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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25화 (418/1,404)

# 425

#425화 탐식 (4)

드레이크의 한쪽 다리가 주저앉자 그동안 맺힌 한과 스트레스를 풀려는 듯 집중 공세가 시작되었다.

전사 형과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모두 달려들어서 움직임이 불편해진 드레이크에게 달려들었다.

먼저 전사 형.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로 연신 드레이크의 정면을 강하게 후려쳤다.

아주 격렬하게.

평소보다 손끝이 매서운 걸 보니 그간 이곳에서 고생한 힘들었던 것 같다.

이쁜소녀도 마찬가지.

기회가 나자 바로 데스 나이트 배틀 액스로 드레이크의 등을 강력하게 내려찍었다.

그 충격에 드레이크가 밟고 있던 지면이 푹, 꺼지는 모습이 보였다.

못 보는 동안 힘을 한 곳에 집중하는 능력이 많이 좋아졌는데?

몸 전체의 무게를 액스 끝에 전달하는 자세가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아마 이곳에서 어렵게 싸우면서 실력이 한층 늘어난 것 같았다.

재중이 형은 여전히 완벽했고.

라이데인으로 단단한 외골격 사이의 급소만 골라서 창으로 찍어댔다.

재중이 형이 있어 그나마 여기서 사냥을 했겠지.

나르샤 누나는 프리딜을 넣었는데… 한 발, 한 발을 끝까지 차징시켜 공격했다.

막내별은 회복보다는 공격 마법을 꺼내 들고 드레이크의 몸체를 공격했다.

【 라이트닝 웨폰! 】

【 썬더 캐논! 】

그리고 챠밍도 역시 온전히 공격에 마력을 집중했다.

【 트리플 캐스팅! 】

【 커스 플레어! 】

【 본 레인! 】

【 익스플로전! 】

하늘에 체력을 빨아들이는 구가 떠오르고 동시에 날카로운 뼈들이 생성되어 바닥을 향해 맹렬하게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화염의 돌풍이 드레이크를 휘감고 태우면서 올라갔고.

그런데 둘 다 전에 봤던 것과는 광역기의 범위가 너무 좁아진 것처럼 보였다.

뭐지?

원래 이랬던가?

보통 광역기를 쓰면 몹에 달라붙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범위가 굉장히 작아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다들 별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이미 이 상황에 익숙한 것으로 보였고.

잠깐의 의문을 가지고 다시 삼색의 웨폰으로 녀석의 다리를 계속 후려쳤다.

칠 때마다 쾅쾅거리면서 드레이크의 몸체가 들썩들썩거렸다.

움직이지 못하는 드레이크를 상대로 크리티컬을 만들어내는 일은 내게는 쉬운 일이었다.

13강 르아 카르테로 녀석의 몸을 칠 때마다 얼마나 강렬하게 공격이 들어가는지 마치 이쁜소녀의 배틀 액스로 내려치는 것 같은 반응이 일어났다.

강화 때문에 기본 공격력이 좋은 것도 있지만 추가로 부여되는 속성 효과, 치명타 등이 이미 상상을 초월했다.

르아 카르테와 검투사 블레이드가 쓸고 지나가는 자리마다 크게 벌어지면서 강렬한 출혈이 일어났다.

그리고 마력 흡수.

기존과 다르게 확실한 수치로 표시가 되었다.

무기만 11%.

거기다 듀얼 악세에 달린 3%씩을 합치면 무려 17%라는 흡수율을 보여줬다.

전체적인 대미지가 올라간 만큼 흡수되는 양도 더 많아졌고.

이전에는 아슬아슬하게 마력을 유지했다면 지금은 마력이 내려가는 것보다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한 대 칠 때마다 마력이 눈에 보일 정도로 성큼성큼 차올랐다.

이거…….

트리플 캐스팅을 유지하고도 남는데?

드레이크가 마법 몹도 아닌데 이 정도로 빨아들이다니.

워낙 높게 마력을 뽑아내다 보니 잠시 놀란 상태로 있다가 추가로 스킬을 더 꺼내들었다.

【 시간의 서! 】

【 트리플 캐스팅! 】

【 다크 웨폰! 】

【 포이즌 웨폰! 】

그런데 전과 달랐다.

이건?

르아 카르테에 걸린 웨폰 기술이 무려 5개.

원래는 라이트 웨폰과 다크 웨폰이 서로 부딪쳤는데 르아 카르테는 모든 웨폰 기술이 전부 걸려 버렸다.

하얗고 검은 기운이 동시에 검신을 타고 흐르는 모습이란…….

이거 사기여도 너무 사긴데?

설마 반대 속성까지 다 걸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한참 감상하고 있을 때 드레이크가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크허허헝!”

몸의 경직이 풀리니 다시 두 장의 큰 날개를 활짝 펴고 주변에 포효를 날렸다.

그렇게 쩌렁쩌렁한 포효가 울려 퍼지자 전사 형을 비롯한 모두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표정을 보면 분명 뭔가 기술을 쓰려는 것 같은데?

반면에 포효를 하면서 일어날 때부터 이미 내 몸은 반사적으로 녀석의 뒤로 돌아 들어갔다.

전방으로 뱉어낸 포효 때문에 잠시 몸이 움찔했지만, 이미 후방으로 들어와 있어서인지 크게 지장을 받진 않았고.

“시끄러!”

【 강격! 】

그리고 다시 한 번 트리플 캐스팅으로 유지되는 르아 카르테로 녀석의 무릎을 강하게 내려쳤다.

쿵!

다섯 개의 웨폰 기술이 동시에 터지면서 녀석의 무릎이 옆으로 휘청거렸다.

동시에 검투사 블레이드로 발목을 베어 올리자 녀석의 발목이 옆으로 확 밀려났다.

쾅쾅!

그리고 도저히 검과 피부가 부딪쳤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폭격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이 크게 기울었다.

바로 이어서 르아 카르테와 검투사 블레이드로 다리의 관절을 후려치자 크리티컬이 연속적으로 터지며 다리가 주저앉았다.

두 방으로 부족하면 빠르게 더 치면 된다.

이 정도면 단순 환산으로 챠밍이 매번 최강의 공격을 내뿜는 것 이상의 대미지가 들어간다.

특히 르아 카르테로 내려칠 때가 훨씬 높은 대미지가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드레이크가 또 쓰러지자 이쁜소녀가 놀란 듯 눈이 화들짝 커졌다.

“우와! 또 쓰러졌어요!”

마치 만세를 부르듯 신난 모습으로 쓰러진 드레이크에 달려가더니 배틀 액스로 곧장 녀석을 내려쳤다.

완벽한 프리딜.

전사 형을 비롯해 우리 팀 모두 다시 한 번 마음 편하게 딜을 내리꽂았다.

그렇게 일어나려고 하면 주저앉히고 날아오르려고 하면 내려 앉히고.

뭔가를 쓰려고 해도 내려쳐서 막아버렸다.

드레이크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겠지만 우리 팀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편해졌다.

거기다 우리 팀 중 마력이 모자란 사람이 있으면 바로 마력전이로 마력을 넘겨주었다.

13강 르아 카르테와 13강 카스카라의 조합이면 없던 마력도 바로 생겨날 정도니까.

무려 11%가 두 개.

거기다 악세로 6%까지 더하면 총 28%의 마력 흡수가 된다.

대략 네다섯 방만 치면 쓴 만큼의 마력이 도로 차버리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딜이 부족하면 바로 검투사 블레이드로 스위칭해서 치면 되고.

그렇게 검투사 블레이드로 바꾸면 크리티컬 대미지가 미친 듯 터져 나왔다.

이 상황을 몇 번 겪은 재중이 형이 흐뭇하게 웃었다.

“일주일을 기다린 보람이 있네.”

“저도 이 정도로 잘 될 줄은 몰랐어요.”

붉은색 아이디 몹을 이 정도로 압도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일주일을 기다린 보상은 충분히 받았다.

“너 오기 전에는 진짜 개고생했거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거기다 빠르기는 좀 빠르냐. 공격 타이밍 잡는 것도 쉽지 않았어.”

“전 잘 모르겠네요.”

예전에 날아다니는 것을 좀 봤을 뿐.

지금은 그냥 바닥에 널브러진 몬스터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때, 재중이 형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저거 저래 보여도 엘리트야.”

“네?”

“엘리트라고. 피 엄청 많아. 잘 죽지도 않고.”

“정말요?”

“어휴, 감 떨어졌어? 아직도 안 죽는 걸 보면 몰라?”

생각해 보니 이 정도로 프리딜을 했는데도 살아 있네?

평타 몇 방에 경직되는 몹이 설마 엘리트라니….

생각도 못 했다.

문득 시선을 내려 내 손에 들린 르아 카르테를 바라봤다.

이거 내 쪽이 너무 강해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몇 번의 다운을 더 시도해 딜을 쌓자 드레이크가 별다른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사라졌다.

몇 가지 잡템을 남겨놓고.

드랍은 또 왜 이래?

이 정도 몹을 잡았으면 뭔가가 떨어져야 정상인데….

“잘 안 떨어지지?”

“확실히 그렇네요.”

“드랍이 생각보다 잘 안 돼. 부위 파괴를 하지 않으면.”

“아! 깜박했네요.”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잡아두는 건데.

“크크, 아직 수도 없이 많이 남았다.”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드넓은 사냥터.

많은 몬스터.

그리고 이 주변엔 오직 우리만 있다.

예전에 재중이 형이 말한 최고의 사냥터가 지금 우리 주변에 펼쳐져 있었다.

전사 형이 오더니 내 어깨를 툭 치고는 환하게 웃었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는데?”

그 말에 나도 역시 웃어 보였다.

그리고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막내별 할 것 없이 모두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물론, 경험치도 한 번에 꽉 차올랐고.

제국 땅에서부터는 경험치가 장난 아니라고 하더니 확실히 예전의 몇 배에 달하는 경험치가 들어왔다.

특히 드레이크는 빨간 몹이다 보니 화끈하게 경험치를 주었고.

그때, 재중이 형이 내 르아 카르테를 보면서 물었다.

“너 그거 아직 봉인 다 풀린 것 아니지?”

“네, 아직 봉인이 덜 풀렸죠.”

“와, 진짜 운영자 이놈들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무기를 만든 거야?”

“뭐, 졸다가 손가락이라도 미끄러졌나 보죠.”

그 말에 모두가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그리고 재중이 형이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드워프 왕이 그거와 비슷한 무기가 또 있다고 했다면서?”

“그런 늬앙스가 섞이긴 했는데 확실한지는 모르겠어요. 워낙 뜬구름 잡듯이 말해서. 악마의 검이니 영웅의 검이니.”

“밸런스를 생각하면 딱 하나만 있지는 않을 거야. 아, 어차피 너 때문에 밸런스는 산으로 가버렸나? 그냥 르아 카르테만 해도 강할 텐데, 트리플 캐스팅까지 있으니.”

“으음 그런데 르아 카르테도 아직은 그렇게 강하다고는 생각되진 않던데요? 단순 스펙만 보면 검투사 블레이드보다 안 좋아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검투사 블레이드는 옵션이 세 개다.

그런데 아직 르아 카르테는 옵션이 두 개뿐.

두 개의 대미지가 똑같으니까 르아 카르테가 아직은 옵션이 하나는 밀리는 셈이지.

뭐 지금도 옵션을 원하는 대로 집어넣을 수 있어 사기에 가깝긴 한데 아직 난 배고프다.

“그래서 봉인을 더 풀고 싶다? 봉인을 풀면 옵션이 더 열릴 것 같아서?”

내가 노리고 있는 것.

아마 봉인을 더 풀면 넣을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질 것이다.

“네, 방법이야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 방법은 확실히 알고 있지.”

고르곤.

레비아탄.

드래곤.

원래 목록에 남은 세 녀석이 남은 봉인을 풀 열쇠겠지.

그리고 아직 뜬구름인 다른 영웅의 무기를 찾아다니느니 이쪽이 훨씬 목적이 명확했다.

“그러기 위해선 스펙을 좀 더 올려야 해.”

“네,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러더니 재중이 형이 내게 뭔가를 보여줬다.

『 드레이크 비늘 / 제작 재료. 』

“이건?”

“방어구 재료. 아직 몇 개 못 모아서 제작도 못 했지만.”

인벤에서 일주일간 모은 아이템을 보여줬는데 좀 참담한 수준이었다.

“확실히 사냥터 레벨이 높긴 하네요. 형이 있는데도 이런 걸 보면.”

“어, 여기 부위 파괴 정말 빡세. 라이데인으로도. 거기다 녀석이 하도 날뛰니까 나도 쉽진 않더라. 어때? 할 수 있겠어?”

“이제 해봐야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재중이 형이나 나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드레이크 정도는 찜 쪄 먹을 정도로 위력이 넘쳐난다.

그리고 마력도 넘쳐나고.

다만, 내가 부위 파괴에 열중하기 시작하면 전체적인 대미지가 뚝 떨어질 텐데…….

부위 파괴로는 몬스터에 대미지를 충분히 주기 힘들었다.

거기다 데스 나이트 무기는 드레이크에게 저주 효과가 아예 통하지 않았다.

9강이나 되는 대도 불구하고 깡뎀으로만 싸우고 있어서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도 없었고.

이건 전사 형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마법도 위력이 한참 떨어져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나와 상급의 무기인 라이데인을 가진 재중이 형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대미지를 넣을만한 사람이 없었다.

높은 사냥터에 비해 무기 레벨이 너무 떨어지는 문제 때문에.

아마 재중이 형도 알고 있겠지만 내가 여기 일주일이나 박혀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팀 모두의 대미지를 끌어올릴 방법이 있어야…….

뒤떨어진 레벨을 빨리 따라잡으려면 나 혼자 강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 마침 생각나는 녀석이 있었다.

확실히 그 녀석이라면…….

아주 좋은 재료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우리 팀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다들, 무기 업그레이드 한 번씩 하고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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