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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31화 (424/1,404)

# 431

#431화 다시 암흑 속으로 (3)

고르곤, 이놈 하나만으로도 빡센데…….

점점 거리를 좁히는 녀석을 보면서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를 들어 올렸다.

사면초가, 딱 그 말이 잘 어울리는 상황 속에서도 고르곤에 대한 집중을 잃지 않았다.

정말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마지막에 쳤을 때의 그 흔들거림.

짜릿한 손맛을 주진 않았지만 분명 하나가 부러지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그 느낌을 곱씹으며, 고르곤을 한 번 그리고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한 번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잇새로 새어나오는 한숨.

이곳은 ‘암흑 디버프’ 때문인지 주기적으로 체력이 줄어들었다.

물약을 지속적으로 소모하는 상황.

시간을 끌면 결국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쉽진 않았지만, 나름 쉽게 갈 수 있었던 상황이 난마처럼 얽히고설켰다.

역시 모험을 걸어야 하나?

지척에 녀석이 다가왔을 무렵,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수를 꺼내 들었다.

되도록, 아니 쓰지 않으려 했던 수.

정말 어지간하면 안 쓰려고 했는데…….

암흑 지대로 인한 체력 소모만으로도 부담스럽다.

여기서 이걸 쓰면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소리다.

【 헤이스트! 】

헤이스트가 몸에 감돌자 내 몸이 한껏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곧장 발을 박찼다.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더 붙기 전에 빠르게 이 상황을 정리한다!

그렇게 스탯으로 인한 속도와 헤이스트로 인한 속도가 더해지자 고르곤과 거리를 좁히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우어!”

내가 접근하자마자 고르곤 역시 반응했다.

그리고 커다란 왼쪽 앞발을 크게 내려쳤다.

보통 때 같으면 이걸 피해 멀리 떨어지겠지만.

지금은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회피는 최소한, 동작은 효율적으로!

모든 신경을 오직 떨어져 내리는 앞발에 집중했다.

그리고 빠르게 바닥을 찍는 앞발에 거의 스치듯 몸을 틀었다.

쿵!

얼굴 바로 앞에 코끼리의 다리가 내려 찍힌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딱 그 정도의 압박감을 느끼면서 정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격을 피해냈다.

울리는 충격파에 몸이 움찔하면서 체력이 닳았지만 이건 상정한 피해.

그렇게 내려 찍혀진 앞발이 바닥을 쓸 듯 다시 한 번 공격이 들어왔다.

“하앗!”

순간 점프를 하면서 그대로 데몬 블레이드로 바닥에 쓸리는 앞발의 윗부분을 아슬아슬하게 찍어 눌렀다.

그러자 데몬 블레이드의 날이 앞발의 압력에 크게 휘어지며 눌려졌다.

지금!

그리고 날이 눌려지는 반동과 탄성을 이용해 역으로 몸 전체를 크게 튕겨 올렸다.

체력이 제법 달았지만 이 녀석의 연타를 이 정도 거리감에서 확실하게 피해내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고.

내가 날의 반동으로 점프를 하자 고르곤의 다른 다리가 공중에 뜬 내게 크게 휘둘러졌다.

한 번 더.

이번엔 르아 카르테로 휘둘러진 다리 끝을 똑같이 찍어 누르며 다시 한 번 점프를 시도했다.

검의 탄성을 써서 점프를 시도했기에 다리가 위에, 머리가 아래에 있는 아크로바틱한 묘한 자세가 만들어졌다.

완전 뒤집혀서 점프라니.

이건 무슨 서커스 하는 기분인데…….

그렇게 연달아 삼중 점프를 해 순식간에 녀석의 머리 위로 떠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덜렁거리는 녀석의 뿔이 들어왔다.

이 정도로 가까이에서 뿔을 칠 기회가 얼마나 될까?

체력을 엄청나게 소모해 만들어낸 단 한 번뿐인 찬스.

“짜릿한 손맛을 달라고!”

【 더블 크래쉬! 】

뒤집혀서 공중에 뜬 자세를 한껏 비틀면서 르아 카르테를 녀석의 뿔을 향해 크게 휘둘러 내려쳤다.

쾅!

콰직!

첫 타는 그냥 평범한 대미지가 들어간 것 같았는데 더블 크래쉬로 따라붙은 공격이 제대로 터졌다.

두 번째 공격에 관통이 터져 커다란 굉음과 함께 고르곤의 뿔이 크게 흔들렸다.

금이 간 부분이 더욱더 벌어져서 이제 조금만 더 치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서 한 번 더!

더블 크래쉬로 몸이 튕겨 나가려고 하자 곧장 그 반동으로 몸을 회전시켜 데몬 블레이드를 빠르게 뻗어냈다.

이걸로 끝이다!

그런데 그때 아래쪽에서 뭔가 강력한 것이 공기를 가르면서 쇄도하는 파공음이 들려왔다.

이미 고르곤의 공격을 억지로 피하면서 체력을 소모했고 헤이스트를 사용해 체력이 추가로 떨어진 상태였다.

판단은 순식간에 내려졌다.

이대로 뿔을 부순다면 뿔은 얻겠지만 내가 죽는다.

그래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

뿔을 치려던 데몬 블레이드를 반 회전 시켜 날아오는 무언가를 크게 쳐올렸다.

깡!

데몬 블레이드로 강하게 튕겨내자 불꽃이 튀면서 시야에 보이는 것은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주위를 항상 맴돌던 검들이었다.

칫.

저 새끼가!

그것도 모자라 남은 다섯 개의 마법검을 동시에 쏘아냈다.

하필 방해를 해도.

속으로 욕을 하면서 곧장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를 휘둘러 녀석의 검들을 모두 쳐냈다.

르아 카르테가 워낙 강해서 그런지 체력적인 피해는 거의 없었다.

다만 문제는 튕기는 충격으로 내 몸이 고르곤의 머리에서 멀리 떨어져 버렸다.

하아, 정말 쉽게는 안 되네.

이 상황에 방해가 들어올 줄은.

몸을 뒤집어 바닥에 착지한 다음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노려봤다.

왠지 웃고 있을 것 같은 저 면상을 확 밟아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지금은 고르곤이 먼저였다.

다시 기회가 있을까?

좀 전의 공격 덕분에 고르곤의 경계가 한층 더 짙어졌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것도 고르곤 주변으로 강력한 역장이 펼쳐졌기 때문.

원래는 공격용 필드겠지만 지금은 임시방편으로 수비적으로 쓰는 것 같았다.

저러면 접근이 힘든데…….

만약, 고르곤의 뿔을 칠 수 있는 다른 패턴이 나오더라도 아까처럼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방해를 해버리면 답도 없다.

그럼, 결국 저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어떻게든 해야 답이 나온다.

이럴 땐 정말 우리 팀이 간절하게 생각났다.

방금도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전사 형이나 재중이 형이 견제만 해주었어도 이미 끝을 냈을 테니까.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고르곤 주변을 계속 살폈다.

하지만 고르곤은 경계가 심해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반면에 악마형 케르베로스는 방해를 하기 위해서인지 계속 주변을 맴돌았고.

마치 도움을 주는 관계인양.

이럴 때만 사이가 좋잖아?

둘이 한 번 붙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하나.

아니면…….

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딱 한 번뿐이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잠시 주변을 맴돌면서 물약으로 체력을 끝까지 채워 넣었다.

이걸 해보려면 적어도 체력이 끝까지는 차 있어야 하니까.

이번엔 고르곤을 무시하고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녀석이 거대한 손날을 치켜세우고 내게 덤벼들었다.

서로 달려들어 두 개의 손날과 내 두 개의 검이 동시에 부딪히자 주변으로 파공음이 계속 일어났다.

깡!

캉!!

역시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면 녀석의 공격력과 맞먹을 수 있었다.

억지로 쳐내는 것이 아닌 정면에서 치고받는데도 불구하고 싸움으로 인한 체력 소모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르아 카르테와 부딪칠 때마다 녀석이 움찔, 하는 것이 느껴졌다.

13강.

무기의 등급이 같다고 했을 때 13강이면 녀석의 손날을 뛰어넘는 위력이 나올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르아 카르테와 부딪치는 장면을 자꾸만 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이 녀석을 이대로 잡을 생각이라면 이것도 나쁘진 않았다.

다만 지금은 아니지.

일부러 두 팔의 힘을 풀고 녀석의 공격을 막는 것에만 치중했다.

이쪽이 수세로 변하자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보다 공격적으로 찌르고 들어왔다.

만약,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유저였다면 내가 수세로 바꾸자마자 의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공격을 하던 유저가 갑자기 수세로 들어서면 누구라도 생각한다.

뭔가 노리는 게 있다고.

하지만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이 정도까지 판단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공격 일변도로 변한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몸에 달고 점점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고르곤이 있는 방향을 향해서.

그리고 한 번씩 자세를 흘리며 빈틈을 보였다.

과연 이런 것도 반응할까?

그러자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대응이 확연하게 바뀌었다.

빈틈을 보이자 어김없이 그곳을 치고 들어왔다.

확실히.

이런 쪽으로는 잘 되어 있네.

단순 전투 쪽으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반응했다.

나쁘지 않다.

좀 더.

아직 조금 더.

고르곤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몸의 자세를 점점 더 무너뜨렸다.

치고 들어오기 아주 좋을 정도로.

그러다 고르곤의 역장 필드와 거의 닿을 지점에 도착했을 때 아예 가슴의 빈틈을 활짝 열어버렸다.

더 들어와라!

유저들 같으면 이걸 보고 오히려 의심을 하거나 멈칫하면서 달려들기를 꺼려하겠지만.

완전히 몸이 열리자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기회라고 판단한 듯 일격을 강화하는 스킬까지 추가해가면서 바로 내 심장을 향해 손날을 찌르고 들어왔다.

시커멓게 달궈진 손날의 빠른 쇄도.

그런 손날의 궤적에서 끝까지 집중을 하고 있다가 손날의 끝이 심장에 다가오는 순간.

【 헤이스트! 】

다시 한 번 헤이스트를 걸고 순간 가속이 붙은 상태로 한쪽 무릎을 빠르게 굽혔다.

그렇게 자세를 낮춘 다음 몸을 옆으로 완전히 틀어내 손날을 피하며 오른손에 있는 르아 카르테의 손잡이 끝으로 허공에 지나가는 손날 윗부분을 그대로 내리눌렀다.

카가각!!

쇠 갈리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면서 손날 끝을 타고 르아 카르테의 손잡이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그것도 손날의 공격 속도를 최대한 줄어들지 않게, 손날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정밀하게 조절해서 마치 손잡이 끝이 손날과 하나인 것처럼 움직여 보였다.

그리고 손날을 내 몸으로 끌어당기듯 반 회전하며 몸을 틀고는 왼손을 쭉 뻗어 녀석의 팔꿈치에 해당하는 부위를 강하게 잡아챘다.

보통은 무기에 해당하는 부분을 이렇게 맨손으로 잡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체력이 미친 듯이 떨어져 내리니까.

하지만 지금은 딱 한 번이면 된다.

몸을 회전시키면서 손날 끝을 지렛대 삼아 누르고 팔꿈치를 잡은 왼손을 강하게 들어 올리자 녀석의 거대한 몸이 균형을 잃고 공중에 크게 떠올랐다.

강력하게 공격해 들어왔던 만큼 그 힘을 완전히 역이용해 균형을 무너뜨리고는 녀석을 공중에 띄워서 그대로 내 뒤에 있던 고르곤의 역장을 향해 던져 버렸다.

그렇게 공중으로 날아간 악마형 케르베로스과 고르곤의 역장 필드가 서로 닿더니 엄청난 스파크가 튀면서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앙!

이전에는 볼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후폭풍에 내 몸이 들썩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온몸이 타오르며 바닥에 형편없이 튕겨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고르곤의 역장이 완전히 걷혔는데 고르곤도 머리 바로 앞에서 일어난 폭발 때문에 충격이 큰지 그 자리에서 몸이 주저앉았다.

지들끼리 안 싸우겠다면 내가 밀어 넣어줄 수밖에.

빨간 경고가 들어와 체력 바를 보니 거의 바닥에 가까운 수준으로 체력이 떨어져 있었다.

조금만 오래 잡고 있었으면 오히려 내 쪽이 다운되어 버릴 뻔했다.

곧장 바닥에 떨어져 있던 데몬 블레이드를 잡아들고는 앞으로 뛰어갔다.

아주 자르기 좋게 이마의 뿔을 내놓고 있는 고르곤의 머리를 향해.

“이젠 진짜 끝내자.”

【 더블 크래쉬! 】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로 연속해서 계속 뿔을 내려치자 어느 순간 큰 충격음과 함께 녀석의 뿔이 반으로 갈라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무게도 제법 되는지 묵직한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뿔을 들었다.

【 고르곤의 뿔 / 제작 재료. 】

후, 정말 힘들게 손에 넣었다.

이것만 있으면!

바로 인벤으로 집어넣고는 앞을 보자 고르곤의 경직이 풀리면서 서서히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거기다 악마형 케르베로스도 회복해서 스턴이 풀리는 것 같았고.

여기까진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으니 만족하지만 고르곤의 몸에서 나올 제작 재료를 생각하면 조금은 아쉬운 감이 있었다.

그대로 미치광이 리치를 불러내 전이문을 열었다.

그리고 전이문을 넘으면서 이제 몸을 일으키려는 두 녀석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둘이 잘 싸워봐라. 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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