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48화 (441/1,404)

#448화 연합 낚시 (4)

브랜디슈는 앞서 상대했던 녀석들과 달리 작은 축에 속한다.

흔히 우리가 들고 다니는 한손검과 비슷한 크기.

그렇기에 더 상대하기 힘든 점도 있고.

칼 하나가 공중에 붕 떠서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눈앞에서 휙휙 휘둘러지는 데다가 평소와 다른 패턴으로 공격하니 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녀석의 움직임을 제대로 봉쇄하지 않으면 정말 힘든 사냥이 될 것이란 생각이 떠오르는 찰나, 재중이 형의 스피어에 맞아 칼날이 땅바닥에 찍혔는데 그 순간 촉이 왔다.

이건 된다.

아니, 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챠밍과 협동을 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결과 브랜디슈가 전사 형의 라지 쉴드 아래 눌려 땅바닥에 처박혀 있게 되었다.

다만 브랜디슈가 지금 이 순간도 계속 들썩거리면서 전사 형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역시 완전히 잡아두는 것은 어렵나?

“오우, 이놈 봐라? 제법 한다?”

전사 형이 온몸으로 라지 쉴드를 누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떠오를 정도의 힘이라.

그것을 지켜보던 이쁜소녀가 빠르게 전사 형의 옆으로 이동했고, 전사 형과 이쁜소녀가 동시에 라지 쉴드를 찍어 누르자 브랜디슈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혼자가 힘들면 둘이 하면 되네.

“오, 나이스 타이밍!”

“헤헷, 제가 좀 해요.”

전사 형이 순간 짓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생각보다 무겁구나?”

“아니야!”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데몬 배틀 엑스를 살며시 들어 올리자 전사 형은 바로 항복을 선언했다.

“아! 갑옷이 무겁다고. 갑옷이!”

전사 형이 급하게 외친 말에 치켜든 배틀 액스가 갈 길을 잃고 내려왔다.

“그 말이 오빠를 살린 줄 알아요.”

“하하, 이거 장난 두 번 쳤다간 죽겠는데?”

그 모습에 모두가 웃어버렸다.

전사 형이 무덤까지 갔다가 살아나왔네.

아무튼, 전사 형과 이쁜소녀의 재치로 브랜디슈가 땅바닥에 박힌 다음 꼼짝도 못 하고 묶이게 되었다.

이젠 무슨 수를 써도 못 빠져나올 것처럼 보이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 저런 방법이 나와요?”

막내별이 옆에서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음, 영화에서 보면 사람을 땅에 파묻고 머리만 쏙 나와서 협박하는 장면 있잖아요. 딱 그런 느낌?”

“아! 비슷하긴 하네요.”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브랜디슈가 멈춘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사방팔방 뛰어다닐 때와 가만히 허수아비처럼 있는 브랜디슈를 상대하는 난이도는 천지 차이.

이 정도면 눈감고도 맞출 수 있었다.

메탈 형식이라 공격이 잘 안 먹힌다고는 하지만 르아 카르테에 달린 관통 덕분인지 한 번씩 대미지가 폭발하면서 들어갔다.

칠흑의 용아병처럼 외부 장갑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서 그런지 더욱 관통이 효과를 봤다.

거기다 특이하게 용종으로 분류되어 증폭된 대미지까지.

그간 헛방을 날렸던 챠밍, 막내별의 마법과 나르샤 누나의 화살들이 완벽하게 들어가자 체력을 깎는 속도가 점점 탄력이 붙었다.

그리고 확실히 약점인 부분까지.

날아다닐 때는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

검신과 손잡이가 이어지는 사이에 붉은 눈 장식이 있었는데 가만히 봤더니 이 부분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약점인 것 같네요.”

그곳을 드래곤 슬레이어로 찍어대자 바로 크리티컬이 터지면서 녀석이 한 번에 축 처져서 얌전하게 변했다.

역시 정답인가?

이대로 이곳만 공격하면 드래곤 슬레이어 옵션 중 하나의 체력 감소가 적용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이 부르르 떨면서 드래곤 슬레이어에 자동으로 흡수가 되었다.

《 브랜디슈-블레이드가 드래곤 슬레이어에 흡수됩니다. 》

- 브랜디슈 흡수 1/500 - 2단계

역시 드래곤 슬레이어로 죽이면 경험치가 없다.

아이템도 없고.

그런데 특이하게도 시스템 메시지에 브랜디슈가 다른 표시로 되어 있었다.

“형, 이거 블레이드라고 따로 나오는데요?”

“그래? 종류가 다 다른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우리 대화를 들은 나르샤 누나가 확인 차 멀리 있는 용맥들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쪽 언덕 너머에 다른 형태의 브랜디슈가 있어. 창 형태도 보이고, 도끼 모양도 있고, 양손검도 보이는데?”

단순히 검 모양만 있는 것은 아니구나.

지정된 장소마다 각기 다른 형태의 무기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일단은 여기서 작업을 하죠.”

다른 무기 형태보다는 검이 땅에 박기 쉬운 편이니까.

배틀 액스 종류면 아무래도 힘들지.

사냥터 전체를 우리만 사용하고 있으니 골라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 주변만 해도 떠다니는 놈들이 많아서 굳이 다른 곳까지 갈 필요도 없었고.

그렇게 한동안 이 근처에서만 계속 브랜디슈를 땅에 박으면서 카운터를 늘려갔다.

온종일 정말 다른 것은 하나도 하지 않고 브랜디슈만 땅에 처박았다.

챠밍과 내가 리젠된 브랜디슈를 땅에 박으면 전사 형과 이쁜소녀가 라지 쉴드로 누르고 다른 사람들이 일점사를 해서 체력을 계속 깎는 방식은 최고의 효율을 자랑했다.

- 브랜디슈 흡수 35/500 - 2단계

- 브랜디슈 흡수 77/500 - 2단계

:

- 브랜디슈 흡수 485/500 - 2단계

과연 정석대로 치고받았다면 대체 얼마나 걸렸을까?

“아마 엄청 오래 걸렸을걸?”

재중이 형의 예측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페이스도 나쁘지 않기에.

그렇게 꼬박 하루를 모두 동원해 드래곤 슬레이어의 진화 조건을 완전히 채울 수 있었다.

- 브랜디슈 흡수 500/500 - 2단계

조건이 완성되자 전과 똑같이 드래곤 슬레이어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와 진화를 시작했다.

《 드래곤 슬레이어가 2단계에서 3단계로 진화합니다. 》

『 +10 드래곤 슬레이어 (유일)

/ 출혈 45 (35+10) 타격 37 (27+10)

- 레서 드래곤 흡수 1/1000 - 3단계

- 드래곤형 피해 400%

- 크리티컬 시 낮은 확률로 드래곤형 체력 2/100 감소

-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 50%

- 추가 봉인 / 미완성 』

“이건 좀…….”

무기가 점점 미쳐 가는데?

기본 대미지의 출혈과 타격 모두 5씩 올라갔다.

이건 강화를 다섯 번 한 것과 마찬가지 수치.

10강 무기 공격력이 이미 14강인 르아 카르테를 따라잡았다.

거기다 드래곤 형 피해도 100% 상승했고.

가장 핵심인 확률 체력 감소가 2%로 올라버렸다.

일단 터지면 전체 체력을 2%나 깎아버리는 무서운 옵션.

그리고 마지막.

새로운 옵션이 추가로 생겼는데 이건 좀 무섭네.

오직 드래곤형 대상이라 다른 어떤 몬스터에게도 쓰지 못하지만 르아 카르테에 달린 관통 확률 30%를 가볍게 넘어버리는 확률이 나왔다.

무려 50%.

두 번 치면 한 번은 관통이라는 소리.

단순히 드래곤형 대상으로만 한정하면 르아 카르테를 아득히 뛰어넘는 옵션을 가지게 되었다.

재중이 형도 3단계가 된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더니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

“미쳤네. 무슨 무기가 이러냐.”

“그만큼 힘들 거라 생각했나 보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이기는 한데… 옵션이 과하네.”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과하기는 한데 딱 하나의 약점은 있었다.

바로 ‘용종 한정’이라는 것.

만약, 유저나 다른 몬스터를 상대로 싸운다면 옵션 중 쓸모 있는 옵션이 단 한 가지도 없다.

치명적이기는 하나, 르아 카르테와 달리 이곳 용의 대지 말고는 쓸 수 없는 반쪽짜리 무기였다.

용이 아닌 상대에게는 그냥 조금 대미지가 높은 무기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막 나가는 옵션이 나오는 걸지도.

그만큼 얻기가 힘들기도 하고.

“일단, 목적은 달성했네요.”

“아아, 그렇지. 지금도 용하고 맞짱 뜰 수 있겠어.”

“이 무기 하나만 가지고는 힘들겠죠.”

“그래, 우리도 슬슬 스펙 업을 해야겠어.”

지금은 내게 너무 스펙이 치중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장비와 경험치를 얻을 기회를 모두 내게 몰빵한 그런 상황이기도 하고.

이미 내 스펙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럼 이번엔 내 쪽에서 우리 팀의 스펙을 끌어 올려줘야 한다.

일단 접속 시간이 다 되어 접속을 끊고 나왔다.

그렇게 한숨을 자고 일어났는데 특별히 점검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괜찮으려나.

그리고 이젠 패치를 해도 괜찮지.

이미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다 얻었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3단계가 되면서 브랜디슈를 확실히 압도할 방법이 생겼으니까.

드래곤 슬레이어의 관통과 르아 카르테의 관통이 합쳐지면 무려 80%의 확률이 나온다.

그럼 메탈 계열이라고는 하나 방어력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

굳이 힘들게 녀석을 잡지 않더라도 압도할 자신이 있었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07.

> 로딩 중…….

접속하자마자 지금은 해원의 것이 되어 있는 거점으로 돌아가 물약을 채워 넣으면서 기다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팀이 모두 접속했다.

다들 물약을 채우면서 인상을 찌푸렸는데 확실히 물약이 비싸도 너무 비쌌다.

평소 쓰던 물약 값의 다섯 배나 되니.

해원이 욕먹을 작정을 했구나.

밖으로 나오자 전사 형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한마디 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유저가 늘었어.”

“좀 많기는 해요.”

우리는 서른 개 길드밖에 부르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수를 아득히 넘어서는 유저가 거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해원이 본전 뽑으려고 아주 대놓고 광고를 한 모양인데?”

확실히 유저가 많으면 많을수록 돈이 된다.

여기서 나가서 사냥하든 죽어 나가든 어쨌든 물약은 소모하니까.

재중이 형이 전사 형의 말을 듣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덕분에 우리가 욕먹는 수고를 덜었지. 거점 위치를 그렇게 비싸게 팔아넘겼는데 우리가 이렇게 광고를 했어 봐라. 욕이란 욕은 다 먹었을 거다. 아까 지인에게 귓말 왔는데 해원 욕을 얼마나 하던지… 상도덕도 없는 새끼라고.”

“크, 그렇습니까? 아무튼, 우리에겐 더 잘된 일이군요.”

“그래, 그러니까 우린 손 안 대고 코 푼 셈이야.”

그런 대화를 들으면서 다시 용맥을 향해 나가는데 확실히 필드엔 유저가 바글바글했다.

사냥이 되든 안 되든 일단 상위 사냥터라 다 몰려와서 사냥하는 모양인데…….

과한 욕심이지.

저건 오히려 드레이크에 사냥당하는 쪽에 가까워 보였다.

잠시 그런 광경을 보다가 용맥으로 다시 돌아가 브랜디슈를 사냥했다.

이전과는 달리 굳이 브랜디슈를 땅에 박아 넣지 않아도 단순한 타격만으로도 브랜디슈를 바닥에 쓰러지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마리를 잡았을까.

“드랍이 정말 안 됩니다.”

“흠, 엘리트급인데 이 정도로 안 되나?”

부위 파괴가 안 되니까 더 오래 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전사 형과 재중이 형의 푸념과 함께 스무 마리쯤 잡았을 무렵, 템이 하나 떨어졌다.

그동안 경험치도 한 단계 오르고.

『 브랜디슈 블레이드 날 / 제작 재료 』

“확실히 여기서 새 무기를 얻을 수 있나 보네요.”

드레이크를 아무리 사냥해도 무기를 얻을 수 없어서 여기에 기대를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좀 많이 잡아야겠지만.

주변에 널린 게 브랜디슈니까.

그리고 아이기스도 이젠 사냥할 여력이 충분했고.

이건 우리에게 엄청난 이득이 되어 줄 것이다.

그렇게 브랜디슈를 사냥하면서 차곡차곡 재료 아이템을 모아갔다.

시간이 좀 더 지나길 기다리면서.

얼마 후 사장님에게서 신호가 왔다.

<카이저> 건물 다 올라갔다.

<주호> 때가 됐네요.

투자만 왕창하게 되는 이 시점.

딱 지금이 적기다.

해원의 거점을 털어버릴.

“슬슬 가죠.”

내 신호에 다들 짐을 싸서 바로 구 드워프 지하 왕국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곳을 아는 사람들은 아직 우리뿐.

도착하자마자 우리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 돌발 퀘스트 : 드워프 지하 왕국 수복. 》

- 드래곤을 퇴치하거나 제거해 드워프 지하 왕국을 재건.

- 퀘스트 보상

-  :

-  :

“역시.”

재중이 형은 돌발 퀘스트가 뜨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전사 형도 마찬가지.

드워프 지하 왕국으로 오면 수복 퀘스트가 뜰 거라고 분명히 예상했었다.

예전에 로가슈 왕국 수복처럼.

그리고 모두가 먼 하늘을 바라봤다.

용의 던전이 있는 딱 그 방향의 하늘을.

아니나 다를까.

“크어어어어!!!”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전 산맥을 떨리게 만드는 포효에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자, 다들 이제 튀죠!”

“팝콘 튀겨올게욧!”

막내별의 재치에 다들 웃어버렸다.

용의 비늘(?)을 건드렸으니.

이제 날뛰는 것만 구경할 차례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