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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32화 (425/1,404)
  • # 432

    #432화 다시 암흑 속으로 (4)

    어둡고 캄캄한 곳에서 밝은 빛이 도는 전이문 밖을 보자 머리가 웅웅,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무리했나?

    전이문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억지로 감각을 끌어올린 덕분에 생긴 핑, 도는 반동이 몸에 전해졌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그렇게 문을 나서며 거점을 설치했다.

    《 용의 대지에 가르시아 제국 남작 주호 님의 새 거점이 설치됩니다. 》

    《 거점 명은 길드 명으로 대체 됩니다. 》

    《 거점 : 신화가 설치되었습니다. 》

    이건 보험이다.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튀어나왔을 경우를 대비한.

    거점이 설치된 것을 보고는 바로 멀리 있는 산속으로 몸을 날렸다.

    괜히 이곳에서 쉬다가 용종들과 부딪치면 곤란하지.

    잠시 산속에 숨어 기다리자 거점 주변으로 용종들이 개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쪽은 됐고.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나오지 않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설마 안에서 잡힌 것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도망 다니는 것 하나는 잘했으니까 잡히진 않았겠지.

    녀석이 죽어버리면 곤란하다.

    뽑아낼 수 있는 한 최대한 뽑아내야…….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거점이 파괴되어 사라졌다.

    용종들도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젠 의미가 없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더 시간을 끌기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미치광이 리치를 시켜 전이문을 닫아버렸다.

    용종들이 완전히 떠나고 전이문도 확실히 닫힌 것을 보자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나른해졌다.

    원래 상정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극도로 제한된 시야와 감각만으로 싸우는 것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 달아올랐던 몸을 식히며 우리 팀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끝났어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오는 칼답.

    <불멸> 살았냐?

    <챠밍> 어디에요? 괜찮아요?

    <방패전사> 너무 오래 걸려서 죽은 줄 알았다.

    <나르샤> 성공했어?

    <이쁜소녀> 잘 됐어요?

    <막내별> 저희 한참 기다렸어요.

    <주호> 일단은 성공했어요. 저도 무사하고요.

    답변을 주자 환호하는 분위기.

    생존은 신고했으니…….

    <주호> 죄송한데 저 좀만 쉬다가 올게요. 머리가 너무 울리네요.

    <챠밍> 아… 많이 아파요?

    <방패전사> 괜찮냐?

    <이쁜소녀> 무리했나봐…….

    <주호> 아픈 건 아니고, 그냥 좀 한숨 잤으면 해서요. 너무 걱정 마세요.

    <불멸> 우리 신경 쓰지 말고 나가서 쉬어. 고생했다.

    <주호> 네, 나중에 들어올게요.

    인사를 한 뒤 바로 VRS를 나와 기기에 등을 기댔다.

    후, 자주 할 짓은 아니네.

    싸울 때야 워낙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긴장이 풀리고 나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씻어야 하…….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끼고는 그냥 그 자리에 누워 버렸다.

    아, 유혜선 팀장한테 혼나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절하듯 잠이 들어버렸다.

    * * * * *

    얼마나 잠들었을까?

    바닥에서 잠들었더니 일어나자마자 허리가 삐걱거렸다.

    이불이라도 깔고 잘 것을… 남자는 허…….

    찬 바닥이 아닌 것을 그나마 감사해야 하나.

    갈증으로 목이 타오르는 느낌에 물부터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대체 몇 시간을 잔 거지?

    시간을 확인해 보니 대략 15시간 정도를 내리 잤다.

    일어날 때 허리가 아팠던 이유가 있었다.

    맨바닥에 15시간이나 누워 있었으니 안 아프고 버틸 재간이 있나.

    “미쳤네.”

    나도 모르게 입에서 미쳤다는 말이 나왔다.

    이 정도로 피곤했었나?

    무리를 아예 안 했다고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이 정도로 피로가 쌓일 줄은…….

    스마트폰을 바라보니 전화와 톡이 잔뜩 쌓여 있었다.

    소리로 해놨음에도 못 일어날 줄이야.

    누가 안 찾아온 게 용하네.

    스마트폰을 보니 은하의 연락이 제일 많았고 다음으로 재중이 형도 여러 번 연락을 했었다.

    특히 마지막엔 ‘문 부수고 들어갈까?’라는 격정적인 멘트가 달려 있었고.

    “이거 참…….”

    난감하네.

    은하에게 연락을 했더니 울먹이는 말과 함께 찾아온다는 것을 겨우 말렸다.

    재중이 형은 정말 문을 부수고 들어갈 생각이었다고 하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본의 아니게 걱정을 하게 만들었나.

    나도 15시간이나 잘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잠시 돌아다니면서 크게 문제가 없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뭔가가 망가진 것 같은 기분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한 번 유혜선 팀장에게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게 도착한 DS 연구실에서 몇 시간의 정밀 검사를 한 뒤 이어서 장작 한 시간 동안 유혜선 팀장에게 잔소리를 듣고서야 겨우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문제가 없다니 다행이긴 한데…….

    한 가지는 확실히 못 하게 되었다.

    다시 암흑 지대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

    이번처럼 장시간 무리를 하다가 어디 한 곳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걷잡을 수 없을 거라고.

    그리고 그런 충고를 확실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이템 하나 먹자고 몸을 버리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아쉽지만 나중에 암흑 지대를 볼 수 있는 뭔가가 생겨나겠지.

    지금 당장은 굳이 다시 갈 필요도 없고.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03.

    > 로딩 중…….

    레벨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사냥보단 르아 카르테를 복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으니까.

    이 시간 동안 랭킹은 더욱 쳐져서 이젠 500위 권 바깥으로 밀려나 버렸다.

    특히 긴 수면과 검사로 하루를 그냥 통으로 날린 것까지 포함하니 순위가 수직으로 곤두박질쳤다.

    어차피 지금 시점에 순위가 큰 의미가 있으려나…….

    저 순위는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새로운 공지사항이 있었다.

    * * *

    [ 공지사항 ]

    ▷ 암흑 지대의 암흑 디버프가 누적 시간에 따라 더욱 강하게 적용됩니다.

    ▷ 특수 아이템을 소지하면 암흑 디버프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 전이문 오픈 쿨타임은 하루 1번으로 제한됩니다.

    ▷ 전이문 오픈 시 암흑 지대에서의 위치가 랜덤하게 바뀝니다.

    ▷ 전이문 해제는 일정 거리 이하에서만 시전됩니다.

    ▷ 전이문에 내구가 추가됩니다. 몬스터나 유저에게 공격당하면 파괴됩니다.

    ▷ 거점 해제 시 거점의 귀환 포인트에서만 가능합니다.

    :

    * * *

    재중이 형이 내가 없던 사이에 임시 점검을 했다고 하던데 이건가 보네.

    대부분 전이문과 거점에 대한 사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이문의 쿨타임.

    그동안 제한 없이 언제든 여닫을 수 있었는데 패치가 되면서 쿨타임이 하루에 한 번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냥 아예 막아버리면 어쩌나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뭐, 어차피 당분간 넘어갈 생각이 없었으니까.

    유혜선 팀장의 당부도 있었고.

    아쉬운 점은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손날을 매번 얻을 수 없다는 것 정도?

    아니, 이것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건가?

    전이문을 한 번 열고 난 뒤 계속 열어둔다는 가정 아래 녀석이 오가기만 하면 되니까.

    물론, 그런 식으로 쉽게 되게끔 해놓진 않았을 것이다.

    전이문에 내구를 추가한 것을 보면.

    거점도 해제를 하려면 접근해야 하고, 전이문도 부서질 염려가 있었다.

    결국 더 이상 이걸 해먹지 말라는 소리 같은데…….

    그렇다고 안 할 생각은 없고.

    어차피 방법이야 많으니까.

    조금만 다른 방법을 쓰면 그만이다.

    그 외에 몇 가지 패치가 더 있었는데 대부분 우리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 패치 내용이었다.

    다른 유저들도 꽤 분주하네.

    워낙 넓은 대륙에 오픈된 사냥터도 많았고 거기다 유저들까지 많다 보니 패치 할 것들이 산더미 같았다.

    패치를 이제야 한 것도 이런 이유였나?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다 보면 우리만 신경 쓰고 있을 순 없겠지.

    잠시 더 살펴본 뒤 관련 없는 나머지 공지사항을 집어넣고 우리 팀과 잠시 인사를 나눈 뒤 바로 지하 왕국으로 돌아갔다.

    당장 확인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지금 내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 고르곤의 뿔 / 제작 재료. 】

    그 고생을 해서 얻은 건데 바로 써보고 싶었다.

    내가 지하 왕국으로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팀도 속속 복귀를 했다.

    챠밍이 내게 급하게 달려오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괜찮아요?”

    “아, 지금은 괜찮지.”

    “검사는요?”

    “으음, 유혜선 팀장이 일단은 무리하지 말라고 했어. 한 번 더 암흑 지대 그냥 들어가면 찾아와서 VRS 선 확 끊어버린다더라.”

    내 말에 챠밍이 깜짝 놀라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도착한 재중이 형도 그 말을 듣더니 막 웃어댔다.

    “그 정도까지 안 하면 또 말 안 듣고 들어가겠지.”

    “저도 제 몸 소중한지 알아요. 밀어 넣어도 안 들어가요.”

    “그래, 이제 거긴 당분간 묵혀두고. 재료는?”

    “제대로 얻어왔죠.”

    그러면서 고르곤의 뿔을 꺼내 보여줬다.

    “역시 합쳐야겠지?”

    “네, 그러려고 그 고생을 했으니까요.”

    이걸로 아이템을 만드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어차피 개수가 부족해서 신경 쓰지 않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구할 수 있을 터.

    고르곤이 제 발로 나와 준다던가, 혹은 우리 팀 전부가 들어갈 방법을 찾아야겠지.

    그렇게 르아 카르테와 고르곤의 뿔을 가지고 드워프의 왕을 찾아갔다.

    『 이건! 설마 고르곤의 뿔인가! 암흑 지대의 그 괴물을 어떻게……. 』

    저렇게 놀랄 일인가?

    카르바할이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고르곤의 뿔과 내 손에 있는 르아 카르테를 바라봤다.

    『 탐식을 이리 주게나. 고르곤의 뿔이 있으면 봉인을 한 단계 더 풀 수 있네. 』

    역시, 원하던 이야기가 나왔다.

    한 번에 하나씩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그 생각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카르바할에게 르아 카르테와 고르곤의 뿔을 건네주었더니 곧장 작업을 시작했다.

    『 이 녀석의 봉인을 풀어주지. 』

    그때, 지켜보고 있던 전사 형이 옆으로 오더니 물었다.

    “또 일주일이나 걸리는 건 아니겠지?”

    “설마요.”

    500위 밖으로 내쳐졌는데 여기서 일주일이나 더 소비를 하는 것은 아무리 르아 카르테가 좋아진다고 해도 부담이다.

    이미 우리 경쟁자들은 차근차근 아이템을 쌓아서 사냥터를 넓혀가는 중이니까.

    다행히 일주일이라는 무지막지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딱 하루.

    두 번째부터는 그래도 좀 봐주는 건가?

    한 번 더 일주일을 부르면 그냥 운영자를 찾아가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챠밍이 내게 오더니 말을 꺼냈다.

    “차라리 잘됐어요. 오빠, 몸도 안 좋은데 그냥 하루 푹 쉬어요.”

    “그러게. 쉬라고 판을 깔아주네.”

    재중이 형도 와서 한마디 했다.

    “앞으로 빡세게 달려야 하니까 푹 쉬어 둬.”

    “네, 누워서 편하게 쉬고 있을 테니 다녀오시죠.”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누워 버렸다.

    어차피 쉬는 거.

    제대로 푹 쉬어야지.

    아예 접속을 풀고 싶긴 한데 중간에 각인 작업이 있으니까 그건 안 되고.

    “그리고 이거.”

    재중이 형이 인벤에서 케르베로스의 손날 열 개를 꺼내주었다.

    “갈아 넣을 블레이드가 하나 더 필요할 테니까.”

    “이번에 얻은 건 전부 제가 다 쓰네요.”

    “크큭, 그거 먹이고 빨리 좀 강해져라. 우리도 이제 덕 좀 보자.”

    “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우리 팀이 다시 사냥을 하러 올라가 버리자 카르바할이 해머를 두들기는 소리만이 계속 흘러나왔다.

    편안하게 누워서 듣고 있으니 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잠을 잤음에도 무거웠던 머리를 눈을 감고 푹 쉬어주자 한결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카르바할이 새 르아 카르테를 내게 넘겨주었다.

    『 +13 르아 카르테 / 출혈 43(27+16) 타격 35(19+16)

    - 마력 흡수 11%

    - 치명타 대미지 450%

    - 옵션3

    - 추가 봉인 / 미완성 』

    후, 정말 열렸네.

    설명에 ‘옵션 3’이라는 부분이 새로 생겨났다.

    데몬 블레이드처럼 옵션이 세 개인 무기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원하는 알짜의 옵션만 들어가 있는 경우는 없었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데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더 남아 있었다.

    레비아탄과 드래곤.

    그 녀석들의 부위 파괴로 얻은 재료를 합성하기만 하면…….

    무려 5개의 옵션이 달리게 될 것이다.

    단 한 자루의 검에.

    미쳤다, 라는 말로도 부족하지.

    다른 영웅의 무기가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녀석이 최고다.

    추가로 카르바할에게 케르베로스의 손날을 넘겨 데몬 블레이드를 한 자루 더 만들어냈다.

    “이거 잘 먹혀야 할 텐데…….”

    반반의 확률.

    치명타 대미지는 이미 옵션으로 들어가 있어서 중복이 되지 않으니 다른 옵션이 붙게 될 것이다.

    관통 확률.

    혹은 악마형 피해 추가.

    악마형 피해를 추가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잠시 두 개의 검을 앞에 놓아두고 경건한 마음으로 절을 올렸다.

    누가 보면 웃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이쪽은 절실하다.

    한 번의 의식을 치른 뒤 절실한 마음을 담아 눈을 감고 녀석들을 합성했다.

    《 르아 카르테가 데몬 블레이드를 탐식합니다. 》

    《 데몬 블레이드가 소실됩니다. 》

    《 데몬 블레이드의 옵션 중 하나가 르아 카르테에 랜덤으로 추가 포획됩니다. 》

    결과가 뜨자 눈을 뜨고는 녀석을 확인했다.

    『 +13 르아 카르테 / 출혈 43(27+16) 타격 35(19+16)

    - 마력 흡수 11%

    - 치명타 대미지 450%

    - 관통 확률 25%

    - 추가 봉인 / 미완성 』

    됐어!

    반반의 확률.

    그중 행운의 여신이 이쪽의 편을 들어줬다.

    10%였던 관통 확률이 무려 25%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데몬 블레이드까지 합치면 무려 35%.

    수치상 이제 세 방 중 한 방은 관통이 터진다.

    어서 써보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네.

    그대로 새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를 들고 우리 팀이 사냥 중인 사냥터를 찾아갔다.

    재중이 형이 드레이크를 사냥하다가 날 발견하고 고개를 돌렸다.

    “여! 어떻게 됐어?”

    “지금 보여드릴게요.”

    그대로 전사 형이 붙들고 있던 드레이크에게 뛰어갔다.

    “저 들어갑니다!”

    가볍게 삼색의 웨폰만 불러낸 뒤 곧장 드레이크의 머리를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로 강하게 내리쳤다.

    쾅!

    쾅!

    “크에엑!”

    그리고 두 방 연속 관통이 터지면서 드레이크의 머리가 사정없이 튕겨 나가 바닥에 파묻혀 버렸다.

    거기다 다시 달려들어서 녀석의 낮춰진 머리와 목 부분을 계속 쳐올렸다.

    쾅쾅!!

    한 대씩 칠 때마다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몸이 들썩거리기만 했다.

    이게 3 옵션의 힘인가.

    예전엔 그렇게 쳐도 겨우 한두 번 터지던 것이 옵션이 추가되자 지금은 그냥 치면 치는 대로 끝없이 관통이 터져 나왔다.

    특히 두 자루의 검과 공속까지, 이점을 톡톡히 보았다.

    공격 횟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터지는 횟수도 높다는 뜻이니까.

    일단, 한 방만 터져도 드레이크는 무조건 엎어진다.

    그 말은 곧 이 녀석은 이제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소리다.

    이 광경을 보던 전사 형은 어글을 끌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하, 미쳤구만. 저놈 일어나질 못하잖아.”

    재중이 형도 마찬가지.

    “거의 초당 한 방 정도 터지나? 정말 괴물이 되어버렸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레이크 한 마리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죽어서 사라졌다.

    막대한 경험치를 남겨두고.

    《 레벨이 올랐습니다!! 》

    끝에 걸쳐 있던 경험치가 이 녀석을 잡고 오르면서 대륙에서의 첫 레벨업을 할 수 있었다.

    이거라면…….

    충분하다!

    할 수 있겠어!

    “전사 형, 이제 본격적으로 해보죠. 싹 다 몰아줘요.”

    “뭐?”

    전사 형이 놀란 듯 묻자 고개를 돌려 눈에 보이는 모든 드레이크를 쳐다보면서 다시 말했다.

    “주변에 있는 이 녀석들. 죄다 눕혀드릴 테니까. 오랜만에 제대로 해요.”

    그렇게 시작된 사냥.

    전사 형이 달려나가 드레이크가 잔뜩 모여 있는 숲속 한 곳으로 들어가더니 하울링을 외치고는 그대로 다시 숲속을 뛰쳐나왔다.

    뒤에 수많은 드레이크를 달고서.

    “이건 진짜 미쳤어!!”

    한 마리도 잡기 힘든 드레이크를 이 정도로 모으는 것은 상식에는 많이 어긋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할 수 있다.

    【 헤이스트! 】

    그대로 전사 형의 뒤를 따라오는 십여 마리의 드레이크 중 가장 먼저 뛰어오는 드레이크의 앞으로 뛰어가 슬라이딩하듯 쓰러지며 녀석의 다리를 르아 카르테로 쳤다.

    쾅!

    마치 폭격이 터지듯 다리가 뒤틀리면서 선두의 드레이크가 그 자리에서 나뒹굴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달리던 다수의 드레이크가 얽혀서 같이 엎어졌고.

    추가로 따라오던 몇 마리를 더 엎어뜨리니 서로 뭉개지기를 반복했다.

    내 공격을 받지 않고 엎어진 녀석들이 일어나려고 하자 곧장 달려가 다리를 쳐버리니 역시 관통이 터지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렇게 헤이스트로 빠르게 녀석들의 사이를 헤집으면서 뛰어다니자 어느새 십여 마리의 드레이크가 사이좋게 바닥을 뒹굴면서 한 마리도 일어나지 못했다.

    모든 드레이크를 바닥에 쓰러뜨리고 나서 이 광경을 멍하게 바라보는 우리 팀을 향해 선언하듯 외쳤다.

    “오랜만에 빡세게 달릴 테니까, 간만에 풀로 사냥만 하죠! 휴식은 사치인거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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