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1화 검의 비 (1)
스킬인가?
그걸 본 챠밍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아마 브랜디슈가 허공에 둥둥 떠다녀서 이런 스킬이 있나 봐요.”
“그런가?”
확실히 브랜디슈 특성상 이런 스킬이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겠네.
그래도 나름 공격 스킬 같은 종류로 하나 달려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일단 완성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드워프 대장장이에게 건네받아 손에 쥐어보았다.
검날의 한쪽은 용의 비늘로.
그리고 다른 한쪽은 날카로운 날을 가진 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에 비해서는 약간 이쪽이 더 철검에 가까운 느낌이려나?
완벽한 철제 검 형식이라 용의 뼈로 만들어진 드래곤 슬레이어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손에 쥐자 메탈 특유의 차가운 느낌이 손을 타고 느껴졌고.
서늘한 그런 느낌.
“이쪽도 적응하면 괜찮겠네요.”
몇 번 휘둘러보자 무게도 괜찮은 것 같고.
굳이 비교를 하자면 드래곤 슬레이어 쪽이 훨씬 손에 착 들러붙는다.
물론, 이쪽이 나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 상태로 검에 내장된 스킬을 써보았다.
【 비검! 】
그러자 손에 약간의 저항력과 브랜디슈 블레이드가 허공에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어?!”
“와, 신기하다!”
챠밍과 이쁜소녀 역시 그 모습을 보고는 신기해했다.
그리고 브랜디슈 블레이드에서 손을 떼자 몬스터 상태일 때와 마찬가지로 공중에 떠서 자세를 유지했다.
이러면 정말 몬스터인데?
따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
물론, 필드에 돌아다니는 브랜디슈 몬스터처럼 멋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딱 떠 있는 정도.
이걸로 대체 뭘 할 수 있는 거지?
막상 검을 띄워놓기는 했는데 당장 이 브랜디슈 블레이드가 허공에 떠 있는 것 빼고는 아무런 장점이 없어 보였다.
흐음, 검이 뜬다라…….
일단 걸음을 옮겨 옆으로 걸어갔다.
이러면 어떠려나.
“오빠, 검이 뒤에 따라가요.”
챠밍이 재밌다는 듯 말했다.
웃기게도 이 녀석이 내 뒤를 졸졸 따라 이동했다.
“한 자리 고정은 아니라는 말이네.”
무의식적으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잡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는데 내가 손을 들어 올리는 만큼 브랜디슈 블레이드가 공중으로 조금 더 치솟았다.
응?
손짓에 반응하는 건가?
그리고 손을 조금씩 좌우로 움직이자 브랜디슈 블레이드도 그에 감응하듯 좌우로 움직였다.
이건 꽤 연습이 필요하겠는데?
몬스터만큼 자유자제로 움직이려면 상당한 시간 동안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문제는 손 하나가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조작하는데 묶여 있는 상황은 꽤 불편했다.
전투 시 거의 양손을 풀로 휘두르는데 이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적극적으로 써보려면 한 손은 매번 비어 있어야 한다.
“까다롭네요.”
만약, 무기가 브랜디슈 블레이드만 있다고 가정하면 이건 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손에 놓은 상태에서도 다양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엄청난 장점이기도 하고.
쓰는 사람에 따라 정말 천차만별의 공격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무기 자체도 굉장히 좋은 편에 속했다.
현재 나와 있는 그 어떤 무기보다 공격력이 좋다.
드래곤 슬레이어만 제외한다면.
당장 노강 상태의 기본 공격력만 보면 르아 카르테보다 3이 높다.
그냥 르아 카르테로 흡수시켜 버려?
마지막에 흡수하는 기본 공격력을 가져오니까 지금보다 더 공격력이 올라간다.
그리고 브랜디슈 블레이드의 옵션에 치명타 대미지는 이미 존재하니 드래곤형 피해나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 중 하나가 붙을 것이다.
이 두 옵션 모두 지금 상황만 고려하면 상당히 좋다.
다만 범용성이 높은 그냥 관통 확률을 놓아버리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이 옵션을 얻기 위해서는 다시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잡아야 하는데 그건 꽤 번거로운 일이지.
이쪽은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고.
그때 챠밍의 의외의 말을 했다.
“오빠, 그대로 다른 검들도 꺼내져요?”
“응?”
너무 브랜디슈 블레이드의 비검 옵션만 생각했나?
챠밍의 의견에 곧장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블레이드를 불러냈다.
그러자 양손에 유일 검 두 개가.
그리고 내 시선 앞 공중에서는 브랜디슈 블레이드가 그대로 떠 있게 되었다.
“되네.”
이렇게 검 세 가지가 나올 줄 생각도 못 했는데.
장착할 손에 검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 검이 세 개나 생겨버렸다.
물론, 이 상태에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잡고 공격을 할 수 있다던가 하는 방법은 없었다.
르아 카르테를 잡은 손으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잡으려고 하니까 시스템 경고와 함께 잡지를 못했다.
《 해당 슬롯에 이미 장착된 무기가 있습니다. 새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기존 무기를 장착 해제해주세요. 》
“세 개를 동시에 잡진 못해.”
“으음, 정말 아쉽다.”
챠밍이 아쉬워하는 만큼이나 나도 아쉬웠다.
가장 큰 것은 옵션.
만약 세 개의 검을 전부 잡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세 가지 무기의 옵션을 전부 가져올 수 있게 된다.
그럼 브랜디슈 블레이드의 드래곤형 피해, 치명타 대미지,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을 모두 추가할 수 있었을 텐데…….
이건 너무 아쉽네.
재중이 형이 나서서 아쉬운 상황을 정리했다.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 다들 무기부터 만들어.”
그동안 우리가 사냥한 브랜디슈가 블레이드 형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배틀 액스도 있고, 스피어 형태도 있었다.
마치 여러 가지 무기를 모두 만들어보라는 듯 용맥 근처에 다양한 종류의 무기가 모두 존재했다.
앞으로 스펙 업을 위해서는 이곳이 필수고 자리싸움이 치열하게 일어날지도.
재중이 형은 브랜디슈 스피어를.
이쁜소녀는 브랜디슈 배틀 액스, 전사 형은 무난하게 다시 블레이드로 가기로 했다.
나르샤 누나도 브랜디슈 롱보우를 만들었다.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것은 바로 이쪽이었다.
근처에만 가도 일제히 화살을 쏴대는 바람에 접근하는 것부터 잡는 것까지 전부 어려웠으니까.
전사 형이 몇 번이나 죽을 뻔하기도 하고.
아마 구하는 난이도와 값어치만 치면 브랜디슈 롱보우가 가장 비쌀 것이다.
용의 이빨이 길게 쭉 뻗어 있는 것처럼 날카로운 끝을 자랑하는 브랜디슈 스피어.
이쁜소녀의 키만큼이나 거대한 크기의 배틀 액스는 양쪽 날에 용의 비늘이 톱날처럼 박혀 있는 무서운 외형을 보여줬다.
그리고 활대를 따라 용의 날개가 쫙 펼쳐져 있는 특이한 모습의 브랜디슈 롱보우까지.
상위 템에 걸 맞는 디테일이 있었다.
능력치 역시 마찬가지고.
『 +0 브랜디슈 배틀 액스 / 출혈 26 타격 32
- 드래곤형 피해 200%
- 치명타 대미지 400%
-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 30%
- 비부
『 +0 브랜디슈 스피어 / 출혈 29 타격 29
- 드래곤형 피해 200%
- 치명타 대미지 300%
-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 40%
- 비창
『 +0 브랜디슈 롱보우 / 출혈 29 타격 29
- 드래곤형 피해 200%
- 치명타 대미지 200%
-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 50%
- 크리티컬시 추가 관통
눈에 띄는 특징은 배틀 액스는 치명타 대미지가 블레이드에 비해 200%나 더 붙었다.
스피어는 치명타 대미지와 관통이 더 붙었고.
특히 롱보우는 아예 관통이 50%에 달했다.
거기다 크리티컬이 걸리면 관통 추가.
여기에서만 통하는 무기들이라 하나 옵션이 좋았다.
그리고 양손검도 있고, 해머류 브랜디슈도 있었지만 이쪽은 그냥 잡지 않고 피했기에 따로 만들지는 않았다.
아쉬운 것은 마법사용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데…….
“분명히 다른 필드나 용의 던전에 있겠지.”
전사 형의 추측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한쪽만 너무 치중해서 무기를 만들어줄 리는 없을 테니 이쪽은 아마 용의 던전 쪽으로 가야 제대로 된 뭔가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레서 드래곤일 수도 있고.
드래곤 슬레이어의 다음 타켓이 레서 드래곤이라 어차피 이쪽은 한 번은 가서 잡아야 한다.
드레이크와 달리 더 크고 빠르면서 심지어 무리를 지어서 돌아다닌다.
한 마리, 한 마리 따로 잡을 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레서 드래곤을 어떻게 잡을지도 고민해봐야겠네.
각자 무기를 제작하고 난 뒤.
“일단 우리부터 좀 지르자고.”
그런 재중이 형의 말에 모두 동의했다.
우리 쪽 최강 길드 사람들이나 연합 사람들을 챙기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이쪽이 더 급했다.
물론, 개별로 팔면 엄청난 돈이 되겠지만 당장 돈에 쪼들릴 정도는 아니라서.
해원에게 뜯어낸 돈도 있고, 거점은 알아서 돌아가게끔 만들어놨기 때문에 부담이 훨씬 덜했다.
그렇게 우리 팀이 여분의 브랜디슈 제작 재료를 가지고 강화를 시도하는 사이 난 한쪽에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꺼내놓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았다.
어차피 브랜디슈 블레이드는 내가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서 강화할 생각도 없었고.
이미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미친 무기가 있는 이상은 눈에 차지가 않았다.
그렇게 막내별은 강화 구경을 하러 가고 챠밍은 내 옆에 앉아서 브랜디슈가 날아다니는 것을 구경했다.
“궁금하지 않아? 소녀 강화하는 거 보면 재밌을 텐데.”
“알아서 잘하겠죠. 그리고 전 이쪽이 더 좋아요. 모처럼 둘이 있잖아요.”
옆에 쪼그려 앉아서 행복하다는 듯 싱글벙글한 표정의 챠밍을 보다가 생각난 것이 있어 바로 사과를 했다.
“아, 미안. 요즘 너무 몰두했지.”
“으음, 뭐 조금 서운할지도? 그래도 괜찮아요. 매일 보잖아요.”
이거 참.
엄청 미안하네.
“그럼 중요한 일들도 끝났고, 둘이만 따로 보자.”
“핏, 좀 많이 늦었지만… 좋아요.”
혹시나 화를 내면 어쩌나 했는데.
어떻게 제때 풀기는 한 것 같았다.
둘 다 거의 매일 붙어 있으니 이런 쪽으로는 좀 신경을 못 썼던 것 같기도 하고.
일단은…….
면허부터.
아마 지금쯤 먼지가 잔뜩 쌓여 있겠지.
유혜선 팀장이 준 슈퍼카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쓸 방법을 계속 연구했다.
“오빠, 검이 날아다니니까 올라 타보면 어때요? 오빠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흐음. 가능하려나?”
예전에 포탄을 탄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챠밍이 조언한 대로 브랜디슈를 옆으로 눕혀서 띄우고 난 뒤 곧장 검 위로 점프해서 올라탔다.
“웃차. 이거 꼭 보드 타는 기분인데.”
흔들흔들하는 것이 처음에 좀 불안했지만 곧 제대로 안정을 찾아갔다.
움직여 보니 속도도 나쁘진 않고.
나름 괜찮네.
가장 큰 장점은 손이 자유롭다는 점.
챠밍도 서커스를 하는 모습이 재밌는지 옆에서 박수를 쳤다.
다만, 이것으로 탈것을 대체하는 것은 좀 어려워 보였다.
아무래도 검의 폭이 좁아 장기간 타고 있기는 부담스럽지.
그리고 타고 있다고 한들 여전히 옵션이 추가되지는 않았다.
단순히 몸에 붙어 있다고 옵션이 추가될 것 같으면 단검류를 몸에 줄줄이 달고 다니면 되는 일이니…….
그 정도로 허술할 리는 없고.
정말 이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쓸 방법이 없나?
그러다가 웨폰 기술도 걸어보았는데 이때는 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르아 카르테, 드래곤 슬레이어, 브랜디슈 블레이드에 모두 웨폰 기술이 걸렸으니까.
“신기하네요? 어떻게 다 걸리죠?”
“그러게. 나도 생각을 못 했는데.”
일단 소유를 하고 있는 모든 무기에 웨폰 기술이 걸리는 건가?
옵션을 가져오지는 못해도?
이건 꽤…….
돈이 왕창 깨질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돈 지랄이려나?
“으음? 좋은 생각이 날 때의 그런 표정인데…….”
챠밍의 말에 마주 보고 웃어 보였다.
가까이서 오래 봤더니 날 너무 잘 아네.
“아마도? 일단 실험 좀 해봐야겠어.”
챠밍을 데리고 다시 드워프 대장장이에게 돌아갔다.
그리곤 한 번 더 제작을 의뢰했다.
챠밍이 궁금한지 물었다.
“오빠도 강화하려고요?”
“아니, 강화는 아니야.”
“으음?”
“금방 보여줄게. 만약 된다면…….”
『 요즘 진귀한 재료를 많이 보는군. 』
《 드워프 대장장이 판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
확실히 대장장이와 친밀도를 올리려면 이 방법이 제일이지.
뭐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고.
어차피 드래곤에서 거점이 털리면 친밀도도 원 상태로 돌아갈 테니.
얼마 후 드워프 대장장이에게서 새 무기를 받아냈다.
이로써 브랜디슈 블레이드가 두 자루인가.
그리고 한 번에 하나씩 꺼내서 스킬을 시전했다.
【 비검! 】
【 비검! 】
그러자 동시에 두 자루가 하늘로 둥둥 떠올랐다.
“어라? 두 개가 되는 거예요? 혹시 그럼?”
챠밍이 뭔가 눈치챈 듯 눈이 크게 떠졌다.
“아마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을 거야.”
두 개의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띄워놓은 상태에서 웨폰 기술들을 시전하자 두 개 모두 동시에 웨폰 기술이 걸려 버렸다.
역시.
내 소유의 템이라 가능하구나.
그걸 확인하자마자 챠밍에게 씨익 웃어 보였다.
“과연 이걸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볼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