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1화 난관 (3)
곧장 팀원들과 헤어져 드워프 지하 왕국을 향해 썬더볼트를 타고 이동했다.
거점 방어전의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이 방어전은 결국 드워프 지하 왕국의 돌발 퀘스트를 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주호> 어때요?
<불멸> 생각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어설픈 어중이떠중이들만 모였을 때 하고는 완전히 다르지.
확실히 가시적인 보상이 걸려 있어서 그런지 진짜 제대로 된 전력이 구축되고 있는 것 같았다.
<주호>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불멸> 너무 부담 가지지 마. 어차피 한 번은 해야 할 일이었어.
<주호> 알고 있어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르아 카르테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언제가 되었든 한 번은 이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드워프의 왕을 만나려면.
출혈이 나더라도 방법을 만들 수밖에.
<주호> 이제 도착했어요. 시작합니다.
<불멸> 그래, 시작하자.
드워프 지하 왕국 입구에 내려서 주변을 살피자 곧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돌발 퀘스트 : 드워프 지하 왕국 수복. 》
- 드래곤을 퇴치하거나 제거해 드워프 지하 왕국을 재건.
- 퀘스트 보상
:
《 돌발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
돌발 퀘스트 메시지가 뜨자 손을 올려 바로 YES를 선택했다.
《 돌발 퀘스트가 활성화되었습니다. 》
그리고 곧장 거점 시스템을 열어 방어전 시스템까지도 활성화시켰다.
《 거점 『 신화 』 방어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
《 설정한 조건에 따라 방어전이 진행됩니다. 》
조건을 별다를 것이 없었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조건.
바로 거점을 두 시간 동안 지킬 것.
그리고 그동안 드래곤에게 타격을 많이 입힌 유저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룰이다.
누가 몇 번을 죽든.
그건 전혀 상관이 없다.
죽고 난 뒤, 거점에서 살아나 다시 달려들어도 무방하다.
목표는 하나.
오직 드래곤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만이 중요할 뿐.
나머지는 유저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우린 그 과정 끝에 과실만 따면 된다.
이 끝에 어떤 결론이 있을진 해봐야 아는 일이고.
돌발 퀘스트와 함께 거점 방어전이 활성화되자 채팅창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오오, 드디어 시작한다.
-내가 이런 것 때문에 서버를 옮겼지, 캬아!
-죽는 건 상관없지?
-상관없음. 무조건 많이 치면 됨.
-레비아탄 비늘은 내가 가져간다.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꿈도 꾸지 마라.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채팅창이 너무 빨리 올라가서 글을 다 살펴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만큼 참여한 유저가 많다는 말이기도 하고.
드래곤이 한 번이라도 잡혀서 오버가 된다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은 순정 상태의 드래곤이었다.
유저가 죽는다고 레벨이 올라가는 건 아니니까.
그럼, 이쪽의 쪽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도움이 될 것이다.
드래곤과 다르게 이쪽은 좀비처럼 다시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주호> 활성화 시켰어요. 전 자리를 피합니다.
<불멸> 그래, 일단 드래곤이 그쪽으로 먼저 갈 거니까.
아니나 다를까.
재중이 형과 귓속말을 주고받는 사이 산맥 너머에서 괴성이 울려 퍼졌다.
전에도 들었던 드래곤 특유의 피어.
산맥과 대지를 울리는 그 피어에 채팅창이 다시 한 번 요동쳤다.
드래곤의 최우선 목표가 이곳 드워프 지하 왕국인지 거점인지는 전에 분명히 확인했다.
이미 한 번 겪어본 일이기도 하고.
먼저 이곳을 들리고 난 뒤, 거점을 파괴하러 가겠지.
잠시 피해 있을 필요가 있었다.
드워프 지하 왕국에서 조금 먼 곳에서 숨어서 기다리자 곧 거대한 드래곤이 드워프 지하 왕국 상공으로 날아와 빙글빙글 돌았다.
역시.
이쪽이 우선순위.
판단이 틀리지 않았어.
만약, 돌발 퀘스트를 열자마자 바로 드워프 지하 왕국의 아래로 내려갔다면 내 쪽이 공격을 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잠시 공중을 날아다니던 드래곤은 공격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곧장 거점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지금.
최대한 빠르게.
단 1초라도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 헤이스트! 】
【 대쉬! 】
몸에 바로 가속을 붙여서 드워프 지하 왕국을 향해 날듯 뛰어들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속이 붙어 빠르게 드워프 지하 왕국으로 도착하자 중앙에 있는 뻥 뚫려 있는 큰 홀이 보였다.
드래곤 브레스 덕분에 뚫려 버린 그 공간.
지하 최하층까지 쭉 뚫려 있는 그 홀을 향해 아예 몸을 날렸다.
“하앗!”
수십 미터가 넘게 뻥 뚫려 있는 허공을 점프해서 뛰어드는 기분이란…….
단 1초를 아끼기 위해 걸어 내려가는 것은 이미 포기한 상황.
엄청난 속도로 낙하하는 것을 몸이 느끼기 무섭게 바로 인벤에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드워프 지하 왕국 안에서는 공중 탈것이 소환이 되지 않으니까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방법.
빠르게 낙하하는 도중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내 아래쪽을 향해 최대한의 힘으로 집어 던졌다.
【 비검! 】
비검을 쓰자 공중에서 브랜디슈가 잠시나마 멈추는 것이 보였다.
저걸 밟고!
낙하하는 몸을 뒤집어서 바로 브랜디슈의 날을 발로 밟았다.
순간 발목과 다리가 충격에 뒤틀리면서 몸이 휘청거렸다.
대미지 역시 엄청나게 오는지 체력이 확 깎였고.
낙하하는 힘이 조금이나마 줄어들면서 가속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지만, 브랜디슈 하나만으로는 가속을 거의 줄어들지 않아 계속 몸이 떨어져 내렸다.
【 비검! 】
【 비검! 】
:
계속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공중에 던져 가면서 낙하 속도를 줄였지만 최하층이 벌써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칫.
남은 것은 몸으로 때우는 것뿐인가.
【 반월참! 】
바로 르아 카르테를 꺼내서 바닥을 향해 반월참을 날렸다.
콰앙!
그렇게 반월참이 터지면서 그 폭발의 여파가 낙하하는 내 몸을 덮쳐 갔다.
“크윽!”
반월참의 폭발이 쿠션처럼 내 몸을 받치는 순간 몸이 튕겨 나가며 눈앞에 하얗게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몇 번이나 바닥에 튕겨 나가듯 구르면서 겨우 지상에 착지할 수 있었다.
바닥에 제멋대로 굴러 완전히 먼지를 뒤집어쓴 채 엉망이 된 몸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큭, 살긴 했네.”
일분일초라도 아끼기 위해 백여 미터가 넘는 거리를 그냥 떨어져 내렸더니 몸이 바로 엉망이 되어 버렸다.
겨우 몸을 일으키려는데 익숙한 실루엣이 멀리 보였다.
“드워프의 왕…….”
역시.
살아 있었어.
혹시라도 드워프의 왕이 없었다면 드래곤이고 뭐고 그냥 다 때려치우려고 했는데 예상이 들어맞아서 다행이다.
『 오랜만이군. 우리 드워프 왕국을 재건……. 』
“시간이 없으니까, 과정 생략. 스킵.”
드워프의 왕의 말을 다 들어주기엔 지금의 내 노력이 너무 아깝지.
스킵을 하자 중간 내용이 싹 생략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무슨 말을 할지는 나중에 들어봐도 되는 일이니까.
“이거 바로 되나요?”
르아 카르테와 레비아탄의 비늘을 동시에 보이자 드워프의 왕에게서 바로 반응이 나왔다.
『 따라오게. 』
그리곤 전에 닫혀 있던 문을 열어 바로 용맥으로 들어가더니 내게 르아 카르테와 레비아탄의 비늘을 받고 작업을 시작했다.
시간을 잡아먹지 않아서 다행이네.
뭔가 복잡한 절차가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 여기 각인 작업을 하도록. 』
피를 흘려 넣는 각인 작업을 하고 난 뒤 곧장 재중이 형에게 연락했다.
시간을 확실히 잘 재야 하니까.
<주호> 여기 시작했어요.
<불멸> 벌써? 아직 드래곤이 오지도 않았는데?
<주호> 그냥 중앙 홀을 뛰어내렸거든요.
<불멸> 크큭, 아 미친 새끼 진짜. 거기가 얼마나 높은데 뛰어내려.
<주호> 급하니 다 되더라고요. 그럼 시간 좀 벌었죠?
<불멸> 오케이, 그럼 이쪽만 잘하면 되네. 안 그래도 이번엔 유저들이 아예 거점 밖으로 우르르 나가서 대기 중이다.
<주호> 네?
<불멸> 한 대라도 더 패려고 아예 드래곤 오는 걸 멀리서 기다리더라고. 그걸 본 유저들이 죄다 따라 하고 있고. 욕심에 눈이 멀긴 했는데 덕분에 일이 쉬워질 거 같다. 전장이 완전히 거점하고 멀어졌어.
<주호> 좋은 소식이네요.
<불멸> 슬슬 시작한다. 드래곤 보여.
몇몇 BJ의 영상을 틀어 옆에 올려두자 드래곤의 등장과 함께 유저들이 개떼처럼 날아들어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예전처럼 잘 나가는 수십의 길드가 아닌, 헤아릴 수 없는 길드와 유저.
하늘을 까맣게 덮고 있는 유저들을 보는 기분이란…….
내가 만든 이벤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다니 참 기분이 묘한데?
드래곤도 그런 유저 떼와 마주하자 더 날아가는 것을 멈추고 공격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단, 멈춰 세우는 것에는 성공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도 있었고.
<주호> 생각보다 많이 붙네요?
<불멸> 아아, 그러게. 이건 생각 이상인데? 공중 네임드에 이 정도로 유저가 몰린 적이 없기도 하고. 미처 생각을 못 했네.
드래곤을 상대로 몸을 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지상에서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드래곤에게 달라붙었다.
지상에서는 네임드를 둘러싸는 유저의 수에 한계가 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런 제한 자체가 없다.
위아래 할 것 없이 유저들이 바글바글 날아다니면서 드래곤 주위를 맴돌면서 공격을 했다.
<불멸> 크크, 맞는 놈이 재수 없는 건가?
드래곤의 공격 방향이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기에 한쪽 방향 유저들이 공격을 당하면 반대쪽은 신나게 공격을 하는 웃긴 상황이 연출되어졌다.
그리고 빈틈이 나면 다시 다른 유저가 채워 들어갔고.
죽은 유저는 재빠르게 거점에서 부활해서 다시 날아오는 엽기적인 전략.
아직까지는 그 작전이 주효하게 먹혀들고 있었다.
거의 분위기가 축제 분위기인데……?
이거 잘못하다가 진짜 드래곤 잡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드래곤을 제대로 묶어두는 중이었다.
<주호> 쪽수가 무섭긴 무섭네요. 설마 잡히진 않겠죠?
<불멸> 그 정도까진 아니지.
재중이 형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드래곤의 브레스가 터지면서 드래곤의 전방에 있던 유저들 다수가 사라졌다.
물론, 이미 브레스를 겪어봤기에 혼비백산하며 흩어져 피해가 최소한으로 줄어들었고.
알면서 당해줄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는 건가.
그리고 브레스의 쿨을 저런 식으로 빼버리면 이쪽도 할 만해지겠는데?
거기다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드는지 구경하던 유저들까지 가세하기 시작했다.
깊게 치고 들어가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손 놓지도 않는 딱 그럼 그림.
<주호> 생각 이상인데요?
<불멸> 그러게, 아예 안 된다면 포기하겠지만 지금은 조건이 다르니까. 드래곤을 잡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서. 저것 봐. 너무 깊게 안 들어가잖아. 죄다 멀리서 화살이나 마법을 날려대고 있고.
어떻게든 맞추고 빠지면 된다 이런 마인드인가?
드래곤이 한쪽으로 가면 뒤로 우르르 따라다니면서 수백 발의 화살과 마법을 날려댔고 다시 반대쪽이 되면 도망갔다가 방향이 바뀌면 또 우르르 따라가고.
그렇게 이상한 차륜전이 이어지자 상황이 묘하게 흘러갔다.
유저나 드래곤이나 특별한 유효타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는 묘한 상황이 지속하길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을 보니 거의 두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다.
설마 진짜 드래곤을 상대로 버틸 줄이야.
아니 버틴 게 아니라 정말 시간만 끌었다.
『 완성되었다. 』
그리고 드워프의 왕이 완성된 르아 카르테를 내게 건네주었다.
『 +14 르아 카르테 / 출혈 45(27+18) 타격 37(19+18)
- 마력 흡수 13%
- 치명타 대미지 500%
- 관통 확률 30%
- 빈 스킬 슬롯.
- 추가 봉인 / 미완성 』
후, 얼떨결에 성공인가?
솔직히 유저들이 버티지 못하고 거점이 터져나갔으면 그다음 플랜이 따로 있었다.
재중이 형과 우리 팀, 최강, 달, 치맥 길드에서 최대한 드래곤을 끌고 다니면서 시간을 끌어주기로.
그런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주호> 완료.
<불멸> 좋아. 잘했다.
<주호> 제가 한 게 있나요. 그럼, 거점은 터뜨려주세요.
거점은 어쩔 수 없이 한 번은 날려야 한다.
그래야 드래곤이 돌아갈 테니까.
<불멸> 아마 화련이 울 거야.
끙, 그랬지.
화련이 거점에 들어가는 자금의 절반을 대고 있으니.
<주호> 좋은 거 준다고 해요.
화련의 불만을 커버할 만한 템들은 차고 넘쳤다.
<불멸> 오케이.
그렇게 재중이 형이 채팅창에 방어전이 끝남을 알림과 동시에 유저들이 거짓말처럼 드래곤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채팅창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글이 끝없이 올라왔고.
유저들이 빠지자 자연스럽게 거점이 공격받아 폐허로 변해 버렸다.
《 크루아 대륙에서 거점 『 신화 』 가 사라집니다. 》
《 부활 포인트가 리셋됩니다. 》
어차피 거점이야 다시 만들면 된다.
이쪽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결국, 드래곤은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드래곤 레어로 돌아갔고 그렇게 큰 축제(?) 하나가 끝이 났다.
드래곤이 완전히 돌아간 것을 확인한 후, 거점이 있던 위치로 돌아가자 난민이 된 수많은 유저가 거점 주변에서 헤매는 모습이 보였다.
일단 거점부터.
《 용의 대지에 가르시아 제국 남작 주호 님의 새 거점이 설치됩니다. 》
《 거점 : 『 신화 』가 설치되었습니다. 》
거점을 복구시킨 뒤, 바로 우리 팀을 만나 새로 바뀐 르아 카르테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르아 카르테와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꺼내 한곳에 모았다.
브랜디슈 블레이드의 옵션 중 겹치지 않고 쓸만한 옵션이 차고 넘치니까
.
드래곤형 피해.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
비검.
셋 중 뭐가 나와도 좋다.
거기다 기본 공격력이 더 좋아서 한층 더 공격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그럼, 갑니다.”
브랜디슈를 르아 카르테에 먹이자 바로 빛이 터지면서 옵션이 흡수되었다.
『 +14 르아 카르테 / 출혈 48(30+18) 타격 40(22+18)
- 마력 흡수 13%
- 치명타 대미지 500%
- 관통 확률 30%
- 비검
- 추가 봉인 / 미완성 』
비검… 인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눈을 빛냈다.
르아 카르테가 비검이 되면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해진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던 것까지 모두.
그리고 그중 하나는 정말 치명적일 것이다.
궁금한 듯 기다리던 우리 팀을 보면서 웃어 보였다.
“우리 비늘만 뜯는 것이 아니라… 이번엔 아예 잡으러 가보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