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55화 (448/1,404)

#455화 검의 비 (5)

대체 이 드래곤 슬레이어는 어디까지 성장하는 걸까?

4단계가 끝일 줄 알았는데 조건이 추가로 달린 것을 봐선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았다.

다음 성장 조건은 무려 용아병 이천 마리.

“다음은 용아병이네요.”

일단 기억하기론 바깥 필드에는 용아병이 없었다.

그럼 이 근처에서 용아병 정도의 몬스터가 나올 만한 곳은 용의 던전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드래곤 슬레이어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반드시 용의 던전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재중이 형이 성장 조건을 보더니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어차피 잘됐네. 가는 길이기도 하고.”

결국 이 모든 일은 하나로 이어진다.

드래곤을 잡기 위한 길로.

『 +10 드래곤 슬레이어 (유일)

/ 출혈 45 (35+10) 타격 37 (27+10)

- 용아병 흡수 0/2000 - 4단계

- 드래곤형 피해 400%

- 크리티컬 시 확률로 드래곤형 체력 2/100 감소

-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 50%

- 용격 / 브레스 흡수 후 방출

- 추가 봉인 / 미완성 』

공격력은 일단 그대로.

드래곤형 피해나 관통 확률도 그대로였는데 바뀐 것이 하나 있었다.

크리티컬 시 드래곤형의 체력을 감소시키는 옵션의 문구가 바뀌었다.

전에는 ‘낮은 확률’이라는 글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기서 ‘낮은’이라는 글귀가 빠져 있었다.

재중이 형이 그걸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 보이는 수치 대신 확률이 소폭 올라갔다고 보면 돼. 이건 오히려 훨씬 좋은데?”

“그 정도로 좋은 건가요?”

“체력 감소시키는 옵이 정말 사기라 확률이 아주 조금만 올라가도 정말 좋은 거야. 특히 드래곤이 상대고 쓰는 사람이 너라면.”

쓰는 사람이 나, 라면인가…….

그리고 마지막.

드래곤 슬레이어의 4단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새로 생긴 옵션.

유일 템이나 되는 무기가 스킬이 하나도 달리지 않아 의아했었는데 4단계가 되자 드디어 스킬이 달려 나왔다.

용격.

단 두 글자에 불과한 스킬 이름이었지만, 그 내용은 심상치 않았다.

무려 브레스를 흡수 후 방출하는 스킬.

설명만 읽어봐도 굉장히 쓰임이 많을 거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당장 이 용의 둥지 근처만 해도 레서 드래곤들이 날아다니면서 브레스를 계속 쏘고 다녔으니까.

만약 문자 그대로 정말 브레스를 흡수한다면…….

레서 드래곤들에게 정말 치명적인 스킬이 될지도 모른다.

전사 형이 옆에서 설명을 보더니 턱을 쓰다듬었다.

“브레스를 흡수한 다라. 설명은 이게 끝?”

“네, 전사 형. 눌러봐도 이 이상의 설명은 없어요.”

“흐음, 결국 써봐야 하는 건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생각은 길지 않았다.

그냥 써보면 된다.

정리된 듯하자 나르샤 누나가 멀리 있는 다른 용의 둥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불러올게.”

“네, 부탁해요.”

지금까지 지켜본 브랜디슈 롱보우는 단순히 공격력만 강해진 것을 넘어 사거리까지 아주 좋았다.

덕분에 용의 둥지를 하나만 차지하고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주변 몬스터들을 잡을 수 있었으니 우리 팀은 굉장히 편했다.

아마 날아다니면서 녀석들을 잡으려고 했다면 지금보다는 몇 배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을 터.

그리고 앞으로 사거리가 이 정도로 멀어지면 보이지도 않는 장소에서부터 공격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사람들에 한정된 이야기겠지만.

그렇게 나르샤 누나가 다른 용의 둥지의 레서 드래곤을 끌어오자 한 마리만 남겨놓고 일단 전부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이젠 추락시키는 건 일도 아니네.

드래곤 슬레이어와 웨폰 기술을 잔뜩 걸어놓은 브랜디슈 블레이드의 공중 폭격은 정말 사기에 가까웠다.

《 【 라이트 웨폰 Lv.4 】이 【 라이트 웨폰 Lv.5 】 로 상승합니다. 》

《 【 아쿠아 웨폰 Lv.4 】이 【 아쿠아 웨폰 Lv.5 】 로 상승합니다. 》

《 【 포이즌 웨폰 Lv.4 】이 【 포이즌 웨폰 Lv.5 】 로 상승합니다. 》

《 【 다크 웨폰 Lv.4 】이 【 다크 웨폰 Lv.5 】 로 상승합니다. 》

《 【 라이트닝 웨폰 Lv.4 】이 【 라이트닝 웨폰 Lv.5 】 로 상승합니다. 》

한동안 안 오르는 것 같던 웨폰 기술도 경험치가 다 채워졌는지 또다시 올랐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생각보다 더디다는 생각도 들 법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것도 브랜디슈 블레이드의 연속 공격 덕분에 정말 빠르게 오른 셈이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올리려고 했다면 며칠은 꼬박 더 걸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레벨이 오르게 되면 웨폰 기술을 여러 개 걸 수 있는 오직 나만이 속성 대미지가 추가로 50% 정도 붙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느리다고 불평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고.

“스킬 레벨 또 올랐어요.”

재중이 형이 내 말을 듣더니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 조합 진짜 사기야, 사기.”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내 르아 카르테를 바라보는데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모든 조합의 시작은 르아 카르테다.

강한 공격력에 마력 흡수 옵션이 붙어 있는 르아 카르테가 없다면 이 모든 조합을 쓸 수 없을 테니.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행운은 이 르아 카르테를 얻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레서 드래곤이 추락해서 죽자 경험치도 추가로 올랐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레서 드래곤을 흡수하지 않자 정상적으로 경험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으음, 경험치가 정말 많았네요.”

우리가 다 나눠서 먹음에도 충분할 정도의 경험치가 레서 드래곤에게서 들어왔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은 용맥 속으로 떨어져 죽기 때문에 아이템을 건지러 들어갈 수 없었다.

드랍템을 얻으려고 우리가 죽어버리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드래곤 슬레이어쯤 되는 아이템이라면 또 몰라도.

“아이템은 신경 끄자.”

재중이 형도 그 점을 아까워했지만 경험치만은 잘 나오니까 애써 무시하는 모습이었다.

“드레이크 보다 거의 세 배는 더 들어오네. 그리고 그만큼 잡기 힘든 몬스터였다는 뜻이겠지.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너무 쉽게 잡는 감이 있으니까. 우리보다 레벨이 한참 높은 이름이 빨간 엘리트 몬스터가 몇 초에 하나씩 죽어 나가는 건 말도 안 돼. 지금 이렇게 잡는 거 운영자들이 알면 바로 뒷목 잡을걸?”

재중이 형이 그렇게 말할 만큼 지금의 페이스는 미쳐 있었다.

천 마리가 넘는 공중형 엘리트를 우수수 떨어뜨리는 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좀 그렇죠?”

“어, 그러니까 이렇게 숨도 안 쉬고 노가다 중이지. 뽑아낼 수 있을 때 최대한 뽑자고.”

그러고 보면 이전에 브랜디슈도 정상적으로 잡은 것도 아니고.

땅속에 처박아서 못 움직이게 해놓고 패버렸으니…….

다른 말로 하면 이런 일들이 겹쳐서 드래곤 슬레이어가 4단계까지 만들어진 셈이다.

지금 절대 존재해서는 안 되는 4단계가.

그 정점에 속하는 새 옵션.

용격.

아마 이것도 지금 시점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옵션일 테지.

그만큼 기대를 걸고 있었다.

쓰는 방법은…….

역시 직접 부딪쳐봐야 하나?

옵션을 살펴본 재중이 형이 날 보더니 말했다.

“정면으로 치지 말고 그냥 살짝 가져다만 대봐. 흡수한다고 하니까 뭔가 반응이 있겠지.”

정면에서 치다가 혹시라도 잘못되면 체력이 낮은 내겐 치명적일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마지막 남은 한 마리의 레서 드래곤이 우리 주위를 맴돌다가 예의 그 미니 브레스를 차징해서 어글을 먹고 있던 전사 형에게 뿜어냈다.

일단, 재중이 형의 말대로 전사 형 옆으로 가서 섰다.

그리고 몸이 스치지 않게 드래곤 슬레이어의 칼날만 미니 브레스의 궤적 속으로 슬쩍 밀어 넣어 보았다.

쳐내거나 막아내는 것이 어렵지 이렇게 가져다 대기만 하는 것은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전사 형은 전사 형 나름대로 방어를 위해 대비를 하는 중이었고.

정말 되려나?

드래곤 슬레이어의 칼날을 유심하게 바라보는데 그때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드래곤 슬레이어의 검날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크게 벌어지면서 용의 머리와 같은 형상을 만들어내 미니 브레스를 전부 빨아들여 버렸다.

이건 꽤…….

멋진데?

무기가 변형되는 경우는 이제껏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더 인상에 남기도 했고.

챠밍과 이쁜소녀도 깜짝 놀라 외쳤다.

“용처럼 변했어요?!”

“와! 멋지다아!”

전사 형도 신기한 듯 바라봤고.

“설마 검이 변형될 줄은…….”

막내별도 아쉽다는 듯 말했다.

“대박, 이거 올리면 조회 수 백만 금방인데…….”

그런 감탄을 들으면서 손에 들린 기이하게 변형된 드래곤 슬레이어를 바라봤다.

이 정도면 유일 템이라는 용어가 아깝지 않았다.

《 레서 드래곤의 브레스를 흡수했습니다. 》

《 용격이 5% 충전되었습니다. 》

《 용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가 따로 울렸다.

재중이 형도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오, 그런 식이냐? 한 번 써봐.”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레서 드래곤을 향해 겨눴다.

아마 이렇게 쓰는 게 맞겠지?

“그럼, 갑니다.”

【 용격! 】

용격을 쓰자 드래곤 슬레이어에서 양옆으로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그리고 예의 그 레서 드래곤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앞에 마법진이 새겨지며 브레스와 완전히 똑같은 형태의 마법이 쏘아져 나갔다.

파앙!

큭! 반동이.

이건 마치 총을 쏠 때와 같은 반동인가?

그렇게 쏘아져 나간 브레스가 레서 드래곤의 날개에 맞더니 한쪽 날개를 까맣게 태워버리고 저 멀리 하늘로 관통해 지나갔다.

당연히 레서 드래곤도 바닥으로 추락했고.

“대박!”

다들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이거면…….

검의 비가 없어도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위력이 정말 브레스와 동급이었다.

다만 쿨타임이 문제.

무려 세 시간?

“연속으로는 못 쓰나 봐요.”

이건 사냥용은 절대 아니고 완전히 필살기급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았다.

물론, 쓰려고 마음먹으면 시간의 서가 있으니 한 번쯤은 가능하겠지.

재중이 형이 다시 원래대로 변한 드래곤 슬레이어를 가리켰다.

“그보다 중요한 건 위력이지. 한 번 흡수에 5%면…… 최소 20번은 흡수해서 차징 된다는 소린데? 어쩌면 그 이상 가능할지도 모르고.”

“흠, 확실히 그렇네요.”

단 한 번 흡수했음에도 레서 드래곤을 한 방에 떨어뜨릴 정도의 위력이 나왔다.

그럼 그 이상은 얼마나 위력이 나오는 걸까.

“어쩌면 드래곤의 브레스 같은 위력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

정말 그 무지막지한 위력을 낼 수 있으려나?

도시 하나를 박살난 그 위력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반만 나온다면…….

어쩌면 칠흑의 용아병을 손쉽게 잡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성장하자 멀게만 보였던 네임드들이 손에 잡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칠흑의 용아병만 잡을 수 있으면 바로 드래곤의 목 아래 칼날을 들이밀 수도 있고.

그때 재중이 형이 손가락을 들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가 더 있지.”

“한 가지 더요?”

“그거 꼭 레서 드래곤의 브레스만 흡수하라는 법은 없잖아?”

말을 마친 재중이 형의 손가락이 용의 던전이 있는 방향으로 옮겨갔다.

재중이 형의 말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설마?”

“그 설마가 맞아. 드래곤의 브레스. 흡수할 수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할 위력이 나올 거다.”

상상만 해도 굉장한데?

정말 가능만 하다면…….

문제는 지금 드래곤을 건드리기는 굉장히 애매한 시점이었다.

불러내고 싶어도 위험 부담이 너무 높았다.

이제 겨우 거점이 안정되었고 물약을 공급받아 브랜디슈나 레서 드래곤을 좀 더 잡아야 하는데 드래곤이 날뛰게 되면 바로 우리 쪽 거점이 털릴 수도 있었으니까.

지금 드래곤을 소환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그래도 너무 아깝네.

모처럼 정말 멋진 스킬이 손에 들어왔는데…….

용격의 쿨타임이 워낙 길다 보니 사냥용으로 레서 드래곤을 잡기에는 무리였다.

흐음.

이걸 좀 써먹을 방법이 없나?

“강력한 한 방을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그런…….”

그런 생각이 무의식중 말로 나왔는데 챠밍이 내 말을 듣고는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쳤다.

“아!”

“응?”

순간 모두의 고개가 챠밍을 향해 돌아갔다.

“아, 오빠. 그 용격!”

“좋은 생각났어?”

“으음,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여기 오기 전에 바다에서 본 그 네임드!”

네임드?

바다?

아……!

다들 이제야 생각났는지 동시에 외쳤다.

“레비아탄?!”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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