘을 만들어 줄 것이라 예상했다.
내 뒤에 떠 있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브랜디슈 블레이드가 그것을 잘 보여주는 중이고.
레비아탄을 노려보면서 씨익 웃었다.
“오늘, 레비아탄은 여기서 죽습니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