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3
#433화 제국성 강제 방어전 (1)
드레이크를 잡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그것은 바로, 기동성.
공중이고 지상이고 할 것 없이 일단 굉장히 빠르다.
예전 가르시아 제국 앞마당 산맥 쪽에서 사냥할 수 있는 돌풍의 샤벨 타이거도 굉장히 빨랐지만, 이 녀석은 그 녀석과는 비교 할 수 없다.
공중에선 공중 최고의 네임드인 썬더볼트와 맞먹는 활공 속도를 가지고 있었고, 지상에서는 굵직한 뒷다리 들고 점프하듯 뛰어다니면서 거의 날다시피 쓸고 다녔다.
단순히 기동성만 좋으면 어떻게든 따라잡아 상대를 하면 되겠지만 그것으로만 끝나는 몬스터는 절대 아니었다.
일단, 근력.
전사 형이 우리 중 근력 투자를 많이 하는 스탯 배분인데도 불구하고 직접 정면에서 부딪치면 전사 형이 뒤로 쭉쭉 밀려 나간다.
억센 턱에 한 번이라도 걸리면 유저의 힘으로는 풀 수가 없기에 그냥 살기를 포기해야 했다.
거기다 돌진하듯 달려들어 휘두르는 앞발 공격은 너무나 살벌하다.
이 설명만 들으면 ‘그럼, 원거리 딜러가 무빙하면서 잡으면 되잖아?’라고 하겠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순발력이 발군이라 그것도 힘들다.
심지어 브레스와 비슷한 공격도 있기에 아차, 싶은 경우 그 자리에서 녹아서 사라져 버릴 수 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고레벨 사냥터의 엘리트.
스탯만 보면 돌풍의 샤벨 타이거는 귀여운 강아지 수준밖에 안 될 것이다.
그렇기에 대륙을 넘어오자마자 여기서 사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중이다.
일단 속도.
원거리에 있는 마법사나 궁수를 일순간에 따라잡을 수 있는 주력을 가진 드레이크들이 전부 바닥에 엎어져서 골골거리고 있었다.
다린 한쪽이 깊게 파이고 전기로 지져진 효과와 자국이 남아 그 부분이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일어났다가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민첩이 높고 기동력이 좋으면 뭐하겠는가….
움직이지를 못하는데.
무쓸모.
거기다 공격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기동력을 바탕으로 힘을 실어 공격을 하든, 몸으로 부대껴서 싸우든 일단은 움직여야지.
그게 안 되니까 가중 중요한 스탯 중에 두 가지가 그대로 묶여 버렸다.
쾅쾅!
르아 카르테가 다리 뒤를 긁고 지나가면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드레이크가 바로 주저앉았다.
혹여나 주저 않지 않더라도 괜찮다.
르아 카르테보다 많이 약하지만 데몬 블레이드도 기존 무기들 수준에서는 굉장히 높은 대미지를 자랑하기에 두어 번 더 치면 어떻게든 드레이크를 눕혀 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동시에 울리는 시스템음들.
《 【 라이트 웨폰 Lv.2 】이 【 라이트 웨폰 Lv.3 】 로 상승합니다. 》
《 【 아쿠아 웨폰 Lv.2 】이 【 아쿠아 웨폰 Lv.3 】 로 상승합니다. 》
《 【 포이즌 웨폰 Lv.2 】이 【 포이즌 웨폰 Lv.3 】 로 상승합니다. 》
《 【 다크 웨폰 Lv.2 】이 【 다크 웨폰 Lv.3 】 로 상승합니다. 》
《 【 라이트닝 웨폰 Lv.2 】이 【 라이트닝 웨폰 Lv.3 】 로 상승합니다. 》
기다렸다는 듯 각 속성 기술의 레벨이 동시에 올랐다.
이런 식인가?
크리티컬을 확실히 많이 먹여서 그런지 기술 레벨이 오르는 속도가 빠른 것 같았다.
기술 레벨이 어디까지 오를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계속하면 속성 하나당 심장의 대미지 상승폭과 거의 비슷해질지도 모르겠는데?
르아 카르테를 들고 관통이 터져 방어력을 무시한 상태로 심장 여러 개분의 속성 대미지가 추가되면?
생각만 해도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드레이크를 바닥에 눕히니 우리 팀이 사냥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먼저 챠밍.
【 소녀 라미아 소환! 】
【 트리플 캐스팅! 】
【 본 레인! 】
【 토네이도! 】
【 익스플로전! 】
하늘에서 무수히 떨어지는 날카로운 뼈의 조각이 드레이크들의 등판을 사정없이 쑤시고 들어갔다.
그리고 돌풍에 휩싸여 활활 타오르는 불꽃 기둥들이 드레이크 주변을 태워가면서 위력을 과시했다.
물론, 대륙 이전의 네임드 마법에다가 스탯 조절로 지력 능력치가 줄어든 점.
거기다 무기가 이곳 수준에 맞지 않는 낮은 티어라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나 더.
스킬 랭크가 낮아 위력과 범위가 줄어들기도 했고.
제대로 쓰려면 그 스킬만 자주 써서 랭크를 올리라는 소리겠지…….
아마 유저 고유 스킬 트리를 만들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았다.
비록 범위와 위력이 줄었지만 드레이크들이 죄다 바닥에 누워 있어서 그런지 연속적으로 대미지가 들어가니 드레이크들의 몸체가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막내별도 여유가 생기자 풀 차징으로 스킬을 썼다.
【 썬 라이트! 】
쉴라가 사용했던 광역 마법.
번쩍임과 함께 드레이크들이 몸을 비틀면서 괴로운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나와 공격하기 위해 주변에 있던 재중이 형을 비롯해 전사 형, 이쁜소녀까지 한꺼번에 몸이 반짝거렸다.
확실히 저 스킬은 쓸모가 있었다.
사방팔방 뛰어다닌다고 떨어져 있던 체력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체력이 높은 전사 형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내 쪽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
한 번씩 드레이크들이 벗어나려고 하면 전사 형이 바로 어글 스킬을 사용해 본인에게 드레이크들을 붙여놓았다.
그리고 드레이크를 붙인 상태로 사냥터를 뱅뱅 돌면 내가 가서 눕혀 버리는 식의 반복이 이어졌다.
그렇게 사이좋게 모아두면 다시 광역기.
《 레벨이 올랐습니다! 》
한 마리의 드레이크가 쓰러질 때 경험치의 1/10 정도가 차오르더니 열 마리가 넘어가자 바로 레벨이 올라버렸다.
105레벨.
순식간에 레벨을 하나 올리고 남은 녀석들을 마무리했다.
얼마 후, 모였던 드레이크가 전부 사라지자 전사 형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전사 형 입장에서는 정말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방어구 수준이 대륙 이전의 장비라 한 마리만 상대해도 벅찬데 그걸 우르르 몰고 다녔으니까.
다른 말로 목숨을 내놓고 몰이를 한 셈이었다.
물론, 그 결과는 확실한 경험치로 돌아왔고.
“이거 여러 번 하면 힘이 빠져서 못하겠다.”
“더 힘내주셔야죠. 이제 시작인데.”
“너 쉬고 오더니 팔팔하다?”
전사 형이 앓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전사 형 장비부터 어떻게 해야겠는데.
전사 형이나 우리 팀이 매번 이렇게 긴장감을 최고조로 해서 사냥하다 보면 분명히 실수가 나올 것이다.
그렇게 실수를 하거나 관통이 안 터져서 날뛰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드레이크를 다 잡고 떨어진 드랍 템을 보니까 부위 파괴가 안 되어서 그런지 재료 아이템 수량 자체는 많지 않았다.
【 드레이크 뼈 / 제작 재료 】
【 드레이크 이빨 / 제작 재료 】
【 드레이크 발톱 / 제작 재료 】
【 드레이크 가죽 / 제작 재료 】
대략 이런 식이라…….
완제품은 아예 안 떨어지는 모양인데.
뼈와 이빨, 발톱은 거의 몇 개 떨어지지도 않았다.
반면에 가죽은 상당수가 떨어졌고.
이빨, 발톱은 바깥쪽에 나와 있으니까 대략 알겠는데 뼈는 어떻게 얻어내는 거지?
가죽은 표면을 치면 떨어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떨어지는 수량인지 아님 부위 파괴가 되어서 나온 건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
곧장 재중이 형을 보며 물었다.
“형, 이거 재료 잘 나온 거예요?”
“확실히. 전엔 잘 안 나오던데 이번엔 괜찮게 나온 편이지.”
팀끼리 사냥했을 경우와 내가 합류했을 때 바뀐 것은 하나뿐이었다.
르아 카르테.
“역시 이 녀석이 답이네요.”
“아아, 뭐 그렇지. 부럽네. 부러워.”
재중이 형이 내 르아 카르테를 보고는 한껏 부러움을 표시했다.
재중이 형도 사냥 능력 하나만큼 차고 넘친다.
그런데 지금 고전을 하고 있는 단 하나의 이유.
무기 등급 자체의 문제.
라이데인도 충분히 좋은 무기지만 지금의 르아 카르테 같은 영웅의 무기와 비교하면 손색이 있었다.
그래서 재중이 형도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고.
아마 이곳 용의 대지에서 일반적인 무기나 다른 아이템을 구한다고 해도 영웅의 무기만큼 매력적이지 않을 확률이 아주 높다.
꼭 같지는 않더라도.
이것과 비슷한 성능을 내려면 결국 다른 영웅의 무기밖에 없겠지.
유저들의 무기 분포만 봐도 검 종류뿐 아니라 창 같은 종류도 분명 있을 테고.
지금 그런 단서에 가장 근접한 것은…….
악마형 케르베로스 혹은 고르곤.
우리가 아는 네임드 중에서는 가장 상급이고 분명히 뭔가에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암흑 지대.
다만 운영자가 그만 좀 해먹으라고 대놓고 패치를 해놨는데 쉽게 더 해먹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 다른 식으로 해먹을 수밖에.
누가 방해를 하든.
우리는 우린 식대로 간다.
* * * * *
드레이크 사냥은 이제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변수 자체도 거의 없고.
방어구가 데스 나이트 장비이다 보니 한 번 실수로 맞으면 체력이 푹푹 깎여나가는 위험에도 사냥은 계속되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벌써 107레벨.
“돌아가죠.”
한계까지 사냥을 하다 보니 물약이 꽤 많이 부족했다.
다행히 아직은 사냥터가 가까워서 지하 왕국을 빠르게 왕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장장이에게 부탁해서 만든 아이템들.
『 +0 드레이크 경갑 상의 / 방어력 30
근력+10 / 드래곤 종족 피해 10% 감소 』
『 +0 드레이크 경갑 하의 / 방어력 29
체력+10 / 드래곤 종족 피해 10% 감소 』
드레이크의 가죽과 뼈를 재료로 해서 만든 방어구인데 기존 가르시아 제국에서 얻은 검투사 세트보다 방어력이 월등했다.
적어도 몇 단계 윗급의 방어구.
거기다 용종에 대한 종족 피해가 상당히 많이 줄어들게 되었고.
다들 드레이크 사냥에 익숙해지고 경갑 상의, 하의로 용종에 대한 피해가 줄어들자 조금씩 사냥터를 넓혀서 레드 드레이크, 아이스 드레이크 같은 몬스터도 동시에 사냥을 했다.
처음엔 속성이 달라서 대미지가 어떻게 들어가나 했는데 내가 워낙 많은 웨폰 기술을 걸고 있어서 그런지 이 녀석들도 문제없이 바닥에 기게 만들었다.
『 +0 드레이크 모자 / 방어력 27
마력+10 / 드래곤 종족 피해 5% 방어 』
『 +0 드레이크 장갑 / 방어력 25
근력+10 / 드래곤 종족 피해 5% 방어 』
『 +0 드레이크 신발 / 방어력 25
민첩+10 / 드래곤 종족 피해 5% 방어 』
그리고 여기서 필요로 하는 다른 가죽 세트를 제작할 재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드레이크 경갑 세트를 다 착용하게 될 때쯤.
“이 정도면 방어력이 부족하진 않을 것 같아요.”
만약 방어구가 좋지 않았다면 지하 왕국과 멀리 떨어진 사냥터까지 나가 다른 용종을 더 사냥해 아이템 등급을 더 올려야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드레이크 경갑의 방어력이 좋았다.
계획했던 중간 과정을 다소 무시할 정도로.
일단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를 가지고 있어서 이미 내 공격력은 차고 넘쳤다.
문제의 낮은 방어력은 이번에 어느 정도 채워지자 곧장 새로운 작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을 자신도 있고.
그리곤 가르시아 제국성으로 다시 돌아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미치광이 리치를 불러냈다.
【 전이문 오픈! 】
전이문이 열리고 난 뒤 전이문을 버려놓고 멀리 떨어져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악마형 케르베로스.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방향을 틀어 가르시아 제국성을 향해 뛰어갔다.
근처의 유저와 몬스터들을 전부 학살하면서.
《 돌발 퀘스트 : 가르시아 제국 방어전. 》
-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퇴치하거나 제거.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500만. 』
『 정제 무기 강화석 (x50) 』
『 정제 방어구 강화석 (x100) 』
『 일반 강화석 (x50) 』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
『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
역시 저 녀석만 불러내면 언제든 방어전이 열리는 거였어.
우리 팀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본 후 눈을 빛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지금부터 강제 방어전 작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끝을 볼 겁니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