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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29화 (422/1,404)

# 429

#429화 다시 암흑 속으로 (1)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검은 손날로 만들 수 있는 제작 물품은 생각보다 많았다.

처음 보는 형식의 무기도 많았지만… 내 관심사는 오직 블레이드였다.

『 +0 데몬 블레이드 / 출혈 27 타격 19

치명타 대미지 200% / 관통 확률 10%

악마형 피해 100% 추가 』

일단, 기본 대미지 자체가 미쳐 있었다.

블레이드 중 가장 강한 무기는 검투사 블레이드였는데 이 녀석은 검투사 블레이드에 비해 사냥터 몇 개 수준을 뛰어넘은 수치를 보여줬다.

지금 시점에서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무기이려나?

사장님이 올라간 북쪽 사냥터에서 이 정도 무기를 구하려면 절대 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다른 길드나 연합도 마찬가지.

전사 형이 목록을 보더니 입을 쩍 벌리면서 감탄을 했다.

“어우야, 이건 좀 너무 강한데?”

“역시 그렇죠?”

“스펙 자체가 아예 달라. 그냥 노강으로 붙어도 다른 놈들 그대로 바르겠는데? 검투사 블레이드 7강 정도가 이 녀석하고 비슷하겠네. 정제 강화석이 잘 터지면 그 이상도 나오고.”

전사 형이 이 정도로 흥분하는 것은 오랜만이네.

그만큼 무기 스펙이 좋았다.

거기다 다른 옵션도 붙어 있었고.

관통과 악마형 피해.

전사 형이 흥미롭게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여기서는 어떻게 적용될지 모르겠는데? 흠… 일단, 하나 뽑아보는 게 어때? 수치야 보면 알겠지만 다른 녀석들은 다 처음 보는 옵션이니까.”

전사 형의 말에 재중이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먼저 뽑아봐.”

“다른 사람들은요?”

“어차피 두 개밖에 못 뽑아. 그러면 대미지 최대로 뽑을 수 있는 네가 하는 편이 좋아.”

다른 사람들의 무기를 먼저 뽑아줄 생각이었는데 재중이 형의 생각은 아예 달랐다.

고개를 돌려 우리 팀을 보자 다들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일단 뽑아볼게요.”

드워프의 왕 카르바할에게 블레이드에 맞는 손날을 넘겨주며 제작을 부탁했다.

손날은 총 열 개가 필요.

블레이드는 그나마 한 손이라 열 개지 양손 무기는 총 열다섯 개가 필요했다.

『 좋은 선택이다. 잠시 기다리도록. 』

르아 카르테와 다르게 데몬 블레이드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것 같진 않았다.

“다행이네요. 또 며칠씩 기다리게 하면 어쩌나 했는데.”

제작 시간을 본 재중이 형과 우리 팀 모두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간 사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상당히 뒤처져 있었는데 더 이상 시간이 끌리는 것은 우리에겐 좋지 않으니까.

다른 사냥터 대부분은 몰이가 가능해 대다수의 길드와 파티들은 자리를 잡고 몰이를 통해 쭉쭉, 치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반면 빠르게 경험치를 올리는 다른 사냥터에 비해 여긴 한 마리, 한 마리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편이고.

확실히 경험치 면에서는 좀 불리한 조건인가?

사냥터 자체가 경험치 쪽보다는 고급 제작 재료에 치중되어 있다는 느낌.

그리고 다른 곳보다 몇 단계 앞선 사냥터라 원래는 제대로 된 사냥이 되면 안 되겠지만…….

그러면서 내 손에 들린 르아 카르테를 바라봤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녀석.

이런 수준의 무기가 또 있다는 말이지?

좀 더 단서를 찾아야 하려나….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요?”

“뭐?”

손을 들어 르아 카르테를 보여주자 재중이 형은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바로 알아듣고는 고민을 하더니 말을 꺼냈다.

“아마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적이거나 제국 사이즈의 다른 제국이나 왕국 정도?”

“역시 그런가요.”

생각은 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무기는 절대 아니라고.

르아 카르테도 로가슈 왕국에서 얻은 물건이니 다른 무기들도 재중이 형 말대로 유적지 정도는 찾아내야…….

문제는 이 대륙이 미친 듯이 넓다는 점이 문제였다.

거기다 유적지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

깜깜하네.

유적지를 척척 알아낼 방법이 없으려나?

우리가 모든 대륙을 샅샅이 뒤지면서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다 보니 가장 우려하는 일이 우리보다 먼저 다른 유저들이 유적지를 발견해서 차지해 버리는 것이다.

다른 무기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지만.

르아 카르테 수준의 무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순간 재중이 형이 르아 카르테를 들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상대를 한다면…….

잠시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렸다가 한숨을 쉬었다.

만약, 프로게이머 수준의 유저에게 이런 무기가 들려지게 되면 피곤하다는 말로는 절대 끝나지 않을 터.

“앞으로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네요.”

할 일이 너무 많다.

반면에 시간은 부족했다.

레벨도 올려야 하고.

거기다 다른 유적지나 영웅의 무기를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또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 다 되었다. 』

드워프의 왕 카르바할이 내게 무기를 꺼내 보여주었다.

검은 기운이 타오르듯 흘러나오는 거친 느낌의 검은 검신과 손잡이 역시 검은 일체형 블레이드.

가운데 검은 눈 같은 장식이 길게 늘어져 있어 섬뜩함과 함께 강렬함이 느껴졌다.

하얀색에 가까운 르아 카르테와는 대조를 이루는 색상이기도 하고.

형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성능.

“형 잠시 상대 좀 해주세요.”

재중이 형에게 부탁하자 곧 라이데인을 들고 앞에 일어섰다.

“들어와.”

“그럼, 갑니다.”

성능 파악을 위해 데몬 블레이드를 들고 몇 번 재중이 형과 부딪쳤다.

그런데 재중이 형이 중간, 중간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아, 이거 참. 관통 그거 꽤 지랄 맞네.”

“네?”

“생각대로 방어구를 완전 무시하네. 대미지가 아주 콱콱 박힌다. 대미지 사정없네. 크리티컬보다 더 들어오는데?”

재중이 형 말대로 깎이지 않아야 할 타이밍에도 체력이 쭉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확률인가… 생각보다 더 터지는 것 같기도 하고.”

몇 번 더 실험을 해보고는 둘 다 떨어졌다.

“보통은 방어구나 자체 방어가 무기 대미지를 대폭 깎아주는데 이건 대미지가 통째로 다 들어와.”

재중이 형이 연신 감탄을 하면서 데몬 블레이드를 바라봤다.

이게 그 정도로 대단한 건가?

체감상 치명타 대미지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크리티컬은 내 쪽에서 컨트롤로 만들어낼 수 있어서 그런지 확률로 터지는 관통은 그렇게 구미에 당기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관통보다 악마형 피해 추가에 더 관심이 갔다.

다시 상대해야 하는 악마형 케르베로스에게 대미지가 더 잘 들어갈 테니까.

내가 그렇게 큰 감흥이 없자 재중이 형이 한숨을 쉬었다.

“어이구, 이놈 이거 지금 감이 없네.”

“으음, 컨으로 어떻게 안 되는 부분이라서요. 확률이라는 게.”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검지를 들어 흔들어 보였다.

“그게 아니지, 당장 방어도가 낮은 놈들하고 싸울 때는 크게 차이가 없을 거야. 그런데 방어가 엄청 높은 몹하고 싸우면 어떻게 될까? 지금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방어가 강한 녀석들 말이지. 이를테면... 레비아탄이나 드래곤?”

“아!”

재중이 형이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니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앞으로 상대할 녀석들은 방어가 미쳤을 것이다.

내 무기의 대미지를 거의 씹어 먹을 정도의 방어도라면 대미지 자체가 정말 적게 들어간다.

그 상태에서 크리티컬이 아무리 터져봐야 약간의 증폭만 있을 뿐.

예를 들어 무기 공격력이 방어도에 다 깎여서 1밖에 안 들어가는데 이걸 몇 배로 올린다고 해도 제대로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냥터 수준을 무시하고 한참 높은 곳에 갈 수 없는 것이다.

애초에 사냥 자체가 안 되니까.

대미지가 박혀야 사냥을 하든지 하지.

그런데 그 높은 방어를 완전 무시하고 대미지를 넣을 수 있다면?

그것도 크리티컬을 동반해서.

“그래, 방어가 높을수록 이놈한테 쥐약이다. 이제 좀 감이 오냐?”

“……확실하게 오네요.”

그냥 미친 옵션.

딱 그걸로 이야기가 끝난다.

이 옵션만 있다면 그간 방어가 높아서 손대지 못했던 몹들도 비벼볼 수 있게 되니까.

물론, 확률이라는 문제 때문에 효율은 그만큼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어떻게든 잡기만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예 불가능한 것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것.

이 두 가지의 차이는 크다.

그리고 이건 지금 사냥터에서도 적용이 되었다.

애초에 방어도가 굉장히 높은 엘리트들이 있는 사냥터니까.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데몬 블레이드를 들 이유는 충분했다.

이렇게 되면 검투사 블레이드를 버려야겠는데…….

10강이나 해놓은 상태라 아쉽긴 한데 쓰지 않는 대인 상대 옵션보다는 관통 옵션과 악마형 피해 옵션 쪽이 훨씬 이득이었다.

거기다.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5 데몬 블레이드 / 출혈 32(27+5) 타격 24(19+5)

치명타 대미지 200% / 관통 확률 10%

악마형 피해 100% 추가 』

4강을 갈 때 정제 강화석을 해서 두 단계가 오르더니 5강이 되었다.

그리고 기존 10강 검투사 블레이드의 대미지를 뛰어넘는 대미지라 검투사 블레이드에 대한 아쉬움을 싹 날려주었다.

나중에 PVP 때는 검투사 블레이드가 유용할 테니 이쪽은 킵해두고.

막상 이렇게 5강 데몬 블레이드와 13강 르아 카르테를 들고 있으니 계속 르아 카르테에 눈이 갔다.

“형, 저 욕심 좀 내도 될까요?”

내가 운을 띄우자마자 재중이 형이 의미심장하게 씨익 웃어 보였다.

“관통 확률 더 높이려고?”

이 형 눈치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말을 안 해도 이미 내 마음을 다 알고 있었다.

“음, 정확히는 공격력요. 옵션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일단 공격력.

르아 카르테는 나중에 먹인 무기의 공격력을 따라간다.

그리고 먹이자마자 13강으로 공격력이 고정되게 된다.

10강 확정 강화석이 없는 이상 단번에 압도적으로 공격력을 올리기에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확실히 나쁘지 않아. 미래를 생각하면.”

“재수가 없으면 기회를 날려 먹을 지도 몰라요.”

악마형 피해라도 붙으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지.

관통, 혹은 치명타.

둘 중 하나가 붙어야 한다.

“눈치 보지 말고 그냥 해. 어차피 너 아니면 케르베로스 손톱도 못 부순다.”

옆에 있던 전사 형도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에이스가 얼마나 더 강해질지 궁금한데?”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해먹는 것이 언제 막힐지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챠밍을 비롯한 우리 팀 모두가 내게 제작 템을 몰아주었다.

그렇게 다른 무기 한쪽은 데몬 블레이드를 한 자루 더 제작해서 르아 카르테에 데몬 블레이드를 올려놓자 다들 긴장감으로 조용해졌다.

“갑니다.”

제발.

악마형만 피하자.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두 번째 슬롯을 선택하고 바로 합성을 시도했다.

그러자 르아 카르테에서 예의 그 하얀빛이 흘러나와 데몬 블레이드를 감싸면서 분해하기 시작했다.

《 르아 카르테가 데몬 블레이드를 탐식합니다. 》

《 데몬 블레이드가 소실됩니다. 》

《 데몬 블레이드의 옵션 중 하나가 르아 카르테에 랜덤으로 추가 포획됩니다. 》

하얀 빛이 사라지자 데몬 블레이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로아 카르테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옵션이……

『 +13 르아 카르테 / 출혈 43(27+16) 타격 35(19+16)

- 마력 흡수 11%

- 치명타 대미지 450%

- 추가 봉인 / 미완성 』

탐식을 하면서 기존보다 공격력이 대폭 올라갔다.

그리고 옵션은 치명타 대미지를 가져와서 그런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으아, 무기 대미지 봐라. 이건 뭐 끝판왕이네. 양손 무기보다 대미지가 더 높잖아? 스쳐도 죽겠다.”

전사 형의 감탄에 기분 좋게 웃었다.

나쁘지 않아.

안 그래도 치명타가 내려갈까 봐 조마조마했다.

관통은 데몬 블레이드로 챙길 수가 있으니까, 치명타가 그대로 붙은 것이 내게는 더 좋았다.

물론, 관통이 더 붙었으면 확률이 확 올라갔겠지만.

그걸 보고 재중이 형이 말했다.

“어차피 확률만 붙어 있으면 돼. 확률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지 한 번에 큰 대미지를 주려면 이쪽이 더 좋다.”

재중이 형 말대로 관통이 된 상태에서 크리티컬이 원래대로 터지면?

“정말 빨리 써보고 싶네요.”

* * * * *

가지고 있던 스물한 개의 손날 중 스무 개를 내가 써버려서 이번엔 우리 팀을 위한 손날을 구하기 위해 다시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불러냈다.

그리고 용종들과 한참 싸우고 넝마가 된 악마형 케르베로스에게 접근해 우리 팀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웨폰 기술들을 세팅해놓고 기회가 나자 달려들어 르아 카르테를 녀석의 손날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그런데 그때.

빠각!!

르아 카르테를 든 손에 묵직한 반탄력이 생기면서 튕겼는데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손날 부분의 절반 정도가 금이 가서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응?

이게 무슨?

그리고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자신의 손날을 잡고는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

날이 부서질 때나 나오던 저 반응이 단 한 방에?

어이가 없어 바라보는데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모두가 깜짝 놀란 듯 순간 정지화면처럼 멈춰버렸다.

설마 첫 방에 관통이 터진 건가?

거기다 정확한 직격이라 크리티컬까지 터지다 보니 방어를 무시하고 들어간 대미지가 폭발한 모양.

거기다 악마형 대미지도 추가되었고.

아무리 그래도 한 방에 저 정도 위력이라니...

방어도를 무시한다는 옵션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제 좀 실감이 되네.

“형, 아무래도 이거 좀 미친 것 같아요.”

“크큭, 좋지?”

“네, 완전.”

반면에 관통이 터졌을 때와 아닐 때의 대미지 폭이 너무 커서 내게 아쉬움을 잔뜩 남겨버렸다.

이건 거의 하늘과 땅 차이인데?

옵션 하나로 대미지가 이렇게 변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검이 두 개라 평균적인 공격 횟수가 많다 보니 관통 확률 10%라고 해도 꽤 자주 터지긴 했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얼마 후,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손날을 모두 부셔서 다시 암흑 지대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를 내려다봤다.

이거 더 터지게는 못 만드나?

그렇다고 또다시 르아 카르테에 탐식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진짜 옵션이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좀 미친 짓 같기는 하지만 옵션을 추가하려면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다.

잠시의 고민 후 손날을 수거하고 있던 재중이 형에게 다가가 물었다.

“형, 저 암흑 지대 한 번 다녀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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