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56화 (449/1,404)

#456화 바다의 왕 (1)

챠밍이 던진 돌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차분하게 생각에 잠겼다.

재중이 형도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말을 꺼냈다.

“레비아탄이라 나쁘지 않은데?”

“나쁘지 않은 건가요?”

“어, 괜찮네. 사실 지금 드래곤을 건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커. 드래곤을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 그렇고.”

그러면서 내 드래곤 슬레이어와 르아 카르테를 바라봤다.

아직 드래곤 슬레이어가 완벽하게 완성되지 못했다.

그리고 르아 카르테도 마찬가지.

둘 다 2% 부족한 상태.

물론, 드래곤 슬레이어에 새로 생긴 용격으로 드래곤의 브레스를 막을 확률이 높아졌지만 만약 레서 드래곤처럼 연속으로 브레스를 쏴대기라도 하는 날에는 거점은 100% 날아간다.

“쪽수를 잔뜩 늘려서 잡을 수만 있다면야 그렇게 하겠지만 드래곤 상대로 그게 통할지는 의문이고.”

듣고 있던 전사 형도 재중이 형의 말에 동조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압도적인 스펙 앞에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어, 지금 유저들 스펙이 너무 구려. 이제 겨우 용의 대지에 발을 붙였는데 드래곤 앞에선 그냥 개미나 다름없지. 전에 봤겠지만 거점의 방어 시설도 해원이 그렇게 투자를 했음에도 한 방에 날아갔잖아.”

재중이 형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해원 덕분에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드래곤을 상대로 예행연습을 해보았다.

결과는 한 방.

거점에 아무리 돈을 들여 봐야 드래곤 앞에서는 헛수고다.

“그럼 결국 우리끼리 상대해야 한다는 소린데. 사실상 우리도 그렇게까지 준비가 된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말을 아꼈다.

재중이 형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냥 드래곤이 뜨면 싹 쓸릴 거라고.

거점이 날아가는 건 덤.

아무리 최소한의 투자로 거점을 유지한다지만 거점이 몇 번 터져나가면 거점에 투자하려는 사람들도 결국 손을 털어내고 나가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드래곤을 불러내는 것은 우리에겐 꽤 불리한 일이었다.

반면 레비아탄은 다르다.

챠밍이 침착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드래곤이 안 된다면 레비아탄은 괜찮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용격을 써보고 위험하면 바로 도망 와도 되잖아요.”

챠밍 말대로 레비아탄은 육지에 올라올 수가 없으니까.

거점이 부서질 염려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

챠밍이 레비아탄을 언급한 것은 그런 합리적인 계산을 바탕으로 의견을 낸 것이다.

“확실히. 이쪽은 부담이 적어.”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재중이 형이 몇 가지를 덧붙였다.

“게다가 레비아탄도 용종일 확률도 있지. 아니, 이쪽은 무조건 용종이라고 봐야 하나?”

“용종이면 우리 쪽 무기가 더 잘 먹히겠네요.”

“특히, 네 드래곤 슬레이어.”

그러면서 내가 들고 있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바라봤다.

용종에 대해서는 이 녀석만큼 강한 무기가 없다.

레비아탄에 적용만 된다면야…….

“그리고 르아 카르테.”

“네?”

“어차피 한 번은 붙어봐야 하잖아.”

듣자마자 갑자기 떠오르는 것들이 있었다.

“아, 레비아탄 비늘.”

재중이 형 말대로 분명히 르아 카르테의 성장 조건에 레비아탄의 부위 파괴 아이템이 필요했었다.

그동안 엄두가 나지 않아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챠밍 덕분에 몇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지도.

챠밍을 바라보니 챠밍이 미소 지으면서 나를 봤다.

복덩이네. 복덩이.

그때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 5분 뒤 긴급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고객님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

너무 빠른 성장이었나?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이른 시간에 점검이 시작되었다.

재중이 형이 그걸 보고는 혀를 찼다.

“요즘 좀 뜸하더니 드디어 해결책을 찾았나보네, 쩝. 다들 하루종일 수고했다. 좀 쉬고. 점검 끝나고 보자.”

5분 안에 특별히 뭔가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다들 거점으로 귀환을 했다.

채팅창에선 갑자기 점검을 하니까 수 없이 많은 채팅이 올라왔고 거기엔 왜 점검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글도 굉장히 많았다.

좀 찔리네.

이번에 벌려놓은 일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과연 어디까지 손을 대느냐가 문제인데.

적당한 선에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나중에 보죠.”

그렇게 모두 접속을 종료하고 VRS를 나왔다.

후, 피곤하네.

재중이 형이 점검을 할지도 모른다고 해서 정말 1분도 쉬지 않고 레서 드래곤을 잡아댔더니 정신적인 피로가 극에 달했다.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아마 그 전에 점검을 했다면 천 마리를 다 못 채우고 어정쩡하게 끝났을 수도 있었겠지.

일단, 드래곤 슬레이어를 4단계로 올려놨으니까 이쪽은 만족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비검을 손댈지 안 댈지 알 수가 없다는 점.

이쪽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잊어버려야겠지.

안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으면 그만이고.

샤워를 하고 챠밍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잠에 들었다.

* * * * *

깨어나 밖을 보니 한밤중.

꽤 오래 잤나 보네.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니 점검은 이미 끝나 있었는데 딱히 깨우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았다.

앱으로 연락을 해보니 은하는 접속은 한 상태였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승호> 접속했어?

<은하> 아, 일어났어요? 곤히 자는 것 같아서 그냥 뒀는데 잘 잤어요?

<승호> 응, 컨디션 괜찮네. 머리도 쌩쌩 돌아가고.

<은하> 다들 들어와서 레서 드래곤 잡아보고 있어요.

<승호> 생각보다 잡을 만 한가 봐? 패치는?

<은하> 레서 드래곤이 추락해도 안 죽는 정도? 그래서 잡기가 좀 힘들지만, 덕분에 아이템이 용맥에 빠지지 않아서 좋아요. 아, 그리고 브랜디슈에 별난 기능도 추가됐어요. 들어와서 한 번 봐요.

뭔가 바뀌기는 바뀌었는데 들어보니 크게 문제가 되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았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08.

> 로딩 중…….

하루 종일 작업을 했지만, 특별히 경험치를 얻거나 한 것이 아니라서

* * *

[ 공지사항 ]

▷ 레벨 차이에 따라 차등 되던 대미지가 소폭 수정되었습니다.

▷ 브랜디슈 계열 무기에 블링크가 추가됩니다.

▷ 브랜디슈 계열 무기를 강제로 잡을 시 유저 방어력에 비례해 체력이 소모됩니다.

▷ 브랜디슈 계열 무기를 테이밍할 수 있습니다.

▷ 아이기스 계열 방어구를 테이밍할 수 있습니다.

▷ 비행 몬스터의 추락 대미지가 과도하게 측정된 오류를 수정합니다.

▷ 브랜디슈 소환 시 마력이 소모됩니다.

▷ 브랜디슈 계열 무기의 비행 스킬 사용 시 비행시간에 따라 마력이 추가 소모되도록 수정됩니다.

▷ 가르시아 제국에서 작위를 얻을 수 있는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 거점 소유 시 해당 소속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도록 변경됩니다.

▷ 거점 세금은 거점의 위치와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 거점에서 자체 방어전을 설정할 수 있도록 변경됩니다.

▷ 귀족 작위를 가진 유저는 방어전에 계약을 걸어 방어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 몬스터들이 좀 더 넓은 범위를 인식하도록 변경합니다.

▷ 새롭게 리스폰된 거점 NPC가 이전 친밀도를 유지하도록 수정됩니다.

▷ 월드 네임드의 이동 수칙이 변경 됩니다.

▷ 기존 섬 네임드에게서 드랍되던 아이템들 일부가 대륙에서도 드랍됩니다.

▷ 제국 내 기여도에 따라 기존 스킬을 구매할 수 있도록 NPC를 추가합니다.

▷ 닫혀 있던 맵과 사냥터를 추가합니다.

▷ 귀족 작위를 얻을 시보다 좀 더 수월하게 사냥터의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귀족 경매장 시스템을 추가합니다.

▷ 종족 변신을 추가합니다.

:

* * *

역시 브랜디슈를 땅에 박아서 잡는 방법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네.

블링크를 추가함으로써 그런 위험성을 조기에 차단해 버렸다.

뭐, 블링크야 여러 번 쓸 수 없으니까 계속 땅에 박아버리면 되는 일이라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고.

테이밍이 된다고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냥 잡아서 재료로 아이템을 만드는 편이 수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브랜디슈 비검 스킬에 마력 소모를 늘려서 제한을 둔 것을 보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 정도면 선방했네.

기존보다 마력을 얼마나 소모할진 모르겠지만, 아예 못 쓰는 것보다 이쪽이 백배는 좋았다.

가장 문제가 됐던 사항.

레서 드래곤이 추락해서 죽지 않게끔 만든 것은 납득할만한 범위이려나.

엘리트 한 마리가 몇 초마다 죽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좀 과했으니까.

만약, 리젠이 되는 둥지의 숫자가 많고 가까웠다면 그날 몇천 마리를 잡았을지도 모른다.

세금을 내는 문제야 지금까지 한 푼도 내지 않아 좀 반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필요하면 투자한 사람들에게서 돈을 쥐어짜면 될 일이라…….

귀족이 될 수 있게 퀘스트를 따로 추가한 것은 일단 겪어봐야 알겠고.

아마 쉽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귀족이 너무 많으면 분명 문제가 생길 테니.

방어전이야 뭐 그동안 해왔으니 특별한 건 없지만 보상 같은 것을 걸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밖에는 종족 변신 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종족이라고 하긴 좀 그렇긴 한데 예전 데스 나이트 변신 같은 걸로 생각하면 되려나?

이쪽 역시 차차 알아봐야겠네.

당장의 관심은 레비아탄이라 공지사항이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다들 둥지에서 사냥 중이었기에 썬더볼트를 타고 우리 팀이 사냥하고 있는 근처에 내렸다.

다들 레서 드래곤을 상대한다고 바쁜 상태에서 재중이 형이 고개만 돌려서 말했다.

“왔냐?”

“어때요?”

바뀐 점을 물어보자 다들 그냥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었다.

“그냥 레서 드래곤이 막 죽지는 않아 답답한데 그렇다고 못 잡을 정도는 아니야. 대미지가 좀 덜 들어가는 느낌 빼고는 나쁘진 않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 네가 왔으니까 한 번 가볼까? 레비아탄.”

“저야 좋죠.”

“그 전에 충전 좀 해봐. 얼마나 되는가. 점검하는 바람에 확인을 못 했어.”

그렇게 한 마리 남은 레서 드래곤을 전사 형이 어글을 잡고 계속 버티면서 브레스를 계속 유도했다.

《 레서 드래곤의 브레스를 흡수했습니다. 》

《 용격이 5% 충전되었습니다. 》

《 용격이 10% 충전되었습니다. 》

:

《 용격이 16% 충전되었습니다. 》

:

예상대로 용격을 쓰지 않으면 드래곤 슬레이어에 계속 브레스를 누적시킬 수 있었다.

정말 유일 템은 유일 템이구나.

그렇게 100%가 되자 시스템 음이 울려왔다.

《 용격이 100% 충전되었습니다. 》

《 드래곤 슬레이어의 충전 한도에 도달했습니다. 한도를 늘리려면 드래곤 슬레이어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

“20발 정도 모으면 꽉 차네요. 더 모으려면 성장시켜야 한다고 하고.”

“흐음, 써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세 시간에 한 번이라. 일단 가보자.”

그렇게 레서 드래곤을 정리하고 거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베록을 띄워서 외곽으로 이동했다.

이동 경로야 이젠 많이 알려져서 못 찾아가는 일은 없었고.

유저들이 오가면서 알아낸 레비아탄의 출몰 구역 정도는 게시판에 다 올라와 있었다.

“과연 통할까요?”

“안 통하면 바로 튀면 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용격에 적용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래곤형 피해만 400%.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 50%에 추가 30%.

아주 안 통하진 않겠지.

한참을 날아가 레비아탄이 출몰한다는 장소로 도착했다.

그리고 주변을 맴돌다 보니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면 위로 검은 바다를 가르면서 쭉 나아가고 있는 레비아탄의 윗 모습만 보였다.

휴.

되든 안 되든.

해보자.

“갑니다.”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방출 형태로 바꾸고 레비아탄의 진행 경로를 향해 겨누었다.

레서 드래곤의 브레스 20발 분량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 용격! 】

용격을 쓰자 내 몸이 뒤로 튕겨나듯 밀려나면서 강력한 브레스 한 방을 레비아탄의 목덜미를 향해 쏘아냈다.

그렇게 눈이 부실 정도의 응축된 기운이 강력한 파공음과 함께 대기를 불태우며 날아가 무방비로 나아가던 레비아탄의 목덜미에 맞자마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앙!

그동안은 볼 수 없었던 강력한 폭발.

용격을 풀로 채우면 이 정도 위력이 나오는 건가?

얼마 후, 폭발이 걷히자 용격이 단단한 비늘로 보호되던 레비아탄의 목덜미를 관통한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폭발 연기 사이로 레비아탄의 시선이 정확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다 커다란 입가를 잔뜩 벌린 채, 삼 중첩된 마법진이 앞에 돌아가는 중이었다.

드래곤의 그것과 거의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시퍼런 빛깔의 소용돌이.

그리고 이미 차징이 끝났는지 마법진이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다들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그걸 본 재중이 형이 다급하게 외쳤다.

“전사! 브레스다! 꺾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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