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8
#428화 좋은 그림 (3)
“와, 진심 악마다.”
손뼉을 치면서 나를 보는 막내별의 감탄 어린 시선에 먼 산을 바라봤다.
전사 형도 그 말을 흥미롭다는 듯 이어갔다.
“음, 확실히 누가 더 악마인지 모르겠군. 케르베로스가 형님 하겠는데?”
“아, 진짜 형까지 왜 그러세요.”
“흐, 농담이다. 그냥 케르베로스 입장이 되어 보니까 캄캄하더라고. 신나게 나와 보니 개떼 같은 놈들이 있고. 다 털리고 도망가고. 다시 나와야 하고.”
“끙.”
그리고 이쁜소녀도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나를 올려다봤다.
“와아! 악마다!”
“아이고…….”
순간 골이 아픈 것을 느끼면서 챠밍을 바라봤다.
설마 넌 안 그러겠지?
내가 바라보자 챠밍이 순간 뭔가를 말하려다가 멈칫하고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끙.
이미 다 보였어.
입가는 어쩔 건데?
나르샤 누나가 내 어깨에 손을 턱 올리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래저래 힘들겠네. 우리 악마 씨.”
“아, 누나까지 왜 그래요.”
“나도 농담.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나르샤 누나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정리 후 대답을 꺼내놓았다.
“일단 기다려야죠. 아마 너무 빨리는 회복이 안 될 거예요.”
지금은 기다릴 때다.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손날이 완전히 복구가 되는 시점까지.
문제는 그게 언제쯤일지 알 수가 없다는 것.
내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은 의외로 간단한 답을 만들어냈다.
“그냥 나중에 한 번 불러내 봐. 그럼 얼마나 회복됐는지 알 수 있겠지.”
“간단하네요.”
너무 간단해서 김이 빠질 정도.
“보자, 일단 확인을 해봐야 하나?”
재중이 형이 인벤에 있던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검은 손날 / 제작 재료 』
『 드레이크 비늘 / 제작 재료. 』
사실 우리도 무슨 아이템이 제작 가능한지 전혀 모른다.
이미 일주일 동안 재중이 형을 비롯한 우리 팀이 지하 왕국의 드워프들과 대화를 나눠봤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아이템을 제작하기에는 재료가 부족하다는 말만 듣고.
드워프 왕인 카르바할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가진 르아 카르테와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검은 손날이 조건이 맞으니까 응답한 거지, 둘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을 터.
전사 형이 아쉬운 푸념을 했다.
“그냥 가르쳐주면 어디 덧나나. 너무 비싸게 구네.”
“확실히 그렇죠.”
필요한 재료가 없으면 열리지 않는 요상한 제작 시스템.
“결국 재료를 종류별로 다 가져가 봐야 한다는 소리겠지.”
전사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재료는…… 근처에 많긴 하네요.”
내 시선이 주변 필드를 훑었다.
잡아야 할 몬스터도 많고.
그만큼 재료도 많이 나올 것이다.
슬슬 재료를 좀 모으러 다녀볼까?
다만 하나의 문제.
하나하나가 엘리트다 보니 몰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정말 드워프 왕국까지 내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먼저 나르샤 누나를 보면서 말했다.
“나르샤 누나가 주변 좀 살펴주세요. 솔직히 여기선 몹이 몰리면 부담스럽거든요.”
“응, 맡겨둬.”
“일단 단독으로 다니는 녀석 위주로 좀 골라줘요.”
“어렵지 않지. 잠시만.”
나르샤 누나가 주변 필드를 살피는 동안 문득 드는 생각에 먼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주 멀리 날아다니는 드레이크들.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빨라 보이는데…….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형, 썬더볼트하고 저 녀석하고 뭐가 더 빠를 것 같아요?”
재중이 형은 내 질문에 이미 답을 알고 있는지 바로 대답이 나왔다.
“비슷하지 싶은데? 추월은 못 하겠지만 따라잡히지는 않을 거야. 능력치 쪽은 당연히 썬더볼트가 위고.”
“역시 그렇죠?”
내 눈이 틀린 것이 아니었네.
눈으로 본 짐작으로는 드레이크들의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구 네임드와 비슷한 속도라.
확실히 고레벨 엘리트 몬스터의 값어치를 했다.
“테이밍 할까요?”
“나쁘지 않지. 할 수 있겠어? 아니다. 내가 뭘 물어보냐.”
재중이 형이 실수했다는 듯 웃었다.
“당장 여기 거점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면 앞으로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할 것 같아서요.”
“확실히 그렇지. 썬더볼트라면 몰라도 라이덴으로는 저 녀석들을 못 떨쳐내니까.”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우리 팀을 바라봤다.
나나 재중이 형은 썬더볼트를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 팀 주력이 라이덴이니 여기서 활동하기에는 버거웠다.
“나르샤 누나, 드레이크 혼자 다니는 녀석도 좀 부탁해요.”
“알았어.”
그렇게 잠시 살펴보더니 곧장 혼자 있는 드레이크를 발견했다.
나르샤 누나가 가리킨 방향으로 다 이동한 뒤 바로 드레이크를 덮쳤다.
그리고 르아 카르테와 검투사 블레이드의 크리티컬 조합이면 드레이크를 주저앉히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털썩!
커다란 덩치를 지탱하던 뒷다리가 연속된 크리티컬에 풀썩 내려앉으며 녀석을 옆으로 쓰러뜨렸다.
“올라타요!”
재중이 형이 기다렸다는 듯 재빠르게 드레이크 위로 올라타서 목에 라이데인을 걸고 녀석의 등에 몸을 착 붙였다.
“여긴 오케이.”
이 녀석도 이걸로 테이밍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제일 일반적인 방법이니까.
내가 양쪽 뒷다리를 수시로 주저앉히고 날아오를 것 같으면 이쁜소녀가 배틀 액스로 날개 죽지를 화끈하게 내려쳤다.
그러자 날개 꺾이는 격한 소리와 함께 드레이크가 다시 내려앉았다.
타격이 강한 해머나 액스 종류가 이런 식으로 활용하기는 최고지.
다만 아직은 몇 대를 연속으로 쳐야 겨우 먹혔다.
가능하다면 이쁜소녀의 무기부터 바꿔야겠는데.
챠밍도 새 스킬을 구해야겠고.
기존 스킬들이 잘 안 먹히는 것도 있지만 민첩을 올린다고 위력이 낮아진 것도 큰 문제였다.
그리고 나중에 물어보니 마법도 스킬처럼 자주 써야 랭크가 오른다고 한다.
지금 죄다 1랭크에 멈춰 있어서 위력이나 범위가 다 줄어들었다니까.
아마 어느 랭크 이상 올라가면 기존보다 더한 위력을 내기야 하겠지만…….
거기다 스킬을 이것저것 중구난방으로 올리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었다.
시간당 쓸 수 있는 마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모든 스킬의 랭크를 다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국, 주력 스킬 위주로 랭크를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쪽은 내가 있어서 조금 더 나으려나?
마력이 부족하면 밀어줄 수는 있으니까.
이것도 나중에 실험해 봐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드레이크를 주저앉히자 어느 순간 시스템 음이 울렸다.
《 드레이크의 테이밍 조건을 모두 달성했습니다. 테이밍에 성공했습니다. 회수하시겠습니까? 》
재중이 형이 곧장 YES를 선택하자 드레이크가 환한 빛에 휩싸이며 사라졌다가 보다 작아진 모습으로 옆에 나타났다.
딱 타기 좋을 정도로.
테이밍 된 드레이크에 올라탄 재중이 형은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날아도 보고 달려도 보면서 실험을 하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작아도 드레이크는 드레이크구나.
속도, 위압감.
뭐하나 빠지지 않는다.
아마 다른 유저들이 보면 침을 흘리면서 바라볼지도.
“엘리트 몹을 이렇게 쉽게 테이밍하는 놈은 너밖에 없을 거다.”
그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바로 한 마리 더?”
막내별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걸 이렇게 쉽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응, 아마 그럴 거야.”
내 담담한 말투에 막내별이 한숨을 쉬었다.
“정말 다들 감흥이 없나 보네요. 예전에 테이밍할 때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랬어?”
“날뛰는 라이덴 붙잡아둔다고 다섯 개 길드가 죄다 피를 토했거든요… 여긴 완전 다른 세상이네요.”
그때를 기억하는지 막내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해는 하는 데 딱히 공감은 가지 않았다.
테이밍 한다고 고생해본 기억이 언제더라…….
썬더볼트 테이밍할 때, 이 정도였나?
가물가물하네.
그 뒤는 일사천리.
두 번째 테이밍은 더 쉬웠다.
재중이 형이 가세해 라이데인으로 대미지를 꾹꾹 눌러 담았으니까.
이쁜소녀가 맡았던 날개 내려찍는 일도 가뿐하게 거들었고.
라이데인도 중장비에 해당해서 타격력이 굉장히 좋았다.
그렇게 두 번째 테이밍, 세 번째 테이밍을 계속 이어갔다.
이쁜소녀가 올라타고 다음엔 챠밍이 올라가면서 결국 한 번씩 다 돌고 돌아 드레이크를 탈것으로 저장했다.
“당분간 이동은 문제없겠네.”
전사 형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테이밍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다.
수정 작업은 다음에 해야겠는데.
드레이크도 수정으로 만들면 지금보다 상위의 녀석이 나오겠지만 당장은 더 급한 일이 있었다.
“한 번 더 가죠.”
해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해먹어라.
이건 로스트 스카이를 하면서 몸에 베인 습관과도 같은 것이었다.
좀 해먹을 만 하면 패치를 해대니까.
아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냥 다 해먹어버릴 생각이었다.
다시 소환문을 열고 거점을 설치해서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불러냈다.
당연히 우린 멀리 튀어 있었고.
바닥에 엎어져서 악마형 케르베로스와 용종들의 전투를 영화 보듯 지켜봤다.
이젠 여유가 남는지 전사 형이 편하게 말했다.
“이건 완전 팝콘 각이군요.”
“크큭, 그러게.”
그렇게 전투를 바라보던 재중이 형이 말을 이었다.
“뭐, 이건 패치하려면 골치 아프긴 하겠다. 몬스터 적대 시스템을 죄다 갈아엎어야 하니.”
“안 할 수도 있다는 소리입니까?”
“두고 봐야지.”
전사 형과 재중이 형의 대화를 들으면서 클라이막스로 가는 영화를 지켜봤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암흑 지대에서 자연 회복이 되었는지 악마형 케르베로스가 쌩쌩한 손날을 들고 있었다.
고맙기도 하지.
이후는 동일.
거점을 치우고 리젠이 줄어들면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후려쳐서 손날을 빼앗고 다 뺐으면 돌려보내는 일을 반복했다.
아직까지는 죽여서는 안 된다.
적어도 우리가 템을 다 구하기 전까지는.
“이건 뭐 삥 뜯는 것도 아니고, 진짜 케르베로스가 기도 안 차겠다.”
전사 형의 농담에 다들 웃어버렸다.
일단, 손날을 여유롭게 준비하기로 했다.
제작 재료가 확실하지 않아 감이 잡히지 않기도 하고.
그렇게 두 번의 전투에서 물약을 대부분 소비했기에 이번엔 물약을 채우러 지하 왕국으로 돌아갔다.
귀환지 설정이 되어 있어 바로 날아와서는 일단 주변의 대장장이들을 뒤졌다.
과연 이걸 제련할 수 있으려나?
스물한 개의 악마형 케르베로스의 손날.
등급도 그렇지만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닐 터.
확실히 재료 숫자가 늘어나자 대장장이들에게 반응이 나오기는 했다.
『 우리가 가능한 제련이 아닙니다. 카르바할 님을 찾아가십시오. 』
전사 형이 혀를 찼다.
“드디어 제련할 수 있는 건가.”
“카르바할이면 왕이네요.”
지하 왕국을 돌아다니며 드워프의 왕을 찾아가자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 악마족의 손날은 구하기 힘든 상급의 제련 재료지. 좋은 녀석을 제련할 수 있겠구나. 어디 원하는 무기를 골라보게. 』
역시.
많이 가져오는 게 정답이었어.
우호도도 관련이 있는지 나 외에는 제련을 부탁할 수도 없었다.
레시피 목록을 보니 무기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한 번에 열 개에서 열다섯 개까지 손날이 재료로 들어갔다.
이러니 손날 하나로는 반응을 안 했구나.
일단, 살펴본 무기들의 기본 대미지가 어마어마했다.
기존 무기가 초라해질 정도로.
이거 공개되면 난리 나겠는데…….
그렇게 레시피를 자세히 보다가 옵션 중 한 곳에 눈이 갔다.
처음 보는 옵션이 있었으니까.
“관통 대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