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화 바다의 왕 (2)
재중이 형의 외침을 듣자마자 전사 형은 베록을 최대한 옆으로 기울였다.
하지만 이미 분출이 된 브레스가 엄청난 속도로 우리에게 날아오는 중이라 쉽지 않아 보였다.
최대한 베록을 선회 시켰지만, 많이 늦은 듯 우리에게 크게 외쳤다.
“이미 늦었어! 아무 데나 꽉 잡아!”
그리고 전사 형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빠른 속도로 날아온 브레스가 베록의 후미 쪽을 강타하면서 베록의 선체가 미친 듯 흔들렸다.
“꺄악!”
“크윽!”
젠장.
용격의 폭발로 인해 시야 확보를 제대로 못 했던 게 큰 착오였다.
처음 써보는 용격도 문제지만, 레비아탄이 브레스를 쓸 줄 몰랐다는 게 가장 컸다.
과거 우리가 지나갈 때도 그랬고 그 뒤 유저들이 지나가면서 남긴 영상에서도 브레스가 아닌 그냥 물 폭탄 같은 기술만 썼었다.
지금처럼 강한 위력의 브레스는 쓰지 않아 당연히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작전을 짜왔는데…….
레비아탄이 드래곤의 그것과 유사한 브레스를 쏘자 일이 완전 꼬여 버렸다.
그렇게 두 가지 착오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결국 브레스를 피하지 못한 베록의 후미에 크게 불이 붙어버렸다.
어느 정도 부서지는 것까진 괜찮다.
가르시아 제국으로 돌아가면 수리가 가능하니까.
하지만 완파 되면 수리가 불가능했다.
용격을 한 번 써보려고 왔다가 베록을 날리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전사 형이 다시 크게 외쳤다.
“이 상태로 두면 베록이 부서진다. 바로 역소환 시켜야 해! 다들 탈것으로 옮겨 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들 탈것부터 꺼내 들었다.
나와 재중이 형은 썬더볼트.
챠밍과 나르샤 누나는 미리 넘겨주었던 트리스탄을 소환해서 올라타고, 전사 형과 이쁜소녀, 막내별은 드레이크를 불러내서 각자 올라탔다.
레서 드래곤과 드레이크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날아다닐 수 있는 고도에 있었다.
높은 곳까지 무리 없이 올라가는 레서 드래곤에 반해 드레이크는 거의 지상형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드레이크는 날 수 있는 고도가 높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 꺼내긴 별로였지만, 속도 하나는 빠르니까 일단은 괜찮으려나.
이럴 줄 알았다면 아예 레서 드래곤을 테이밍해서 오는 건데…….
베록이 이렇게 박살이 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급하게 작전을 수정해야 했다.
재중이 형도 바쁘게 오더를 내렸다.
“전사, 이쁜소녀, 막내별 뒤로 빠지고 상황 봐서 들어와. 견제는 나와 주호만. 챠밍, 나르샤는 주포 한 방 걸고 대기.”
고도가 낮으면 레비아탄과 너무 가까이 붙게 되니까 드레이크는 대기.
그리고 이전 세대 탈것인 트리스탄에 달린 썬더볼트 압축포가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공중 네임드 상대로는 어느 정도 먹혔으니 견제는 가능하겠지.
“넌 왼쪽. 난 오른쪽. 패턴만 좀 알아보고 너무 들어가지는 마. 여기까지 와서 그냥 손 놓고 도망가기는 너무 아깝잖아. 위험하면 바로 빠지고. 넌 절대 죽으면 안 되니까.”
“알았어요.”
재중이 형이 거듭 당부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흩어져!”
“네!”
그렇게 각자 대답을 한 뒤 서로 거리를 벌리면서 흩어졌다.
졸지에 전부 흩어졌네.
비공정과 다르게 공중 탈것은 방어를 대신 해준다든지 힐을 준다든지 하는 행동을 하긴 힘들다.
탈것 성능에 많은 부분을 기대야 하는 상황.
대신 회피와 같은 부분에서는 많은 이점이 있어 레비아탄의 행동을 살피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브레스 같은 공격만 조심한다면…….
그렇게 레비아탄 주변을 돌기 시작하자 레비아탄의 긴 목 부분이 수면 위로 올라와 내 쪽을 향했다.
그리고 이전에 사용했던 물 폭탄이 계속 쏘아졌다.
역시 저게 기본 공격인가?
확실히 브레스보단 속도가 느린 편이라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글을 내 쪽에서 끌자, 한 발씩 쏘아지는 물 폭탄에 우리 팀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피하는 건 이것으로 된 것 같은데 공격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기존 비공정으로는 브레스를 피하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게 됐다.
그렇다고 배를 타고 둘러싼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건 거의 미친 짓에 가까웠다.
레비아탄이 몸만 위로 올려쳐도 배가 한 번에 뒤집어질 테니까.
애초에 레비아탄을 상대로 바다 위에서 싸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기도 하고.
가능하다는 전제를 둔 상태로 수만 척을 끌어온다고 해도 아마 바다에서는 레비아탄의 먹이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결론은 하나.
바다가 안 되면 공중밖에 없다.
<주호> 결국, 레서 드래곤 테이밍이 답이겠네요.
레서 드래곤의 그것은 열화판에 가깝지만, 브레스니까.
그럼 꽤 많은 숫자로 어떻게든 밀어붙이면 피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불멸> 그래, 그게 최선이겠네. 레비아탄에 달라붙어서 공격할 수 없는 노릇이고. 배는 희망도 없어. 적합한 위력을 낼 수 있는 건 레서 드래곤 밖에 없겠지.
재중이 형도 동의하는지 같은 답을 보내왔다.
<불멸> 더 좋은 건 드래곤을 테이밍해서 오는 방법…… 아니다. 이건 잊어.
확실히 드래곤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재중이 형도 말해놓고 어이가 없는지 그냥 웃고 넘어갔다.
그러는 동안 가까이 접근한 우리에게 번갈아 가면서 물 폭탄이 올라왔는데 이 정도는 거리가 충분하면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계속 레비아탄 주변을 돌면서 할 수 있는 공격을 모두 시도해 보았다.
일단, 썬더볼트 탈것에 내장된 썬더 캐논.
【 썬더 캐논! 】
스킬을 시전하자마자 썬더볼트의 입이 벌어지면서 강력한 전기가 레비아탄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쾅!
지지직!
썬더 캐논의 폭발과 동시에 레비아탄의 몸에 흐르는 물을 타면서 전기 대미지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게 보였다.
레비아탄도 몸을 잠시 비틀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고.
역시 이전 네임드라고 해도 엄연히 네임드라는 건가.
그리고 바다 위라 그런지 전기가 더 잘 먹히는 것처럼 보였다.
재중이 형도 그 모습을 보고 긍정적인 말을 했다.
<불멸> 이건 어딜 맞춰도 꽤 영향을 주겠는데?
<주호> 전기 대미지가 생각보다 잘 먹히네요.
체감 상 썬더 캐논을 맞아서 몸이 좀 느려진 것 같기도 하고.
나쁘지 않아.
우리 전력이 썬더볼트 위주이다 보니 지금 이 상황은 속성 우위를 점하는 것 같았다.
바로 챠밍에게 연락을 했다.
<주호> 전기 공격 위주로 세팅해놔. 잘 먹히는 것 같아.
<챠밍> 알았어요. 지금 전부 바꿔놓을게요.
<주호> 일단 대기만. 패턴 좀 뽑아내 볼게.
그렇게 전달한 후 재중이 형과 다시 레비아탄 주변을 돌았다.
<불멸> 원거리 공격 먼저.
<주호> 네.
가장 쓸 만한 원거리 스킬은…….
비월참은 너무 약해서 안 되고.
역시 이쪽이려나.
반월참을 시전하자 예전과 다르게 검은 기운이 드래곤 슬레이어 검날 전체에 씌워졌다.
과연 레비아탄 대상으로 암 속성이 얼마나 통하려나?
그리고 라이덴 하트의 뇌 속성까지 추가로 붙으면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공격을 하면서도 의문을 가졌다.
과연 이 정도 공격으로 제대로 된 타격이 갈까?
스킬 자체가 예전 스킬이라 레비아탄 상대로는 큰 효과를 보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일단, 어느 정도 통하는지만 확인만 해보자.
【 반월참! 】
드래곤 슬레이어를 들어서 빠르게 휘두르자 맺혀 있던 커다란 반월이 통째로 아까 관통이 되었던 부위를 그대로 터뜨렸다.
콰아앙!
그런데 의외로 레비아탄의 굵직한 목이 옆으로 튕기듯 밀려 나가는 것이 보였다.
검은 기운이 터지는 것과 동시에 레비아탄의 몸을 타고 전기 대미지가 퍼지는 것까지.
응?
이게 통해?
무심결에 휘두른 드래곤 슬레이어를 바라봤다.
현 최강의 무기 공격력.
드래곤형 피해 추가.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
거기다 르아 카르테의 보조.
이 옵션들이 레비아탄에게 반월참을 통하게 만들어준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옵션이 통한다는 것 자체가 레비아탄이 용종이라는 것을 뜻했다.
나쁘지 않아.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반대로 재중이 형도 역시 반대편에서 브랜디슈 스피어를 휘두르며 스킬을 쏘아냈다.
【 진(眞) 비월참! 】
풍속성을 가진 여섯 발의 비월참이 동시에 빠르게 날아가 역시 아까 용격으로 맞춘 부위를 정확하게 타격해 폭발했다.
콰콰쾅!
그런데 레비아탄의 목이 흔들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사실 반월참이 진(眞) 비월참보다 한 방 위력에서는 더 강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는 하나 이 정도로 차이가 나지는 않는데…….
<불멸> 브랜디슈로는 좀 약한 감이 있네.
물론, 실망한 말투는 아니었고.
<불멸> 일단 통하는 걸 봤으니 확률의 문제일 뿐이야. 관통만 되면 충분히 강력한 위력이 나올 테니까.
확실히 재중이 형 말대로 브랜디슈 무기가 많다면 이쪽도 충분히 해볼 만한 것 같았다.
레서 드래곤의 테이밍.
브래디슈의 추가 제작.
그리고 원거리에서 통하는 스킬.
다수의 인원.
이 정도가 갖춰지면 레비아탄 상대로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불멸> 그럼, 이것도 안 먹히나 한번 보자고.
레비아탄 근처로 날아간 뒤 바로 재중이 형이 무기를 라이데인으로 바꿔 들었다.
확실히 라이데인이라면.
공격력이 부족하지는 않을 터.
이전 네임드라고는 하나 그 미치광이 리치를 한 번에 다운시킨 기술이었다.
거기다 라이데인은 빛 속성만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뇌 속성 역시 포함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낙뢰로 공격하는 기술이니까.
지금 우리가 가진 기술 중에서 단순 공격력만 따지면 최강이다.
【 라이데인! 】
재중이 형이 라이데인을 사용하자 하늘의 검은 구름이 열리면서 눈이 부실 정도의 낙뢰가 떨어져 내렸다.
정확히 레비아탄의 목덜미 부근을 향해.
우르릉!!
파지지직!
완벽히 다른 효과음과 레비아탄은 물론이고 근처 바닷물을 증발시키면서 주변에 뜨거운 수증기가 퍼지더니 자욱하게 안개가 생겼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계속해서 스파크가 몰아치는 모습이 보였고.
아마 저 상태에서 계속 대미지를 받고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물이 많은 지역에서 써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재중이 형도 눈앞에 일어난 효과에 깜짝 놀란 듯 말했다.
<불멸> 휘유, 이건 뭐 엄청나네.
<주호> 굉장하네요.
용종 추가 대미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저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력을 내지 않을까?
그렇게 라이데인의 효과가 끝나자 안개가 가라앉으면서 레비아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 위로 보이는 머리와 목 전체가 검게 그을린 모습.
이건 드래곤보단 오히려 레비아탄에게 더 잘 통한다고 볼 수 있었다.
일단, 던전 안에서는 라이데인을 못 쓰는 문제도 있고.
그때 레비아탄이 잠시 멈춰서더니 우리를 향해 고개를 크게 들어 올렸다.
뭐지?
패턴이 변한 건가?
대미지를 많이 줘서 그런지 패턴이 변한 것 같은 긴장감이 돌았다.
<불멸> 떨어져.
재중이 형도 뭔가를 느낀 건지 바로 썬더볼트를 뒤로 물렸다.
그러자 갑자기 레비아탄 주위의 바다 표면에 수백 개의 푸른 마법진이 동시에 생성되었다.
<주호> 저건?
<불멸> 뭔지 몰라도 광역기 같네.
그리고 그 마법진들이 돌아가면서 바닷물을 끌어 모으더니 순식간에 수백 자루의 물의 창이 생겼다.
<불멸> 피해.
재중이 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물의 창들이 하늘 위로 솟구치면서 우리에게 쇄도했다.
빨라.
브레스 속도와 비슷하게 수백 자루의 물의 창이 날아오자 썬더볼트를 급하게 가속시켰다.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게 쏘아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속도 역시 만만찮았다.
바쁘게 썬더볼트를 조작하면서 연속으로 날아드는 물의 창들을 계속 피해냈다.
이거 위험해.
스쳐 지나가는 속도를 봐선 위력도 엄청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맞으면 바로 발이 묶이고 그럼 그때부터는 서 있는 표적이 될지도 몰랐다.
최대한 집중하면서 썬더볼트를 움직여 아슬아슬하게 물의 창들을 계속 피해냈다.
조금만 더 피해내면…….
그런데 그때, 챠밍에게 급하게 연락이 왔다.
<챠밍> 오빠, 브레스!!
응?
고개를 돌려 레비아탄을 바라보자 우리가 물의 창들을 피한다고 정신없는 사이에 다시 브레스가 완성되어 있었다.
무슨 브레스를 이렇게 자주 쓰는 거야?!
그것도 물의 창들로 피할 사각을 모두 막아놓은 채 완벽한 코스로 브레스가 뿜어져 날아오기 시작했다.
<불멸> 직격이다! 피해!
<주호> 이미 늦었어요!
그 짧은 사이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저걸 피할 방법은…….
바로 스킬을 하나 시전했다.
【 시간의 서! 】
피하는 것이 안 된다면.
흡수하는 수밖에!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