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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37화 (430/1,404)

#437화 용맥 (1)

<주호> 사실 저희가 좀 멀리 나와 있어서요.

<화련> 미치겠네. 하필 지금… 대체 어디야?

하필 지금?

뭔가 뉘앙스가 섞여 있는 말인데.

좀 더 파고 들어?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괜히 끼어들었다가 일이 복잡해지면 이쪽이 곤란하다.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넘기는 것이 베스트.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전혀 없었다.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니까.

<주호> 이동 거리가 좀 됩니다. 가는 것도 시간을 많이 써야 해서요.

<화련> 그래도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잡으면 남는 장사 아냐?

<주호> 가르시아 제국에서는 유저들하고 NPC들이 도와줘서 겨우 잡은 겁니다. 그냥은 저희도 힘들죠.

<화련> 칫, 너도 어렵다는 거네.

<주호> 오버가 되고 그쪽에 있는 유저 전부가 도와준다면야 어떻게든 잡기야 하겠지만… 다들 네임드 템을 쉽게 포기하려고 안 할걸요.

<화련> 그래, 하나 같이 욕심이 많지. 하아, 별수 없네. 당분간 미뤄야 하려나.

역시.

화련이 숨기는 게 있다.

엄청나게 궁금하지만 저걸 물어보면 결국 귀찮은 일에 휘말릴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화련> 어쩔 수 없네. 그런데 대체 어디서 사냥하는 거야? 어떻게 한 번을 안 보일 수가 있어?

아무래도 화련이 우리가 어디서 사냥하는지 찾아본 것 같은데?

아니, 화련이 아니더라도 대다수의 길드가 우리의 행적을 찾아다녔을 것이다.

그래 봐야 절대 못 찾겠지만.

<주호> 영업 비밀이죠. 그냥 좀 멀다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화련> 아씨, 그냥 좀 알려주면 될 건데 완전 치사해. 너!

<주호> 저희도 죽을 고생 하면서 자리 잡아서요.

<화련> 됐고! 진짜 일찍 널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뭐, 아쉬운 대로 재밌는 애를 찾긴 했어.

응?

무슨 말이지?

재밌는 애?

화련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평범하지는 않겠네.

<주호> 괜히 궁금해지네요.

<화련> 이쪽도 영업 비밀. 어디서 사냥하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아이템 나오면 좀 팔기나 해. 값은 제대로 치를 테니까.

<주호> 생각 좀 해볼께요.

<화련> 끝까지 안 져주네. 끊어!

그렇게 씩씩거리던 화련이 영상을 끊어버렸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재중이 형은 재밌다는 듯 킬킬거리면서 웃어댔다.

“이거 우리 큰 손님을 화나게 만들어버렸네.”

“뭐 어쩔 수 없죠. 우리도 다른 사람 사정 봐줘 가면서 움직일 순 없으니까요. 여유가 없기도 하고.”

“그래, 그런데 화련도 뭔가 숨겨놓은 히든카드가 좀 있는 것 같은 눈치더라.”

“형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어, 확실히. 지금 시점에서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난동을 피우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말라버린 숲에서 뭔가를 찾은 건 아니겠죠?”

“흐음, 그건 꽤 설득력 있네. 그럴 수도 있겠다.”

“설마 영웅의 무기?”

“글쎄다?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으면 우리도 이 고생 안 하지. 그게 아니라면 유적지 정도일 수도 있고. 다른 네임드를 찾았다던가 뭔가가 있겠지.”

“저쪽도 놀고만 있지는 않네요.”

“아무래도 애들이 유능하니까.”

“그럼 용의 대지 공략을 잠시 포기하고 말라버린 숲으로 가야 할까요?”

여기서 선택지가 갈린다.

말라버린 숲에서 얻을 무언가가 있다면…….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냥터를 오가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말라버린 숲’으로 한정하면 우리는 완전히 후발 주자야. 그곳에서 정보를 모으고 뭔가를 하다 보면 오히려 상당히 뒤처질 거야.”

“그렇군요.”

“가서 제대로 얻어낸다면야 베스트지만 반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 그땐 정말 피곤해져. 시간은 시간대로 날리고 손에 쥐는 건 없고.”

“당분간은 용의 지대에 집중해야겠네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티어가 더 높으니까 같은 시간 투자를 해도 이쪽이 더 좋아. 그리고 악마형 케르베로스 문제도 있고. 오버된 녀석을 잡으려면 우리도 스펙 업을 좀 더 해야지.”

사실 형들하고 전에 이야기한 게 있었다.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매일 불러내 방어전을 만들어보자고.

매번 불러내서 보상을 얻고 또 얻고 하다 보면 정말 미친 스펙의 르아 카르테가 나올지도 모른다.

+1 확정 강화석으로 계속 발라버리면 되니까.

그런데 딱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가르시아 제국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유저들을 잡아가면서 레벨 업이 가능한 녀석을 장기간 붙들어놓고 잡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지금 말라버린 숲에서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거의 다 잡은 상황에서 블링크로 사라져서 만만한 유저들을 죽이고 난 뒤 레벨을 올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렇다고 유저들에게 참가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이건 우리 손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문제라….

방어전을 한 번 더 해먹는 건 무리라 판단했고.

그러다 나온 차선책이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말라버린 숲에 방생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쪽은 다른 목적도 있었고.

확실히 드랍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지도 조각을 확실하게 얻으려면 녀석이 오버가 되는 편이 우리에게는 좋았다.

“자, 이제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라자고. 가자.”

* * * * *

말라버린 숲에서 한참 난리가 나고 있는 가운데 드레이크를 잡는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부족한 물약은 드워프 지하 왕국에서 쉽게 채울 수 있었고.

이제 여기서부터 좀 더 멀어지면 물약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확실히 엘리트 몹을 몰아 잡다 보니 경험치가 잘 올랐다.

다만 레벨이 두 개가 더 올라 115가 되자 그 폭이 확연하게 꺾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많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과 달리 한 번에 쭉쭉 차오르는 정도가 아니어서 나를 실망케 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

필드 사냥은 주변에 몬스터가 리젠 되는 분량에 한계가 있었다.

좀 몰아 잡고 나면 사냥터가 텅텅 비는 상황이 계속 일어났으니까.

나르샤 누나도 계속 더 먼 곳으로 달려나가게 되어 부담이 점점 늘었고.

“엘리트라 그런지 몇 마리 없네요.”

아쉬운 한 마디에 모두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용의 지대의 몬스터들은 한 마리, 한 마리가 정말 튼튼하고 강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몹 개체 수가 너무 적었다.

전사 형이 저 멀리 뛰어나간 나르샤 누나를 기다리다가 말을 꺼냈다.

“진짜 전에는 둘러싸이는 걸 걱정했었는데…….”

내가 가세하기 전까지만 해도 두 마리가 붙으면 무조건 도망 다녔다던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오히려 너무 적어서 문제.

“아무래도 옮겨야겠죠?”

“어, 여기선 더 이상은 무리지. 효율이 너무 안 나와. 몹을 잡는 시간보다 리젠을 기다리면서 버리는 시간이 더 기니까.”

“그럼, 슬슬 옮겨보죠.”

나르샤 누나가 몰아온 마지막 드레이크를 잡고 난 뒤 지하 왕국으로 가서 물약을 가득 채우고 길을 나섰다.

나와 재중이 형은 썬더볼트를.

우리 팀은 각자 드레이크를 타고 공중에 오르자 어느 정도 주변 지형이 눈에 들어왔다.

나르샤 누나가 사방으로 먼 곳을 한참 둘러보더니 바로 방향을 정해줬다.

“서쪽으로 가.”

“오케이, 앞장설게.”

전사 형이 먼저 앞으로 나서자 우리도 모두 뒤를 따라 날았다.

중간에 드레이크가 한 번씩 달려들기는 했지만 이미 드레이크 한두 마리는 쉽게 잡을 수 있는 전력이라 이동에 크게 문제는 되지 않았다.

물론, 우르르 날아다니는 쪽으로 가면 우리가 반대로 쫓기겠지만 나르샤 누나가 미리 확인을 하고 코스를 정해줬기에 몰리는 일 없이 지하 왕국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오빠, 저기 아래. 바실리스크 있어요!”

챠밍이 외치자 모두 아래를 내려다봤다.

몸 전체를 감싸는 튼튼하고 검은 등껍질을 가지고 바닥에 기어가는 거대 몬스터.

앞뒤 길이만 거의 5m는 되어 보였다.

기어간다고 느린 것도 절대 아니었다.

저건 대체 어딜 부파해야 하는 걸까?

등껍질?

아님 머리에 난 긴 이빨들?

네 발에 달린 발톱들도 있고.

모르긴 해도 등껍질을 부수려면 한참 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잡고 갈까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주변 파악부터 하자. 그리고 저놈 개체 수가 너무 적어. 좀 더 많은 곳이 있을 거야.”

그렇게 다시 위치를 옮겨 계속 서쪽으로 날아갔다.

가는 길에 바실리스크 외에도 여러 색을 가진 골렘이 곳곳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게 보였다.

형태만큼이나 크기 역시 범상치 않게 컸다.

기본 드레이크와 레드 드레이크, 아이스 드레이크, 다크 드레이크 같은 녀석들은 곳곳에 분포되어 있었고.

그렇게 산을 두 개쯤 넘어서 날아갈 때쯤 산의 풍경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산에 있던 식물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붉게 달아오른 산맥만이 이어졌다.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다른 사냥터라는 것을 보여주듯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깊게 날아갈수록 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삭막하면서 어둠이 주변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주변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산맥 사이로 뭔가 붉은 물체가 잔뜩 흐르는 것이 보였다.

마치 불이 강을 이룬 그런 모습?

이건…….

“용맥?”

분명히 드워프 지하 왕국 최하층에서 봤던 그 용맥과 닮아 있는 붉은 마그마가 산맥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형, 여기부터는.”

“아아, 다들 천천히 날아.”

재중이 형이 속도를 줄이자 모두 동시에 속도를 줄여나갔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던 나르샤 누나가 한 곳을 가리켰다.

“레서 드래곤 발견!”

자세히 보니 산맥 위에 고여 있던 용암 위로 몇 마리의 붉은 레서 드래곤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여기가 서식지였나.

전에 거점을 설치했을 때 날아오는 것을 봐서 가까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먼 곳에 있었다.

이 정도 거리에서 날아온다면 거점을 더 멀리 열어야 이 녀석들을 피할 수 있을지도.

이번엔 이쁜소녀가 멀리 있던 뭔가를 발견했다.

“오빠! 브랜디슈!”

“어디?”

“저기! 옆!”

공중을 날아다니는 레서 드래곤들 외에도 용맥으로 생각되는 붉은 호수 근처로 검의 형태를 한 브랜디슈가 떠다니고 있었다.

마치 용맥 근처에서만 산다는 듯.

거기다.

그 근처에 방패의 형태를 한 아이기스까지 돌아다녔다.

여기가 진짜 핫 플레이스인가.

우리가 찾으려던 몬스터들이 대거 모여 있었다.

마치 던전 속을 연상하듯이 몬스터가 빽빽하게 모여 있는 모습에 충분히 만족감이 들었다.

모르긴 해도 유저들이 여기를 발견하면 무조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그만큼 자리가 좋았다.

물론, 여기서 버텨낼 수 있어야겠지만.

“더 갈 것도 없네요.”

레벨을 올리기에 최적의 장소.

지하 왕국과 거리가 멀어서 물약 수급 문제만 빼면 정말 최고의 사냥터였다.

“다들 여기서부터는 긴장하고.”

재중이 형의 말에 다들 눈빛부터 변했다.

그리고 한 번도 붙어보지 못한 몬스터가 즐비해서 다들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그때, 나르샤 누나가 주변을 살핀다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갑자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응?

왜 저러지?

저런 모습은 또 처음인데?

나르샤 누나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더니 다급하게 외쳤다.

“모두 내려가! 당장!”

한 번도 나르샤 누나가 외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당황했지만 몸은 빠르게 반응했다.

바로 썬더볼트를 급하강시켜 바닥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똑같이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저 멀리 산맥 너머로 마치 제트기가 움직이는 것 같은 파공음이 사냥터 전체로 울려 퍼졌다.

“대체…….”

그리고 고개를 들어 산맥 쪽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서 몸이 굳어버렸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한 물체가 산맥에서 솟아오르더니 단순히 날갯짓만으로 온 산맥을 진동시켰다.

크기가 얼마나 큰지 녀석의 그림자만으로 산맥의 반이 가려졌다.

썬더볼트 몇 마리를 합쳐놓으면 저 녀석과 비슷할까?

단순히 크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포식자의 어떤 그럼 분위기가 신체 전체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압도적이고 거대한 존재감.

그렇게 거대한 녀석이 주변 공기를 진동시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 머리 위를 순식간에 지나쳐 우리가 날아왔던 딱 그 방향을 향해 사라져갔다.

“꺅!”

“큭!”

단순히 날아가는 날갯짓의 칼바람 같은 파동만으로 우리 몸이 뒤로 쭉 밀려나 버렸다.

미친.

무슨 몬스터가…….

녀석이 우리 위를 날아가는데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싸워봐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재중이 형도 어이가 없는지 녀석이 날아간 방향만을 바라봤다.

저건 드레이크가 천 마리가 달려들어도 어떻게 못 한다.

그런데 갑자기 녀석이 날아간 방향 저편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산을 몇 개나 넘어온 우리 눈에도 보일 만큼 강력한.

여기서 보일 정도의 폭발이면…….

갑자기 챠밍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오빠, 저 방향. 지하 왕국…!”

큭.

설마?

그리고 그런 의심은 곧 현실로 드러나 버렸다.

《 지하 왕국 방어전이 시작됩니다. 》

《 돌발 퀘스트 : 드워프 지하 왕국 방어전. 》

그런 시스템이 울리자마자 곧장 다른 시스템이 울려 퍼졌다.

《 지하 왕국이 무너졌습니다. 방어전이 종료됩니다. 》

하…?

이건 너무 하잖아!

저걸 무슨 수로 막아?!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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