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42화 (435/1,404)

#442화 용을 먹는 검 (1)

르아 카르테가 투명한 느낌의 새하얀 검신이라면, 드래곤 슬레이어는 그저 새하얀 느낌이었다.

드래곤의 단단한 뼈를 갈아 만든 것처럼.

실제 아이템 설명에도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쓰여 있었고.

게다가 검신 중앙엔 입을 크게 벌린 용의 문양이 길게 아로새겨져 인상적이었다.

또한, 검신과 검병 사이엔 용의 그것으로 짐작되는 검은 날개 장식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어, 파괴적이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이건 마치 용이 날아오르며 포효하는 그런 느낌을 검 하나에 새겨 넣은 느낌이려나.

다른 일반적인 검과는 달리 무기 형태나 디테일부터가 완전히 압도적인 이런 외형만으로도 유일 아이템이라는 느낌을 주기엔 충분했다.

오직 용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검.

드래곤 슬레이어.

옵션은….

『 +0 드래곤 슬레이어 (유일) / 출혈 30 타격 22

- 용족 흡수 1/100 - 1단계

- 드래곤형 피해 200%

- 추가 봉인 / 미완성 』

《 용족을 흡수시켜 무기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

드래곤 슬레이어의 옵션을 확인하자 재중이 형 말대로 용을 흡수할 수 있는 기이한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성장형인가요?”

“용족 흡수 옵션이 있고 단계가 있는 것을 봐서는 성장형이라고 봐야겠지.”

확실히 특이한 검이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식의 검.

딱히 무기 성능에 구애를 받는 스타일이 아니라 이제까진 특별히 무기를 모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르아 카르테부터 시작해서 드래곤 슬레이어까지 수중에 넣자 그런 마음이 가슴 한곳에서 계속 생겨났다.

이렇게 다른 독특한 성질만으로도 충분히 모아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무기 공격력은….

대미지는 기존 데몬 블레이드가 가장 높았지만, 드래곤 슬레이어는 그보다 몇 단계 위에 있었다.

이 정도 무기 공격력이면 단순히 들기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리고 용족 흡수라는 옵션 외에는 딱 하나의 옵션만이 달려 있었다.

유일 아이템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빈약한 옵션 수.

물론, 그 옵션 하나가 사기에 가까웠다.

용족에 한정해 무려 200%의 공격력을 준다.

그것도 아무 강화도 하지 않은 노강이.

용의 지대 몬스터들이 죄다 용족인 것을 감안하면 이 옵션 하나만으로 다른 옵션을 모두 씹어먹고도 남을 것이다.

“그래도 옵션 수는 좀 아쉽네요.”

르아 카르테가 계속 옵션이 붙는 것을 생각해보면 많이 아쉬움이 있지.

“아니, 이 녀석도 추가 봉인이 있으니까. 옵션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거야.”

“그런가요?”

“일단은 키워봐야 알겠네. 어디까지 성장할지.”

무기를 키운다라.

나쁘지 않아.

여기서 조금 더 강하게 만들려면.

품에서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방어전에서 잡고 받은 보상 중 여분으로 남겨놓은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을 꺼내 들었다.

그간 고이 모셔둔 강화석.

데몬 블레이드에 지를까 생각했는데 그때 당시 재중이 형이 날 말렸었다.

용의 대지에서 다른 아이템이 나오면 그때 쓰라고.

당시 데몬 블레이드도 충분히 좋은 무기였음에도 불구하고 5강까지만 해서 쓰고 있었던 보람이 있었다.

내가 꺼내든 강화석을 보고는 재중이 형이 씨익 웃었다.

“그거 형이 아껴두라고 했잖아. 어때?”

“최고의 선택이었죠.”

“알면 한턱 쏴라. 나 싼 거는 안 먹는다.”

끙, 이번엔 진짜 크게 쏴야 하려나.

그때 써버렸으면 정말.

문제는 이걸 강화하면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뜰 것이다.

전 서버에.

“또 서버가 뒤집어지겠네요.”

“흐음, 다르게 생각해보면 꽤 재밌어질 것 같은데?”

“네?”

“유일 아이템, 옵션은 안 뜨더라도…….”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챠밍이 뭔가를 눈치챈 듯 말을 꺼냈다.

“아! 무기 이름은 뜨잖아요.”

“빙고,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이름만으로 앞으로 굉장히 재밌어질 거다. 안 그래도 말라버린 숲으로 드래곤이 날아가서 그 난리를 쳤으니까.”

그걸 듣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완전 피곤해지겠네요.”

“그래, 적어도 드래곤에 관련된 사냥터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겠지. 그동안 사냥하던 곳을 떠나 대거 사람들이 몰려올 거다. 무슨 수를 써서든.”

“손님맞이를 해야 하나요.”

“아마도?”

“여기 사냥터가 알려지는 것도 시간문제겠네요.”

아예 그런 사냥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끝이지만.

반대로 그런 사냥터가 반드시 있다고 확신하게 되면?

중간에 터널을 통해 지나오지 못하더라도 무리를 해가며 분명히 찾아낼 것이다.

“그래도 해야겠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 슬레이어를 강화하면 바로 정보가 누출되겠지만 그게 무서워서 강화를 안 할 수는 없지.

“그럼, 바로 갈게요.”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을 드래곤 슬레이어 위에 올려놓고 강화를 했다.

『 +10 드래곤 슬레이어 (유일)

/ 출혈 40 (30+10) 타격 32 (22+10)

- 용족 흡수 1/100 - 1단계

- 드래곤형 피해 300%

- 추가 봉인 / 미완성 』

《 주호 님이 【 +10 드래곤 슬레이어 】 인챈트에 성공했습니다! 》

역시나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

그리고 채팅 창이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또 주호임!

-드래곤 슬레이어?

-뭐야? 또 10강?

-이건 무슨 10강 제조기도 아니고.

-방어전 1등 했잖아. 그때 받은 보상인 듯.

-캬! 진심 부럽다.

-이거 정보 전혀 안 뜨는데? 클릭해도 안 나와.

-전에 르아 카르테라는 무기하고 똑같아. 자세한 정보 안 뜸.

-그런데 드래곤 슬레이어면 설마 그 드래곤을 잡은 거야?

-미쳤네. 그 거대한 놈을 진짜 잡았어?

-에이, 드래곤 몇 분 전에 그냥 돌아가지 않았나?

-맞아, 돌아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잡는 건 말도 안 되지.

-그럼 저 드래곤 슬레이어는 대체 뭐야?

-그냥 아이템 이름만 저런 거 아님?

-그런가? 무기 이름이 드래곤이라, 설마?

-요즘 드래곤 나오는 사냥터에 있었나 봄.

-하, 우린 엘프랑 진영 싸움하고 있는데? 드래곤?

-지금 여기서 사냥할 때가 아니네.

-어디서 사냥하는지 찾아내야 함.

-애들 다 풀어야겠음.

역시 예상대로 사람들이 드래곤에 대한 의심을 품고는 사냥터에 대한 것까지 유추를 했다.

이건 이제 어쩔 수 없는 문제고.

10강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니 무기 공격력이 올라가고 드래곤형 피해가 무려 100%나 올라갔다.

드래곤에 대해서 세 배 피해 추가라…….

나쁘지 않다.

거기다 아직 성장 가능성이 더 있고.

그렇게 내 무기를 강화하고 난 뒤 다른 사람들의 보상도 하나씩 확인을 했다.

나를 빼면 이 중에서 전사 형이 가장 수확이 좋았다.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을 얻어왔으니까.

방어전을 1등 해야지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보상으로 받다니.

이번엔 운이 정말 좋았다.

“흐흐, 이걸 어디다 바르나!”

반면에.

“힝, 전 꽝이에요.”

이쁜소녀가 빈손.

이번엔 뽑기운이 없었나 보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방어구 강화석, 일반 강화석, 듀얼 링 정도가 평타 수준.

보상 방이 많은 만큼이나 보상 역시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재중이 형이 허탈해 보이는 표정으로 내 드래곤 슬레이어를 바라봤다.

사실 형도 꽝에 가까워서.

“너 대체 그거 어떻게 뽑아온 거냐?”

다른 사람들의 보상에 비하면 이건 진짜 대박 수준이다.

거기다 내가 뽑았으니까 이제 다른 사람들은 이 보상을 받을 수도 없고.

“르아 카르테가 웅웅 울리던데요? 근처에 가니까.”

“뭐? 미친. 그럼 저거 완전 유일 아이템 검사기 아냐?”

“설마요…….”

“아냐, 충분히 가능성 있어.”

이번엔 재중이 형이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그거 들고 전 맵을 다 뒤지러 다녀야 하나…….”

거기다 전사 형도 한껏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내 방패도 좀 찾아주라. 주호야. 방패도 있지 않겠냐?”

이쁜소녀도 손을 번쩍 들고 끼어들었다.

“오빠! 저도요! 전 큰 무기!”

나르샤 누나도 거들었다.

“나도 무기 바꾼 지가 좀 오래됐네. 호호.”

막내별도 마찬가지.

“손들면 찾아주는 건가요?! 저도!”

챠밍은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물론, 눈을 깜빡깜빡하면서 날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것은 잊지 않았고.

끙.

졸지에 유일 아이템 검사기가 되어버렸네.

“드래곤 슬레이어 좀 키워놓고 한 번 돌아봐요.”

내 말에 다들 손을 번쩍 들고는 환호를 했다.

정말 그런 용도로 쓸 수 있다면야…….

다 찾아내진 못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한번 해봐야겠지.

이건 꽤 나중의 일이 될 테고.

일단 드래곤 슬레이어를 키우려면 아주 큰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다.

물약 수급.

“결국 답은 하나죠.”

내 말을 이해한 재중이 형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거점 만들어야겠네. 드워프 지하 왕국은 쓸 수 없으니까. 괜히 지하 왕국 살려보겠다고 드래곤하고 싸우기에는 아직 이쪽이 밀려. 이쪽이 준비될 때까진 최대한 드래곤을 자극하는 것을 피해야지.”

재중이 형과 전사 형, 나르샤 누나와 함께 지도를 펼쳐놓고 계속 회의를 했다.

어디쯤 만들면 드래곤이 나타나지 않을지.

그리고 용종이 최대한 적게 나타날 만큼 먼 거리.

반면에 너무 멀면 안 된다.

거리가 너무 떨어지면 물약 수급을 하는 데 지장이 있으니까.

그때, 갑자기 시스템 음이 울려왔다.

지금?

《 드래곤 레어 관련 시스템이 변경됨에 따라 5분 뒤 임시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고객님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

재중이 형이 올 것이 왔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심지어 드래곤 레어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는 점검 내용까지.

누가 봐도 우리가 한 일로 점검을 하는 모양새였다.

“똑같은 방법으로 드래곤 레어를 계속 털 가능성이 있으니까 조기에 차단하고 싶었겠지.”

“아쉽네요.”

사실 한 번 정도는 더 털어보고 싶었는데.

드래곤이 멀리 나간다는 가정하에.

그래서 거점을 드래곤이 나올만한 위치에 설치해볼까 고민도 했었고.

운영자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걸 그대로 놔두지는 않았다.

“그럼 나중에 봐요.”

다들 접속을 종료하고 VRS를 나왔다.

임시 점검에 드래곤 슬레이어라…….

원래는 드래곤을 잡고 난 뒤에 얻었어야 할 보상일 텐데.

얼마나 급했으면 우리가 나오자마자 점검을 했을까.

이번엔 꽤 피곤했던지 그대로 VRS에 기대 잠에 빠져들었다.

운영자들이 황당해할 모습을 상상하면서.

* * * *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07.

> 로딩 중…….

점검이 끝나자마자 바로 접속을 했다.

레벨은 전에 있던 그대로.

바로 공지사항부터 확인했다.

* * *

[ 공지사항 ]

▷ 드래곤 레어, 입장 위치가 변경됩니다.

▷ 드래곤 레어, 파수꾼을 제거해야 드래곤 레어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 드래곤 레어, 파수꾼 레벨이 상향됩니다.

▷ 거점 설치 시, 용의 던전 몬스터들이 던전 외부로 벗어나지 않도록 변경됩니다.

▷ 드래곤의 어그로 시스템을 변경합니다.

▷ 용의 던전 몬스터들의 리젠 시간을 단축합니다.

▷ 전이문이 통합 쿨타임으로 변경됩니다.

* * *

그 밖에 잡다한 내용들이 있기는 했는데 결국 핵심은 하나.

한 번에 드래곤 레어를 털지 못하도록 변경해놓았다.

용의 던전 안에서 거점의 어그로에 끌려 몬스터가 튀어나오지 않는 것은…….

우리가 오히려 고맙지.

이로써 거점 설치에 대한 부담감이 훨씬 줄어들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에 대해서는 손을 댄 것 같진 않았고.

그리고 르아 카르테가 다른 유일 템에 반응하는 것도 원래 설정인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있었다.

나쁘지 않아.

아니, 반대로 더 좋은 쪽으로 패치가 되어버렸다.

드래곤 슬레이어를 키우기에.

얼마 뒤, 우리 팀이 접속을 해서 한자리에 모이자 밖에서 생각해왔던 것을 우리 팀에게 말했다.

“우리, 용의 대지 위치 공개해 버리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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