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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30화 (423/1,404)

# 430

#430화 다시 암흑 속으로 (2)

“응? 혼자?”

“네, 안 될까요?”

“으음, 문제는 없는데…….”

재중이 형이 묘한 뉘앙스로 말을 흘렸다.

그러더니 잠시 나와 우리 팀을 번갈아 보고는 이내 한숨을 쉬었다.

“쉽진 않을 텐데 자신 있어?

역시 재중이 형은 한마디만 해도 전후 사정을 다 알아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

“흐음, 뭐 그렇기는 하겠네.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으니까.”

많은 의미가 담긴 말과 함께 재중이 형이 고개를 들어 공중을 바라봤다.

“막히면 끝이니까, 지금이 적당하려나.”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

암흑 지대로 넘어갈 수 없게 된다면?

그 만약의 가능성 때문에라도 할 수 있을 때 도전을 해봐야 한다.

아직 이 전이문을 넘나들 수 있는 동안에.

가만있던 전사 형이 한숨을 쉬었다.

“같이 가고 싶긴 한데 보이지 않아서 우린 무리야.”

아쉬운 표정을 잔뜩 지은 전사 형이 말했듯 암흑 지대에선 시야가 엄청나게 제한된다.

한 치 앞을 살펴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레이드가 될 리가 없었고.

이건 전사 형뿐만 아니라 우리 팀 모두 마찬가지.

그나마 반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재중이 형 정도?

이쁜소녀도 연습하면 가능하겠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런 우리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전이문 쪽을 가리켰다.

“다녀와. 어차피 사냥 좀 늦는다고 큰일 생기지는 않으니까.”

“네, 금방 다녀올게요!”

게임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단독 행동은 최대한 자제했다.

이 상황 역시, 내가 빠지면 문제가 생김에도 재중이 형은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다.

우리 팀도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결정이 나자 실행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물약 수급, 휴식, 장비 점검…….

감각을 최고조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싸움이라 최대한 쉬어 둘 필요가 있었다.

그 사이 우리 팀은 필드 사냥을 하러 나갔고.

시간이 됐나?

충분한 휴식 끝에 지하 왕국을 나와 우리 팀과 함께 전이문을 소환할 장소로 돌아왔다.

“죽지 말고.”

재중이 형의 짧은 한마디.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컸다.

혹여나 내가 죽기라도 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이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차라리 못 얻는 일이 생기더라도 죽는 것은 무조건 피해야 했다.

“네, 주의할게요.”

그렇게 전이문을 열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이번엔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거점도 설치하지 않았고.

의아하게 고개를 돌리던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이내 숲 저편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사라진 방향을 본 전사 형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지하 왕국으로 가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 말에 재중이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재중이 형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잘 됐지. 괜히 여기서 체력 소모해 봐야 이놈만 힘들고.”

케르베로스를 그냥 둔 것은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전이문을 통해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 암흑 지대에서 고르곤 하나만 상대해도 빡셀 텐데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붙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난전이 되어버린다.

물론, 최선은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고르곤과 싸우면서 시선을 돌려주는 상황인데 과연 그런 상황이 만들어질지는 의문이었다.

확실하지 않은 조건을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억지로 껴 맞추느니 변수를 최대한 없애는 편이 좋지.

악마형 케르베로스라는 변수를 완전히 분리해두면 내 쪽은 작업하기가 훨씬 편해질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멀리 나간 것을 보고는 곧장 전이문을 넘기 위해 움직였다.

여기서 우리가 모르는 변수 또 하나.

과연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언제 다시 역소환이 되는가.

이건 한 번도 확인한 적이 없는 상황이라 지금은 그저 시간이 많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오래 끌면 녀석이 돌아갈 거다.”

“장담은 못 하지만 최대한 빨리 끝내 볼게요.”

“여차하면 그냥 튀어.”

재중이 형이 당부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밖에도 생길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해서 몇 가지 지침을 듣고 난 뒤 곧장 전이문을 넘어갔다.

나 혼자 전이문 너머로 사라지자 챠밍의 목소리가 전이문 저편에서 들려왔다.

“조심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이문을 그대로 닫았다.

재중이 형과 우리 팀이 지키고 있다지만 혹여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전이문을 타고 다시 넘어올 수 있기에 변수를 조기에 방지했다.

자, 이제 녀석을 찾기만 하면 되는 건가?

어차피 도움이 안 되는 시야는 포기하고 곧장 눈을 감았다.

그러자 몸의 감각이 서서히 활성화되면서 주변 정보를 하나둘 내게 알려오기 시작했다.

특히 바닥을 밟고 있는 발의 노면 진동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 근처는 없는 모양이고.

바닥이 울리지 않는 것을 봐서는 아마도 꽤 먼 거리에 녀석이 있는 것 같았다.

흐음, 시간이 별로 없는데.

차라리 넘어오자마자 싸웠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 되면 녀석을 찾기 위해 시간을 써야 했다.

방향도 문제고.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갔다가는 오히려 더 멀어질 수가 있으니까.

방법은…….

역시 이쪽에서 기척을 내는 수밖에.

이 구역의 파수꾼이라면 결국 어떤 식으로든 날 감지하거나 따라오지 않을까?

그렇게 한쪽 방향을 잡고 가볍게 걸었다.

어차피 만나게 될 상대지만, 내가 착용한 방어구가 버텨줄진 모르겠다.

이곳의 장비가 아니니까.

물론, 데스 나이트 장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고르곤을 혼자 상대해야 하는 작업은 꽤 부담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드레이크나 혹은 다른 용종을 잡아서 장비를 더 보충했을 텐데…….

이쪽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 무조건 맞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얼마 걸어가지 않아 잠시 멈췄다.

녀석인가?

뭔가가 발끝의 진동으로 계속 위협을 알려왔다.

바로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전력을 아낄 정도로 만만한 녀석이 아니기도 하고.

【 트리플 캐스팅! 】

【 라이트 웨폰! 】

【 라이트닝 웨폰! 】

【 아쿠아 웨폰! 】

웨폰을 걸고 난 뒤 추가로 웨폰을 더 걸었다.

【 시간의 서! 】

【 트리플 캐스팅! 】

【 포이즌 웨폰! 】

【 다크 웨폰! 】

웨폰 기술들이 차례대로 걸리면서 오색의 기운이 르아 카르테의 검신을 맴돌았다.

다만 데몬 블레이드는 라이트 웨폰이 걸리지 않았고.

역시 르아 카르테가 특이했던 모양이다.

드디어 고르곤이 멀리서 날 발견했는지 진동이 심하게 느껴졌다.

“쿠오!!!”

녀석은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내게 뭔가를 뿜어냈다.

전에 그 형체가 보이지 않던 원형구의 마법.

그것들이 파공음을 내며 여러 발로 나누어져 날아오는 것이 감각을 통해 계속 느껴졌다.

곧장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다가 순간 선택지를 바꾸었다.

과연 봉인이 풀린 르아 카르테가 이걸 얼마나 커버할 수 있을까?

의문은 곧장 움직임으로 변했다.

웨폰이 걸린 르아 카르테를 날아오는 마법구의 옆면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치이익!!

흡사 타들어 가는 것 같은 효과음을 내면서 르아 카르테의 검신과 검은 마법구가 닿은 면적이 동시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업그레이드한 무기와 다섯 가지 웨폰 기술, 심장의 속성 지원까지.

절대 공격력에서만큼은 밀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노림수는 확실하게 먹혀들어 갔다.

검은 마법구가 르아 카르테의 공격력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가 먼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역시.

밀리지 않아.

전에는 커트할 때마다 무기가 녀석의 공격력을 이기지 못해 물약 한 개 수준으로 체력이 뭉텅 빠져나갔는데 지금은 달랐다.

체력 손실 5% 정도인가?

이 정도면 충분히 할만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력이 한 번에 원상태로 복구가 되었다는 점.

나쁘지 않아.

이제 저 마법구를 억지로 피해 코스를 꺾을 필요가 없어졌다.

속도를 좀 더 올려 오히려 녀석과의 거리를 좁혀갔다.

완전히 정면으로.

“쿠오!!”

녀석이 화가 났는지 추가로 마법구를 어둠 속으로 날려댔지만 직격으로 오는 마법구만 르아 카르테로 쳐낸 뒤 나머지 마법구는 죄다 무시하고 더더욱 거리를 좁혔다.

완전히 녀석의 정면까지 도달하자 녀석의 거대한 앞발이 하늘 높이 올랐다가 바닥을 내리찍었다.

여기서는 잠시 뒤로 회피.

곧장 몸을 빼내 녀석이 찍어 내린 바닥에서 몸을 피했다.

쾅!!

주변 대지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충격 속에 몸의 균형을 맞춰가며 고속으로 움직여 녀석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대쪽 앞발의 내려찍기.

쿵!!

두 번의 내려찍기와 함께 녀석이 잠시 멈칫했는데 여기서 좋다고 파고드는 것은 녀석에게 속아 넘어가는 짓이다.

잠시 몸을 움직여 팔만 뻗어 녀석의 공격 범위 안에 집어넣자 아니나 다를까.

느릴 줄 알았던 앞발들이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졌다.

왼발.

오른발.

다시 왼발.

총 3연타.

파고들었다면 그대로 경직이나 기절을 했을 터.

전방 쪽은 무리인가…….

공격에 걸리지 않자 화가 난 듯 녀석의 뿔에선 화려하게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보자마자 온몸의 감각이 경고를 울려왔다.

저건 위험하다.

일단 최대한 회피.

신속하게 몸을 뒤로 쭉 빼내자 이번엔 녀석을 중심으로 원형의 뭔가가 퍼져나가며 주변 공기를 일제히 태워 올렸다.

역시 잘 보이지도 않네.

이렇게 근접해서 싸움에도 불구하고 일렁이는 공기 파장을 느낀 것이 전부였다.

만약, 다른 유저였다면 뭐가 터지는지도 모르고 범위 안에서 그대로 녹아 사라졌을 것이다.

방어구가 상대적으로 약한 내겐 한 방, 한 방이 필살기라고 생각하고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거기다 시전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저 정도의 네임드니까 어쩌면 당연한 건가?

이러면 올라탄다고 해도 문제인데?

전에는 원거리에서 녀석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다가 겨우 한 방 먹이고 난 뒤 몸을 타고 도망간 것이 전부였다.

이 정도로 접근해서 계속 붙어본 것도 처음이고.

전사 형이나 재중이 형이 있었다면 전방에서 어지간한 패턴들은 다 빼내어 주었을 텐데…….

시선을 분산시켜줄 이쁜소녀나 나르샤 누나도 없고.

위험할 때 회복시켜주거나 강력한 마법으로 잠시 녀석을 물러나게 만들 챠밍과 막내별도 없었다.

혼자서 공략을 하려니 정말 팀원의 도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난이도가 정말 몇 배는 뛰는 기분이네.

몇 번 더 녀석의 경계를 오가면서 계속 패턴만을 살폈다.

그러다 유독 한 가지 눈에 띄는 패턴이 보였다.

지금!

녀석이 점프를 해 두 앞발과 몸을 바닥에 강력하게 내려찍는 동작이 있었다.

저 어마어마한 덩치에 점프를 하는 것도 무서운데 몸 전체의 무게로 내려찍는 기술.

위력은 말할 것도 없이 그냥 찍히면 죽는다.

주변으로 충격파가 이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고르곤 주변의 땅 전체가 갈라지면서 암석 덩어리가 사방으로 비산하는데 모르면 더 이상했다.

그리고 이 패턴 뒤에 오는 아주 약간의 경직.

내게 기회가 있다면 지금이다.

최대 속도를 끌어올리며 녀석에게 무작정 달려들어 전과 같이 벽을 타고 오르듯 녀석의 앞발을 차고 뛰어올랐다.

그렇게 점프를 하자 녀석의 커다란 뿔이 겨우 내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다.

“하앗!!”

점프하는 힘과 동시에 몸을 최대한 비틀었다가 풀어내며 데몬 블레이드와 르아 카르테로 네 개의 뿔 중 하나를 있는 힘껏 후려갈겼다.

쾅!

쾅!

그와 함께 치명타가 터지며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에 걸린 웨폰 기술들이 폭발하듯 녀석의 뿔을 터뜨려댔다.

그 반동으로 다시 몸을 역회전시키면서 다시 한 번 블레이드들을 좀 전에 맞춘 부위에 정확하게 다시 타격했다.

쾅!

쾅!

고르곤의 방어도가 얼마나 높은지 현 최강의 무기인 르아 카르테의 공격력으로도 녀석의 머리를 잠시 들썩이게 하는 정도가 끝이었다.

칫, 아직인가?

이 정도로는 너무 부족했다.

녀석의 견고한 방어를 뚫을 한 방.

그게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떨어지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한 번 더 녀석의 뿔을 르아 카르테로 후려쳤다.

이게 통하지 않으면 한동안 또 녀석의 주변을 맴돌기만 해야 하는데…….

관통 10%.

제발 터져라!

그 순간.

콰앙!!

녀석의 커다란 머리가 엄청난 충격과 함께 크게 튕겨 나갔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휘청임에 손을 뻗은 내가 더 놀라버릴 정도로.

그리고 그런 녀석의 뿔 중 하나가 길게 금이 가서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뿔 사이로 검은 기운이 넘실넘실 흘러나오는 광경까지.

됐어!

통한다.

저건 분명히 갈라졌다.

혹시나 안 통하면 어쩌나 했던 기우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관통만 터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거기다 치명타만 650%에 달해 대미지가 순간 폭발해 버렸다.

그리고 데몬 블레이드에 달린 악마형 피해 100% 추가가 대미지를 더욱 끌어올렸고.

악마형에 한해서 대미지를 두 배로 끌어올려 주는데 이보다 좋은 옵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이 한방이 녀석이 더 발광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 이전보다 훨씬 날뛰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기다리자.

분명 기회는 온다.

3연타.

2연타 후 연속 내려치기.

4연타.

사방 후려치기.

돌진.

뒤돌아서 내려찍기.

온몸으로 구르기.

그 패턴들에 섞여서 광역 기술들이 터져 나오는 것을 하나, 하나 가까스로 피해냈다.

무겁게 짓누르는 긴장감과 보이지 않는 녀석의 공격들을 감각만으로 피해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내 몸에 걸리는 부담도 커졌다.

그리고 위험한 순간에 날 도와줄 동료가 없다는 것은 가면 갈수록 부담감으로 날 내리눌렀다.

거기다 가장 까다로운 공격.

몸체가 워낙 크다 보니 내 감각에 한 번씩 걸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녀석의 몸 뒤에 숨겨져 있다가 갑자기 휘둘러지는 철퇴 같은 꼬리의 파공음에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며 반사적으로 몸을 굴렀다.

그러자 바닥과 닿을 듯 말 듯 위를 쓸고 지나가는 녀석의 커다란 꼬리가 뺨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정말 딱 1초만 늦었어도 끝날 뻔했다.

그만큼 녀석의 모든 공격이 위협적이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있으면 안 된다.

스치는 것조차.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치고 빠지기를 시도하면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관통 공격을 몇 번 더 성공시켜 녀석의 뿔 중 하나가 완전히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한 번만 더 치면 될 것 같은데?

그런 달콤함 유혹이 날 계속 불러댔다.

하지만 겨우 그런 욕망을 다잡으면서 기회를 살피고 또 살폈다.

1년 농사를 여기서 망칠 순 없지.

얼마 더 기다리자 점프와 함께 녀석이 잠시 멈칫했다.

기회다.

빠르게 달려들어서 공격을 하려고 하는데 순간 온몸의 감각이 크게 경고를 울려왔다.

보이지 않는 뭔가가 파공음을 내면서 후방에서 나를 짓누르는 느낌.

칫.

고르곤에게 숨겨진 패턴이라도 있었나?

달려가던 것을 멈추면서 빠르게 몸을 옆으로 뒤틀었다.

그리고 감각을 다시 곤두세우며 내 등 뒤로 날아오는 공격들을 모두 피해냈다.

대체 무슨 공격이었던 거지?

그렇게 바닥에 터져나간 공격을 보자마자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여섯 개의 검붉은 검.

젠장, 이걸 쓰는 놈은 따로 있지.

“케르베로스…….”

고개를 뒤로 돌리자 어둠 속에서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실루엣이 점점 드러났다.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앞은 고르곤.

뒤는 악마형 케르베로스.

어느새 경직이 풀린 고르곤과 함께 앞뒤로 날 포위하고는 서로 이빨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하아, 정말 쉽게는 안 되는구나.

녀석들을 노려보면서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래, 어차피 쉬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와라, 이 새끼들아. 끝장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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